파운데이션 파운데이션 시리즈 Foundation Series 1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김옥수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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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 최고의 심리역사학자였던 해리 셀던은 은하제국의 멸망을 예측한다. 책 뒷표지에 수록되어 있는 설명을 가져오면, 심리역사학이란 "인류 문명의 미래를 정치사회학과 경제학, 수학적 확률론, 집단심리학을 토대로 예견"하는 학문이다. 멸망을 막기엔 늦었다. 그러나 제국 멸망 후 도래할 인류 문명의 공백기만큼은 3만 년에서 천 년으로 줄일 수 있다. 해리 셀던은 천 년을 내다본 필생의 프로젝트를 고안하고 '파운데이션'을 창립한다. 파운데이션은 인류의 지식을 집대성해 보존하고 후대에 물려주기 위해 백과사전 편찬 작업에 착수한다. 이처럼 파운데이션은 처음에는 과학연구기관으로서의 정체성을 띠고 은하계 변방에 있는 행성 터미너스에 자리잡는다(terminus에는 말단, 종점, 종착역이라는 뜻이 있다).


그러나 파운데이션 설립 50주년을 기념해 개관한 해리 셀던의 유품관에서 해리 셀던의 녹화상이 재생되며, 백과사전 계획은 속임수에 불과했다는 것이 밝혀진다. 실제 의도된 바는 셀던의 천 년짜리 계획을 이행하기 위한 기틀 다지기로, 은하계 끄트머리에 있는 행성에 10만 명을 이주시키고 이들의 행동의 자유를 제한하여 향후 수 세기 동안의 경로를 고정하는 것이었다.


평생을 복무해온 일이 사실은 무의미한 것이었고, 개인의 삶이 거시적인 계획의 미미한 파편에 불과하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개인이 느낄 절망은 가늠할 수조차 없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미시적인 데 맘이 쓰이고, 누군가의 삶이 거대한 계획의 도구로 쓰인다는 데 커다란 저항감을 느낀다. 그 대가가 3만 년의 암흑기라 해도 어떤 삶을 살지 결정하는 것은 오로지 한 인간의 몫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믿는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시킨다는 말은 그 자체로 어불성설이다. 대와 소를 가릴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오만이며, 설사 그게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누가 그럴 자격을 부여하거나 부여받을 수 있단 말인가. 더 중요하고, 급박하고, 영화로운 무언가를 위해 개인을 희생시킬 수 있다고 말하는 사상이나 체제가 위험하다는 걸 우리는 역사적 경험을 통해 익히 증명받았다. 그러니 나는 셀던의 계획이 어그러져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은 계획의 변수로 작용하므로 셀던은 의도적으로 예비 지식을 감춘다. 파운데이션의 존립이 위협받는 위기가 도래할 때 그는 녹화상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미래는 은폐되어야 하기에 그가 밝힐 수 있는 것은 이미 진행되었을 일들에 관한 진단과 목적, 밝혀져도 경로에 지장이 없을 정보뿐이다. 그래서 그는 예언자라기 보다는 해설자로서 기능한다.


시리즈의 1권에 해당하는 이 책에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다섯 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1부와 2부 사이에는 50년, 2부와 3부 사이에는 30년, 3부와 4부 사이에는 50년, 4부와 5부 사이에는 20년이라는 시간 간극이 존재한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전개시켰을 때 얻을 수 있는 효과는 거시적인 흐름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이다. 파운데이션이 주위 왕국을 정복해나가는 과정을 보면 처음엔 종교로, 그 다음엔 무역으로 침투한다. 바탕은 우월한 과학기술이다. 제국주의를 위시한 서구 국가가 식민지를 개척했던 방식과도 유사하고, 신자유주의를 앞세워 금력으로 세계 시장을 지배하는 다국적기업의 행태와도 유사하다.


그러나 이러한 서술 방식에서 개개인의 삶은 지워진다. 샐버 하딘이나 호버 말로 같은 인물들 한 명만 가지고도 책 몇 권은 나올 것 같은데 할애된 페이지가 너무 적어 아쉽다.


각 부는 <은하대백과사전>의 인용문으로 시작한다. 사전적 지식으로 박제된 죽은 이야기에 생생한 생명력을 불어넣어 현재로 불러오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러나 이로써 독자는 셀던의 계획이 성공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파운데이션은 제2 제국으로 성장했을 것이고, 암흑기는 천 년에 그쳤을 것이고, 사전은 완성되었을 것이다.


셀던 계획은 실패해야 한다는 나의 도덕적 판단과 짐작 가능한 결말에도 불구하고 어서 다음 내용을 알고 싶어 조바심을 내며 책을 읽게 된다. 형식면에서도 세계관으로도 흥미로운 작품임엔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 시리즈를 읽는 경험은 한 권의 책 또는 하나의 시리즈를 다 끝내기 전까지는 다른 책으로 넘어가지 못했던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난삽하게 여러 권에 손을 대고 하나를 제대로 끝내길 어려워하는 지금의 내겐 흔치 않은 일이라 이 경험이 무척 귀하다. 얼른 다음 편으로 넘어가야지.


(313) "제국은 언제나 거대한 자원을 가진 땅이었어. 그들의 계산은 죄다 행성, 항성계, 은하계 전 성역을 단위로 하고 있어. 그들의 발전기는 거대해. 그들 사고방식의 규모가 거대하기 때문이지.

그러나 '우리'는 이 작은 파운데이션, 금속 자원을 거의 갖고 있지 않은 고립된 세계에서, 이런 열악한 경제 조건에서 생존해 나가야만 했어. 우리 발전기는 크기가 엄지손가락만 해야 했어. 그래야만 금속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야. 신기술이나 새로운 방식을 개발해야 했지. 제국이 따라올 수 없는 신기술이나 새로운 방식 말일세. 제국은 실제로 중요한 과학적 진보를 이룰 수 있었던 단계에서 퇴보해 가고 있어. 제국은 우주선이나 도시, 전 세계를 지킬 거대한 방어벽은 갖고 있으면서도 인간 한 사람을 지킬 수단은 만들 수 없는 거야."


(314) "놀랍게도 그들은 자신들이 사용하는 모든 시설이 거대하다는 사실조차 몰라. 기계는 세대에서 세대로 자동적으로 넘어가고 감독자는 세습 계급이지. 그들은 거대한 건물 어딘가에서 튜브 하나만 타 버려도 어떻게 손쓸 도리가 없어. 이 전쟁은 이러한 두 제도 사이의 싸움이야. 제국과 파운데이션, 거대한 것과 미소한 것 사이의 싸움 말일세. 한 세계를 지배하기 위해 그들은 전쟁을 일으킬 수 있을 만큼 거대한 우주선으로 매수하려 했지만 그것은 아무런 경제적인 의의가 없어. 그렇지만 우린 작은 것으로 매수했지. 전쟁에는 쓸모가 없지만 번영과 이윤에는 결정적인 것으로....... 왕이든 콤도든, 어쨌든 그들 무리는 우주선을 입수해서 전쟁까지 준비해 왔겠지. 역사를 통해 보면 독재자는 국민의 행복을 자신들이 생각하는 명예나 영광이나 정복과 바꾸려 해 왔어. 그러나 힘이 되는 건 역시 생활과 관련된 사소한 부분이야. 그리고 아스퍼 아르고는 이삼 년 안에 코렐 전체를 덮칠 경제 불황의 태풍에 맞설 능력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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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26 19: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3-27 13: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3-03-27 09: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책먼지 님, 저는 이 책 읽을 엄두가 안나고(SF 잘 못읽어요. 어려워서) 사실 이 리뷰를 읽어도 책 내용을 잘 모르겠지만, 그런데 책먼지 님의 이 리뷰가 참 좋습니다. 책먼지 님이 흥미롭게 읽으시는 게 드러나서도 좋지만 무엇보다 책먼지 님의 도덕적 판단이 나와서 좋아요. 저는 이런 글을 좋아합니다. 크-

책먼지 2023-03-27 14:05   좋아요 2 | URL
저는 반대로 로맨스에 무척 취약해서 열정적으로 주인공들에 이입하는 다락방님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저는 감정을 쓰게 하는 책보다 머리를 쓰게 하는 책이 차라리 낫더라고요! 이 책의 경우 아시모프님이 쿨하게 웃겨서 더 재밌어요!! 휘리릭 쓰고 딱 한번 탈고하는 스타일이었다고 하는데.. 진짜 천재인가봐요.. 뭘 읽어도 도덕 못버리는 유교걸 여깄습니다ㅋㅋㅋ

건수하 2023-03-27 13: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먼지님 재미있게 읽고 계시군요!
글 보니 저도 다시 읽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샀는데 왜 안 읽고..).

초기 3부작이 특히 재미있고 그 뒤에 좀 분위기가 바뀌었던 것 같은데... 책먼지님 글 읽으니 1권도 잘 기억이 안 나네요.
아무 것도 없는 3일... 3일 가지곤 안되겠고 최소 일주일 정도는 있어야 될 것 같은데.
언제쯤 읽을 수 있을까요 ^^

책먼지님 글로 대리만족해 보겠습니다 :)

책먼지 2023-03-27 14:11   좋아요 4 | URL
수하님 저 아직 재미없어지는 지점까지 못간거같아요!! 지금 2권도 거의 다 읽었음요ㅋㅋㅋㅋㅋ 폭주기관차입니다!!!

작가가 기획했던 건 초기 3부작까지였고 그 이후부터는 독자의 요구에 못 이겨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쓴 데다 후속작에서는 로봇 3원칙과 여타 다른 세계관을 다 하나로 묶어보려고 해서 재미가 떨어진다는 고런 정보를 읽기는 했는데.. 그래서 분위기가 바뀌나봅니다ㅠㅠ

아무 것도 없는 일주일 진짜 어디서 뚝 떨어졌으면ㅠㅠㅠㅠㅠㅠ

후후후.. 제가 수하님 대신 달립니다..💕 수하님께 지문 말고 지안이 역할을 달라!!!
 

평소보다 출근이 조금 늦었다. 회사가 유연근무제를 택하고 있어서 8시부터 10시 사이에 출근하면 출근 시간에 따라 5시에서 7시 사이로 퇴근 시간이 정해진다. 9호선 급행열차는 어느 시간에 타도 밀집도 극상이지만 8시에 출근해서 5시에 퇴근하는 게 그나마 낫다. 아침에 집에서 6시 50분쯤 출발하면 넉넉잡아 7시 40분쯤엔 사무실에 도착한다. 그런데 오늘은 집에서 7시 40분에 나왔다. 늦잠을 자서도 아니고, 아침을 먹어서도 아니고, 입은 옷이 마음에 안 들어서 여러 번 바꿔 입느라 그랬다. 자기 전에 머릿속으로 계획해 둔 옷이 막상 입어보니 되게 별로였고, 거기서부터 일이 꼬였다. 그냥 출근이 싫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느라 출근 인파가 정점을 찍는 시간에 딱 걸려서 일반, 급행, 일반을 보내고 나서야 급행에 올랐다. 미쳤지, 내가 미쳤지, 진짜. 뒤에 선 사람이 손잡이를 잡은 팔에 눌려 고개가 모로 꺾이고 사방에서 압박하는 통에 발이 반쯤 뜬 상태로 출근하면서 숨은 막히고 어지러운데 더는 화가 나지 않았다. 이 지경인데도 임산부 좌석에 아무도 함부로 앉지 않는 걸 발견하고 마음이 좀 누그러진 것이다.


한번은 지하철에 타자마자 반대편 문 쪽의 좌석까지 쭉 밀려서 사람 무릎에 앉을 뻔한 적이 있었다. 간신히 손잡이를 낚아 채고 상체가 뒤로 젖혀진 상태에서 버티고 있으려니 앉아 계시던 분이 끌어안고 있던 백팩을 눕혀 무릎 앞쪽으로 스윽 밀어주었다. 여차하면 이 위로 앉으라는 듯이. 그분도 나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것이다.


이태원 참사 이후 한동안 조심하던 사람들은 다시 남을 밀치고 몸을 던지는데 주저함이 없어졌다. 지하철 량을 늘리겠다던 공약은 또 어디로 쑥 들어가버렸다.


각설하고 본론은 3월의 책탑이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 완전판 세트를 질렀다. 로버트 하인라인 중단편 전집 북펀드 광고 메일이 자꾸 들어오기에 북펀드 직전까지 갔다가 이걸 살 거면 차라리 아시모프를 살까 싶어 주문했다. 여기저기서 언급되는 통에 이전부터 궁금했기 때문이다(어릴 때 읽었던 <설득의 심리학>에서 "왜냐하면"을 붙이면 분명 상대를 설득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배웠다).




마음 먹고 3월에 새로 생긴 책을 쌓아보았다. 분명 더 있는데 하도 여기저기 책을 흩어 놔서.. 일단 기억나는 것만 모았다.



선물 받은 책과 내가 산 책. 이미 읽은 책, 읽다 만 책, 읽고 있는 책, 읽을 책이 마구 섞여 있다.


짝꿍이 생일 선물로 뭘 받고 싶은지 묻기에 일정도 없고, 아무도 만나지 않는 3일을 선물로 받고 싶다고 답했다. 호텔이든 에어비앤비든 혼자 숙소 잡고 콕 박혀서 책만 읽고 싶다고. 그런데 그 3일을 만들기가 진짜 너무 어렵다. (생일과 관계없이) 짝꿍에게 뜯어낸 아렌트 철학 전기와 존 스튜어트 밀 선집은 오는 중이다.


선물받은 와인잔을 바로 써 보려고 설거지를 하다 하나를 깨뜨렸다. 짝꿍이 수습하면서 너한텐 날짜 지난 한겨레 신문보다 오늘 자 중앙일보가 더 가치 없는 거 아니까 이거 쓴다, 하고 신문에 유리 파편을 샥샥샥 감싸서 야무지게 종량제 봉투에 갈무리한다. 그 말에 웃다가, 선물해준 친구에게 미안해서, 네가 보내준 거 잘 받았는데 설거지 하다 바로 하나 깨뜨렸어, 하고 연락하니, 아무렇지 않게, 너 그럴 줄 알았어, 그거 너무 얇긴 하지? 한다. 혼술용으로 쓰라고 두 개 보낸거야. (네???) 나의 허술함과 덤벙거림을 나 빼고 모두가 알고 있다.



고기를 못 먹는 날 위해 우리 가족은 외식 때 주로 해산물을 먹으러 간다. 그 와중에도 몇 년 간 생일상 받기는 잘 피해왔는데 이번엔 덜미가 잡혔다. 그리고 이런 기상천외한 게 준비돼 있었다. 혼자 보기 아까워 공유한다.



마지막으로 폭신하고 아름다운 발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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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3-24 14: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니 저 연어 케익은... 뭐죠? 살다 살자 저런 연어 케익은 처음 봅니다! ㅎㅎㅎㅎㅎ

그나저나 그 엄청난 9호선을 타시는군요!
제가 예전에 회사에서 바로 인천공항으로 가야해서 퇴근후 9호선을 탄 적이 있었거든요? 공항 리무진 퇴근시간이라 막힐 것 같아 지하철 선택한 거였는데 가는 내내 후회했어요. 와 진짜 사람이 많아도 그렇게 많을 수가 없고요. 그리고 짐 올리는 칸도 없더라고요? 제 캐리어가 그 사람 붐비는 지하철 안에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데 진짜 너무 민망하고 미안하고 어휴 ㅠㅠ 너무 힘들었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나저나 3월의 책탑 아름다워요. 책탑은 어떻게 찍어도 아름다운 것 같아요. 톨락의 아내.. 저도 사둔지 오래 됐는데 아직.. 하하하하. 겹치는 책이 몇 권 있어 반갑네요. 책탑 사진 보는거 너무 좋으니까 책탑 사진 자주 올려주세요, 책먼지 님. (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먼지 2023-03-24 15:50   좋아요 4 | URL
저도요 보고 너무 빵터졌어요 완성도와 아름다움 때문에 더 웃기더라고요ㅋㅋㅋ 대게나라에 미리 부탁하면 저렇게 해주신대요!!!

통근시간에 9호선 얼결에 타시는 분들 많이 놀라시더라고요. 캐리어에 막 사람이 여러명 걸쳐있고 그러잖아요.. 한번은 엄마랑 어린 소녀가 탔는데 아이가 겁먹은 게 느껴져서 그 붐비는 와중에 저를 포함해 둘레의 어른들이 간격확보하고 원 둘러서 보호했어요.. 짠 것도 아닌데 마치 짠 것처럼!! (노약자석 비자마자 애부터 앉히고요) 제가 진짜 9호선 타고 다니다가 인류애를 잃었고..ㅠㅠ

다락방님 저 상반기 책 지름은 이걸로 끝입니다.. 책탑 쌓고 찍고 부수면서 반성했어요. 진짜 딱 필요한 한두..세네권만(?) 더 살 것입니다!!!

건수하 2023-03-24 15:53   좋아요 4 | URL
상반기요…? 1/4분기 얘기하신거 아닙니까? 🤔

우끼 2023-03-24 15:57   좋아요 3 | URL
진짜 어마어마한 독서량과… 구매력에.. 경이를 느끼고 있습니다 ㅋㅋㅋㅋ ㅠㅜ너무 부럽고요 닮고 싶네요

책먼지 2023-03-24 16:06   좋아요 4 | URL
으악ㅋㅋㅋㅋㅋㅋㅋ 아닙니다 수하님 1/2!! 6월말까지!!
우끼님 아녜요 이 길은 아닙니다!!!!

건수하 2023-03-24 15: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 저 회로 만든 케이크 ㅋㅋㅋㅋ 촛농 떨어질까봐 걱정돼요

바스커빌의 개 예쁘네요!
저는 데미안에 올라가신 고냥님을 찍어 올리고 싶었지만 이제 날이 따뜻해져 안 올라가실 것 같아요.. 흑흑


반가워요.
왜냐하면,
파운데이션 세트 (사놓고 고이 모셔둠) 외에 다섯 권을 공통으로 갖고 있습니다.
설득력 있죠? :)

책먼지 2023-03-24 15:41   좋아요 3 | URL
촛농은 떨어지지 않았으나 불붙이던 성냥이 떨어져가지고ㅠㅠ 그 부분은 못 먹었습니다 따흡ㅠㅠ

어우 더워서 안 올라가시면 추워질 때까지 기다립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수하님 또 바로 이렇게 응용을!!! 완전 설득됐습니다!! 수하님도 저 세트 가지고 계시다니 막 안심되고요. 죄책감 좀 희석되면서요!! 아침에 <파운데이션> 들고 와서 점심시간에 조금 읽었는데 재밌을 것 같은 예감이 막 들어요!!!!

건수하 2023-03-24 15:55   좋아요 2 | URL
파운데이션 옛날에 고려원 판으로 봤었는데.. 재밌습니다 어느 지점까지는 :)

어휴 성냥 ㅠㅠ 아까워라…

책먼지 2023-03-24 16:03   좋아요 2 | URL
헛 어느 지점까지만 재밌고 뒤는 별로인가요?? 어느 지점일지 읽으면서 찾아볼게요!!!

잠자냥 2023-03-24 17:32   좋아요 2 | URL
불 붙은 성냥 떨어진 거 그대로 훈제연어인데?!?? ㅋㅋㅋㅋㅋ

책먼지 2023-03-24 19:16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웰던이라 포기요

우끼 2023-03-24 15: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재미있으면 페이퍼 혹은 리뷰 꼭 올려주세요 ㅜㅜ 후기가 너무 궁금하네요!!

책먼지 2023-03-24 15:43   좋아요 3 | URL
일단 다 읽을 수 있을지가 걱정입니다ㅠㅠ 그러나 우끼님 응원에 힘입어 부지런히 뿌셔보겠습니다!!!💕

우끼 2023-03-24 17:20   좋아요 2 | URL
와와 그러고보니 늦었지만생일축하드려요!!!

책먼지 2023-03-24 19:34   좋아요 1 | URL
우끼님 감사합니다😘🥰💕

공쟝쟝 2023-03-24 15:3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우 풍족해!! ㅋㅋㅋㅋ 책탑 너무 풍족해서 제 배가 다 불러요 ㅋㅋㅋㅋ 오늘은 저녁 연어 먹어야지 ㅋㅋㅋ 히히히히 ㅋㅋㅋ

책먼지 2023-03-24 15:46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 벨 훅스는 100% 쟝님 글 읽고 지른 것입니다!! 연어라면.. 아무래도 청하..???

공쟝쟝 2023-03-24 15:47   좋아요 1 | URL
청하 스파클링!!!!!!!! 꺅!!! 덩실덩실💃🏻💃🏻👯‍♀️👯‍♀️💃🏻💃🏻

건수하 2023-03-24 15:56   좋아요 1 | URL
연어에 흑맥주가 잘 어울린다는 글을 어디서 본 적이 있습니다 :)

공쟝쟝 2023-03-24 15:58   좋아요 2 | URL
타이거 포멜로는 요? ㅋㅋㅋ (마트에서 찾다가 못차즘 ㅋㅋㅋ)

건수하 2023-03-24 15:59   좋아요 1 | URL
타이거 포멜로는 술이 아닙니다 달고 맛난 음료수.. 일하면서 먹어도 됨 ㅋㅋㅋ (편의점에 있던데)

공쟝쟝 2023-03-24 16:00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 뭐든 제대로 찾아내서 마시겠어 ㅋㅋㅋ

책먼지 2023-03-24 16:02   좋아요 1 | URL
잠깐만요 이렇게 되면 저녁에 연어에 흑맥주 실험해 볼 수밖에 없잖아요 이건 검증가야한다!!! 저는 연어에 피노누아 잘 어울린단 얘기도 들었어요ㅋㅋㅋ

공쟝쟝 2023-03-24 17:39   좋아요 2 | URL
저 연여캐잌은 대게나라 직접 가야만 하는 것이겟죠? ㅋㅋㅋㅋㅋㅋㅋ 아 꼭 실물보고 싶은데 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3-24 17:41   좋아요 2 | URL
회 떠다 만들면 될 거 같은데요… 촛대만 마련해서 ㅋㅋ

공쟝쟝 2023-03-24 17:42   좋아요 2 | URL
수하님 촛대를 사면 되는 거군요? ㅋㅋㅋㅋㅋㅋㅋ 앍ㅋㅋㅋㅋㅋㅋㅋ 동생 승진했대서 해줄라고 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3-24 17:43   좋아요 3 | URL
한 번 사가지고 재활용합시다 ㅋㅋㅋㅋㅋ

책먼지 2023-03-24 19:20   좋아요 2 | URL
쟝님 대게나라 안 가도 가능할 것 같아요!! 케잌 모양은 조각얼음을 어디 큰 그릇 같은데 꽉꽉 눌러서 내고(밥그릇에 볶음밥 넣어서 밥공기 뒤집어서 동그랗게 만들듯이??) 그 위에 연어, 광어, 연어, 광어 두르면 끝!!! 동생분 승진을 축하합니다🥳🎉🎊💕

공쟝쟝 2023-03-24 19:38   좋아요 3 | URL
나 촛대를 샀어요 꼭 해낼거예요!! ㅎㅎㅎㅎㅎ😠

건수하 2023-03-24 19:43   좋아요 1 | URL
빠르다 ㅋㅋㅋ 노량진에서 떠다가 만드나욬ㅋ

잠자냥 2023-03-24 17: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우 책탑도 연어탑도 아름다워요! 와우!
난 오늘 참치 먹을 건데 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03-24 17:03   좋아요 2 | URL
캔?

DYDADDY 2023-03-24 17:23   좋아요 1 | URL
냉장고가 많이 비워지겠군요. ^^ 일주일간 참으셨으니 맘껏 드시길 바라요. ^^

잠자냥 2023-03-24 17:33   좋아요 3 | URL
쟝, 캔은 애들이 나는 회 ㅋㅋㅋㅋ

공쟝쟝 2023-03-24 17:35   좋아요 4 | URL
사람인 척 하지마세요! 집사한테 캔따달라고 하악질 한다는 소문이 있어요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3-24 17:39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지금 3호선에서 빵 터진 프랑스 고앵 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3-24 17:42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 본 댓글 중 젤 재밌네요

공쟝쟝 2023-03-24 17:44   좋아요 4 | URL
참치캔으로 만족하도록 해! 비싼 고양이!! ㅋㅋㅋㅋㅋㅋ 회는 인간이 먹는 거란다~~ㅋㅋㅋ 요즘은 물가도 비싸 ㅋㅋㅋ

잠자냥 2023-03-24 17:45   좋아요 3 | URL
우리 1호가 참치회 먹던데요 냐웅 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3-24 17:47   좋아요 3 | URL
우리집 1호는 육회요….

잠자냥 2023-03-24 18:01   좋아요 3 | URL
울집 4호가 한우육회 마니아 ㅋㅋㅋㅋㅋㅋ

책먼지 2023-03-24 19:21   좋아요 4 | URL
이 고양이는 술도 마신다는 제보를 어디서 들은 거 같은데.. 흠흠

DYDADDY 2023-03-24 17:1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지적 열망과 감수성 가득한 책먼지님, 늦었지만 생일 축하드려요. ^^
책탑도 연어 케이크도 부럽지만 저 책탑을 다 소화하시려는 의지가 가장 부러워요. 꼭 혼3일을 보내시기를 바라요. ^^

책먼지 2023-03-24 19:22   좋아요 4 | URL
오잉.. 대디님.. 감사해요🥹 제 캐릭터 완전 파악하심!!! 이번달 다음달은 어렵고 5월 5일 껴있는 주말을 노려보려고 합니다🔥

DYDADDY 2023-03-24 19:35   좋아요 1 | URL
그러고보니 어린이날 연휴가 혼3일 가능하군요. 그리고 책먼지님의 ?살이 지금까지의 나이중에 가장 행복하시길 바라요. ^^ (내년에도 똑같이 바랄거에요. ㅋㅋㅋㅋ)

2023-03-24 17: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3-24 19: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자목련 2023-03-25 16: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탑, 연어 케익, 매트까지 풍성하네요.
올라오는 매트, 사진으로 보니 더욱 탐나고요. 실물은 더 예쁠 것 같습니다.
즐겁게 읽고 그 이야기 들려주세요^^*

책먼지 2023-03-27 13:58   좋아요 0 | URL
자목련님 말씀대로 매트 실물로 보면 더 예쁩니다!! 굿즈로 따로 팔았으면!!!🥹 재미있게 읽고 나눠볼게요💕
 
안락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
은모든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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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자율주행 차량이 상용화되고 돌봄 노동의 지극히 일부가 기계화된 근미래. "육체적, 정신적으로 지속적인 고통에서 벗어날 가망이 없는 상태, 삼 개월 이상의 숙려 기간, 자의에 의한 선택 등(47)"을 조건으로 안락사를 허용하는 법안이 국민 투표로 통과된다. 법이 통과된 후 임종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가족에게 밝히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화자 '지혜'의 할머니는 이미 발빠르게 임종 계획을 세워두었고 가족에게 찬성 투표를 독려하기도 했다. "원래 사람이 자기 살날 다 살면, 자기 죽을 날을 아는 거야. 병원 들어가서 장사 지내고 그러기 시작한 지 백 년도 안 됐는데 원(59)"이라면서.


기술적으로 이 소설은 작가의 다른 작품인 <모두 너와 이야기하고 싶어 해>보다 투박하다. 던지고자 하는 화두가 지나치게 선명하고 직선적이기 때문이다. 두 작품에는 공통적으로 어딘지 만사에 의욕 없어 보이는 화자와 그 주변에서 벌어지는 담백한 신파가 등장한다. 평범하고 익숙해서 기시감이 드는 그런 신파들. 아마 여기에서 호불호가 갈릴 것이다.


나는 이 소설에서 지혜가 할머니에게 가서 자두주를 담그는 방법을 배우는 장면이 가장 좋았다. 누군가와의 이별은 다시는 그 사람이 해주는 음식을 먹을 수 없는 일이 되기도 한다. 그러니까 그걸 배우느라 함께 보낸 시간, 레시피를 가르쳐준 사람이 부재하더라도 배운 걸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감각, 떠난 사람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내가 만든 걸 나눌 수 있다는 가능성이 분명 이별의 충격을 덜어줄 것이다.  


내겐 늘 주위 사람들과의 이별을 셈해보는 버릇이 있다. 도망치고 싶은 것들에서 도망치지 못했던 10대에 대한 앙갚음이라도 하듯 20대를 내내 도망치는 데 썼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 만남과 이별 사이에는 때로 레시피 교환이 있었다.


그중 지금도 자주 해먹는 음식은 지우(Diu)라는 브라질 친구에게 배운 변형된 라따뚜이다. 커다란 냄비 가득 양파와 가지를 썰어넣고 토마토 퓨레와 다진 마늘을 넣은 뒤 뭉근하게 끓이다가 칠리, 파프리카 가루, 바질, 오레가노, 소금, 후추 등 수중에 있는 온갖 향신료를 손어림으로 넣고 얼추 간이 맞으면 약불에서 잘 저어가며 마저 끓이면 된다. 우리는 이걸 크래커나 빵 위에 올려먹었고, 가끔은 덮밥으로도 먹었다. 지우는 브라질에, 나는 한국에 있고, 더는 페이스북으로도 연락하지 않지만 이 음식을 해먹을 때면 지금도 나는 우리가 함께 했던 시간들을 떠올린다.


(147) 할머니는 이 술은 꿀꺽 삼키는 게 아니라 입술을 넘어 혀끝을 적시듯 조금씩 맛보는 것이라고 했다. 그 말대로 잔을 살짝 기울여 입안에 소량의 술을 흘려 넣자 산뜻한 산미와 달콤한 기운이 입안 가득 퍼졌다. 목 넘김은 와인에 비하면 다소 묵직한 편이었으나 더 이상 소주의 독한 뒷맛이 입안에 남지 않았다. 숙성하면 맛이 달라진다는 말이 이런 뜻이었구나, 하면서 나는 다시 한번 술잔을 들었다.


자두주 아니라 뭐라도 마시고 싶어진다.


죽음에 지나치게 너른 선택이 주어져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죽음까지 선택의 문제가 되는 것도 암담할 뿐더러, 선택이란 게 오묘하고 얄궂은 것이라 선택을 하는 주체에게만 달린 것도 아니고, 그 자체로 불완전하고 가변적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모른다.


그러니 레시피를 나누자. 오해는 미리 풀고 사랑의 말은 그때그때 아낌없이 퍼붓자. 이삭이 지혜에게 다가오듯 그 다가오는 모양만으로도 저 사람이 나를 사랑하는구나 알 수 있는 방식으로. "환하게 웃는 얼굴로, 새치를 흩날리며 성큼성큼 걸어오는 그의 모습을 보며 내가 느낀 감정은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의 걸음걸이와 미소에 불확실한 지점은 하나도 없었다. 내내 풀리지 않던 어려운 문제에 대한 답을 허무할 정도로 쉽게 구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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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23 07: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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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23 09: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3-23 1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잠자냥 2023-03-22 23: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앗 변형 라따뚜이 사진 궁금해요.

책먼지 2023-03-23 09:18   좋아요 4 | URL
ㅋㅋㅋㅋ 레시피 떠올리니 저도 먹고 싶어져서.. 조만간 사진 가져오겠숨니다!!!

다락방 2023-03-23 08: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뭐라도 마시고 싶어지는데요? 저도 이 책 읽어볼래요.

책먼지 2023-03-23 09:21   좋아요 3 | URL
어제 진짜 힘들게 참았는데 날도 궂고(?) 목요일이니 오늘부턴 그냥 막 마시려고요!!! 이 책 거의 소책자 느낌이라 후루룩 읽으실 수 있어요!!! 다만 좋아하실지는 미지수..

자목련 2023-03-24 10: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지난 글에서 이 책이 익숙하다 했는데 저 있어요. ㅎㅎ
저도 읽어봐야겠습니다. 자두주, 어린 시절의 기억이 떠오르네요.

책먼지 2023-03-24 13:05   좋아요 1 | URL
각자도사 사회에서 나와서 궁금해했던 그 책 맞습니다!! 후후후 자목련님은 이 책 어떻게 읽으실지 궁금해요!! 자두주 담그는 집들이 있군요??? 저는 처음 들어봐서 신기했는데 맛 묘사가 무척 아름다워서.. 술이 막 당기더라고요

2023-03-24 22: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3-27 13: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4-07 15: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4-08 12: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3-04-08 01: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우리가 바라는 걸 모른다는 말이 인상 깊네요 한국 소설에서 안락사가 허용된 그런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다니, 다른 소설에서도 나왔을지 모르겠지만 아직 못 본 것 같아요


희선

책먼지 2023-04-08 12:15   좋아요 1 | URL
무거운 주제를 따뜻하고 담백하게 잘 풀었더라고요!! 이렇게 본격적으로 안락사를 주제로 내세운 한국소설을 저도 못 본 것 같은데 혹시 있다면 그 책은 또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냈을지 궁금해집니다!!
 
케냐 야라 AA TOP #5 - 2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3년 9월
평점 :
품절


원두를 아끼지 않고 듬뿍 갈아 진하게 내렸더니 커피에서 녹인 초콜릿의 벨벳 같은 질감이 느껴진다. 온도가 뜨거울 땐 다크초콜릿 풍미가 강하고 살짝 식으면 시트러스와 무화과의 중간쯤 되는 기분 좋은 산미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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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특권]인셀 혹은 비자발적 독신

'여성 혐오'의 가장 큰 문제점은 남성 혐오라는 대칭적 용어의 발단이 되었다는 것이다. '여혐 대 남혐'이라는 이분법이 그것이다. 이분법은 A와 not A라는 타자화의 문법으로, 평등으로 여겨지기 쉬운 속임수다. 미소지니라면 다르지 않았을까. 미소지니는 대립 구도를 만들어내기 힘든 단어다. 그대로 수용될 수 있다. 남성 위주 사회는 너무 오래된 역사라서 여성에 대한 비하와 차별은 남녀 모두에게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이를 자각하고 여성이 자신의 이중 노동, 여성에 대한 폭력을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이 (남성) 혐오인가? - 정희진 <낯선 시선> p.83


혐오는 특정 대상을 싫어하는데, 그 이유가 자기 자신에게 있다. 자기 문제의 반영이자 합리화다. 혐오는 자신과 타인의 인간성을 훼손한다. 악플이 대표적이다. 이에 반해 분노는 자신을 억압하는 대상에 대한 정당한 판단이며 스스로를 격려하고 존중하는 힘이다. 이처럼 혐오와 분노는 이유, 양상, 효과가 전혀 다른 인간 행동이다. - 정희진 <낯선 시선> p.84


나는 정희진 쌤의 분석이 타당하다고 생각하며, 용어를 제대로 정의하는 것의 중요성에도 공감한다. 언어는 우리가 싸우는 데 필요한 무기이다. 용어만 제대로 정의해도 싸움은 수월해진다. 원하는 방향으로 전력을 집중할 수 있고, 의도치 않은 소모전을 줄일 수 있다. 케이트 만이 1장에서 용어부터 섬세하게 정의하고 들어가는 것 역시 그가 펴고자 하는 논지에 적합하게 도구부터 손질하는 작업에 다름 아닐 것이다. 그러나 <남성 특권>을 읽을수록 이건 '여성 혐오'가 맞다는 생각이 든다.


케이트 만이 정리한 용어를 몇 가지 가져와 보려고 한다.


(17) 힘패시himpathy란 권력이나 특권을 가진 남성이 성폭력을 저지르거나 여성혐오적 행위를 했을 때 오히려 여성 피해자보다 더 공감과 염려를 받는 현상을 일컫는다.


여성혐오가 가부장제의 "법적 실행"의 일부분으로 개념화되어야 한다는 제안과 관련하여(여기서는 여성혐오를 미소지니로 바꾸어 읽었을 때 개념이 더 잘 와닿는다) (21) 여성혐오라는 구조는 젠더화된 규범과 기대치를 존속시키고 집행하는 동시에 여성들을 극한의 적대적 환경에 몰아넣는다. 다시 말해 여성들은 수많은 요인 중 여성이라는 성별로 인해 그런 환경에 처하게 된다. (...) 여성혐오는 보통(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여성들이 성별 논리가 내포된 "법과 규칙"을 위반했을 때 촉발되는 반응이다. (...) 적극적으로 누군가를 해하지 않을 때조차 여성들을 어떤 경계 안에 옭아매는 것이 여성혐오다. 우리는 경계를 위반하거나 어떤 과오를 범할 때에야 비로소 애초에 왜 자신이 경계 안에 갇혀 있었는지 그 이유를 깨닫는다.


(21) 성차별은 여성혐오와 대조적으로 가부장제의 이론적, 이데올로기적 부산물이다. 가부장제의 규범과 기대치를 이성적으로 납득시키고, 자연스럽게 만드는 데 복무하는 신념, 관념, 전제들이 전부 여기에 해당된다. 성차별에 기반한 노동 분배와 대대로 남성의 권력과 권위가 작동해온 영역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우위를 점하는 일들이 성차별의 예다.



(26) 이 책은 여성혐오, 힘패시, 남성 특권이 여타의 억압적 시스템과 결합해 작동하면서 불공평하고 왜곡된, 때로는 기이한 결과를 낳는 과정을 추적한다. 이러한 결과물은 여성들이 대대로 여성적 재화로 여겨져온 것들(예컨대 섹스, 돌봄, 양육, 재생산노동)을 특정 남성, 다시 말해 종종 특권적 지위를 누리는 남성들에게 제공하도록 요구받는 데서 기인한다. 동시에 여성들은 대대로 남성적 재화로 여겨져온 것들(즉 권력, 권위, 지식에 대한 권리)을 소유하지 않도록 요구받는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재화들은 특권적인 남성들이 마땅히 누릴 권리가 있다고 암묵적으로 동의가 이루어진 것들이다. 그리고 여성들에게서 강제로 이런 것들을 갈취하는 남성들은 자주 남성(가해자)들에게만 허락되는 관대한 공감을 얻는다. (...) 요컨대 이 책은 하나의 위법으로서의 남성 특권이 매우 너른 범주의 여성혐오적 행위를 초래할 수 있음을 제시한다. 여성들은 남성에게 그들이 마땅히 받아야 하는[그렇다고 간주된] 것을 제공하지 못할 경우 처벌과 보복을 받는다.


에덴에 혼자 사는 아담이 외로울까봐 그의 갈비뼈를 내어 하와를 만들었다는 성경의 이야기는 남성 특권에 관한 얼마나 완벽한 비유인가.


이 책의 2장에서 주로 논의하는 '인셀'과 관련하여 다락방님의 페이퍼에 달린 수하님 댓글을 참조해 관련 기사를 읽고 도입부만 거칠게 번역해보았다.


인셀 문제

데이트 상대가 없는 사람들을 위한 지지 모임이 어쩌다 인터넷상의 가장 위험한 하위문화 가운데 하나가 되었는가


잭 뷰챔프(Zack Beauchamp) 2019. 4. 23


1990년대 후반 태평양 연안에 사는 어느 외로운 십대가 이야기할 사람을 찾으려고 전화 접속 모뎀을 달궜다. 수줍음 많은 아이로, 현실 세계에서 온전히 편안함을 느끼기엔 지나치게 내성적이었던 그는 연결감을 느끼려고 초기 인터넷의 빈약한 웹 포럼에 접속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친구를 찾았다. 마찬가지로 현실 세계에, 특히, 섹스와 데이트에 서투른 사람들이었다.


결과적으로 이 모임은, 본인들이 느끼는 연애의 어려움을 일컬어 “비자발적 독신 상태”라는 표현을 처음으로 사용한 커뮤니티가 되었다. 추후에 이 용어는 “인셀”이라는 줄임말이 된다.


이제는 “ReformedIncel”이라는 필명을 써서 오프라인에서의 삶을 인터넷 기록으로 남기는 그때의 그 십대는 애정을 담아 1990년대와 2000년대 온라인 인셀 세계를 회상한다. 여성에게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 지 모르겠는 남성이 커뮤니티의 여성 회원에게 조언을 구할 수 있었던(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따뜻한 곳이었다고 한다. “일종의 사회 정의 투사 커뮤니티” 였다고.


초기 인셀 커뮤니티가 연합한 지 20여 년이 지난 2018년 4월, 토론토에서 대학생 정소희씨는 도서관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도보로도 가까운 거리였기에 지하철이 더 빨랐겠지만 정씨와 정씨의 룸메이트 소라씨는 햇볕을 쬐고 싶었다.


둘은 영영 도서관까지 가지 못했다. 가는 길에 밴 한 대가 인도로 돌진해 보행자를 덮친 것이다. 정씨는 사망자 10명 가운데 한 명이 되었고, 소라씨는 부상자 16명 가운데 한 명이 되었다.


밴 운전자는 스스로를 인셀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20년 전에 커뮤니티를 창설했던 이들은 지금의 인셀 커뮤니티를 알아보지도 못할 것이다. 지금 인셀은 섹스 없는 삶을 여성의 탓으로 돌리는 게시글로 온라인 포럼의 분위기를 흐리는 남성과 소년뿐이다. 심지어 일부 게시글 작성자는 사건 당일에 용의자를 칭송하며 다른 인셀들에게 “산acid 테러”와 “집단 강간”으로 동참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한때는 따뜻한 지지 모임이었던 것이 다중 살인자에 대한 칭찬이 용인되고 정상으로 취급되기까지 하는 곳으로 타락한 것이다.


“분노가 완전히 장악해버렸다”고 ReformedIncel은 말한다.


토론토 사건이 있던 해에 나는 인셀의 웹사이트와 서브레딧을 주기적으로 읽으며 인셀들의 활동을 밀접하게 추적했다. 두 사이트 관리자를 포함하여 현재와 과거의 인셀 포럼 글 작성자 십여 명 이상을 인터뷰했고 토론토 사건이 있었던 시점의 인셀 채팅방 기록도 입수했다.


내가 발견한 것은 커뮤니티가 본래 형태의 그로테스크한 패러디로 왜곡됐다는 사실뿐만이 아니다. 기술 덕에 한 집단의 가장 뿌리 깊은 편견들이 어떻게 새로운 환경을 장악할 수 있는지, 온라인 공간을 넘어 실제 삶을 바꾸고, 심지어 정치의 궤적마저 틀 수 있는지에 관한 이야기이다.


수만에 달하는 인셀 커뮤니티가 지난 20년 간 소위 “검은 약blackpill”이라는 극심한 성차별주의 사상의 지배하에 떨어졌다. 선택이 주어진다면 가장 매력적인 남성만을 고를 얄팍하고 잔인한 피조물이라는 라벨을 여성에게 붙이며 여성의 성 해방을 근본적으로 거부하기에 이르렀다.


검은 약 이론의 논리가 극단으로 가면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매스컴은 토론토 사건 같은 다중 살인의 위험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이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그러나 인셀을 잠재적 살인자로 취급하는 데 급급하다 보면, 보다 미묘한 위협을 놓칠 위험이 있다. 추행부터 난폭한 폭행까지 인셀들이 일상적으로 폭력 행위를 저지르거나 다분히 그들 곁에 있는 여성들을 비참하게 만들 조짐 말이다.


게다가 인셀은 단순히 외부 세계와 연결이 끊긴 고립된 하위문화가 아니다. 보다 광범위한 서구 사회에서 통용되는 (혹은 지배적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 여성에 관한 일련의 사회적 가치가 어둡게 반영된 것이다. 오랜 미소지니가 새로운 정보통신기술과 교차하여 우리가 어슴푸레하게밖에 이해하지 못하고, 대항할 준비를 할 수 없는 방식으로 우리의 정치와 문화를 바꿔 놓고 있다.


사실 책의 내용에 보충이 될 법한 더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에 있는데 여기까지 번역하고 지쳤다. 헥헥.


케이트 만은 단호하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23) 우리는 어떤 사람이 여성혐오를 실행에 옮겼거나, 여성혐오가 가능한 환경을 조성했을 때 그 사람이 가슴 깊이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알 필요가 없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훨씬 입증하기 쉬운 곳에 있다. 그건 바로 여성이 명백히 성별에 근간을 둔 적대와 마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위의 기사에 등장하는 토론토 사건에서 밴을 몰고 인도로 질주한 저 범죄자의 동기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그를 추앙하고 다른 이들에게도 범죄를 부추기는 인셀들의 행동도, 저들이 대체 왜 저러는지도. 여기엔 답이 없는데. 이렇게 가해자의 동기와 심리를 알고자 하는 시도가 가해자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논리로 악용된다는 걸 아는데. 그 과정에서 정작 피해자는 지워지고, 외면받고, 비난받는다는 걸 알면서도 "대체 왜"를 묻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것이다. 인과로 설명되지 않는 일이 불확실성과 무지에서 비롯되는 두려움을 일으키기 때문일 것이다. 인과로 설명되지 않고, 인과로 설명해서도 안 되는 일이 있다는 걸 머리로만 알 것이 아니라 몸으로도 받아들여야 할텐데.


번역하다 만 위의 기사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을 추가로 발췌한다.


John, a 30-year-old incel from New Jersey, tried pretty much everything he could think of to help himself succeed in the dating market. He works out regularly, eats vegetarian, and spends time reading up on fashion so he can try to dress well. He’s tried online dating for years and let some of his female friends set him up on dates.


But very few women have responded to his messages on dating apps. And when his female friends described him to their girlfriends, they would never describe him as “attractive” or even “cute.” Eventually, John concluded, he was just ugly — and there was nothing that he could do, no way he could eat or dress to fix that.


Like many incels, he was drawn to the community because he felt they were the only people who understood his experience. Other forum users were people he could commiserate with, virtual friends who swapped jokes and memes that helped everyone get through the day.


“Most people will not be in my situation, so they can’t relate. They can’t comprehend someone being so ugly that they can’t get a girlfriend,” John tells me. “What I noticed was how similar my situation was to the other guys. I thought I was the only one in the world so inept at dating.”


It’s hard not to feel for people like Abe or John. All of us have, at one point, experienced our share of rejection or loneliness. What makes the incel world scary is that it takes these universal experiences and transmutes the pain they cause into unbridled, misogynistic rage.


뉴저지에 거주하는 30세 존은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채식을 하고, 옷을 잘 입으려고 노력도 하고, 여사친들에게 소개팅도 주선받는 노력하는 인셀이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원래 못생긴 건 도저히 극복할 수가 없어서 여자친구가 생기지 않는다고 한탄한다. 세상엔 이처럼 데이트에 소질이 없는 사람이 있다고. 다른 데선 이런 얘기를 해도 이해받지 못하지만 인셀 커뮤니티에서는 공감을 받고 위안을 얻는다고.


일단 '존'이라는 사람이 내가 생각하는 인셀의 스테레오타입에서 벗어나서 놀랐다. 운동, 채식, 옷 잘입기는 스스로를 돌보며 삶을 풍요롭게 하는 데도 유용한 일들이 아니던가. 그런데 그 모든 노력의 목표가 데이트이고, 데이트에 실패하면 그게 다 부질없는 짓이라고 믿는 저 사고방식이 좀 충격이었다. 아무리 봐도 단지 외모가 문제는 아닌 듯한데..


인용한 부분의 마지막 두 문장이 서늘하다. "우리 모두는 언제고 자신 몫의 거절이나 고독을 경험한다. 인셀 세계의 무서움은 이러한 보편적인 경험을 가지고 스스로 자초한 고통을 노골적인 여성 혐오로 변질시킨다는 데 있다."


위의 기사와 관련하여 잭 뷰챔프가 <The Neoliberal Potcast>에 출연해 기사 내용을 설명하는 에피소드가 있어 링크를 달아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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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3-03-18 15: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먼지님 거친(?) 번역 감사합니다. 다락방님 매우 기뻐하실 것 같아요 ^^!

이런 내용이었군요. 인셀에 대해 잘 모르고 책도 안 읽었지만 존이 노력한 건 (채식 빼고는) 외면에 관한 것이네요. 첫인상에 집중하는 것 같은데, 내면에 대해서는 신경 안 쓰는가…

책먼지 2023-03-18 16:48   좋아요 4 | URL
도움되셨다니 다행입니다💕 이거 페이퍼 올리고 나서야 다락방님 글의 먼댓글로 쓸 걸 그랬나 싶더라고요!! (단발머리님이 그런 게 있다고 알려주셨었는데 깜빡했어요!!)

인셀들 사례를 보니 누군가에게 거절당한 경험에서 못 벗어나고 인간관계에서 계속 헛발질하다 그 원인을 자신에게 찾기보단 남에게 돌리면서 막 증오와 혐오를 키우는 것 같았는데.. 저들이 인간을 서열화할 때 그 기준이 상당히 피상적이더라고요.. 존의 경우 외모만 바꾸면 뭔가 자기 서열이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한 걸까요..???

건수하 2023-03-18 16:49   좋아요 3 | URL
기준이 피상적인 게 맞군요? 채식은
그런 의지만으로는 힘들 것 같은데…

먼댓글은 수정하셔도 적용되었던 것 같아요 ^^

책먼지 2023-03-18 17:13   좋아요 4 | URL
대박!! 수하님 말씀대로 수정으로도 되네요!! 기능 하나 더 습득해서 너무 뿌듯합니다ㅋㅋㅋ 이게 뭐라고 든든하고!!!

넵넵 수하님도 느끼셨듯 그들이 매우 피상적인 것 같았는데 인셀 개념이 손에 딱 잡히지가 않아서 더 공부가 필요한 느낌입니다!!
제가 채식을 해서(구 비건 현 페스카테리언) 채식한다는 사람에겐 왠만하면 무조건 호의와 동지애를 품는데.. 뭘하냐도 중요하지만 행동의 동기와 주체도 그만큼 중요하단 걸 또 깨닫습니다ㅠㅠ

DYDADDY 2023-03-20 08:30   좋아요 1 | URL
편집이나 번역의 어려움이 자신과 맞지 않는 글을 다룰 때가 아닌가 싶은데 꼼꼼히 번역해주셔서 고마워요.
남성의 가장 큰 착각 중 하나가 여성이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라는 것인데 사랑은 선택하는 것(올 어바웃 러브)에 대한 생각이 없죠. 게다가 남성이 어떤 여성에게 고백했을 때 그 고백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십중팔구는 자신의 자존심을 위해 상대 여성을 비하하는 경우도 있구요.
타인에게 잘 보이기 위해 사회적으로 인정된 권장되거나 선한 일을 하는 사람은 타자가 없어졌을 때 그 노력을 계속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도 남습니다. 타자의 기준에 맞춘 생활은 언젠가 결국 망가지기 마련이지요.
인셀이라는 집단이 계속 지지를 얻고 있다는 것은 남성들의 기존 사고방식에 대해 위기의식을 느끼기 때문일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여성의 권리가 신장될수록 기존의 권력을 쥐고 있고 그것이 당연하다 생각했던 남성들이 결집하는 것이겠지요. 페미니즘이 사회 전반에 뿌리내리고 당연한 것이라 받아들여지기 전까지는 이러한 저항은 계속되겠지만 한두세대 정도 지나면 와해될 것이라 생각해요. 그러한 인셀을 지지하고 함께할 여성은 없을테니까요.

책먼지 2023-03-20 10:16   좋아요 1 | URL
대디님 일단 몸은 좀 괜찮아지셨는지요?ㅠㅠ 번역의 어려움을 헤아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기사를 번역하는 건 사실 재밌었어요(마음이 힘든 것과는 별개로)!! 제 신념과 어긋나거나 여성 비하하는 연사의 발언을 옮겨야할 때 그때가 정말 다 때려치우고 싶었던 모먼트!!!
대디님 말씀대로 누구에게도 사랑을 강제할 권리와 의무는 없죠. 사랑은 그런 문제도 아니고요. 그걸 왜 모를까요??? 거절당했을 때 비하만 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아예 매장시켜버리기도 하잖아요..ㅠㅠ
타자가 없어졌을 때 그 노력 절대로 계속하지 않겠죠.. 진짜 허약하고 불쌍한 삶.. 파멸도 혼자 하지 않잖아요ㅠㅠ 왜 여자 자꾸 죽이냐고요!!
대디님 진단에 전반적으로 동의하지만 과연 한두세대만에 와해될까? 그리고 그 한두세대를 견뎌야하는 여성들은 대체 이게 무슨 횡액인가요ㅜㅜ

DYDADDY 2023-03-20 10:41   좋아요 3 | URL
책먼지님 // 주말동안 약을 먹고 정신이 흐릿해지면 커피를 마시고 그런 악순환의 연속이었지만 지금은 좀 나아졌어요. 걱정해주셔서 고마워요. ^^
남성의 관습적인 사고방식의 변화에 한두세대가 걸릴 것이라는 추측의 근거는 인셀과 같은 집단(우리나라로 변환하면 일베나 신남성연대같은 것이겠죠.)이 강하게 집결된다는 이유때문이에요. 무언가 위협을 받는 집단은 점점더 강한 결속을 가지려고 하죠. 그만큼 여성들의 주장이 거세어졌고 사회적으로도 그것이 올바르다고 인정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어요. 그리고 과연 인셀과 같은 집단의 사람들이 과연 그들의 사상을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까의 문제에서 그들의 자손(?)이 생기기 어렵거나 생기지 못할 가능성때문에 세대로 시간을 잡은 것이에요. 관습은 사회적으로 전수되기도 하지만 가정 내에서의 교육이 중요하기에 세대를 이어가기 어렵다면 시간에 따른 사회적 변화에 스러질 것이라고 보고 있어요. 지금의 20대 남성이 더이상 사회적 활동을 하기 힘든 것은 약 두세대 정도 후일 것이라는 예상인거죠. 여기서 우리가 페미니즘에 대해 이야기하고 공부하는 것이 별 것 아닌 것처럼 혹은 국지적인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런 작은 것들이 모이면 한세대 정도는 앞당길 수 있지 않을까 싶어 ‘한두세대‘로 예측한거에요.
여성에 대한 차별과 억압의 역사는 농경사회부터 시작되어 온 것이라 생각하면 오히려 우리 세대에서 끝장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오히려 놀랍고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오래 전에는 그것이 당연하다 생각하고 참고 견디었지만 지금은 그것이 불편부당하다는 것을 알기에 더 힘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아침해가 뜨기 전이 가장 어두운 것처럼 지금이 그런 시기가 아닌가 싶어요. ^^

책먼지 2023-03-20 14:28   좋아요 4 | URL
대디님 이번 주말 날씨 정말 좋았는데 앓느라 못 누리시다니 너무 억울하다!! 고생하셨어요 진짜ㅜㅜ
대디님 말씀 설득력 있고 무슨 말씀하시는 건지도 잘 알겠어요. 그런데 저는 아주 작은 사람이라 눈앞에 당장 제가 겪고 있는 이 ‘어둠’이 너무 버겁고 괴로워요. 한두세대 이후라는 말이 제게는 희망이 아닌 절망으로 느껴지고요.. 너의 생애 동안 너의 세상은 계속 이런 식일거야로 자동 변환되거든요ㅠㅠ 뭘 해결하거나 더 나아지려고, 내가 이 가부장제를 부숴버리고 차별을 끝내겠다고, 그런 목표로 제가 이런 책들을 읽고 공부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물론 가는 길에 그것까지 줍고 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당장 살려고.. 이거라도 안하면 정말 못살것같아서.. 그래서 읽고 쓰는 거라서 그렇게 멀리서 바라보며 현재를 가늠하는 일도, 미래를 보며 희망을 느끼거나 과거와 비교하며 지금을 자축할 수도 없는 것 같아요.. 더 짙든 옅든 어둠은 어둠이고 그래서 아프고 괴롭고 분노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태입니다ㅠㅠ

DYDADDY 2023-03-20 16:18   좋아요 2 | URL
책먼지님 // 날이 좋으면 좋은대로 읽고 나쁘면 나쁜대로 읽는 삶이라 그리 억울하지 않아요. ㅋㅋㅋㅋ
힘들고 괴로울 때 가장 필요한 것이 연대라고 생각해요. 연대라고 해서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고 이곳에서 서로 위안을 주고 공부를 하고 고민할 것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연대의 한 측면일거에요. 물론 ‘공부하는 페미니즘 독서 모임‘같은 강한 연대도 있지만 북플의 페미니즘 공부 단위처럼 약한 연대도 그나름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어두운 밤길에 돌부리에 걸리거나 진창에 발이 빠져도 여럿이 어깨동무를 하고 가면 금방 자세를 잡을 수 있듯이 함께 힘듬을 이야기하면서 나누고 웃고 공부하면서 한발짝씩 나아가다보면 아침이 올 것이라고 생각해요. 오즈의 마법사를 보면 도로시가 끝까지 갈 수 있었던 힘은 각각 무언가 하나씩 부족한 동료들이 함께 했던 것에서 나온 것처럼요.
괴롭고 힘든 일은 결국 마음에서 시작되는 것이니 이곳에서 조금씩이나마 힘과 위안을 얻어가시기 바라요.
최소한 여기는 인스타나 페북 트위터처럼 이상한 DM을 보내거나 자신과 맞지 않다고 폭언을 하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공쟝쟝 2023-03-19 17: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여성혐오*가 맞다고 생각합니다! 희진샘이라고 다 옳지만은 않으시죵!
마지막 문장 너무............... 응 나도 고독에 몸부림 치지만 나를 거부하는 남자들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인셀을 만날 수는 없어... 하지만 인셀 아닌 남자가 있는가? 그래 난 남성 혐오를 해.......... 나 여자 인셀맞아... !! ㅋㅋ 그래도 난 내가 사랑받지 못하면 나나 나를 사랑하자고 생각한댜능... 우리가 그런 차이가 있능가봉가...

책먼지 2023-03-20 10:21   좋아요 2 | URL
오잉..?? 일단 쟝님은 자발적 독신이신 것 같아서 인셀 탈락!! 사랑받지 못할 때 나를 사랑하고 아끼자며 푸코 읽고 글쓰는 멋진 쟝님과는 달리, 날 사랑안해?? 그런 너희를 비참하게 하고 파괴시키고 해끼치겠어가 인셀 마인드인 거 같아서 저 너무 무서워요 진짜 ㅠㅠ

DYDADDY 2023-03-20 11:00   좋아요 1 | URL
공쟝쟝님 // 정희진의 공부 텀블벅 후원하셨군요. 중간 구독이라 1월분을 이제 들었어요. ㅎㅎㅎ

공쟝쟝 2023-03-19 17: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근데..(인터넷 끄려다가 말고) 먼지님아 이런 글은 돈 받고 파셔야하는 거 아닌가요? ㅜㅜ 번역까지 해서 정성스러워라..... 일단 경외의 좋아요를 한번 더 누를 수 없음이 안타깝고.

˝대체 왜˝를 묻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것이다. <---------- 제가요. 제가 제가 그렇습니다. 대체 왜!!!!!!!!!!!!!!!!!!를 참을 수 없었던 이게(뭐 개인적 경험들도 있습니다만) 책이라곤 베셀 대여섯권 정도 밖에 안읽던 내가 페미광신도에 과몰입 독서가가 된 이유입니다. 왜. 왜.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그리고........ 뭐........ 망했습니다. 인생... 힘............듬... 왜를 묻기 시작하니 세상 모두가 나를 미워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내가 나를 안미워하기로 마음 먹었다. !!

DYDADDY 2023-03-20 08:34   좋아요 2 | URL
기존 질서에 대한 물음은 항상 반발을 부르죠. 문제는 그 반발을 하면서도 제대로 된 답은 주지 않는다는거죠. 기껏해야 원래 그런 것이다 혹은 예전부터 그래왔다 라는 관습에 얽매인 답만 줄 뿐입니다. 공쟝쟝님은 그런 관습에 대해 용감하게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기에 항상 응원하고 있어요. ^^

책먼지 2023-03-20 10:27   좋아요 4 | URL
알라딘이 접수하지 못한 쟝님의 좋아요는 제 마음 속에 저장..💕
앎은 괴롭죠 근데 모르면 더 미치겠다!!! 우리는 상처받았고 돌아있고 너무 괴로워서 괴롭다고 소리지르는 건데.. 난 안때렸는데 난 그런거 모르는데 야 오히려 니들이 문제야 하며 후드려팰때 진짜 또 더 돌아버리죠.. ㅠㅠ
쟝님은 제가 사랑한다!!! 그나저나 돌잡이에 책 잡았을 것 같은 쟝님에게 베셀 대여섯권밖에 읽지 않았던 과거가 있다니 충격!! 그럼 쟝님의 이 똑똑함과 분석력과 글빨과 기타 등등은 타고난 천재성 플러스 페미니즘 읽기 덕분이란 말입니까!!

다락방 2023-03-20 07:4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감사합니다, 책먼지 님. 무엇보다 번역 감사합니다. 저는 수하 님의 링크로들어가 구글 번역기 돌려서 출력해놨어요. 천천히 읽어보려고요. 그런데 구글 번역이.. 제대로 해줬을지 모르겠어요. 퇴사하면 몰타로 영어 어학연수 가고 싶은데 오늘 책먼지 님의 페이퍼를 읽으니 더 그러고 싶네요. 저도 구글 번역기 돌리지 않고, 영어라고 뒷걸음치지 않고 닥치는대로 읽을 수 있다면 좋겠어요. 한글을 알기 때문에 책을 읽을 수 있다면, 영어를 알게 된다면 더 많은 책을 읽을 수 있을테니까요. 지금은 그냥 닥치는대로 사기는 잘만 사는....

저도 [낯선 시선] 읽었는데 책먼지 님의 페이퍼에서 만나는 인용구는 또 고개를 끄덕이게 하네요. 맞춤한 문장들 가져와주셔서 이 페이퍼가 아주 양질의 페이퍼가 되는것 같습니다. 특히나 ‘혐오는 특정 대상을 싫어하는데, 그 이유가 자기 자신에게 있다.‘ 가 아주 가슴에 콕 박힙니다. 맞아요, 혐오의 이유는 자기 자신에게 있지요. 물론 혐오를 일삼는 자들은 그걸 알 리가 없지만요.

잘 읽었습니다, 책먼지 님. 같은 책을 읽고 있다니 너무 좋네요.

책먼지 2023-03-20 10:52   좋아요 5 | URL
제 경우 초등학생 때 컴퓨터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한국어로 된 정보가 전 세계 모든 정보의 몇 퍼센트나 될 것 같냐? 영어로 된 정보가 8-90퍼센트고 한국어로 된 정보는 미미하다 그러니 너네는 컴퓨터를 배워서 넓은 정보의 바다에 접속해라 모 그런 말씀을 하셨는데 저는 거기에서 영어에 꽂혀버려가지고.. 그 많은 정보에 접근하지 못하고 죽으면 너무 억울할 것 같고.. 그런 걸 다 모르고 산다는 게 겁도 나고 해서 제대로 영어를 배워보자고 동기부여받았던 것 같아요!! 다락방님의 몰타행과 영어 책 닥치는대로 읽기를 마구 응원합니다!!!
희진쌤 분석 진짜 탁월하지 않나요ㅠㅠ 이 책의 사례들 보면 희진쌤이 정의하신 그 ‘혐오’에 딱 들어맞는 것 같아요..ㅠㅠ
저야말로요!! 함께 이 책 읽고 계신 분들의 양질의 페이퍼를 읽으며 함께 읽기의 즐거움을 흠뻑 누리는 중입니다💕

그레이스 2023-03-20 08: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Incel community, 이런 온라인 커뮤니티가 있군요.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는 자본주의 시장이 있으므로, 아예 그 주장이 잘못된 것은 아니나, 이런 커뮤니티가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마지막 부분 읽으면서 ‘scary‘ 하네요

책먼지 2023-03-20 11:33   좋아요 6 | URL
그레이스님 인셀들 진짜 가관이예요.. 이들이 그들만의 자의적 기준에서 최상위에 있는 백인 금발 쿼터백 알파 메일을 채드, 그 채드들과 사귀는 매력적인 백인 금발 치어리더들을 스테이시라고 부르는데.. 사실 이들이 인종차별주의자이기도 하거든요ㅠㅠ 무서워요 진짜 ㅠㅠ

수이 2023-03-21 08: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런 멋진 사람 같으니라구, 이게 어딜 봐서 거친 번역입니까. 고마워요! 어제는 정신 없어서 선 좋아요만 누른 후 이제 막 읽었어요. 저도 이제 책 좀 붙잡아봐야겠어요. 좋은 하루 보내요 책먼지님! (애정이 그득해진다, 왜일까? 영어 잘 해서? 번역해줘서?-.- 에잇 모르겠다 💓)

책먼지 2023-03-21 10:46   좋아요 1 | URL
수이님 애정 뿜뿜에 저 지금 정신이 혼미합니다.. 번역한 나 자신 잘했다!!! 저도 이 페이퍼 올리고 다른 책으로 외도 중인데 다시 돌아가보려고요!! 함께 읽으니 진짜 너무 든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