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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알라디너 분들의 서재에서 보이기에 탐내고 있던 차에 도서관에서 발견하곤 <워드슬럿>을 냉큼 빌려왔다. 0장과 1장을 다 읽었고 2장으로 넘어간 상태다. 여성용 단어가 격하를 거친 사례를 읽는 건 매우 괴롭고 분통이 터지지만 흥미롭기도 하다.


이 책의 제목인 슬럿slut만 해도 '칠칠맞은'이라는 형용사로 남성까지도 수식하던 단어였으나 성적으로 '헤픈'이라는 의미로 성판매자를 칭하다가 1990년대에 포르노에서 많이 쓰이면서 젠더화된 모욕으로 격하되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이런 단어에 대처하는 방법은 아마도 사용을 피하는 것일 테다. 이 책에 등장하는 예시 중 '노처녀'와 같이 개념 자체가 시대에 낡아버려 해당 단어를 사용하는 게 우스워진다면 가장 좋을 것이다. 그러나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사라지게 만들려는 목적이 없더라도 발화하는 것만으로 기존 권력과 체제를 강화하는 단어를 그저 말하고 싶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 책은 다른 길을 제시한다. 단어의 의미를 긍정적으로 재정의해서 단어를 탈취해오라고 한다. 모욕을 위해 사용되던 단어의 의미를 완전히 바꿔서 애정을 담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으로 재전유하라는 것이다. 저자가 제목으로 사용한 '워드슬럿wordslut' 역시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언어에 죽고 못사는 사람, 단어 덕후라는 뜻으로 단어를 탈환해온 것이다.


미드 <보스턴 리걸>에는 다음과 같은 대사가 나온다.


Brad Chase: I outrank you.

Alan Shore: And I'm such a slut for authority.


내가 너보다 직급이 높으니 따르라는 말에 알았다는 대답을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이다. 여기서도 'slut'이 권력이라면 껌뻑 죽는다는 의미로 재전유되었다.


(65) 이는 모든 단어에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이유로 혹은 사람을 공격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사용 중지를 선언하는 문제가 아니다. 사실은 그 반대다. 이는 규칙에 대한 저항이다. '슬럿' 혹은 '푸시'와 같은 단어를 악의적으로 사용하지 않겠다고 거절함으로써, 우리는 여성의 섹슈얼리티와 남성우월주의를 위해 만들어진 불균형한 기준을 거부하는 셈이다.


내가 남몰래 무척 애정하는 이라영 작가는 <말을 부수는 말>에서 권력의 언어는 쉽게 발언권을 얻고 널리 들리지만 저항의 언어는 말하는 데만도 어마어마한 위험이 수반되며 설사 발언권을 얻는다 해도 쉬이 묻힌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라영 작가가 꼽은 저항의 언어 중 '퀴어'가 있다. 어맨다 몬텔 역시 '퀴어'를 재전유되고 있는 과정에 있는 단어로 꼽았다. 재전유 과정에서 부정적인 의미가 단번에 사라지지는 않는다. "(58) 의미론적인 변화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한 의미가 천천히 다른 한 의미를 덮어 기존의 의미가 지평선 아래로 지는 점진적인 과정에 가깝다. 단어의 긍정적인 변주가 점점 더 흔해지고 점점 더 주류를 차지할수록, 다음 세대가 말을 배우기 시작할 때 이러한 의미를 먼저 집어들게 된다."


나는 이런 접근방식이 우리에게 유용할 것이라 생각한다. 대다수는 들어보지도 못했거나 들어봤다 하더라도 남성을 비하하는 의미로 사용된다고 여기지 않는 단어를 남성 혐오로 규정하고 이를 지렛대 삼아 여성 혐오를 조장하는 움직임이 자주 목격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오조오억개' 같은 단어. 그들은 해당 단어에 애초 함의된 바 없던 남성 혐오라는 허구를 만들어내 이를 권력으로 여성 혐오를 정당화한다. 이때 이 단어를 말하지 않는 것은 오히려 그들에게 힘을 실어줄 뿐이다. 그들의 의도가 입막음이라면 우리는 스스로를 검열함으로써 그걸 도와주게 되기 때문이다. 이때 더 나은 대응은 단어를 되찾아와서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함으로써 공격의 빌미를 없애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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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5-11 14: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워드 슬럿>은 9월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도서로 선정해둔 참인데, 책먼지 님의 이 페이퍼를 읽노라니 어서 빨리 9월이 됐으면 좋겠어요. 읽고 싶습니다. 언급하신 이라영의 책은 내내 벼르고 아직도 구입하지 못한 책이네요. 이라영이라면, 아마도 책먼지 님 처럼, ‘남몰래 무척 애정하는‘ 독자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서재브리핑에 글 올라온 거 보고 반가운 마음에 헐레벌떡 달려왔는데, 역시 1등이네요? 껄껄.

책먼지 2023-05-12 10:16   좋아요 0 | URL
으아 제가 본의 아니게 예습을 해버리고 말았군요!! 이 책 내용도 좋지만 말투가 엄청 유쾌해요(읽으면서 다락방님 글 닮았다는 생각을 살짝 했답니다!!) 요즘 무슨 책을 읽어도 감흥이 별로 없었는데 이 책 덕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다락방님도 이라영 작가님 팬이셨나요!!! 핡💕 <말을 부수는 말>은 시의성이 있어서 몇년만 지나도 지금처럼 확 와닿지는 않을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무척 좋았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1등 축하드립니다💕🎉🎂🎊🥳 드릴 건 그저 저의 격한 애정과 감사뿐..❤️

공쟝쟝 2023-05-11 17: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조오억개!! ㅋㅋ 맞는 말 대잔치!!! 저는 적어도 싸울 의지가 있는 사람에게 (지쳐서 못 싸우는 사람까지는 모르겠고요.. 뭐 좀 쉴 수도 있죠..) 미러링 전략적으로 유효하다고 생각하고(물론 희진샘은 회의적이십니다) 부단히 언어에 대해서 사유를 하는 것(그걸 글로 써내는 것)이 그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그냥 막쓰는 사람들은 그런 언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사유 안하고 막쓰거든요.

더 고급스러운 언어를 발명하는 것까지는 아직 못하지만 일단 오조오억오조오억오조오오오오오오억!!!

책먼지 2023-05-12 10:26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 오조오억개 오조오억개 오조오억개!!!!! 쟝님의 이 댓글을 제가 오조오억번 좋아합니다💕
저는 미러링이 끝나지 않는 복수의 복수의 복수를 낳는 것 같아서 (비효율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선호하지 않습니다(일회성이라는 점에서도요!! 반복하면 바로 충격요법이 효과를 잃는 느낌) 하지만 욱하면 미러링이고 뭐고 다하는 편ㅋㅋㅋㅋ 그런데 이 책에서 제시한 방법은 긍정으로 부정을 이기고 단어를 탈환해온다는 게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부단히 언어에 대해 사유하고 글로 써내는 게 중하다는 것에 너무너무 공감합니다!! 쟝님 글들을 제가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아요!!
어흑 맞아요.. 좀만 생각할 줄 알아도 수치스러워서 그냥 막쓰고 못살죠!!!

자목련 2023-05-12 1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언급해주신 이라영의 책은 목록을 살펴보니 궁금해지네요.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쓰는 말이 어떤 의미일까, 제대로 써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임경선 작가는 책의 앞부분을 읽다가 읽을 가치가 없다는 판단이 서면 바로 읽기를 중단하고 중고서점에 팔아버린다고 한다. 끝까지 읽을 책이란 생각이 들면 그때부터는 책에 표시를 하며 적극적으로 독서한다고. 내겐 이게 매우 호쾌하나 무례한 방식으로 여겨졌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읽고 싶은 책도, 읽어야 할 책도 많다. 공간 역시 한정되어 있고 책은 꽤 부피를 많이 차지하는 물건이다. 이런 면에선 그의 방식이 현명하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러나 어떤 책에 대해 지나치게 빠르게 판결하고 최종 처분까지 내리는 게 불편한 것도 사실이다. 초반부 몇십 쪽이 부진하다고 냅다 책을 유배형에 처하는 느낌이랄까(애가 대기만성형일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내가 같은 일을 하게 생겼다. 역시 직접 경험해보기 전까지는 아무 것도 함부로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 내게 손절당할 책은 바로 <자살에 관한 모든 것>이다.



가장 불쾌했던 지점은 이것이다. 자살 현장의 사진과 이미지를 반드시 이렇게 많이 수록해야 했을까. 저자가 기자여서 그랬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자칫 '스펙타클'로 소비되기 쉬운 사진자료들을 이토록 조심성 없는 방식으로 독자에게 제시해야만 했을까.


더 근원적이고 교묘하게 나의 불쾌감을 자극했던 포인트는 저자가 책의 주제와 유지하고 있는 '거리감'이다. 그는 딱 취재 대상을 대하는 방식으로 의도적으로 거리감을 유지하면서 제3자의 차가운 시선으로 자살이라는 '현상'을 낱낱이 해부한다. 마치 그로써 '자살에 관한 모든 것'을 파훼하고 분류하고 객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듯이. 내겐 이게 끔찍한 모욕으로 느껴졌다. 내가 느낀 바에 가장 부합하는 말은 "condescending"이다. 한국어로 옮겨야할 때 가장 난처한 단어 중 하나다. 그러니까 내겐 저자가 우월한 위치를 점유하고 경멸적, 시혜적으로 사안을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적어도 내가 읽은 부분까지는 저자의 '당파성'과 '위치성'이 드러나 있지 않았으므로 판단은 유보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을 더는 읽지 않을 것이므로 설사 뒷부분에서 그의 입장이 드러난다 해도 내가 그걸 발견할 일은 영영 없을 것이다. 따라서 내 언술은 그 자체로 부당한 비난이 된다.



앞서 읽은 <자살에 대하여>는 비록 마무리가 정교하지 못했으나 저자의 '당사자성'은 드러났다. 내가 그의 생각과 입장에 동의할 수 있는지와 관계없이 그는 자살을 생각해 본 한 사람으로서 그의 내면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설명했다. 속을 드러냈다. 거기엔 어마어마한 용기가 수반되었을 것이다. 그 자체로 이 책은 좋은 책이 될 자격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자살에 관한 모든 것>에서는 낱낱이 파헤치고 추궁하는 외부자의 시선만이 느껴졌다. 이 책으로 내가 건질 수 있었던 것은 단 하나뿐이다. 설사 그런 게 있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내가 알고 싶은 것은 자살에 대한 '객관적 설명'이 아니구나, 하는 깨달음. 나는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이들의 내면에서 벌어지는 일이 궁금하다. 여기에서 나의 입장은 장 아메리와 궤를 같이한다. 자살은 객관적으로 설명 불가능하다. 이들의 내면을 '예감'하고 증언하는 일만이 이 문제에 관한 접근 가능한 설명의 형태에 가장 부합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접근에는 극도의 주관성과 개별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장 아메리의 <자유죽음>의 경우 읽자마자 다른 설명 없이도 바로 직감할 수 있었다. 이 사람은 경계에 선 적이 있었겠구나. 아마도 '구조' 당했겠구나. '뛰어내리기 직전'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는 대범함과 탁월함은 직접적인 경험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는 철저히 죽음 직전의 상황에 초점을 맞춘다. 존엄을 포기하지 않고는 견디거나 끌어안을 수 없던 '에셰크'가 그 이후 무관해지듯 자유죽음에 한해 그 이후는 타인에게만큼이나 본인에게도 무관해진다. 시도에 실패한 이의 이야기는 따라서 '객관' 만큼이나 경계된다. 장 아메리는 내면의 작용으로부터 자유죽음을 규명하려는 대담한 시도를 하고 있다. 직전의 순간을 훼손하는 모든 이야기들은 규명의 과정을 오염시킨다. 심리학 역시 경계 대상이다. 그건 살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학문이기 때문이다. 이때 모든 자살이 자유죽음은 아니다. '존엄'과 '자유'는 자유죽음의 필수요소다. 주체는 오로지 자신에게 속한 권한을 사용하는 것이다. 그 자신에게 있어서 그러한 죽음은 무엇보다 '자연스러운' 죽음이 된다. 모순의 모순에 전속력으로 돌진해가며 사유를 밀어붙이던 그가 149쪽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구체적 경험을 진술한다. 나는 여기에서 엄청난 감정적 동요를 느꼈다. 거기에 드러난 그의 가장 연약한, 날것의 속내가 실패한 자의 고백이 아니라 뛰어내리기 직전의 심정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는 이 책 전체를 빌려 자신의 자유죽음을 고백하고 있는 거였다. 그제야 비로소 저자의 이력을 확인했다.


이 책은 아무도 설득하려 하지 않지만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더 죽고 싶어지거나 더 살고 싶어지지는 않았다. 그저 저자의 목소리에서 '나'를 발견했을 따름이다. 나는 그가 장엄한 세계의 사람이라 더욱 비참했으리라 생각한다. 그가 살아내야 했을 삶에서 장엄한 사람이 맺을 수 있는 결말이 아주 많지는 않았을 것이다.


(208) 심지어 우리 속에 층층이 쌓여 있는 세계는 피부보다 훨씬 더 가깝다. 그 세계는 온전히 우리 것이다. 비참한 것이든 장엄한 것이든, 그것은 우리의 세계다. 우리는 그 세계에 속한다. 이 말은 달리 풀자면,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속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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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DADDY 2023-04-30 09: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삶에서 내몰린 사람들..
깊게 들어가면 자살의 거의 모든 원인은 사회 문제라고 생각해요. 사회가 사람이 자신의 삶을 사랑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죠. 개인적인 원인으로 많이 손꼽는 우울증도 그 원인을 찾아보면 결국 사회적 원인으로 회귀됩니다.
‘거의 모든‘이라고 한 이유는 존엄사때문입니다. 물론 존엄사가 자살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극심한 고통으로 더이상 삶의 의지를 이어갈 수 없는 경우에는 그 선택을 존중해야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주체적인 죽음도 또 하나의 예외이겠죠. 투병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들뢰즈가 마지막 힘을 짜내어 투신한 것처럼요. 또다른 방식의 존엄사겠죠.
삶이라는 것이 무거운 주제인만큼 그 끝인 죽음은 더 무거운 주제라 모두가 언급을 피하는 경향이 있는데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죽음에 대해 오히려 삶 가까이에 두어야겠죠. 좋은 책을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살에 대하여>의 해제를 쓰신 분이 페미니스트시더군요. 그래서 읽어야할 이유가 더 생겼어요. ^^

책먼지 2023-04-30 11:38   좋아요 3 | URL
음.. 모든 원인을 사회 문제로 귀결시킬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장 아메리는 <자유죽음>에서 원인을 사회에서 찾으면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게 된다고 강하게 비판해요. 정작 자살자를 외면하고 사회의 관점에서만 이야기할 수 있다고요. 이러한 접근방식에서 자살자가 처한 상황이나 내면이 지워질 위험이 있다는 데는 저도 동의합니다. 명백히 사회문제가 원인인 것 같을 때도 좀더 개인의 내면을 들여다봐야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렇게 되면 우리 사회는 또 개인 탓만 하면서 사회의 책임까지 다 개인에게 전가할 수 있으니 딜레마네요ㅠㅠ
<자유죽음>의 경우 그만두는 건 언제든 할 수 있으니 조금만 더 견뎌볼까의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이 책을 내고 2년 뒤에 장 아메리가 결국 삶에서 나간 것을 보면 삶이 주는 굴욕과 구토감, 죽기 위해 그 모든 걸 견뎌야 한다는 인생 자체의 부조리를 오래 견디지는 못한 것 같아요.
제가 요즘 이 주제에 심취해있다고 하니 다락방님, 잠자냥님, 은오님 등 많은 분들이 입 모아 추천해주셔서 읽게 되었는데 정말 좋은 책이었습니다!!
<자살에 대하여>에 적혀있는 하미나 작가의 해제는 미괴오똑(미쳐있고 괴상하고 오만하고 똑똑한 여성들)에서 본인이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와 매우 흡사해요. 음.. 페미니스트로서의 하미나 작가를 만나고 싶으신 것이라면 미괴오똑을 먼저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맞아요 대디님.. 죽음이라는 문제를 이야기하는 게 거의 금기시되고 있는데 말씀대로 피할 수 없는 일이니 잘 들여다볼 줄도 알아야하는 것 같습니다. 꼼꼼히 감상 읽고 여러모로 생각할거리들을 던져주셔서 감사합니다💕

희선 2023-04-30 01: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앞부분을 보니 더 보기 어려운 책이 나타났군요 제가 《자살에 관한 모든 것》을 봤다면 어땠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거 말하면서 사진을 보여줘야 할까 하는 생각은 들기도 합니다 사진은 바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한데...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이라 해도 예의는 지켜야 할 것 같아요

장 아메리는 다른 사람을 설득하려 하지 않지만 설득력이 있군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희선

책먼지 2023-04-30 11:52   좋아요 2 | URL
하아.. 맞아요 희선님 사진을 보여줄 필요가 없죠!! 처음에는 영화 같은 데서 떼 온 장면인 줄 알았어요.. (삽화 같은 게 섞여있어서요) 그런데 실제 사건 현장사진도 섞여 있더라고요.. 뭐가 뭔지는 제가 더 들여다보기 싫어 확인하지 않았는데 희선님 말씀처럼 정말 무례한 짓임에 분명합니다!!!

장 아메리는 우리에게 스스로 죽음을 택할 자유가 있다고 봤어요. 위의 대디님께도 말씀드렸듯이 끝내는 건 언제든 할 수 있으니 일단은 살아보라는 느낌?? 그리고 그가 이 글을 남겨놓았기에 우리가 그의 선택을 이해하게 되죠..

공쟝쟝 2023-04-30 12:2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모든 것>이라는 제목부터 오만한데요. 캐주얼하게 지식 충족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겐 좋은 책일테고, 그런 독서를 비난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이런 기획의 책들‘만’ 잘 팔리는 책이 되는 것은 영 찜찜해요! 그런 시선(이 역시 시각중심적인 언어사용이지만 대체할 말을 찾지 못하였나이다)이 문제적이므로.
먼지님의 책 선택, 글 선택, 아닌 책을 골라내는 평은 빛을 발합니다 ⭐️✨⭐️💡
고를 것이 많은 현대의 인문취향 독자들에겐 거를 까닭을 알려주는 먼지님의 독후감과 비평이 유용합니다 ㅋㅋ 오래오래 많이많이 써주세욥! 🙏

책먼지 2023-05-03 13:16   좋아요 3 | URL
쟝님 저 예전에는 비독서인구(?)에게 어떤 책이든 일단 읽게만 하면 독서경험이 확장되어서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다른 분야 책들도 읽겠지 생각했었는데요. 주변을 보면 자기계발서 읽는 사람은 정말 끝까지 자기계발서만 읽더라고요.. 그래서 쟝님이 말씀하신 것 같은 찜찜함이 더 커져요.
제가 이런 책은 팔리면 안 된다고 성토하며 원서를 검토해서.. 노동력은 노동력대로 갈아먹고 도서번역 기회는 기회대로 날려먹은 그런 사람입니다!!! 하하..ㅠㅠ
쟝님께 유용했다니 기쁩니다!! 누가 뭐래도 제멋대로 쓰겠어요!!!

다락방 2023-05-02 09:1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주말이나 연휴에 놋북을 잘 열지 않거든요. 그래서 밀린 글이 많아요. 월요일(지금은 연휴 때문에 화요일)이 되어 출근해서 알라딘에 들어오면 제 나름대로 밀린 글을 읽으려고 하지만, 너무 많아 그것이 쉽진 않고요. 다만, 제가 닉네임을 클릭하고 들어가서 내가 놓친 글은 없나 들여다보는 몇몇 분들이 계십니다. 제가 글을 놓치고 싶지 않은 분들이요. 책먼지 님이 그중의 한 분이십니다. 오늘 혹여 놓친 책먼지 님 글은 없나 싶어 책먼지 님의 닉네임을 누르고 들어왔어요. 역시, 그렇게 누르고 온 보람이 있는 글입니다.

저는 책먼지 님과 아주 다른것 같은데 간혹 아주 비슷한 지점들이 있는 것 같아요. 어떤 윤리적인 부분에서 교집합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일전에 제가 <여자, 계급, 인종>을 읽고 쓴 페이퍼의 책먼지 님 댓글을 읽을 때도 그랬고, 오늘 이 글을 읽으면서도 그런 생각을 합니다. 책먼지 님과 제가 생각하는 윤리는 어떤 지점에서 닿아있는 것 같아요. 그것은 음, 단적으로 예를 들자면 ‘거리감‘이 있을테고요, 이건 어떤 단어(언어)로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문장으로 설명하자면, ‘너 왜 그렇게 말해?‘ 정도가 될 것 같아요.

아, 그리고 사실 굳이 말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말하자면, 저는 임경선 작가를 싫어합니다. 저 책먼지 님의 이 글 처음 부분에서 아아, 임경선을 좋아하시는건가 흑, 했는데 무례하게 느껴졌다 하셔서 내적 환호 했습니다. 저 정확히 무례하다고 생각했었어요, 임경선 에세이 읽고요. 식당 옆테이블에 앉은 여자를 자기 멋대로 어떤 사람일 것이다 생각하고 비난하는 거였는데 진짜 그 책 읽고 다시는 임경선을 안읽었어요. 대화 한 번 나눠보지 못한 옆자리 사람에 대한 악의를 이렇게 책에 쓰다니. 저에게 임경선은 무례로 기억됩니다.

책먼지 2023-05-03 13:35   좋아요 2 | URL
다락방님 출근과 함께 알라딘 활동이 활발해지시는 것은 눈치채고 있었는데.. 제 글을 일부러 챙겨보고 계신 줄은 몰랐어요ㅠㅠ (꼼꼼하게 읽어봐주시는 건 알고 있었는데 일부러 아이디 누르고 들어와 놓친 글 점검하시는 거라곤 생각도 못했어요) 감동..🥹 친구가 몇 없는 저도 며칠 안 들어오면 밀린 글 다 따라잡기가 어려운데 다락방님은 어떠실지 짐작조차 되지 않습니다!!

저도 다락방님 글에서 어떤 사안에 대한 비슷한 태도를 발견하고 크게 공감하곤 합니다. 심지어 제가 아직 언어로 만들지 못한 것까지 짚어서 제 속이 다 후련하게 가려운 걸 긁어주실 때 진짜 엄청 감탄해요!! 그리고 그게 윤리였군요!! 윤리적인 교집합이었어요!! 기본적인 인간됨에 대한 합의?? 같은 거요!! 오늘의 한 마디는 ’너 왜 그렇게 말해?’가 되겠습니다ㅋㅋㅋ

저도 임경선 작가 기피합니다.. 쿨하게 보이려고 도를 지나치는 면이 있는 것 같아요. 그게 제게도 무례함으로 느껴지고요. 그리고 그 무례함을 솔직함으로 포장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읽으신 에세이 혹시 <태도에 관하여> 였을까요? 예로 들어주신 게 익숙한데 어디서 읽었는지 가물가물) 그러나 다락방님은 설사 제가 임경선 작가를 좋아했더라도 그 이유만 타당하면 얼마든지 그럴 수도 있네 하고 귀기울여주셨을 것 같은 느낌입니다🥹💕

다락방 2023-05-09 07:51   좋아요 2 | URL
제가 읽은 임경선은 <엄마와 연애할 때> 였을 겁니다. 그거 한 권 읽고 더는 임경선을 만나지 않았.. 하핫;;

잠자냥 2023-05-10 12:59   좋아요 1 | URL
ㅋㅋㅋ 임경선에 관한 부분에서 다부장님과 똑같은 심정을 느낀 잠자냥....
임경선으로 대동단결.......ㅋㅋ

2023-05-04 17: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09 1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은오 2023-05-10 01: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헐 ㅋㅋㅋㅋ 자살에 관한 모든 것 저 샀는데.... 심지어 조만간 읽으려고 책상 위 미니책장에 꽂아둬서 지금 눈앞에 바로.... 아악!!!!! 저도 일단 읽어보고 올게요!!! ㅋㅋㅋㅋㅋㅋ

책먼지 2023-05-11 11:08   좋아요 1 | URL
은오님 저는 앞부분 읽다 너무 괴로워서 포기했는데 혹시 은오님께는 다른 책이 될 수도 있고 또 은오님이 다르게 읽어주시면 그걸 보고 제가 이 책 다시 보게 될 수도 있으니 포기하지말고 읽어보고 와주세요🔥 미니책장에 또 무슨 책 들어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1장에서는 용어와 개념을 익히느라 머리가 아팠고, 2장은 해외 사례라 피부에 와닿지 않았는데(전세계적으로 난리구나 큰일이네..) 3장부터는 독서 경험이 매우 다이내믹해졌다. 현대 한국을 살아가는 우리가 직접 겪었고, 겪고 있는 일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한국에서 안티페미니스트 백래시가 체계화되기 시작한 시점을 2021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국민의힘 20대 대선 후보 경선부터라고 보고 있다. 이전에는 일부 남초 커뮤니티와 소수 남성 정치인들이 여성운동과 페미니즘을 공격했다면 이 두 사건을 계기로 그런 행동이 "공적 담론의 영역으로 들어와 정치적 위상을 갖게 되었다(141)"는 것이다. 거대 보수정당이 민주당의 세력 기반을 약화시키고 20대 남성을 지지 세력으로 끌어오기 위해 선거 때 백래시의 주요 이슈를 공론화하여 대중 동원의 수단으로 사용한 것이다.


(154) 일부 남초 커뮤니티의 안티페미니즘과 여성혐오 정서는 1999년 군복무가산점제도의 위헌판결 이후 인터넷을 중심으로 형성되어왔으나, 사회적 영향력은 크지 않았다. 그러나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20대 남성들의 오세훈 후보 지지가 '이대남 프레임'으로 규정되면서 정치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20대 남성들은 국민의힘과 이준석 대표, 윤석열 후보로 이어지는 대선 행렬의 강력한 지지 세력으로서 정치적 효능감을 과시했다.


(156) 20대 남성들이 불안, 분노하게 된 사회적 맥락을 따져보면 그 원인은 여성운동이나 여성정책, 여가부의 존재에 있지 않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확대되어온 신자유주의 경쟁 체제에서 청년 세대는 성별에 관계없이 고용과 삶의 총체적 불안정에 직면해 있다. 이런 세대적 상황 때문에 이들을 '생존 세대', 연애, 결혼, 출산을 비롯한 사회적 관계와 개인적 삶의 중요 조건들을 포기해가는 'n포 세대'로 부르며, 이런 불행은 이들이 직면한 조건이다. 따라서 청년 세대의 불안과 분노, 우울과 좌절은 남성에게만 국한되지 않으며, 여성을 포함한 청년들의 세대적 특징이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 남성들은 자신의 분노를 투사할 집단으로서, 아버지 세대에는 경쟁 상대가 되지 못했던 여성들을 지목해왔다.


이에 대해 저자는 "청년 남성들은 과거 세대와 비교해 특권의 상실이라는 박탈감을 느끼는 데 비해, 여성은 잃어버릴 특권 자체가 없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뿐(246)"이라고 진단한다. 이 문장을 읽고 너무 웃었다. 그래, 우린 다 문동은이라고. "내 몸은 이미 다 망가뜨렸고 내 영혼도 이미 부서뜨렸고 니가 뭘 더 할 수 있는데. 넌 지금부터 그냥 당하는거야. 내가 그랬던 것처럼. (feat. 더 글로리)"


'여성가족부 폐지'와 관련해 저자는 구조적 성차별이 있음을 부문별로 조목조목 입증하고, '남성 역차별' 주장과 관련해 소위 '여성우대' 정책이란 것이 차별 시정 조치임을 조곤조곤 설명한다(내내 누군가가 차별받는 동안 너희에겐 부당하게 유리했던 것이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력은 표를 얻기 위해서,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 권력 유지를 위한 통치 수단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이런 근거 없는 전략을 밀고나간다. 이 과정에서 탈민주화가 함께 일어난다. 그리고 "정치 양극화와 경제 불안이 심각한 사회에서 안티페미니스트 백래시는 더욱 강력한 힘을 갖는다(214)."


이런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239) 탈민주화 사회에서 페미니즘과 여성운동에 대한 공격은 그 자체로 고립되어 일어나지 않는다. 안티페미니스트 백래시는 사회 전반의 민주주의 제도를 무너뜨리고 권위주의를 강화하는 사회세력이, 국가권력이나 사회적 영향력을 바탕으로 반여성적 공격을 해나가는 현상을 가리킨다. 따라서 그에 대한 대응 역시 페미니즘이나 여성운동만의 시각으로 한정해서는 안 된다. 여성주의 시각을 중심에 두되, 전 세계적 추이와 지역적 특징, 담론과 물질적, 상징적 차원의 변화를 함께 살펴보아야 한다.

더욱이 안티페미니스트 백래시가 전개되는 탈민주화 사회에서는 여성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하층계급과 빈곤층, 이주민, 장애인 등 '그들'로 분리되는 인구집단에 대한 혐오, 차별, 폭력이 공존하기 쉽다. 그러므로 백래시에 대응할 때도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사회적 맥락을 읽고, 그 안에서 다각적 연대를 통해 조직해야 한다.


교차성과 맥락을 고려해 현실을 파악하고 더 깊고 넓게 연대하면서 민주주의도 수호하라는 소리인 것 같다.


저자는 구체적으로 다섯 가지 대응 전략을 제시한다.


1. 여성주의 실천의 가치와 지향, 역사와 전략이 무엇인지 시민들에게 제대로 알려라.


(247) 극단적인 생물학주의나 성소수자 혐오와 같은 페미니즘의 일부 경향이 전체 페미니즘으로 확대 해석되면서 페미니즘에 대한 비난과 공격이 늘어났다 (...) 페미니즘은 그 시각과 입장의 복수성을 핵심적 가치로 하는 동시에, 사회적 약자와 주변인의 위치에 선다는 원칙을 공유한다. 또 '젠더'라는 문제의식, 즉 성차별과 성폭력은 생물학적 요인뿐 아니라 사회문화적 규범과 정치경제적 권력관계 속에서 형성되고 변화한다는 이론적 사고를 토대로 한다. 이러한 젠더와 페미니즘, 여성운동 등 여성주의 실천의 문제의식과 관점, 사회적 지향을 정확히 전달해가려는 노력이 대단히 중요한 시점이며, 이를 위해서는 페미니즘 교육을 늘리고 질적으로 개선해나가야 한다. 아울러 사회적 담론과 국가 제도, 관행의 개선 역시 의식의 변화를 꾀하는 중요한 수단이라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2. 여성들 간의 연대가 매우 중요하다.


(248) 여성주의 연대는 연령과 성별, 지역과 계층을 넘어서는 개방적이고 다각적인 연대를 구축해가야 한다.


3. 지역사회의 풀뿌리 여성운동을 더 튼튼하게 만들어라.


(249) 지역사회 차원에서 풀뿌리 여성운동의 영향력을 유지해 나갈 경우, 정치권력의 변화에 크게 흔들리지 않고 여성운동이 유지될 수 있다.


4. 담론 지형의 전투에서 반혐오, 반차별, 반폭력 세력의 연대가 중요하다.


5. 여성운동과 여성정책의 프레임이 달라져야 한다.


(250) 이제 성평등 정책은 안티페미니즘 세력의 반발에 항상적으로 직면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여성운동의 프레임을 여성운동-국가의 양자관계가 아니라, 여성운동-반여성운동-국가(지방정부)의 삼자 관계로 수정하고 운동의 전략을 수립해가야 한다 (...) 여기서 안티페미니즘 세력은 일부 정당이나 정파, 종교집단으로 특정화될 수 없으며, 단일한 것도 아니다. 각각의 세력들, 정당이나 종교집단, 사회운동 세력은 내부적으로 온도차가 있긴 하지만 분명 페미니즘과 안티페미니즘 세력이 공존한다. 그리고 이런 지형은 정치사회적 변동에 따라 변화한다. 따라서 단순한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국가와 시민사회의 각 영역 속에 자리 잡은 안티페미니즘의 세력화를 주의깊게 관찰하고 대응해야 한다.


저자가 이런 목소리를 내준 게 기껍고도 고맙다. 누군가는 읽을 것이고, 누군가는 실천할 것이고, 누군가는 이걸 바탕으로 더 나은 걸 만들어낼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성평등 운동과 정치에 필요한 또 다른 요소는 젠더 렌즈를 장착한 감응적 질문들이다. 감응적 질문이란 어떤 문제를 발견하기 위해 민감하게 던지는 질문을 말한다. 무엇이 문제인지뿐만 아니라, 무엇이 문제로 제기되지 않았는지를 동시에 고려하는 질문이다. 이런 질문 방식은 정치와 정책 담론에서 중요하지만 이슈화되지 않는, 부재하는 것들을 찾아 확인하려는 목적을 지닌다. 그리고 왜 그것이 문제로 설정되지 않았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이는 사회적 담론의 형성에서 배제의 과정을 드러내고 가시성을 부여하려는 노력이다. 전 세계적으로 일어났던 미투운동이 그 전형적인 예가 될 수 있다. 성폭력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해왔는데도 그 피해를 말하고 드러내지 못했던 이유를 찾고, 피해 경험에 대해 말하며 듣는 데 집중하려는 실천이다. 위계적인 젠더관계 속에서 피해를 드러내지 못했던 여성들이 성폭력 피해를 말하고 범죄 행위임을 확인하는 것이다. - P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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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DADDY 2023-04-05 00: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완독 축하드려요. ^^
우리 나라의 페미니즘에서 확장성이 떨어지는 이뉴는 연대의 부족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책에서 맥락을 정확하게 짚어주는군요. 그리고 연대가 꼭 여성이어야만 할 필요가 없다는 내용에도 공감해요.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 단체나 비정규직 노조와도 연대를 할 수 있어야겠죠. 서울지하철 전장연의 시위에서 가장 아쉬웠던 것이 어떤 단체나 집단도 연대하지 않았다는 것이었어요.
계획에 잡힌 책이 끝나는대로 저도 읽어야겠어요. 깔끔하고 좋은 정리 고마워요. ^^

책먼지 2023-04-05 08:26   좋아요 2 | URL
어므나.. 감사합니다!!! 저도 저자가 제시하는 전략에 전반적으로 동의했어요!! (한편으론 이거 여기 알라딘에서 알라디너들이 하고 있는 일들이잖아??? 하면서 반가워하기도 했고요!!)
어려운 개념들이 속속 등장해서 저는 따라가기만도 바빴는데.. 대디님은 훨씬 풍성하게 읽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락방 2023-04-05 08: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다 읽으셨군요, 책먼지 님. 다 읽고 이렇게 정리해주셔서 감사해요. 덕분에 이 책을 제가 읽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장바구니로 슝슝-

책먼지 2023-04-05 10:17   좋아요 1 | URL
저 이 책 노트에 메모하면서 공부하다시피 읽었는데도 정리가 차라락 되지 않고 돌아서면 휘발되는 느낌이예요!! 비교적 얇아서 쉽게 읽겠거니 했는데 밀도가 높더라고요!! 다락방님이 읽어주시면 또 다를 것 같아서 기대됩니다💕

건수하 2023-04-05 10: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점심먹고 읽어보겠습니다!

책먼지 2023-04-06 09:04   좋아요 2 | URL
점심 드시고 돌아오시겠다더니.. 아아 님은 갔습니다(털썩)

건수하 2023-04-06 09:46   좋아요 1 | URL
앗 어제 점심에 손님이 와서 정신없다보니 까먹… ㅠㅠ 얼른 읽겠습니다! 🫡

책먼지 2023-04-06 09:58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글은 막 건너뛰셔도 됩니다!! 저만 안 버리시면!!!!

자목련 2023-04-05 11: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먼지 님의 정리로 한 권의 책을 읽은 기분입니다. 감사해요^^

책먼지 2023-04-06 09:05   좋아요 0 | URL
자목련님께 도움이 되었다니 기쁩니다💕 이 책 더 널리 읽혔으면 좋겠어요!!!

건수하 2023-04-06 10: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략을 명확하게 제시하는 책이 드문데, 그 부분이 정말 반갑네요.

여성운동의 프레임을 여성운동-국가의 양자관계가 아니라, 여성운동-반여성운동-국가(지방정부)의 삼자 관계로 수정하고 운동의 전략을 수립해가야 한다. 이 부분도 날카롭구요.


하지만 전략 1번부터 참 어렵다고 느끼는게...

얼마전 제가 오랫동안 활동했던 여성 커뮤니티에 <제2의 성> 에 관한 글 올렸다가 (제가 보부아르 너무 똑똑하고 멋지다고 썼더니 깊은 인상을 받으신) 한 분이 ‘개인적으로 페미에는 관심없는데 ^^ 똑똑함은 느껴보고 싶어서 책 찾아보겠다‘ 고 하셔서 제가 빡침을 가누지 못하고 관심없으신게 페미니즘인지 페미니스트인지 모르겠으나 관심이 없다면 읽을 때 좀 괴로우실 것 같다고, 그러나 목적한 바를 이루시길 바란다 라고 댓글을 달았더니 좀 있다가 조용히 댓글을 삭제하고, 본인의 개인정보가 들어간 글까지 삭제하는 일이 있었거든요. 그냥 좋게 달고 책 읽게 놔둘걸...

1번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일단 제 까칠한 성격부터 잘 다스려야 할 것 같습니다.... 인격수양 혹은 인격위장이라도...

(책먼지님 글 읽고 나니 이 책이 더 읽고 싶어지네요)

책먼지 2023-04-06 10:35   좋아요 3 | URL
수하님 짧은 댓글도 좋지만 긴 댓글은 더 좋네요🥰 역시 좋은 건 길게 봐야!!!

저도 이 책 읽으면서 그 지점이 참 좋았어요!! 문제를 적확하게 지적하는 것도 물론 매우 어렵고 중요한 일이지만 거기에 대책까지 제시하는 책이 정말 드문데.. 저자가 어마어마한 용기를 보여준 것 같아서요💕

헉.. 저도 같은 댓글 받았다면 반응이 좋게 나가진 않았을 것 같아요😭 이런 인간까지는 내 인생에 필요없지를 모토로 칼같이 사람 쳐내며 살아온 3n년 차 인생.. 전략 실천을 위해서는 저에게도 인격위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ㅠㅠ

저는 이 책을 사실 2,30대 남성들에게 쥐여주고 읽히고 싶은데.. (또 맨날 우리만 읽지!!!😭) 안 읽겠죠..? 안 읽을거야..

건수하 2023-04-06 10:43   좋아요 2 | URL
‘이런 인간까지는 내 인생에 필요없지‘ 으앜ㅋㅋㅋㅋ

너무 공감돼서 빵 터졌어요. 책먼지님 저랑 공통점이 좀 있는듯..

더 큰 것을 이루기 위해 작은(?) 괴로움을 감내해야 하려나봅니다.
2-30대 남성이 주변에 별로 없어서... 상사가 이 책 주고 읽으라고 하면 갑질이라고 하겠죠...?;;;

책먼지 2023-04-06 11:04   좋아요 1 | URL
후후후 수하님께 공통점 인정받아버린 저란 사람..하!! 어떻게.. 팜플렛처럼 개인책상에 좀 깔아둬볼까요..???
 
[남성 특권]인셀 혹은 비자발적 독신

'여성 혐오'의 가장 큰 문제점은 남성 혐오라는 대칭적 용어의 발단이 되었다는 것이다. '여혐 대 남혐'이라는 이분법이 그것이다. 이분법은 A와 not A라는 타자화의 문법으로, 평등으로 여겨지기 쉬운 속임수다. 미소지니라면 다르지 않았을까. 미소지니는 대립 구도를 만들어내기 힘든 단어다. 그대로 수용될 수 있다. 남성 위주 사회는 너무 오래된 역사라서 여성에 대한 비하와 차별은 남녀 모두에게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이를 자각하고 여성이 자신의 이중 노동, 여성에 대한 폭력을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이 (남성) 혐오인가? - 정희진 <낯선 시선> p.83


혐오는 특정 대상을 싫어하는데, 그 이유가 자기 자신에게 있다. 자기 문제의 반영이자 합리화다. 혐오는 자신과 타인의 인간성을 훼손한다. 악플이 대표적이다. 이에 반해 분노는 자신을 억압하는 대상에 대한 정당한 판단이며 스스로를 격려하고 존중하는 힘이다. 이처럼 혐오와 분노는 이유, 양상, 효과가 전혀 다른 인간 행동이다. - 정희진 <낯선 시선> p.84


나는 정희진 쌤의 분석이 타당하다고 생각하며, 용어를 제대로 정의하는 것의 중요성에도 공감한다. 언어는 우리가 싸우는 데 필요한 무기이다. 용어만 제대로 정의해도 싸움은 수월해진다. 원하는 방향으로 전력을 집중할 수 있고, 의도치 않은 소모전을 줄일 수 있다. 케이트 만이 1장에서 용어부터 섬세하게 정의하고 들어가는 것 역시 그가 펴고자 하는 논지에 적합하게 도구부터 손질하는 작업에 다름 아닐 것이다. 그러나 <남성 특권>을 읽을수록 이건 '여성 혐오'가 맞다는 생각이 든다.


케이트 만이 정리한 용어를 몇 가지 가져와 보려고 한다.


(17) 힘패시himpathy란 권력이나 특권을 가진 남성이 성폭력을 저지르거나 여성혐오적 행위를 했을 때 오히려 여성 피해자보다 더 공감과 염려를 받는 현상을 일컫는다.


여성혐오가 가부장제의 "법적 실행"의 일부분으로 개념화되어야 한다는 제안과 관련하여(여기서는 여성혐오를 미소지니로 바꾸어 읽었을 때 개념이 더 잘 와닿는다) (21) 여성혐오라는 구조는 젠더화된 규범과 기대치를 존속시키고 집행하는 동시에 여성들을 극한의 적대적 환경에 몰아넣는다. 다시 말해 여성들은 수많은 요인 중 여성이라는 성별로 인해 그런 환경에 처하게 된다. (...) 여성혐오는 보통(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여성들이 성별 논리가 내포된 "법과 규칙"을 위반했을 때 촉발되는 반응이다. (...) 적극적으로 누군가를 해하지 않을 때조차 여성들을 어떤 경계 안에 옭아매는 것이 여성혐오다. 우리는 경계를 위반하거나 어떤 과오를 범할 때에야 비로소 애초에 왜 자신이 경계 안에 갇혀 있었는지 그 이유를 깨닫는다.


(21) 성차별은 여성혐오와 대조적으로 가부장제의 이론적, 이데올로기적 부산물이다. 가부장제의 규범과 기대치를 이성적으로 납득시키고, 자연스럽게 만드는 데 복무하는 신념, 관념, 전제들이 전부 여기에 해당된다. 성차별에 기반한 노동 분배와 대대로 남성의 권력과 권위가 작동해온 영역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우위를 점하는 일들이 성차별의 예다.



(26) 이 책은 여성혐오, 힘패시, 남성 특권이 여타의 억압적 시스템과 결합해 작동하면서 불공평하고 왜곡된, 때로는 기이한 결과를 낳는 과정을 추적한다. 이러한 결과물은 여성들이 대대로 여성적 재화로 여겨져온 것들(예컨대 섹스, 돌봄, 양육, 재생산노동)을 특정 남성, 다시 말해 종종 특권적 지위를 누리는 남성들에게 제공하도록 요구받는 데서 기인한다. 동시에 여성들은 대대로 남성적 재화로 여겨져온 것들(즉 권력, 권위, 지식에 대한 권리)을 소유하지 않도록 요구받는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재화들은 특권적인 남성들이 마땅히 누릴 권리가 있다고 암묵적으로 동의가 이루어진 것들이다. 그리고 여성들에게서 강제로 이런 것들을 갈취하는 남성들은 자주 남성(가해자)들에게만 허락되는 관대한 공감을 얻는다. (...) 요컨대 이 책은 하나의 위법으로서의 남성 특권이 매우 너른 범주의 여성혐오적 행위를 초래할 수 있음을 제시한다. 여성들은 남성에게 그들이 마땅히 받아야 하는[그렇다고 간주된] 것을 제공하지 못할 경우 처벌과 보복을 받는다.


에덴에 혼자 사는 아담이 외로울까봐 그의 갈비뼈를 내어 하와를 만들었다는 성경의 이야기는 남성 특권에 관한 얼마나 완벽한 비유인가.


이 책의 2장에서 주로 논의하는 '인셀'과 관련하여 다락방님의 페이퍼에 달린 수하님 댓글을 참조해 관련 기사를 읽고 도입부만 거칠게 번역해보았다.


인셀 문제

데이트 상대가 없는 사람들을 위한 지지 모임이 어쩌다 인터넷상의 가장 위험한 하위문화 가운데 하나가 되었는가


잭 뷰챔프(Zack Beauchamp) 2019. 4. 23


1990년대 후반 태평양 연안에 사는 어느 외로운 십대가 이야기할 사람을 찾으려고 전화 접속 모뎀을 달궜다. 수줍음 많은 아이로, 현실 세계에서 온전히 편안함을 느끼기엔 지나치게 내성적이었던 그는 연결감을 느끼려고 초기 인터넷의 빈약한 웹 포럼에 접속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친구를 찾았다. 마찬가지로 현실 세계에, 특히, 섹스와 데이트에 서투른 사람들이었다.


결과적으로 이 모임은, 본인들이 느끼는 연애의 어려움을 일컬어 “비자발적 독신 상태”라는 표현을 처음으로 사용한 커뮤니티가 되었다. 추후에 이 용어는 “인셀”이라는 줄임말이 된다.


이제는 “ReformedIncel”이라는 필명을 써서 오프라인에서의 삶을 인터넷 기록으로 남기는 그때의 그 십대는 애정을 담아 1990년대와 2000년대 온라인 인셀 세계를 회상한다. 여성에게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 지 모르겠는 남성이 커뮤니티의 여성 회원에게 조언을 구할 수 있었던(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따뜻한 곳이었다고 한다. “일종의 사회 정의 투사 커뮤니티” 였다고.


초기 인셀 커뮤니티가 연합한 지 20여 년이 지난 2018년 4월, 토론토에서 대학생 정소희씨는 도서관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도보로도 가까운 거리였기에 지하철이 더 빨랐겠지만 정씨와 정씨의 룸메이트 소라씨는 햇볕을 쬐고 싶었다.


둘은 영영 도서관까지 가지 못했다. 가는 길에 밴 한 대가 인도로 돌진해 보행자를 덮친 것이다. 정씨는 사망자 10명 가운데 한 명이 되었고, 소라씨는 부상자 16명 가운데 한 명이 되었다.


밴 운전자는 스스로를 인셀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20년 전에 커뮤니티를 창설했던 이들은 지금의 인셀 커뮤니티를 알아보지도 못할 것이다. 지금 인셀은 섹스 없는 삶을 여성의 탓으로 돌리는 게시글로 온라인 포럼의 분위기를 흐리는 남성과 소년뿐이다. 심지어 일부 게시글 작성자는 사건 당일에 용의자를 칭송하며 다른 인셀들에게 “산acid 테러”와 “집단 강간”으로 동참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한때는 따뜻한 지지 모임이었던 것이 다중 살인자에 대한 칭찬이 용인되고 정상으로 취급되기까지 하는 곳으로 타락한 것이다.


“분노가 완전히 장악해버렸다”고 ReformedIncel은 말한다.


토론토 사건이 있던 해에 나는 인셀의 웹사이트와 서브레딧을 주기적으로 읽으며 인셀들의 활동을 밀접하게 추적했다. 두 사이트 관리자를 포함하여 현재와 과거의 인셀 포럼 글 작성자 십여 명 이상을 인터뷰했고 토론토 사건이 있었던 시점의 인셀 채팅방 기록도 입수했다.


내가 발견한 것은 커뮤니티가 본래 형태의 그로테스크한 패러디로 왜곡됐다는 사실뿐만이 아니다. 기술 덕에 한 집단의 가장 뿌리 깊은 편견들이 어떻게 새로운 환경을 장악할 수 있는지, 온라인 공간을 넘어 실제 삶을 바꾸고, 심지어 정치의 궤적마저 틀 수 있는지에 관한 이야기이다.


수만에 달하는 인셀 커뮤니티가 지난 20년 간 소위 “검은 약blackpill”이라는 극심한 성차별주의 사상의 지배하에 떨어졌다. 선택이 주어진다면 가장 매력적인 남성만을 고를 얄팍하고 잔인한 피조물이라는 라벨을 여성에게 붙이며 여성의 성 해방을 근본적으로 거부하기에 이르렀다.


검은 약 이론의 논리가 극단으로 가면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매스컴은 토론토 사건 같은 다중 살인의 위험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이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그러나 인셀을 잠재적 살인자로 취급하는 데 급급하다 보면, 보다 미묘한 위협을 놓칠 위험이 있다. 추행부터 난폭한 폭행까지 인셀들이 일상적으로 폭력 행위를 저지르거나 다분히 그들 곁에 있는 여성들을 비참하게 만들 조짐 말이다.


게다가 인셀은 단순히 외부 세계와 연결이 끊긴 고립된 하위문화가 아니다. 보다 광범위한 서구 사회에서 통용되는 (혹은 지배적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 여성에 관한 일련의 사회적 가치가 어둡게 반영된 것이다. 오랜 미소지니가 새로운 정보통신기술과 교차하여 우리가 어슴푸레하게밖에 이해하지 못하고, 대항할 준비를 할 수 없는 방식으로 우리의 정치와 문화를 바꿔 놓고 있다.


사실 책의 내용에 보충이 될 법한 더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에 있는데 여기까지 번역하고 지쳤다. 헥헥.


케이트 만은 단호하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23) 우리는 어떤 사람이 여성혐오를 실행에 옮겼거나, 여성혐오가 가능한 환경을 조성했을 때 그 사람이 가슴 깊이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알 필요가 없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훨씬 입증하기 쉬운 곳에 있다. 그건 바로 여성이 명백히 성별에 근간을 둔 적대와 마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위의 기사에 등장하는 토론토 사건에서 밴을 몰고 인도로 질주한 저 범죄자의 동기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그를 추앙하고 다른 이들에게도 범죄를 부추기는 인셀들의 행동도, 저들이 대체 왜 저러는지도. 여기엔 답이 없는데. 이렇게 가해자의 동기와 심리를 알고자 하는 시도가 가해자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논리로 악용된다는 걸 아는데. 그 과정에서 정작 피해자는 지워지고, 외면받고, 비난받는다는 걸 알면서도 "대체 왜"를 묻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것이다. 인과로 설명되지 않는 일이 불확실성과 무지에서 비롯되는 두려움을 일으키기 때문일 것이다. 인과로 설명되지 않고, 인과로 설명해서도 안 되는 일이 있다는 걸 머리로만 알 것이 아니라 몸으로도 받아들여야 할텐데.


번역하다 만 위의 기사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을 추가로 발췌한다.


John, a 30-year-old incel from New Jersey, tried pretty much everything he could think of to help himself succeed in the dating market. He works out regularly, eats vegetarian, and spends time reading up on fashion so he can try to dress well. He’s tried online dating for years and let some of his female friends set him up on dates.


But very few women have responded to his messages on dating apps. And when his female friends described him to their girlfriends, they would never describe him as “attractive” or even “cute.” Eventually, John concluded, he was just ugly — and there was nothing that he could do, no way he could eat or dress to fix that.


Like many incels, he was drawn to the community because he felt they were the only people who understood his experience. Other forum users were people he could commiserate with, virtual friends who swapped jokes and memes that helped everyone get through the day.


“Most people will not be in my situation, so they can’t relate. They can’t comprehend someone being so ugly that they can’t get a girlfriend,” John tells me. “What I noticed was how similar my situation was to the other guys. I thought I was the only one in the world so inept at dating.”


It’s hard not to feel for people like Abe or John. All of us have, at one point, experienced our share of rejection or loneliness. What makes the incel world scary is that it takes these universal experiences and transmutes the pain they cause into unbridled, misogynistic rage.


뉴저지에 거주하는 30세 존은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채식을 하고, 옷을 잘 입으려고 노력도 하고, 여사친들에게 소개팅도 주선받는 노력하는 인셀이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원래 못생긴 건 도저히 극복할 수가 없어서 여자친구가 생기지 않는다고 한탄한다. 세상엔 이처럼 데이트에 소질이 없는 사람이 있다고. 다른 데선 이런 얘기를 해도 이해받지 못하지만 인셀 커뮤니티에서는 공감을 받고 위안을 얻는다고.


일단 '존'이라는 사람이 내가 생각하는 인셀의 스테레오타입에서 벗어나서 놀랐다. 운동, 채식, 옷 잘입기는 스스로를 돌보며 삶을 풍요롭게 하는 데도 유용한 일들이 아니던가. 그런데 그 모든 노력의 목표가 데이트이고, 데이트에 실패하면 그게 다 부질없는 짓이라고 믿는 저 사고방식이 좀 충격이었다. 아무리 봐도 단지 외모가 문제는 아닌 듯한데..


인용한 부분의 마지막 두 문장이 서늘하다. "우리 모두는 언제고 자신 몫의 거절이나 고독을 경험한다. 인셀 세계의 무서움은 이러한 보편적인 경험을 가지고 스스로 자초한 고통을 노골적인 여성 혐오로 변질시킨다는 데 있다."


위의 기사와 관련하여 잭 뷰챔프가 <The Neoliberal Potcast>에 출연해 기사 내용을 설명하는 에피소드가 있어 링크를 달아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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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3-03-18 15: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먼지님 거친(?) 번역 감사합니다. 다락방님 매우 기뻐하실 것 같아요 ^^!

이런 내용이었군요. 인셀에 대해 잘 모르고 책도 안 읽었지만 존이 노력한 건 (채식 빼고는) 외면에 관한 것이네요. 첫인상에 집중하는 것 같은데, 내면에 대해서는 신경 안 쓰는가…

책먼지 2023-03-18 16:48   좋아요 4 | URL
도움되셨다니 다행입니다💕 이거 페이퍼 올리고 나서야 다락방님 글의 먼댓글로 쓸 걸 그랬나 싶더라고요!! (단발머리님이 그런 게 있다고 알려주셨었는데 깜빡했어요!!)

인셀들 사례를 보니 누군가에게 거절당한 경험에서 못 벗어나고 인간관계에서 계속 헛발질하다 그 원인을 자신에게 찾기보단 남에게 돌리면서 막 증오와 혐오를 키우는 것 같았는데.. 저들이 인간을 서열화할 때 그 기준이 상당히 피상적이더라고요.. 존의 경우 외모만 바꾸면 뭔가 자기 서열이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한 걸까요..???

건수하 2023-03-18 16:49   좋아요 3 | URL
기준이 피상적인 게 맞군요? 채식은
그런 의지만으로는 힘들 것 같은데…

먼댓글은 수정하셔도 적용되었던 것 같아요 ^^

책먼지 2023-03-18 17:13   좋아요 4 | URL
대박!! 수하님 말씀대로 수정으로도 되네요!! 기능 하나 더 습득해서 너무 뿌듯합니다ㅋㅋㅋ 이게 뭐라고 든든하고!!!

넵넵 수하님도 느끼셨듯 그들이 매우 피상적인 것 같았는데 인셀 개념이 손에 딱 잡히지가 않아서 더 공부가 필요한 느낌입니다!!
제가 채식을 해서(구 비건 현 페스카테리언) 채식한다는 사람에겐 왠만하면 무조건 호의와 동지애를 품는데.. 뭘하냐도 중요하지만 행동의 동기와 주체도 그만큼 중요하단 걸 또 깨닫습니다ㅠㅠ

DYDADDY 2023-03-20 08:30   좋아요 1 | URL
편집이나 번역의 어려움이 자신과 맞지 않는 글을 다룰 때가 아닌가 싶은데 꼼꼼히 번역해주셔서 고마워요.
남성의 가장 큰 착각 중 하나가 여성이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라는 것인데 사랑은 선택하는 것(올 어바웃 러브)에 대한 생각이 없죠. 게다가 남성이 어떤 여성에게 고백했을 때 그 고백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십중팔구는 자신의 자존심을 위해 상대 여성을 비하하는 경우도 있구요.
타인에게 잘 보이기 위해 사회적으로 인정된 권장되거나 선한 일을 하는 사람은 타자가 없어졌을 때 그 노력을 계속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도 남습니다. 타자의 기준에 맞춘 생활은 언젠가 결국 망가지기 마련이지요.
인셀이라는 집단이 계속 지지를 얻고 있다는 것은 남성들의 기존 사고방식에 대해 위기의식을 느끼기 때문일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여성의 권리가 신장될수록 기존의 권력을 쥐고 있고 그것이 당연하다 생각했던 남성들이 결집하는 것이겠지요. 페미니즘이 사회 전반에 뿌리내리고 당연한 것이라 받아들여지기 전까지는 이러한 저항은 계속되겠지만 한두세대 정도 지나면 와해될 것이라 생각해요. 그러한 인셀을 지지하고 함께할 여성은 없을테니까요.

책먼지 2023-03-20 10:16   좋아요 1 | URL
대디님 일단 몸은 좀 괜찮아지셨는지요?ㅠㅠ 번역의 어려움을 헤아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기사를 번역하는 건 사실 재밌었어요(마음이 힘든 것과는 별개로)!! 제 신념과 어긋나거나 여성 비하하는 연사의 발언을 옮겨야할 때 그때가 정말 다 때려치우고 싶었던 모먼트!!!
대디님 말씀대로 누구에게도 사랑을 강제할 권리와 의무는 없죠. 사랑은 그런 문제도 아니고요. 그걸 왜 모를까요??? 거절당했을 때 비하만 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아예 매장시켜버리기도 하잖아요..ㅠㅠ
타자가 없어졌을 때 그 노력 절대로 계속하지 않겠죠.. 진짜 허약하고 불쌍한 삶.. 파멸도 혼자 하지 않잖아요ㅠㅠ 왜 여자 자꾸 죽이냐고요!!
대디님 진단에 전반적으로 동의하지만 과연 한두세대만에 와해될까? 그리고 그 한두세대를 견뎌야하는 여성들은 대체 이게 무슨 횡액인가요ㅜㅜ

DYDADDY 2023-03-20 10:41   좋아요 3 | URL
책먼지님 // 주말동안 약을 먹고 정신이 흐릿해지면 커피를 마시고 그런 악순환의 연속이었지만 지금은 좀 나아졌어요. 걱정해주셔서 고마워요. ^^
남성의 관습적인 사고방식의 변화에 한두세대가 걸릴 것이라는 추측의 근거는 인셀과 같은 집단(우리나라로 변환하면 일베나 신남성연대같은 것이겠죠.)이 강하게 집결된다는 이유때문이에요. 무언가 위협을 받는 집단은 점점더 강한 결속을 가지려고 하죠. 그만큼 여성들의 주장이 거세어졌고 사회적으로도 그것이 올바르다고 인정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어요. 그리고 과연 인셀과 같은 집단의 사람들이 과연 그들의 사상을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까의 문제에서 그들의 자손(?)이 생기기 어렵거나 생기지 못할 가능성때문에 세대로 시간을 잡은 것이에요. 관습은 사회적으로 전수되기도 하지만 가정 내에서의 교육이 중요하기에 세대를 이어가기 어렵다면 시간에 따른 사회적 변화에 스러질 것이라고 보고 있어요. 지금의 20대 남성이 더이상 사회적 활동을 하기 힘든 것은 약 두세대 정도 후일 것이라는 예상인거죠. 여기서 우리가 페미니즘에 대해 이야기하고 공부하는 것이 별 것 아닌 것처럼 혹은 국지적인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런 작은 것들이 모이면 한세대 정도는 앞당길 수 있지 않을까 싶어 ‘한두세대‘로 예측한거에요.
여성에 대한 차별과 억압의 역사는 농경사회부터 시작되어 온 것이라 생각하면 오히려 우리 세대에서 끝장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오히려 놀랍고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오래 전에는 그것이 당연하다 생각하고 참고 견디었지만 지금은 그것이 불편부당하다는 것을 알기에 더 힘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아침해가 뜨기 전이 가장 어두운 것처럼 지금이 그런 시기가 아닌가 싶어요. ^^

책먼지 2023-03-20 14:28   좋아요 4 | URL
대디님 이번 주말 날씨 정말 좋았는데 앓느라 못 누리시다니 너무 억울하다!! 고생하셨어요 진짜ㅜㅜ
대디님 말씀 설득력 있고 무슨 말씀하시는 건지도 잘 알겠어요. 그런데 저는 아주 작은 사람이라 눈앞에 당장 제가 겪고 있는 이 ‘어둠’이 너무 버겁고 괴로워요. 한두세대 이후라는 말이 제게는 희망이 아닌 절망으로 느껴지고요.. 너의 생애 동안 너의 세상은 계속 이런 식일거야로 자동 변환되거든요ㅠㅠ 뭘 해결하거나 더 나아지려고, 내가 이 가부장제를 부숴버리고 차별을 끝내겠다고, 그런 목표로 제가 이런 책들을 읽고 공부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물론 가는 길에 그것까지 줍고 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당장 살려고.. 이거라도 안하면 정말 못살것같아서.. 그래서 읽고 쓰는 거라서 그렇게 멀리서 바라보며 현재를 가늠하는 일도, 미래를 보며 희망을 느끼거나 과거와 비교하며 지금을 자축할 수도 없는 것 같아요.. 더 짙든 옅든 어둠은 어둠이고 그래서 아프고 괴롭고 분노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태입니다ㅠㅠ

DYDADDY 2023-03-20 16:18   좋아요 2 | URL
책먼지님 // 날이 좋으면 좋은대로 읽고 나쁘면 나쁜대로 읽는 삶이라 그리 억울하지 않아요. ㅋㅋㅋㅋ
힘들고 괴로울 때 가장 필요한 것이 연대라고 생각해요. 연대라고 해서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고 이곳에서 서로 위안을 주고 공부를 하고 고민할 것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연대의 한 측면일거에요. 물론 ‘공부하는 페미니즘 독서 모임‘같은 강한 연대도 있지만 북플의 페미니즘 공부 단위처럼 약한 연대도 그나름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어두운 밤길에 돌부리에 걸리거나 진창에 발이 빠져도 여럿이 어깨동무를 하고 가면 금방 자세를 잡을 수 있듯이 함께 힘듬을 이야기하면서 나누고 웃고 공부하면서 한발짝씩 나아가다보면 아침이 올 것이라고 생각해요. 오즈의 마법사를 보면 도로시가 끝까지 갈 수 있었던 힘은 각각 무언가 하나씩 부족한 동료들이 함께 했던 것에서 나온 것처럼요.
괴롭고 힘든 일은 결국 마음에서 시작되는 것이니 이곳에서 조금씩이나마 힘과 위안을 얻어가시기 바라요.
최소한 여기는 인스타나 페북 트위터처럼 이상한 DM을 보내거나 자신과 맞지 않다고 폭언을 하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공쟝쟝 2023-03-19 17: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여성혐오*가 맞다고 생각합니다! 희진샘이라고 다 옳지만은 않으시죵!
마지막 문장 너무............... 응 나도 고독에 몸부림 치지만 나를 거부하는 남자들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인셀을 만날 수는 없어... 하지만 인셀 아닌 남자가 있는가? 그래 난 남성 혐오를 해.......... 나 여자 인셀맞아... !! ㅋㅋ 그래도 난 내가 사랑받지 못하면 나나 나를 사랑하자고 생각한댜능... 우리가 그런 차이가 있능가봉가...

책먼지 2023-03-20 10:21   좋아요 2 | URL
오잉..?? 일단 쟝님은 자발적 독신이신 것 같아서 인셀 탈락!! 사랑받지 못할 때 나를 사랑하고 아끼자며 푸코 읽고 글쓰는 멋진 쟝님과는 달리, 날 사랑안해?? 그런 너희를 비참하게 하고 파괴시키고 해끼치겠어가 인셀 마인드인 거 같아서 저 너무 무서워요 진짜 ㅠㅠ

DYDADDY 2023-03-20 11:00   좋아요 1 | URL
공쟝쟝님 // 정희진의 공부 텀블벅 후원하셨군요. 중간 구독이라 1월분을 이제 들었어요. ㅎㅎㅎ

공쟝쟝 2023-03-19 17: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근데..(인터넷 끄려다가 말고) 먼지님아 이런 글은 돈 받고 파셔야하는 거 아닌가요? ㅜㅜ 번역까지 해서 정성스러워라..... 일단 경외의 좋아요를 한번 더 누를 수 없음이 안타깝고.

˝대체 왜˝를 묻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것이다. <---------- 제가요. 제가 제가 그렇습니다. 대체 왜!!!!!!!!!!!!!!!!!!를 참을 수 없었던 이게(뭐 개인적 경험들도 있습니다만) 책이라곤 베셀 대여섯권 정도 밖에 안읽던 내가 페미광신도에 과몰입 독서가가 된 이유입니다. 왜. 왜.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그리고........ 뭐........ 망했습니다. 인생... 힘............듬... 왜를 묻기 시작하니 세상 모두가 나를 미워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내가 나를 안미워하기로 마음 먹었다. !!

DYDADDY 2023-03-20 08:34   좋아요 2 | URL
기존 질서에 대한 물음은 항상 반발을 부르죠. 문제는 그 반발을 하면서도 제대로 된 답은 주지 않는다는거죠. 기껏해야 원래 그런 것이다 혹은 예전부터 그래왔다 라는 관습에 얽매인 답만 줄 뿐입니다. 공쟝쟝님은 그런 관습에 대해 용감하게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기에 항상 응원하고 있어요. ^^

책먼지 2023-03-20 10:27   좋아요 4 | URL
알라딘이 접수하지 못한 쟝님의 좋아요는 제 마음 속에 저장..💕
앎은 괴롭죠 근데 모르면 더 미치겠다!!! 우리는 상처받았고 돌아있고 너무 괴로워서 괴롭다고 소리지르는 건데.. 난 안때렸는데 난 그런거 모르는데 야 오히려 니들이 문제야 하며 후드려팰때 진짜 또 더 돌아버리죠.. ㅠㅠ
쟝님은 제가 사랑한다!!! 그나저나 돌잡이에 책 잡았을 것 같은 쟝님에게 베셀 대여섯권밖에 읽지 않았던 과거가 있다니 충격!! 그럼 쟝님의 이 똑똑함과 분석력과 글빨과 기타 등등은 타고난 천재성 플러스 페미니즘 읽기 덕분이란 말입니까!!

다락방 2023-03-20 07:4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감사합니다, 책먼지 님. 무엇보다 번역 감사합니다. 저는 수하 님의 링크로들어가 구글 번역기 돌려서 출력해놨어요. 천천히 읽어보려고요. 그런데 구글 번역이.. 제대로 해줬을지 모르겠어요. 퇴사하면 몰타로 영어 어학연수 가고 싶은데 오늘 책먼지 님의 페이퍼를 읽으니 더 그러고 싶네요. 저도 구글 번역기 돌리지 않고, 영어라고 뒷걸음치지 않고 닥치는대로 읽을 수 있다면 좋겠어요. 한글을 알기 때문에 책을 읽을 수 있다면, 영어를 알게 된다면 더 많은 책을 읽을 수 있을테니까요. 지금은 그냥 닥치는대로 사기는 잘만 사는....

저도 [낯선 시선] 읽었는데 책먼지 님의 페이퍼에서 만나는 인용구는 또 고개를 끄덕이게 하네요. 맞춤한 문장들 가져와주셔서 이 페이퍼가 아주 양질의 페이퍼가 되는것 같습니다. 특히나 ‘혐오는 특정 대상을 싫어하는데, 그 이유가 자기 자신에게 있다.‘ 가 아주 가슴에 콕 박힙니다. 맞아요, 혐오의 이유는 자기 자신에게 있지요. 물론 혐오를 일삼는 자들은 그걸 알 리가 없지만요.

잘 읽었습니다, 책먼지 님. 같은 책을 읽고 있다니 너무 좋네요.

책먼지 2023-03-20 10:52   좋아요 5 | URL
제 경우 초등학생 때 컴퓨터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한국어로 된 정보가 전 세계 모든 정보의 몇 퍼센트나 될 것 같냐? 영어로 된 정보가 8-90퍼센트고 한국어로 된 정보는 미미하다 그러니 너네는 컴퓨터를 배워서 넓은 정보의 바다에 접속해라 모 그런 말씀을 하셨는데 저는 거기에서 영어에 꽂혀버려가지고.. 그 많은 정보에 접근하지 못하고 죽으면 너무 억울할 것 같고.. 그런 걸 다 모르고 산다는 게 겁도 나고 해서 제대로 영어를 배워보자고 동기부여받았던 것 같아요!! 다락방님의 몰타행과 영어 책 닥치는대로 읽기를 마구 응원합니다!!!
희진쌤 분석 진짜 탁월하지 않나요ㅠㅠ 이 책의 사례들 보면 희진쌤이 정의하신 그 ‘혐오’에 딱 들어맞는 것 같아요..ㅠㅠ
저야말로요!! 함께 이 책 읽고 계신 분들의 양질의 페이퍼를 읽으며 함께 읽기의 즐거움을 흠뻑 누리는 중입니다💕

그레이스 2023-03-20 08: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Incel community, 이런 온라인 커뮤니티가 있군요.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는 자본주의 시장이 있으므로, 아예 그 주장이 잘못된 것은 아니나, 이런 커뮤니티가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마지막 부분 읽으면서 ‘scary‘ 하네요

책먼지 2023-03-20 11:33   좋아요 6 | URL
그레이스님 인셀들 진짜 가관이예요.. 이들이 그들만의 자의적 기준에서 최상위에 있는 백인 금발 쿼터백 알파 메일을 채드, 그 채드들과 사귀는 매력적인 백인 금발 치어리더들을 스테이시라고 부르는데.. 사실 이들이 인종차별주의자이기도 하거든요ㅠㅠ 무서워요 진짜 ㅠㅠ

수이 2023-03-21 08: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런 멋진 사람 같으니라구, 이게 어딜 봐서 거친 번역입니까. 고마워요! 어제는 정신 없어서 선 좋아요만 누른 후 이제 막 읽었어요. 저도 이제 책 좀 붙잡아봐야겠어요. 좋은 하루 보내요 책먼지님! (애정이 그득해진다, 왜일까? 영어 잘 해서? 번역해줘서?-.- 에잇 모르겠다 💓)

책먼지 2023-03-21 10:46   좋아요 1 | URL
수이님 애정 뿜뿜에 저 지금 정신이 혼미합니다.. 번역한 나 자신 잘했다!!! 저도 이 페이퍼 올리고 다른 책으로 외도 중인데 다시 돌아가보려고요!! 함께 읽으니 진짜 너무 든든합니다💕
 


잭 리처는 집도 없고 짐도 없는 극강의 미니멀리스트이다. 옷은 사서 입고, 입던 옷은 세탁하지 않고 그냥 버린다. 그런 그가 칫솔만큼은 주머니에 꼭 챙겨 다니며 이를 닦는다는 다락방님의 제보에 이 시리즈를 시작하게 되었다.


소설 속 잭 리처의 외모 묘사를 보면, 신장 195센티미터, 체중 108킬로그램, "얼굴은 마치 재능은 뛰어나지만 시간이 별로 없는 조각가가 돌을 깎아 만들어놓은 것 같았다. 평평하고 각진 곳이 많았다(320)"고 되어 있다.


이 묘사에 가장 부합하는 것은 미드 <리처> 속 잭 리처이다.


영화 <잭 리처>에서 잭 리처 역을 맡은 톰 크루즈는 생김새도 피지컬도 소설 속 묘사와는 판이하다. 특히 어디가 그렇게 다른 지는.. 읍읍.. 머리부터 줄자로 재어 수작업으로 신장 150센티미터를 뚝딱 맞춰주는 <61시간> 속 빌런 플라토가 떠올라 언급을 자제한다.



그러나 소설을 읽는 내내 내 머릿속에 떠오른 건 아놀드 슈워제네거 재질의 저 남자도 한국 사랑이 남다른 것 같은 이 남자도 아닌 미드 <캐슬> 속 추리소설 작가 캐슬이다.



이상하게 이 '희고 말랑한 약골의 사내'가 잭 리처에 겹쳐지는 것이다.


(19) 특히 그가 예의가 바르고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 친절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말이다. 그만한 덩치의 사내가 거칠고 상스럽다면 불안하고 두려운 분위기가 조성되게 마련이다. 그렇지만 이만한 덩치의 사내가 깍듯하고 정중하다면 매력적으로 비친다.


정확히 이 부분에서 드라마 <캐슬>의 기저에 흐르는 유머러스하지만 따뜻하고 진중한 분위기와 그런 분위기를 이끌어내는 캐슬이란 인물이 연상되었다. 내가 잭 리처에게 빠진 지점도 이와 맞닿아 있다.


(104) 이불 속은 따뜻했지만 방은 추웠다. 밤 사이에 난롯불이 꺼진 것 같았다. 리처는 예의바른 손님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골똘히 고민했다. 침대에서 일어나 난로의 통풍조절기를 열고 장작을 더 넣어야 할까? 그러면 식구들이 고마워할까? 아니면 그건 너무 주제넘은 것일까? 혹시 그랬다간 이 집의 난방 주기를 흐트러뜨려 2주일 후에는 집 주인이 한밤중에 집 밖에 쌓여 있는 장작더미를 가지러 가야 하는 건 아닐까?

결국 리처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그는 턱까지 담요를 바짝 끌어당겨 덮은 다음 눈을 감았다.


현실에서 만났으면 답답해하며 "그냥 장작 넣어!" 했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이 부분이 이상할 정도로 맘에 들었다. 난 왜 이런 게 좋을까 가만 생각해보니 이 생각의 흐름 전체가 정확히 내가 생각하고 행동했을 방식과 흡사했다. 정작 집주인은 그렇게까지 개의치 않을 난방 주기까지 고려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이 적극적인 비행동. 민폐를 끼치느니 차라리 춥고 말자는 결정까지. 그냥 딱 나다. 그만 내적 친밀감이 돋아버렸다. 나는 나와 유사하게 의사 결정을 하는 사람들을 좋아하는 것이다!


리처의 행동엔 허세와 과잉이 없다. 주어진 조건과 가진 역량 내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생각을 종합해서 가능한 최적의 대응을 한다. 리처가 가진 똑똑함의 본질은 자신과 주위 세계를 정확히 측량하는 능력이다. 이건 정말이지 갖기 어려운 능력이고 내가 그에게서 느낀 섹시함의 팔할은 다 여기서 왔다.


리처에게 반했던 또다른 포인트는 누구와 붙여놔도 대화가 좋다는 것이었다. 수잔 터너 소령과 결혼 밀당도 좋았지만, 재닛 솔터와의 대화도 맘에 들었다.


(224) "늘 그런 식으로 다른 사람의 호의를 거부하나요?"

"대개는요."

"그렇다면 그쪽도 그쪽 집안에 마지막으로 남은 사람이군요."

"그럴 겁니다. 하지만 애초에 별로 중요한 사람들도 아니니까요."

"나도 마찬가지예요. 우리 집안 사람들은 악당들이었지요."


그 유명한 결혼 밀당은 이런 식이다.


(262) 반대쪽에서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밖에 다른 건요?"

리처가 물었다.

"자네 결혼했나?"

그녀가 물었다.

"선배님은요?"

"안 했지."

"한 번도?"

"한 번도."

"별로 놀랍지도 않네요."

그녀는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나는 이 장면을 읽고 뜻밖에 <닥터스>의 김래원이 떠올라버리고 말았는데.. (응 그거 아니야) 혼자 괴롭기 괴로워서 공유해본다.


"잘 지내셨어요?"

"결혼했니?"

"아니요."

"애인 있어?"

"아니요?"

"됐다 그럼."


수잔 터너 소령의 결혼 여부는 451페이지에서 밝혀진다(이 부분의 둘의 대화가 아주 미쳤다). 궁금하면 읽어보시길(어서 이 괴로운 천국으로 오세요)!!


덧 1.

(53) "지금 이게 춥다고요?"

"따뜻한 건 아니죠."

"이 정도면 약과입니다."

"알죠." 리처가 말했다. "한국에서 겨울을 나 봤으니까. 이것보다 훨씬 매섭죠."

"그런데요?"

"군대가 따뜻한 외투를 지급해줬거든요."

"그리고?"

"그리고 한국은 최소한 재미있기라도 했죠."


리 차일드 님이 겨울 한파 때 철원에 계셨는지 이런 식으로 한국의 추위를 들먹이며 '춥부심'을 부리는 장면이 여러 번 등장한다. 그런데 너네 사우스다코타 거기 영하 35도라며, 바람 불면 체감온도 영하 45도. 우리 그 정도는 아닌데?


덧 2.

미드 <캐슬>에는 캐슬의 포커 친구로 실제 작가들이 등장한다. 이 중엔 제임스 패터슨과 마이클 코넬리도 있다. 여기 리 차일드도 등장했었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나보다.



덧 3.

위의 세 권은 읽어서가 아니라 중고로 사서 상태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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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DADDY 2023-03-05 01: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처 시리즈는 액션이나 플롯도 좋지만 리처의 인간미가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드라마 리처가 좋았어요. 근육질이고 무뚝뚝해보이는 표정 아래의 따스함이 좋아서요. ^^

책먼지 2023-03-05 10:32   좋아요 1 | URL
대디님 말씀 완전 공감합니다!! 보통 추리/스릴러 소설은 결말을 알고 나면 다시 읽고 싶어지지 않거나 다시 읽을 필요가 없어지는데 이 책은 리처의 매력 때문에 또 읽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드라마 <리처>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사진 찾으려고 검색하다보니 궁금해져서 저도 한번 시청해보려고요!!

DYDADDY 2023-03-05 10:36   좋아요 2 | URL
아마존 프라임에서 시청하실수 있습니다.. ㅠㅠ

다락방 2023-03-05 12: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으하하하하하 올라왔다 올라왔다!!!
맞아요 다 맞습니다. 책먼지 님의 분석이 다 맞습니다. 잭 리처는 그러고보니 민폐 끼치는 것도 싫어하죠. 아 너무 좋네요. 잭 리처도 좋고 잭 리처 읽고 감상 써주신 책먼지 님도 좋고 우리는 이렇게 잭 리처로 하나 됩니다. 피쓰!!

책먼지 2023-03-05 14:10   좋아요 3 | URL
저 예전에 네버고백 읽을 때만 해도 뭐야 리 차일드보다 제임스 패터슨이 낫네(망언 죄송합니다) 이러고 있었거든요.. 근데 그때의 제가 정말 뭘 몰랐네요.. 밀리의 서재에 잭 리처 시리즈 있어서 너무 든든하고.. 이제라도 이 매력 발견한 나 자신 너무 기특하고요.. 무엇보다 다락방님께 감사를..💕 피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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