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의 고민은

 

 

 

 

 

 

 

 

 

 

 

 

 

 

 

이 책을 방금 다 읽었는데, 줄긋기를 참고 또 참았다. 다시 또 읽지 않을 책은 처분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참 좋은데 두 번 읽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줄을 긋고 싶다.  어쩌지? 요즘 들어 느끼는 것은 자꾸 읽게 되는 책이라도 과거에 내가 줄을 그어 놓은 그 책의 모습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도대체, 왜, 거기에 줄을 그었나, 싶은 대목들. 자를 대고 긋지 않아 울퉁불퉁한 줄들. 차라리 간지를 붙이는 게 나을 것 같은데 너무 많은 간지를 붙여야 하면 그건 그대로 또 문어발처럼 책 밖으로 나달거려 보기 싫다. 간지를 붙여 처분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왜 이렇게 참아야 할 것들 투성이지? 아, 간소하게 사는 건 정말이지 너무 힘들다. 이게 다 폴 오스터 때문이다. 끝까지 당겼으면 이렇게 망설이지 않았을 텐데 이건 좀 애매모호한 지점이다. 솔직하고 섬세하고 유려한데 이 책만으로는 딱 그만의 그 무엇이 느껴지지 않는다. "자신이 누구나와, 모두와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라는 그의 고백이 사실이었다. 이 유년 시절의 기억들은 자꾸 나의 그것들과 섞인다. 전부인과의 연애 시절의 편지들은 이십 대 초반의 그것들처럼 솔직히 지극히 과장되어 있고 무모하고 좀 유치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줄을 그을 색연필도 엊그제 새로 산 근사한 연필도 있는데 조금 기다려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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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6-03-15 19: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ㅎ블랑카님~^^
연필로 살짝 긋는 것도 나쁘지 않더라구요. 지울 수 있으니까요. 전 요새 연필로 살짝 긋거나 노트에 옮겨적어요.

blanca 2016-03-16 09:09   좋아요 0 | URL
꿈꾸는섬님, 아무래도 연필로 긋는 것이 좋겠죠? 저 예전 책 중에는 볼펜으로 완전 엉망으로 그어 놓은 것들도 있더라고요. 볼 때마다 참, 이게 과연 내가 한 짓인가, 싶고 --;; 막 잉크가 번져서 종이에 묻어 있고...노트에 옮겨 적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지니 2016-03-15 20: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포스트잇을 부쳐 놓는답니다 아니면 연필도 살짝 쓰고요 줄긋기나 표시 안 해두면 읽었던 책에서 갑자기 찾고 싶은 구절이나 중요한 부분 빨리 찾아야 할 때 멘붕이 오더라고요^^;;

blanca 2016-03-16 09:11   좋아요 1 | URL
포스트잇을 붙여 놓으면 다시 볼 때 좋더라고요. 살짝 옮겨 놓기도 하고... 맞아요. 저는 문제가 어떤 구절이 갑자기 막 떠오르는데 대체 어떤 책인지 기억나지 않을 때 아주 괴롭다는 거예요. 맞아, 언젠가 이런 얘기가 있었지, 하면서 그런데 대체 어디서? 하고 물어보면 찾을 수가 없어요...

L.SHIN 2016-03-15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에 줄을 긋지 않는 편인데, 어떤 책은 미치도록 줄을 긋고 싶은 때가 있어요.
하지만 그럴 때 마다 팬이 없어서, 해당 페이지를 외우죠.
그런데 다 읽고나서 그 외웠던 페이지는 왜 공중분해 되는 것일까요? (웃음)

오랜만이에요, 블랑카님.
익숙한 사진, 그대로라서 반가워요.^^

blanca 2016-03-16 09:13   좋아요 0 | URL
어머, 저, 정말 깜짝 놀랐어요! L.SHIN님 다시 돌아오신 거 맞아요? 너무 반가워요. 아, 외우신다니! 이것 또한 놀랍네요. 가장 좋은 방법인데 저는 안 될 것 같아요.--;; 반갑고 또 반갑네요.

L.SHIN 2016-03-21 16:21   좋아요 0 | URL
좋은 방법이긴 한데.. 외우고 책을 덮으면 잊어버린다니까요.. (웃음)
저도 반갑고 또 반가워요, 블랑카님.

아무개 2016-03-16 08: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절대 팔지 않고 꼭 소장하고 싶은 책에만 박박박 밑줄을 긋습니다.
나머지 팔아야 겠다 라고 생각하는 책들은 포스트잇 사용하구요.
책장에 책이 꽉 차면 저는 죄책감 같은것이 느껴지고 숨이 막혀서
책 소장은 지금 제가 가지고 있는 책장 다섯칸을 넘지 않으려고 노력하거든요.



blanca 2016-03-16 09:15   좋아요 1 | URL
아무개님, 저랑 같네요. 저도 이게 참 제가 가진 책장을 넘어서는 책을 보면 무서운 죄책감이 엄습합니다. 제가 아주 어리거나 아주 넓은 공간을 가졌거나 하다면 책 소유가 정당화될 수 있는데... 이제 거의 삶의 반에 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간소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요. 사실 책을 가지는 것에 대하여 정말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책을 가지지 않는 것도 가지는 것도 저에게는 다 힘든 일인 것 같아요.

단발머리 2016-03-16 0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책이라면 당연히 줄을 그어요. 삐뚤빼뚤 볼펜으로 죽죽 그어요. 하지만 읽는 책 대부분이 도서관 책이라 페이지를 메모하는 경우가 많아요^^

다시 읽지 않을 책은 처분하기로 하셨다는게 마음에 와 닿아요. 저도 그래야 하는데, 아직도 솟아나는 이 욕심 ㅎㅎㅎ

blanca 2016-03-16 09:16   좋아요 0 | URL
도서관 책이 너무 좋으면 저는 참 괴로워요. ㅋㅋ 결국 도서관 책 읽고 너무 좋아서 똑같은 책을 또 산 경우가 있는데 그 책은 또 펼쳐보지도 않아서 처분해야 하나 이러고 있답니다. 생각난 김에 조만간 동네 도서관행을 해봐야 겠습니다.^^

무해한모리군 2016-03-16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소설은 포스트잇을 붙이는 편이고, 경제서나 잡지처럼 세월가면 낡아지는(?) 책들은 줄도치고 제 의견도 적습니다 ㅎ

그런데 저책 힘든가요? 아 읽고 싶은데 요즘 힘든것들 생략중인데 ㅠ.ㅠ

blanca 2016-03-16 09:18   좋아요 0 | URL
아, 모리군님, 이 책 좋아요. 그런데 저는 폴 오스터의 다른 책을 읽어보지 못해서... 솔직히 폴 오스터가 어떤 색깔의 작가인지 조금 모호했어요. 아주 개성이 뚜렷한 작가는 아닌 것 같아요. 저도 이제는 너무 힘들거나 지루한 책은 끝까지 안 읽기로 했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잘 나가는 편이에요. 어린 시절 막상 느꼈지만 묘사하기 힘든 공통의 경험을 아주 공들여 살려내는데 그게 마치 내 이야기 같이 느껴지는 매력이 있답니다.

302moon 2016-03-16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읽으셨군요! 저는 저 책 도서관에 희망도서 신청해놓았어요. 즐겁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예전에 책을 내놓으려고 보니까 제가 책에 형광펜으로 밑줄을 그어놨더라고요.(;) 그래서 그 책은 아직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이제는 밑줄은 안 긋고 노트에 씁니다.:)
+책을 읽고 또 소장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커지면 감당이 안 되더라고요. 되도록 몇 번 읽겠지 싶은 책만 사려고 노력 중입니다, 올해 3월부터 결심한!^^

blanca 2016-03-16 15:52   좋아요 0 | URL
저도 있어요, 형광펜 쓴 책이요.^^ 눈에 너무 잘 들어오잖아요. 아우, 그냥 맘 편하게 막 그리고 긋고 그렇게 볼까봐요. 제가 가지고 있는 책장 안에 감당 가능한 책만큼만 소유하겠다는 것도 저한테는 보통 어려운 과제가 아니랍니다.

세실 2016-03-16 11: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음...전 왜 모든 책에 줄을 긋는걸까요?
줄 긋고 나서 후회합니다. 굳이! 하면서요.
단순하게 살려면 책도 과감히 정리해야하는데......

도서관에 봄, 책을 봄, 미래를 봄! 요거 올해 도서관주간 표어라는데 꽤 맘에 들어요^^

blanca 2016-03-16 15:53   좋아요 0 | URL
아, 표어 너무 좋네요. 따뜻하고 꽃피는 봄날이 오면 더 많이 읽었으면 좋겠어요. 줄 안 긋고 보는 게 더 힘든 것 같아요. 그런데 신기한 게 줄 안 그은 새 책 같은 내 책을 보는 기분이 또 묘하게 좋더라고요.

icaru 2016-03-16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일본의 어떤 독서가가 책은 두번 읽어야 비로소 읽은 것이다 라는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처음 읽은 인상과 시간이 지나고 재독했을 때의 그 간극이 바로 정수다! 라는 요지로 읽혔는데, 실제 삶에 적용은 요원한 일이네요. 저는요 안 읽을 책은 처분하겠다고 힘들게 결심을 하고도, 이러저러한 말들에 흔들리니, 참.. ^^

blanca 2016-03-16 15:54   좋아요 0 | URL
공감해요. 특히 서머셋 모옴의 <면도날>이 저는 특히 그래요. 읽어도 읽을 때마다 새로워요.

like 2016-03-16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밑줄긋는 대신 옆으로 줄을 그어요. ˝ (˝ 이렇게 괄호 표시를 남기는게 편하더라구요. 물론 지울수 있게 연필로..

저도 이상하게 폴 오스터 작품은 다시 읽어보고 싶은 느낌이 안 든다는거, 근데 밑줄얘기나오니까 밑줄 긋는 남자가 다시 읽고 싶은데, 친구 빌려주고 안 받아 온것 같기도 하고 책장에서 다시 한번 찾아봐야겠어요. ㅎㅎ

blanca 2016-03-16 15:55   좋아요 0 | URL
저도 라이크님 따라 할까봐요.^^;; 아웅, 님 얘기 들으니 이 책은 그만 쿨럭, 고민 좀 해봐야겠어요. 아직 깨끗하니까요.

cyrus 2016-03-16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줄긋는 대신에 책의 중요한 내용을 체크해서 컴퓨터 문서 파일에 입력합니다. 손으로 쓰다가 시간이 조금 오래 걸려서 문서로 입력하게 되었는데, 이 작업도 힘드네요. 손을 자주 움직여야 두뇌가 활성화되어서 좋다고 해서 힘들어도 문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

blanca 2016-03-16 15:56   좋아요 0 | URL
cyrus님은 흑, 정말 성실하시다...는 거. 읽은 책 엑셀 작업은 장기적으로 볼 때 정말 필요한 일 같은데 그것마저 안 하게 돼요. 아이폰 앱 써서 읽은 책 목록 정도만 관리하고 있는데 이것도 백업이 필요하더라고요. 핸드폰 바꾸면서 다 삭제됐습니다.--;;

북깨비 2016-03-16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볼펜도 아닌 무려 형관펜을 가지고 스윽슥 거침없이 칠해놨어요. 크게 후회는 안 하는데 그렇게 떡칠을 해놓은 책들은 친한 사람 외에는 별로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거실에 진열 안하고 방 책장에 넣어놔요. 뭔가 제 속마음을 다 보여주는 기분이 들어서요.

blanca 2016-03-17 13:21   좋아요 2 | URL
어디에선가 책장을 보여주는 일이 대단히 사적인 일이라는 방송을 들은 기억이 나네요. 그러고 보니 책을 빌려주는 것도 보여주는 것도 지극히 개인적인 일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