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 복지관에서 헬스를 시작한지 얼추 두 달이 되어간다. 헬스를 시작한 것은 체중감량 때문이라기보다는 저질 체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였다. 아이가 없을 때야 힘들면 나름대로 컨디션 조절하며 가끔 졸기도 하고 드러눕기도 하면 되는데 아이가 생기니 엄마가 기본 체력은 있어야 적어도 기본적인 것 이상을 해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긴 생머리에 귀엽게 생긴 여자 트레이너는 나에게 근력이 전무하다고 했다. 예상했던 바라 놀랍지도 않았다. 근력이 저조한 게 아니라 전무하다니.  

스트레칭 시간에 가보면 대부분 나보다 나이가 많다. 아는 동생을 만나 헬스를 한다고 애기하니 헬스 진짜 진짜 재미없지, 라며 안타까운 시선으로 나를 봤다. 기막히게 재미있을 턱이 없다. 다시 돌아와서 대부분 나이가 나보다 많은데 내가 제일 못한다. 삼십오 분, 고작 1킬로짜리 덤벨을 가지고 고군분투한다. 중간에 너무 힘들어 나가 버리고 싶은 순간 내 앞 육십이 넘은 할머니는 완강하게 버티고 있다. 입술을 앙 다문다. 별것도 아닌 동작들로 너무 고통스러워하는 것 같아 내가 매일 야구모자의 챙으로 반이나 얼굴을 가려 버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헬스를 시작하고 살이 찌고 있다. 얼굴은 핼쓱해져 가는데 허벅지는 더 두꺼워지는 것같다. 배가 너무 고파 꼭 야식을 먹어야 잠이 온다. 마의 열한 시 라면을 끓이거나 호빵을 찐다. 헬스 끝나고 복지관 앞 떡볶이집이 닫혀 있으면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떡볶이집 아주머니는 수시로 문을 닫아 버리신다. 근 일주일 만에 가보니 열려 있다. 아주머니는 동년배 손님들을 붙잡고 부동산 업체들에서 오는 좋은 땅을 소개해 준다는 전화를 가지고 빈정거리신다. 그렇게 좋은 땅이 있으면 자기 가족한테 해 주지 나한테 돌아올 차례가 어디 있느냐고, 자기가 여동생이냐고, 가족이냐고, 그 말을 몇 번이나 반복하시며 떡볶이를 조렸다 포장 용기를 꺼냈다 하는데 야구 모자 쓴 허벅지 두꺼운 여자는 웃음보가 터지고 말았다. 마치 후렴구 같았다. 반복할 때 조금씩 조사도 억양도 달라지는데 지겨운 게 아니라 전조로 듣는 노래 같아 듣기 싫지 않았다. 적당히 잘 조려졌어, 맛있을 거예요. 아, 아주머니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신다. 집에 와서 떡볶이를 다 마셔 버렸다. 플라스틱 용기를 분리수거함에 구겨 넣으며 착잡한 심정이 되었다.  

탄수화물을 부르는 운동. 나는 근력을 키우고 있는 것인가, 지방을 축적하고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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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17 0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18 09: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1-11-17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방을 축적하고 있으며 근력을 키우고 있죠. 오늘밤 지방을 축적하고 다음날 근력을 키우며 지방을 다시 태우고 계신거에요. 블랑카님, 너무 고민하지 마세요. 근력을 키우지 않고 또 지방을 태우지 않으면서 마의 열한 시에 라면을 끓여먹거나 떡볶이를 사먹는 1人이 여기 이렇게 든든하게 버티고 있으니까요. 제가 응원합니다.

blanca 2011-11-18 09:10   좋아요 0 | URL
ㅋㅋㅋ 다락방님, 저 위안 받아도 되는 거었어요? 밤참도 습관인 것 같아요. 참는 게 극기 수준이에요. 이러면 안 되는데....운동 오래 한 사람들 보니 날씬하다기보다는 탄탄하더라고요. 그냥 이대로 엉뚱이로 살려고요^^;;;

cyrus 2011-11-17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 글 읽고나니 저도 근력을 키우기 위해서 방학 때 운동 좀 해야겠는데요.
지금 방학 때 아르바이트를 할까? 아니면 개인적인 공부를 할까? 신중하게 고민을 해봐야겠습니다. ^^;;
그런데 운동을 하게 된다면 작심삼일 될거 같아요 ㅎㅎ


blanca 2011-11-18 09:13   좋아요 0 | URL
cyrus님 저도 그런 고민했었는데. 결론은 4학년 1학기 여름 방학때부터 취업준비로 그만두기로 계획을 잡았었어요. cyrus님은 기본 근력이 있지 않을까요? 그런 분들은 운동을 해도 기본이 다르니 금방 금방 달라지더라고요.

마늘빵 2011-11-17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운동 안한 지 오래 됐는데, 그거 운동하고나면 식욕이 막 솟아서 이거저거 먹게 되는데 그러시면 몸이 불어나신다는... ^^ 그걸 참으면 성공인데 저도 잘 못 참죠. -_- 러닝머신 한 시간 해봐야 빠지는 칼로리는 한 끼 식사만큼도 안 되는데-한 400칼로리 빠지던가요-, 먹는 건 1000칼로리 순식간이에요. ㅠㅠ

blanca 2011-11-18 09:14   좋아요 0 | URL
ㅋㅋㅋ 아시는군요. 벌써 1킬로 더 쩠어요. 배가 너무 고파서 정말 견딜 수가 없답니다. 게다가 저는 덤벨하고 러닝 20분 뛰니 운동을 제대로 한다고도 볼 수 없는 것 같아요. 바로 먹어주고요^^;;

감은빛 2011-11-17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 여름에 결혼후 처음으로 예전 몸매에 가까운 상태까지 돌아갔었는데, 그래서 자신있게 소매없는 옷을 입고 다녔는데, 찬바람이 불기시작하면서 또 한동안 운동을 안하고 지내고 있네요. 몸은 결혼전 몸매가 아닌 작년 몸매로 돌아가고 싶은 걸까요? 블랑카님의 운동을 응원합니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어요 천천히 조급하지않게 가시길 바랍니다!

blanca 2011-11-18 09:16   좋아요 0 | URL
소매없는 옷이요! 우아. 예, 딴건 몰라도 확실히 덜 피곤하더라고요. 체력이 나아지고 있는 것을 느끼니 계속 열심히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감사합니다.^^

pjy 2011-11-17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 어쩌면 이렇게 똑같을까요? 저도 예전에 헬스했었는데요~ 뭐랄까 몸무게가 줄어드는 효과는 미미했고, 식욕은 하늘을 찔렀고, 다만 몸의 내부구조가 변신되는 경험이었습니다ㅋㅋ 근데요~ 허무한것이 헬스를 관두면 몸이 도루아미타불이더라구요^^; 운동은 꾸준히 계속 해야되는게 관건인가봐요-_-

blanca 2011-11-18 09:17   좋아요 0 | URL
ㅋㅋㅋ 그죠, 그죠! 저도 그게 넘 무서워요. 그만두면 더 찐다는 얘기가 있어서요. 몸의 내부구조가 무언가 변동이 일어나는 것은 같아요. 점점 동작이 덜 힘들어지고 오후에 피로도가 덜한 게 너무 신기하더라고요.

양철나무꾼 2011-11-17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예전에 OO휘트니스 클럽 연간 회원권을 가지고도 안 다닌 화려한 전적을 가지고 있고요~
지난 겨울엔 동네 헬스클럽 3개월 등록하고 첫날 딱 하루 갔었습니다, 끙~--;

근데 떡볶이 국물 조려주는 그 동네 어디예요?@@
넘 먹고싶다는~ㅠ.ㅠ

blanca 2011-11-18 09:19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안 그래도 다들 3개월 그것 한꺼번에 끊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첫날 하루는^^;; 여기는 동대문구랍니다. 완전 맛나요. 학교 앞이라 좀더 나가면 온갖 체인 떡볶이집들이 있지요. 그래도 여기 동네 아줌마 떡볶이가 더 맛있어요. 참고 또 참아 1주일에 한번씩만 먹으려고 한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1-11-17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내는 데는 흔히들 고기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탄수화물도 힘내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그래서 보디빌더들도 시합을 위한 훈련이 아닐 때는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하죠.당연히 이때는 지방비율이 높아집니다.그러다 시합이 가까워 올수록 탄수화물 섭취량을 줄이죠.

웨이트 트레이닝 교본에 훈련법과 함께 영양학에 대한 지식도 있습니다.하나 하나 공부해 나가면 좋죠.


blanca 2011-11-18 09:19   좋아요 0 | URL
아,,,,,그렇군요. 저는 탄수화물 섭취가 건강에 안 좋다고 자꾸 그런 식으로만 생각이 되었어요. 안 그래도 웨이트 트레이닝 교본을 좀 봐야 되나, 그런 생각하고 있답니다.

마녀고양이 2011-11-17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헬스클럽 끊고 안 다니고, 집안에도 온갖 운동 기구 갖춰놓고도 안 하고, 이번에 운동 DVD도 구매했는데
아직 뜯지도 않았답니다............ 흐흐.

마의 11시,, 그러게요, 딱 그 시간이 문제예요, 문제~

blanca 2011-11-18 09:21   좋아요 0 | URL
ㅋㅋㅋ 마고님, DVD는 어떤 건가요? 너무 궁금하네요. 저도 집에 실내사이클(옷걸이로)이랑 덤벨 세 종류 있어요. 이번엔 기필코 결단코 운동 오래 제대로 해보려고 합니다.

순오기 2011-11-18 0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어쩔거야, 마의 11시!ㅋㅋ
나도 근력운동이 필요한데, 귀찮고 게을러서 운동을 못해요.
그렇지만 퇴근길 40분 걷는 게 체력향상에 많이 도움됐어요.
내 나이쯤에는 무리한 운동보다 걷기가 제일 좋다고 하는데, 체중을 줄이는 건 역시 먹는 걸 줄여야 하나봐요.
2~3킬로 빠진 후 한주일을 식생활에 따라 500그램이 올랐나 내렸다~~ 더 이상 안 줄어요.ㅜㅜ

blanca 2011-11-18 09:22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40분 걸으신다니 그럼 몇 킬로나 되는 건가요? 제가 저번에 1킬로 내외 거리를 걸었는데도 꽤 피곤하더라고요. 운동 제대로 하고 계시는 것 같은데요. 운동만으로는 체중감량은 힘든 것 같아요. 2~3킬로라도 정말 많이 빼신것 같은데요. 저는 운동 시작하고 1킬로씩 체중이 올라가고 있는 것 같아요.

섬사이 2011-11-18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어느 책에서 읽은 것 같아요. (어느 책이었는지는 도통 기억이 나질 않네요...)
유산소운동은 식욕을 억제시키는 반면 무산소운동은 피로감이 높고 식욕을 증가시킨다고 했어요.
유산소운동을 같이 하시면 어떨까요..
전 오늘로 헬스다닌지 딱 3개월 됐는데, 다른 건 몰라도 체력은 좋아졌어요.
(체중도 줄었어요.. ^^)

blanca 2011-11-20 11:36   좋아요 0 | URL
아,,,그렇군요. 제가 유산소운동을 너무 소흘히 했나 봐요. 어떨 때는 15분 사이클 타고나서 유산소 운동 했다고 자위하고 -..- 그러거든요. 조언 감사합니다. 체력은 정말 좋아지는 것 같아요!

2011-11-29 23: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29 23: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29 23: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2-01 2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