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고보다 더한 것이 충치 네 개를 한꺼번에 때우는 고통이다. 한 시간여에 걸쳐 그 소름끼치는 시린 기운에 다 커서 이제 늙어가는 성인이 차마 이제 그만 하자,고 말하지도 못하고 참고 또 참았다.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아저씨의 "아, 아!"하는 신음소리는 치과 분위기를 더 괴괴하게 만들어 주었다. 어제 고작 네 살짜리 딸아이도 충치 치료를 말없이 마쳤다는 사실을 자꾸 기억해 내려 애썼지만 당장 밀려오는 그 고통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거의 몇 대 두들겨 맞은 기분으로 풀린 다리를 추스리며 다음 예약 날짜를 잡는데 이제 사랑니 발치 날짜를 잡잔다.--;; 네 개 다 뽑으셔야 합니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여 피검사도 하셔야 하구요.
한 시간의 고통과 그 고통의 댓가로 내가 하루 일했다 해도 벌지 못할 거금을 지불하고 다음의 더한 고통을 예비하고 꾸무럭한 하늘을 올려다 봤다.
전국에서 방사능 성분이 검출되었고 일본의 원전 사태는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다. 방금이라도 펑펑 울것 같은 하늘. 얼얼한 내 턱. 나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고쳐 고쳐가며 살아 나가고 영원히 살것처럼 행동하는 건지.
아파트 주차장에 와서 주차 연습을 시작했다. 지난 주 연수를 한 성격 좋은 강사는 마지막 주차 연수날 다혈질로 변신했다. 지당한 일이다. 암, 나도 미친듯이 차를 원하는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꾸준히 밀어 넣으려는 내가 짜증이 나서 견딜 수 없는데 그 정도 새된 목소리를 내고 그친 것만도 감사한 일이다. 일단 차를 빼고 다른 곳에 넣는 것에 성공하여 지하로 한 층 더 내려가 의도하지 않았던 공간에 차를 넣어 버리는 쾌거를 이룩했다. 문제는 의도하지 않았던 곳이라는 데에 있었지만 그래도 어쨌든 차를 주차하고 시동을 끄고 나오니 세상이 조금 더 아름다워 보였다.
문자가 왔다. 택배가 왔단다. 
지금은 그렇다. 충치 치료를 다 마치고 어디든 주차를 무난하게 할 수 있고 정리 정돈을 잘하고 아이에게 좋은 엄마가 되어야 한다는 눈 앞의 일들이 있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나머지의 일들은 정말 어떻게 할 수 없는 노릇이다. 다만 더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노력은 계속 하고 싶다. 나이가 들수록 더 이기적으로 속물적으로 변해가려는 치우침을 핸들을 풀어 제자리로 자꾸 돌려 놓으려고 정신을 차려야 할 것 같다.
사랑니 발치가 너무 무섭다........청춘에 끝냈어야 할 일들이 결국 이렇게 발목을 잡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