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명한 언어학자이자 반전운동가인 노엄 촘스키가 이 시대의 최고 지성으로 선정됐다.
  
  영국의 정치평론지 <프로스펙트>가 창간 10주년을 맞아 지난달 미국 외교전문지인 <포린 폴리시>와 공동으로 온라인 독자 투표를 실시한 결과, 촘스키(4800표)가 <장미의 이름> <푸코의 추>의 저자 움베르토 에코(2500표, 2위)를 크게 앞질러 1위를 차지했다.
  
  밀턴 프리드먼, 독자 직접선정 1위
  
  이번 투표는 두 잡지가 자체 선정한 사상가와 정치인, 철학자 등 지성인 100명을 놓고 독자 한 사람이 지성인 5명에게 표를 던지는 방법으로 지난 9~10월 실시됐고 2만여 명이 참가했다.
  
  촘스키, 에코에 이어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 체코 벨벳혁명의 주인공으로 대통령을 지낸 극작가 바츨라프 하벨, 이슬람의 얼굴을 가진 파시즘을 비판해온 저널리스트 크리스트퍼 히친스가 각각 3~5위를 차지했다.
  
  한편 독자가 직접 써넣은 지성인 순위로는 통화주의 경제학의 창시자인 밀턴 프리드먼이 1위, 우주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이 2위, 신자유주의 비판으로 유명한 작가 아룬다티 로이가 3위, 비판적 역사학자 하워드 진이 4위, 빌 크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5위를 차지했다.
  
  "촘스키 1위, 비판적 지식인에 대한 갈망 반영"
  
  잡지는 미국의 대외정책에 대한 촘스키의 비판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도 그가 1위를 차지한 것에 놀라지 않을 이유가 있다면서, 그 중 하나로 그는 지적인 관심사가 매우 광범위하고 여러 분야에서 탁월하다는 점을 꼽았다.
  
  잡지는 지적 관심사와 활동 영역이 광범위하다는 특징은 상위에 이름을 올린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에코는 문학평론가이자 베스트셀러 소설가이고, 하벨은 극작이이자 정치인이며, 생리학자였던 재릿 다이아몬드(9위)는 현재 UCLA의 지리학 교수다.
  
  잡지는 촘스키가 에밀 졸라, 버틀랜드 러셀, 장 폴 사르트르와 같이 당대 최고의 쟁점에 대해 용기있게 비판하고 자기 나라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이라는 점이 그가 1위로 선정된 더 중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투표를 분석한 영국의 작가이자 TV 프로듀서인 데이빗 허먼은 "<포린폴리시>와 <프로스펙트>가 사전에 잠정 선정한 100인을 보고 비판적 지식인의 전통이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촘스키의 앞도적인 우위를 보니 우리가 여전히 그같은 인물을 갈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란인 2명 포함 눈길…한국인은 없어
  
  데이빗 허먼은 이어 "상위에 오른 이들 중에서 70세 이하의 인물을 찾기 어려운 것일 뿐"이라고 말했는데 이는 이번 투표 결과 2차 세계대전 이후 태어난 사람이 10위권에 히친스(56세)와 작가 살만 루슈디(58세) 2명뿐이라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그러나 20위권에는 반세계화 운동을 벌여온 작가 나오미 클라인(35세, 11위), 환경론자들의 주장을 통계학적으로 비판해온 덴마크의 정치학자 비외른 롬보르(40세, 14위) 등 젊은 세대가 포함됐다.
  
  영미권에 비해 유럽 대륙의 지성인에 대한 평가가 낮았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10위권에는 에코와 독일의 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7위) 2명이 있었으나 그 밑으로는 49위에 쥘리아 크리스테바, 50위에 안토니오 네그리가 선정됐을 뿐이며 프랑스의 지성은 40위권에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같은 결과는 조사주체가 영어 잡지여서 영미권 독자가 투표에 많이 참여했던 때문으로 보인다.
  
  인권운동가로 2003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시린 에바디와 이슬람 철학자 압돌카림 소루시가 각각 12위와 15위를 차지해 이란 출신이 2명이나 상위권에 포함된 점도 눈길을 끈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6명이 포함됐으나 하위권을 맴돌았고 한국인의 이름은 없었다.
  
  다음은 상위 선정자들 각각에 대한 <포린 폴리시>의 소개글을 요약한 것이다.
  
  노엄 촘스키(77세)

  
  1928년 미국 필라델피아 태생. 1950년대 미국 MIT 언어학 교수가 됨. '변형생성문법' 이론의 창시자. 1960년대 베트남전쟁 반대 운동으로 명성을 얻음. 그후 40여 년간 미 행정부의 국내외 정책을 비판해온 학자. 40여 권이 넘는 저서를 쓰고 강연활동도 활발.
  
  움베르토 에코(73세)
  
  이탈리아 볼로냐 대학의 기호학 교수로, 한 마디로 규정하기 어려운 업적을 남김. 토마스 아퀴나스의 철학과 미학에 대한 저술을 해옴과 동시에 신문 연재만화의 문화적 영향에 대한 책도 썼다.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 건 소설 <장미의 이름>과 <푸코의 추>로, <장미의 이름>은 숀 코너리가 등장하는 할리우드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리처드 도킨스(64세)
  
  1976년 생명체의 복잡한 현상을 명쾌히 풀어낸 <이기적 유전자>란 책으로 명성을 얻음.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과학의 이해' 과목 담당 교수로, 조직화된 종교에 대한 적극적인 반대자이며, 아마도 세계 최고의 무신론자일 듯. '모든 악의 뿌리'라는 종교 관련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음.
  
  바츨라프 하벨(69세)
  
  1936년 체코 프라하 출생. 1970년대 독재 체제의 부조리를 조롱한 희곡으로 명성을 얻음. 반체제 활동으로 투옥과 절필을 강요당함.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시 '벨벳 혁명'의 지도자로 떠올라 1년 후 체코슬로바키아 대통령에 당선. 1992년 체코슬로바키아가 체코와 슬로바키아로 나눠진 후 1993년부터 10년간 체코 대통령을 지냄. 유럽연합(EU)이 미얀마와 쿠바 같은 나라의 인권 문제에 소극적이라며 비판.
  
  크리스트퍼 히친스(56세)
  
  영국 출신. 트로츠키주의자였던 1970년대에 영국의 정치평론지 <뉴 스테이츠맨>에 기고를 해 유명세를 탐. 1980년대부터 미국에서 활동. <배니티 페어> <네이션> <아틀란틱> 등에서 칼럼니스트를 지냄. 테레사 수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 등에 대한 일련의 비판 글로 비난을 받았고 부시 행정부의 대테러전에 대한 강력한 지지자로 알려짐.
  
  밀턴 프리드먼(75세, 독자들이 직접 써넣은 순위 1위)
  
  헝가리 이민자의 후예로 뉴저지에서 자랐고 개인의 자유에 대한 옹호, 감세 주장 등으로 유명. 화폐공급 조절을 중시하는 그의 통화주의 이론은 한때 케인즈주의를 압도하기도 했음. 미 시카고대에서의 학문적 노력으로 그의 아이디어가 주류 정치에 주입됐고, 1976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 정치적 보수주의자들이 그의 경제정책론을 받아들였지만, 마리화나 합법화에 대한 그의 신념은 지지받지 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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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10-18 0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촘스키 관련 책을 읽고 있는데, 이 페퍼 글자가 넘 작아요. 성님, 글자 좀 키워주심..꾸박.

라주미힌 2005-10-18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방금 봤는데, 돋보기용이네욤 ㅋㅋㅋ.

비로그인 2005-10-19 0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발육상태가 좋네요! 델꼬 감돠, 캄솨캄솨!!
 

그것이 내부를 향하건 외부를 향하건

신경만 쓰인다.

신경 쓰다보니 골치가 아프다.

단세포처럼 자기분열만 하면서 사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가도,

그것 또한 바닥날 것 같아 신경쓰인다.

우째하면 좋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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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5-10-18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없이 사는 게 어떤 면에서는 편하긴 합니다... 제가 그렇지요^^
 



 

 

亦莫戀此身

 

 

(역막연차신) 

 

 

이 몸을 그리워도 말고

 

 

 

 

 

 

 亦莫厭此身

 

 

(역막염차신) 


 

이 몸을 역겨워도 말라

 

 

 

 

 

 萬劫煩惱根

 

 

(만겁번뇌근) 


 

 

만겁 번뇌의 뿌리이며

 

 

 

 

 

 

一聚虛空塵

 

(일취허공진)


 

한 줌 허공의 먼지니라

 

 

 

 

 

 

無戀赤無厭

 

 

(무연적무염)

 

 

그리움 역겨움 없으면


    

 

 

 

 

 

 

 始是逍遙人

 

 

(시시소요인) 

 

 

비로소 곧 자유인이 되리로라
 


 


 


<Andante - The S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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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 뉴욕에 가다 - 역사 모노드라마
하워드 진 지음, 윤길순 옮김 / 당대 / 2005년 8월
평점 :
품절


모노 드라마를 책으로 만나는 것은 흥미로운 경험이다. 게다가 위대한 혁명가 마르크스가 주인공 이라니…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이것을 ‘하워드 진’이 썼다는 것이다.

마르크스가 뉴욕에 나타나 ‘나는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니다’라며 왜곡된 사상, 현실, 인물에 대한 변을 늘어 놓는다. 자본주의에 의해 소외된 인간을 대변하며 인간이 꿈꾸는 사회를 이야기한다.
이것은 이야기이다. 부담 없는 독백이고, 화자와의 대화이다. 마르크스의 내면은 울림이 되어 언어로써 퍼진다. 그것은 관객, 독자와의 개별적인 결합을 이룸으로써 사상의 전이, 공유를 일으킨다.

이것은 단절된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너무나 값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와의 단절, 미래와의 단절. 오로지 현실적 가치에만 집중하고, 자본의 척도로 측정되어야만 인정 받을 수 있는 조각난 현대에서 그 유효성은 매우 중요한 관심사이다.
소비에트 연방의 붕괴는 공산주의의 패배이고 자본주의 승리라고 흔히들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소리이다. 몰락한 것은 민중을 배반한 지배층이지 민중의 이상일 수 없다. 그렇다고 득세한 자본주의의 승리는 더더욱 아니다. 고달픈 체제 속에서 자본주의적 삶을 살고 있다고 해서, 인간의 노동이 변질 될 수는 없고, 민중이 희망하는 사회가 달라질 수는 없는 것이다. 무엇이 변화시킬 것이고, 변화하는 가는 이미 우리 자신에게 투영되어 있다. 그것을 이끌어내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 아마도 삶의 치열함이 아닐까.

마르크스의 사상은 아마 그의 치열한 삶이 그대로 녹아있다고 생각된다. 가난, 그의 가난이 우리의 가난과 같은 의미일지는 모르겠으나 자본주의에 대한 냉철한 칼날을 세울 수 있게 하지 않았을까. 이 책에서는 가족들의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한 인간의 생애에서 가족과의 삶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사상적 동지, 민중의 적, 역사적 진실을 입체적으로 담은 이 책은 그래서 너무나 인간적이다.

책의 편집도 재미있다. 모노드라마답게 임팩트가 있다. 폰트 사이즈가 제 멋대로다. 사람에 따라서는 산만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나는 썩 괜찮은 설정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의 목소리가 계속 ‘도~~’로 이어진다면 로봇 같지 않을까. 이 책은 아마 독자의 상상에 울림까지도 전해주고 싶어했던 모양이다.  

사상이 탄압 받던 시대가 있었다. 이미 지나갔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이 놈의 나라는 모양새가 후지다 못해 천박하다. 강 교수를 둘러싼 논쟁을 보면, 마르크스 관련 도서가 이렇게 쉽게 출판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왜 우리는 자유롭지 못할까. 마르크스 만큼의  치열한 사상의 의지, 삶의 투쟁이 부족해서 그런 게 아닐까? 물음표 하나 달고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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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10-17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쿄호^,.^ 모노 드라마는 자칫 졸음을 동반한 나른함을 느낄 수 있는 한계가 있는데, 마르크스의 연기력이 아주 뛰어났나 봅니다. 리뷰가 전혀 지루하지 않을 뿐더러 웅변까지..

라주미힌 2005-10-17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돌님과 비슷한 발랄한 마르크스를 만날 수 있어요... ㅎㅎㅎ

panda78 2005-10-17 0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하워드 진이 썼다길래 혹-했는데, 서점에서 보니 책이 얇더라구요? 그래서 마음 접었는데, 이렇게 또 불을 지르시누만요... 하여튼.. ㅎㅎ

2005-10-17 19: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괴짜경제학 - 상식과 통념을 깨는 천재 경제학자의 세상 읽기
스티븐 레빗 외 지음, 안진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진리의 행보는 우리가 애써 만들어 놓은 학문의 경계를 존중해 주지 않는다. 학문의 구획은 자연에 실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진리의 궤적을 추적하기 위해 우리 인간이 그때그때 편의대로 만든 것일 뿐이다. 진리는 때로 직선으로 또 때로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학문의 경계를 관통하거나 넘나드는데, 우리는 우리 스스로 만들어 놓은 학문의 울타리 안에 앉아 진리의 한 부분만을 붙들고 평생 씨름하고 있다.’ (『통섭』 옮긴이의 서문 중에서 )

인간의 경제 활동을 기반으로 한 사회 현상과 질서를 연구하는 경제학이 ‘돈 버는 경제학’에 맥을 못 추고 있다. 자본주의가 스멀거리며 학문을 좀 먹고, 그것에 부응하여 부흥한 출판가에 넘치는 ‘돈놀이 책들’ 때문에 이 책 또한 처음엔 비호감적인 제목으로 다가왔었다. 그러나 그런 성향의 책은 아니었고, 오히려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는 괜찮은 책이란 것을 발견하게 되서 다행스럽다. 그리고 책 표지처럼 사과를 깠더니 귤이 나온 듯한 의외성의 기쁨을 살짝 얻어서 기쁘다.

대단한 통찰력을 보여주는 경제학자를 만났다.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현상들에서 파생된 결과를 분석하여 원리를 찾아내고, 사회통념과 상식을 흔들어 보인다. 흔들바위를 작은 힘으로 흔들며 즐거워 하는 관광객들처럼 저자의 창의적인 연구 논문들은 머리를 흔들흔들 즐겁게 한다. 목차만 봐도 특이하다.

교사와 스모선수의 공통점은?
KKK와 부동산 중개업자는 어떤 부분이 닮았을까?
마약 판매상은 왜 어머니와 함께 사는 걸까?
그 많던 범죄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부모는 과연 아이에게 영향을 미치는가?

얕은 물은 물결이 거칠고, 깊은 물은 잔잔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잔잔한 물의 물결파는 쓰나미를 일으킬 만큼 거대한 힘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사회 현상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잔잔함에 취하여 진정한 모습을 보지 못하는 경우 말이다.
교사와 스모선수의 공통점, 그것은 인센티브와 룰의 배타적 경계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인센티브 앞에 무력해지는 도덕성과 명예를 그들의 공통점으로 지적한다. 그들은 경제활동을 하고 있고, 재화 취득이라는 우리 모두와 같은 목표를 공유 하고 있다는 사실이 ‘도덕적 윤리적 기준’에 의해 희석되었다. 그래서 그들의 부도덕한 면이 부각되었을 때 더더욱 커다란 분노를 일으킨다.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감추어진 것이 많다는 것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억에 대한 왜곡을 반증한다. 무의식적인 학습과 최면에 의해 감추어진 부분도 상당할 것이다.

부모는 과연 아이에게 영향을 미치는가? 이 도발적인 물음은 우리에게 상당히 낯설고, 비상식적으로 들린다. 환경, 유전자에 의해 결정지어지는 수 많은 인간의 성향과 능력에서 부모의 역할과 영향력을 부정하는 듯한 저 질문이 무엇을 시사하는가? 그 실례는 우리 사회가 안고 가는 사교육 문제를 강타할 수 있는 직접적인 질문일 수 있다. 이 책에 의하면 아이에게 쏟아 붓는 과외와 영재교육, 연수 등은 효과가 거의 없다! 이미 그 아이는 그 부모의 성향에 의해 결정되어진다는 결정론은 무책임하면서도 허무하게 들린다. 

KKK와 부동산업자가 갖는 정보독점의 이해 관계와 영향력, 낙태와 범죄감소율의 상관 관계 등은 저자의 참신성을 잘 보여주는 부분이다. 그가 되풀이 하는 주장이 있다. ‘윤리적 기준이 이상 세계를 그려낸다면, 자신의 연구는 현실을 반영한다.’

가령 낙태 합법화가 범죄감소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는 그의 주장을 낙태지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물론 생명윤리의 훼손에 관한 법에 힘을 심어줄 수는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사회 현상에 관한 연구가 꼭 도덕적인 기준에 부합하고, 우리의 가치관에 불쾌함을 주지 말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의 문제 제기 능력, 문제 의식, 데이터 분석력에 집중할 필요성을 느낀다.

그러나 그의 연구가 사회통념과 상식에 저항하는 듯이 보이지만, 사실 그는 더 커다란 사회통념에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 가령 그의 건조한 자본주의적인 시선에는 높은 학력, 높은 수익, 높은 사회적 지위가 인간을 평가하는 절대적 기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지독한 현실의 반영을 이야기 하고 있지만, 그것은 현실 체제의 극히 일부일 뿐이다. 통계적인 수치가 일반성을 대변하지는 않는다. 게다가 연구 결과를 이끌어낸 데이터의 정밀성과 건전성이 보장된 것인지 의문스럽다.

그러나 그의 책이 수많은 질문을 던졌고, 나에게도 질문을 만들어내게 하는 힘이 있기 때문에 값어치가 있는 책이라고 본다. 질문은 언젠가는 답을 던져줄 가능성을 늘 안고 있기에 놓을 수 없는 것이다. 질문의 힘이 느껴지는 이 책은 그래서 반갑다.

'인간의 역사는 끊임없이 신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는 자유 의지의 몸부림과 다시 신에게 돌아가려는 운명적인 믿음 사이에서 벌어지는 서사시다. 나를 에워싸고 있는 세계를 올바로 인식하고 그 속의 나 자신을 꿰뚫는 보편적인 진리를 찾아가는 노력 즉 통섭의 노력 역시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통섭』 옮긴이의 서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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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10-16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괴짜 경제학> 리뷰를 읽으며 <통섭>을 읽어봐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갑니다.
ㅎㅎ 농담이고요.
리뷰 단숨에 재밌게 읽히네요.^^

라주미힌 2005-10-16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도 읽어보세요. 흥미로운 주제들이 많답니다.
사실 더 재미있는 내용도 있는데, 감춰놨어요... 이힛.

가을산 2005-10-17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겠네요. 보관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