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 뉴욕에 가다 - 역사 모노드라마
하워드 진 지음, 윤길순 옮김 / 당대 / 2005년 8월
평점 :
품절


모노 드라마를 책으로 만나는 것은 흥미로운 경험이다. 게다가 위대한 혁명가 마르크스가 주인공 이라니…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이것을 ‘하워드 진’이 썼다는 것이다.

마르크스가 뉴욕에 나타나 ‘나는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니다’라며 왜곡된 사상, 현실, 인물에 대한 변을 늘어 놓는다. 자본주의에 의해 소외된 인간을 대변하며 인간이 꿈꾸는 사회를 이야기한다.
이것은 이야기이다. 부담 없는 독백이고, 화자와의 대화이다. 마르크스의 내면은 울림이 되어 언어로써 퍼진다. 그것은 관객, 독자와의 개별적인 결합을 이룸으로써 사상의 전이, 공유를 일으킨다.

이것은 단절된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너무나 값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와의 단절, 미래와의 단절. 오로지 현실적 가치에만 집중하고, 자본의 척도로 측정되어야만 인정 받을 수 있는 조각난 현대에서 그 유효성은 매우 중요한 관심사이다.
소비에트 연방의 붕괴는 공산주의의 패배이고 자본주의 승리라고 흔히들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소리이다. 몰락한 것은 민중을 배반한 지배층이지 민중의 이상일 수 없다. 그렇다고 득세한 자본주의의 승리는 더더욱 아니다. 고달픈 체제 속에서 자본주의적 삶을 살고 있다고 해서, 인간의 노동이 변질 될 수는 없고, 민중이 희망하는 사회가 달라질 수는 없는 것이다. 무엇이 변화시킬 것이고, 변화하는 가는 이미 우리 자신에게 투영되어 있다. 그것을 이끌어내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 아마도 삶의 치열함이 아닐까.

마르크스의 사상은 아마 그의 치열한 삶이 그대로 녹아있다고 생각된다. 가난, 그의 가난이 우리의 가난과 같은 의미일지는 모르겠으나 자본주의에 대한 냉철한 칼날을 세울 수 있게 하지 않았을까. 이 책에서는 가족들의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한 인간의 생애에서 가족과의 삶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사상적 동지, 민중의 적, 역사적 진실을 입체적으로 담은 이 책은 그래서 너무나 인간적이다.

책의 편집도 재미있다. 모노드라마답게 임팩트가 있다. 폰트 사이즈가 제 멋대로다. 사람에 따라서는 산만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나는 썩 괜찮은 설정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의 목소리가 계속 ‘도~~’로 이어진다면 로봇 같지 않을까. 이 책은 아마 독자의 상상에 울림까지도 전해주고 싶어했던 모양이다.  

사상이 탄압 받던 시대가 있었다. 이미 지나갔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이 놈의 나라는 모양새가 후지다 못해 천박하다. 강 교수를 둘러싼 논쟁을 보면, 마르크스 관련 도서가 이렇게 쉽게 출판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왜 우리는 자유롭지 못할까. 마르크스 만큼의  치열한 사상의 의지, 삶의 투쟁이 부족해서 그런 게 아닐까? 물음표 하나 달고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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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10-17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쿄호^,.^ 모노 드라마는 자칫 졸음을 동반한 나른함을 느낄 수 있는 한계가 있는데, 마르크스의 연기력이 아주 뛰어났나 봅니다. 리뷰가 전혀 지루하지 않을 뿐더러 웅변까지..

라주미힌 2005-10-17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돌님과 비슷한 발랄한 마르크스를 만날 수 있어요... ㅎㅎㅎ

panda78 2005-10-17 0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하워드 진이 썼다길래 혹-했는데, 서점에서 보니 책이 얇더라구요? 그래서 마음 접었는데, 이렇게 또 불을 지르시누만요... 하여튼.. ㅎㅎ

2005-10-17 19:1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