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경제학 - 상식과 통념을 깨는 천재 경제학자의 세상 읽기
스티븐 레빗 외 지음, 안진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진리의 행보는 우리가 애써 만들어 놓은 학문의 경계를 존중해 주지 않는다. 학문의 구획은 자연에 실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진리의 궤적을 추적하기 위해 우리 인간이 그때그때 편의대로 만든 것일 뿐이다. 진리는 때로 직선으로 또 때로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학문의 경계를 관통하거나 넘나드는데, 우리는 우리 스스로 만들어 놓은 학문의 울타리 안에 앉아 진리의 한 부분만을 붙들고 평생 씨름하고 있다.’ (『통섭』 옮긴이의 서문 중에서 )

인간의 경제 활동을 기반으로 한 사회 현상과 질서를 연구하는 경제학이 ‘돈 버는 경제학’에 맥을 못 추고 있다. 자본주의가 스멀거리며 학문을 좀 먹고, 그것에 부응하여 부흥한 출판가에 넘치는 ‘돈놀이 책들’ 때문에 이 책 또한 처음엔 비호감적인 제목으로 다가왔었다. 그러나 그런 성향의 책은 아니었고, 오히려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는 괜찮은 책이란 것을 발견하게 되서 다행스럽다. 그리고 책 표지처럼 사과를 깠더니 귤이 나온 듯한 의외성의 기쁨을 살짝 얻어서 기쁘다.

대단한 통찰력을 보여주는 경제학자를 만났다.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현상들에서 파생된 결과를 분석하여 원리를 찾아내고, 사회통념과 상식을 흔들어 보인다. 흔들바위를 작은 힘으로 흔들며 즐거워 하는 관광객들처럼 저자의 창의적인 연구 논문들은 머리를 흔들흔들 즐겁게 한다. 목차만 봐도 특이하다.

교사와 스모선수의 공통점은?
KKK와 부동산 중개업자는 어떤 부분이 닮았을까?
마약 판매상은 왜 어머니와 함께 사는 걸까?
그 많던 범죄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부모는 과연 아이에게 영향을 미치는가?

얕은 물은 물결이 거칠고, 깊은 물은 잔잔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잔잔한 물의 물결파는 쓰나미를 일으킬 만큼 거대한 힘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사회 현상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잔잔함에 취하여 진정한 모습을 보지 못하는 경우 말이다.
교사와 스모선수의 공통점, 그것은 인센티브와 룰의 배타적 경계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인센티브 앞에 무력해지는 도덕성과 명예를 그들의 공통점으로 지적한다. 그들은 경제활동을 하고 있고, 재화 취득이라는 우리 모두와 같은 목표를 공유 하고 있다는 사실이 ‘도덕적 윤리적 기준’에 의해 희석되었다. 그래서 그들의 부도덕한 면이 부각되었을 때 더더욱 커다란 분노를 일으킨다.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감추어진 것이 많다는 것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억에 대한 왜곡을 반증한다. 무의식적인 학습과 최면에 의해 감추어진 부분도 상당할 것이다.

부모는 과연 아이에게 영향을 미치는가? 이 도발적인 물음은 우리에게 상당히 낯설고, 비상식적으로 들린다. 환경, 유전자에 의해 결정지어지는 수 많은 인간의 성향과 능력에서 부모의 역할과 영향력을 부정하는 듯한 저 질문이 무엇을 시사하는가? 그 실례는 우리 사회가 안고 가는 사교육 문제를 강타할 수 있는 직접적인 질문일 수 있다. 이 책에 의하면 아이에게 쏟아 붓는 과외와 영재교육, 연수 등은 효과가 거의 없다! 이미 그 아이는 그 부모의 성향에 의해 결정되어진다는 결정론은 무책임하면서도 허무하게 들린다. 

KKK와 부동산업자가 갖는 정보독점의 이해 관계와 영향력, 낙태와 범죄감소율의 상관 관계 등은 저자의 참신성을 잘 보여주는 부분이다. 그가 되풀이 하는 주장이 있다. ‘윤리적 기준이 이상 세계를 그려낸다면, 자신의 연구는 현실을 반영한다.’

가령 낙태 합법화가 범죄감소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는 그의 주장을 낙태지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물론 생명윤리의 훼손에 관한 법에 힘을 심어줄 수는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사회 현상에 관한 연구가 꼭 도덕적인 기준에 부합하고, 우리의 가치관에 불쾌함을 주지 말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의 문제 제기 능력, 문제 의식, 데이터 분석력에 집중할 필요성을 느낀다.

그러나 그의 연구가 사회통념과 상식에 저항하는 듯이 보이지만, 사실 그는 더 커다란 사회통념에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 가령 그의 건조한 자본주의적인 시선에는 높은 학력, 높은 수익, 높은 사회적 지위가 인간을 평가하는 절대적 기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지독한 현실의 반영을 이야기 하고 있지만, 그것은 현실 체제의 극히 일부일 뿐이다. 통계적인 수치가 일반성을 대변하지는 않는다. 게다가 연구 결과를 이끌어낸 데이터의 정밀성과 건전성이 보장된 것인지 의문스럽다.

그러나 그의 책이 수많은 질문을 던졌고, 나에게도 질문을 만들어내게 하는 힘이 있기 때문에 값어치가 있는 책이라고 본다. 질문은 언젠가는 답을 던져줄 가능성을 늘 안고 있기에 놓을 수 없는 것이다. 질문의 힘이 느껴지는 이 책은 그래서 반갑다.

'인간의 역사는 끊임없이 신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는 자유 의지의 몸부림과 다시 신에게 돌아가려는 운명적인 믿음 사이에서 벌어지는 서사시다. 나를 에워싸고 있는 세계를 올바로 인식하고 그 속의 나 자신을 꿰뚫는 보편적인 진리를 찾아가는 노력 즉 통섭의 노력 역시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통섭』 옮긴이의 서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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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10-16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괴짜 경제학> 리뷰를 읽으며 <통섭>을 읽어봐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갑니다.
ㅎㅎ 농담이고요.
리뷰 단숨에 재밌게 읽히네요.^^

라주미힌 2005-10-16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도 읽어보세요. 흥미로운 주제들이 많답니다.
사실 더 재미있는 내용도 있는데, 감춰놨어요... 이힛.

가을산 2005-10-17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겠네요. 보관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