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노사이드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수영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6월
평점 :
인류에 대한 인류의 위협이 초월적 존재 앞에 겸손해 질 수 있을까.
“무서운
것은 지력이 아니고,
하물며
무력도 아닙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그것을 사용하는 이의
인격입니다.”
p. 415
가장 가까이 있는 수 많은 존재들에게서
느껴지는 불안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국제 사회나 주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들을 보면 ‘악’은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있다는 말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우월함이 곧 파괴와 살육으로
이어져왔던 인류의 역사를 대충 훑어도 인류는 진화와
문명이라는 말이 얼마나 허구적이고 기만적인 말인지
안다.
버려지는 식량과 굶주리는
인간,
비용과 이윤을 위해 재단되는
노동,
구속되어진 신체와 삶에
신음하는 사람들,
인종과 종교,
문화와 경제,
영토 등등의 이유로 제 명을
다 하지 못하는 상황들...
문명은
한 가지 편의를 알려 줄 때마다 백 가지의 악을 감춘다.
– 허먼
멜빌
이 소설에서 미덕에 대한 명쾌한
‘정의’를 내리는데,
공존,
공생을
위해 갖춰야 할 것들에 대한 경외심이 왜 우리는 그렇지
못한가를 뒷받침하고 있지 않나 싶다.
하기
어려운 것,
우리는
그것을 채득하기 위해 혹독한 훈육이 있어야만 하는
존재인 것이다.
비관적인
내용이 가득하다.
우리가
이 따위로 진화해왔지만,
번성할
수 있었던 이유가 번식력에만 있지 않다라는 약간의
가능성도 열어둔 게 작가가 발휘한 미덕이라면 미덕이다.
평화와 화합이라는 슬로건을 단 국제적인
쇼가 한창이다.
Inspire
a generation! 을
주제로 한다는데,
이
소설이 주는 영감은 SF(Social
Science Fiction)의
걸작으로 자리잡을 것 같다.
신인류의
탄생은 현생인류의 한계를 보여주고,
신인류의
인격이 우리의 미래를 결정짓는다는 간결하지만 절실한
메세지가 인상적이다. 우리가 신인류의 인격에 어떤 태도와 방향을 가져야 하는지는 명확한데 말이다.
이 소설에 또렷하게 보여지는
인류에 대한 혐오에 격한 공감을 하면서도,
그것 또한 유희에 지나지 않는다는 씁쓸함 마저도
좋게 느껴진다.
무거운 주제를 이렇게 재미있게
쓰다니... 싫은 듯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