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에 대한 사전정보 없이 보는 것을 즐기는 편이지만,
이 영화는 도대체 어느 나라 영화인가? 이번엔 정말 궁금했다.
불어를 은근히 쓰는 무슬림 국가, 기독교 비율도 꽤 되고,
여성에 대해 보수적이고, 그렇게 못살지 않는 나라...
분위기는 터키인데, 불어랑은 상관없지 않나.. 그래도 경제적으로 많이 성장하고 있는데다
그나마 다른 국가보단 프랑스하고 지리적으로 가까우니.. 쫌 가능성이 있을거 같고..
아니면 프랑스 식민지였던... 알제리? 그런데 보이는 풍경은 알제리 같지 않고...
어딜까.. 어딜까...
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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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명의 여자들.. 그리고 다섯가지 사랑과 고민을 늘어 놓은 영화다.
불륜, 처녀성, 동성애, 외모 그리고 노인들의 사랑...
이야기는 다소 고루하나, 다른 사회의 분위기를 엿보는 것은
관음증처럼 집착하게 만드는 면이 있는 것 같다.
(영화 속 분위기로 봐서는 저 나라에서는 대단히 파격적이었을 것 같다는;;;;)
인간의 다양한 삶과 가치가 빚어내는 마찰과 불협화음,
그 속에서도 여자들만이 느낄 수 있는 섬세한 내면의 공감을
비록 나는 제대로 느낄 수 없었지만 뭔가가 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 사회의 여성들이 겪는 모순과 불안과 좌절...
여자 감독만이 그려낼 수 있는 떨림이었다.
여성의 역할 담론과 여성차별적 지배구조가 나름 견고하게 이어져 오고 있는 한국 사회와
본질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이라서 쉽게 읽혀지는 영화지만,
그 솔직함을 뛰어넘는 이야기는 기대할 수 없었다.
다만 제모라는 자연스러움에 대한 부자연스러운 가공은
인물 개개인이 짊어져야 할 사회적 욕망의 무게를 가늠할 수 있었다고나 할까..
그 백미는 할머니의 로맨스에서 절정을 이룬다.
'화장 할 때의 설레임'...
주름은 늘어가도 사랑은 늙지 않았다. 그 부활의 색조는 화려했다.
그것을 지울 때의 눈물과 클랜징 거품은 영혼을 지우는 작업이었으리라...
감독은 여성들의 연대와 공감으로 그것을 극복하려는 듯 했다.
정체성을 찾은 '아리따운 불어 아가씨'의 밝은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환상적인 컷을 하고서 찰랑이며 거리를 뛰어다니는 여성의 미소에는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손을 쥐고 함께 걷는 두 노인의 뒷모습에서, 결혼에 골인하는 장면에서...
하지만 뭔가가... 그녀들이 나아가는 방향에는 어떤 한계가 분명해 보였다.
아!!...
스스로를 버티게 할 수 있는 독함이 없다.
착한 여성들.. 그녀들은 너무 착했다.
마녀가 되었다면... 이야기는 얼마나 많이 달라졌을까..
'불어 아가씨..' 정말 예뼜음.
내가 막 머리 감겨주고 싶었수다.. ㅎㅎㅎㅎㅎ
점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