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수많은 뻔한 거짓말 중에서 단연코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최고의 거짓말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것이다.

짐짓, 그런체할 뿐 아무렇지도 않을 수는 없기에 우리는 자꾸만 아무렇지도 않다고 중얼거린다.

어느 수상스키 선수는 사고로 모터 보트에 의해 팔을 잘려나가게 되었는데 팔이 잘리고도 한동안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한다. 주변이 붉게 물드는 것을 보고서야 팔이 거의 다 잘렸다는 것을 알았다고.

크나큰 아픔은 그 당시에는 잘 못느끼고 그정 멍할 뿐이다. 아픔을 느끼는 시기는 이미 모든게 끝난 후다. 돌이킬 수 없을때 아픔이 시작되는것.

그래서, 다시 말하자면 나는

아무렇지도 않다.

정말, 그렇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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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02-27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낡은구두님, 무슨일이신가요? 아프면 안되요. 좋아지기 바래요..

이리스 2006-02-28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나아지려고 아픈것 같아요..

비로그인 2006-03-01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가락을 베었을 때, 마침 동맥을 새로 산 컷터로 그어버리는 바람에 피가 뚝, 뚝, 떨어질 때에도 저도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뒤이어 심장이 손끝에 달린 것처럼 화르륵 달아오르는 느낌, 남이 이랬으면 고소라도 할텐데 내가 이랬으니 어디 가서 말도 못할 자괴감(사고를 치면 늘상 자괴감이 따르더군요), 가장 덜 아플 때에는 꿰매느라 마취를 할 때와 처음 손을 베었을 때였어요. 아무렇지도 않아, 아무렇지도 않아, 그러나 이미 아무런 일들. 차라리 정말 아무렇지도 않을 때에는 그냥 웃게 됩니다.
정말.

이리스 2006-03-01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드님 / 아, 어쩌다 그런 일이 님에게.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너무 아프네요. 아무렇지 않은게 아니니까 자꾸만 아무렇지 않다고 중얼대는 것이겠죠. 근데 이제는 그 중얼거림도 그만 두어야 겠다고 생각해요.

비로그인 2006-03-02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가락은 말이지요, 지금은 이제 아무렇지도 않아요. 작년 여름, 7월 말경 베었거든요. 이제는 다 아물고, 다쳤던 손가락으로 가야금 줄을 힘껏, 눌러도 약간 우물한 느낌이 들 뿐, 아무렇지도 않아요. 모든 상처는 다 낫나봅니다. 그만두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만두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아, 님이 그렇다는 것이라기보다는 제 경우에는 그러했어요. 피할 수 없을 때 즐기기란 생각보다 어려운 일임에는 분명합니다.

이리스 2008-07-03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든 상처가 다 낫는다는데 한표입니다. 다만 상처는 낫지만 기억에서는 좀처럼 말끔하게 지워지지 않는것 같습니다. 저 역시 무엇하나 제대로 그만두지 못하고 또 시작하지 못하는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