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는 원래 학교부지가 없던 곳을 산을 깎아서 억지로 만든 학교이다.
그러다 보니 학교 뒤쪽으로는 정말 산밖에 아무것도 없다.
덕분에 조용하고 공기좋고
그리고 점심시간에 창밖으로는 그대로 산이 눈앞에 펼쳐진다.
그런데 어느날인가 발견하고야 말았다.
너무나도 사이좋게 산책이라기보다는 먹이를 찾고 있는 꿩 두마리를.....
녀석들은 늘 두마리가 같이 자주도 출몰하여 밥을 먹는 우리의 눈까지도 즐겁게 해줬었다.
이 도심속에서 꿩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이야기거리였던 것.
이녀석들은 한술 더 떠서 아예 학교 옥상을 지 집처럼 드나들기 시작했다.
그위에 텃밭을 만들어놨더니 먹이를 찾아 오는 것.

그런데......
이것이 불행의 원인이 될줄은 아무도 몰랐다.

3층의 모 교실에서 한참 수업중인데 뭔가가 갑자기 유리창에 와서 퍽 부딪히더란다.
선생님과 아이들이 모두 깜짝 놀랐고 처음에는 모두들 누군가 밑에서 돌 던진건줄 알았단다.
그런데 다음 순간 또 뭔가가 날아와서 퍽 부딪힌것.
유리창 바깥을 살펴보니 각도조절에 실패한 꿩녀석들이 유리창을 못보고 날아들다 부딪힌것.
수꿩은 그래도 조금 뒤에 비틀비틀 일어나서 어딘가로 떠나더란다.
근데 암꿩은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불쌍한 암꿩의 운명은 어떻게 됐을까?
암꿩의 소식을 들은 일부 인사들은 입으로는 안타까움을 표하면서도 입가에 묘한 미소를 끊임없이 흘리더라......
결국 여기저기 수소문끝에 알맞은 식당을 찾아 암꿩은 꿩탕의 신세가 되어 몇몇의 몸보신에 쓰였다.
부디 극락왕생하기를....

그나저나 그 묘한 미소의 몇몇 사람들은 수꿩의 안부가 너무 궁금하다.
왜일까?
저 산에는 수꿩의 새로운 짝이 되어줄 다른 암꿩이 있을까?
부디 새로운 짝을 만나 다시는 이 눈에도 안보이는 함정으로 가득찬 학교로는 돌아오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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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7-04-27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꿩탕이라는 것도 있군요. 뭔들 못 먹을까 싶네요. 학교 복도에 가끔 비둘기가 들어오지만 누구도 먹을 생각은 않는 것 같아요. 영양이 별로인가? ㅡ.ㅡ;;;

바람돌이 2007-04-27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없어서 못먹지 뭔들 못먹겠어요. 저도 그게 여기서 죽은 꿩만 아니었다면 꿩탕이라고요 하면서 얻어먹으로 갔을걸요. ㅎㅎ 근데 비둘기는 먹기가 영.... 좀 맛없어 보이죠. ㅎㅎ

물만두 2007-04-27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이 죄가 많아요.

바람돌이 2007-05-01 0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학교가 들어서지만 않았어도 그 꿩들은 백년해로하며 잘 살았을것을....ㅠ.ㅠ
 
그때 카파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 전설적 포토저널리스트 로버트 카파의 2차대전 종군기
로버트 카파 지음, 우태정 옮김 / 필맥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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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원래 좀 거리있게 떨어져서 볼때 뭔가 더 있어보인다.
영웅이 영웅다운건 또는 스타가 스타다운건 그가 손이 닿을 수없는 저 먼 어딘가에 있을테다.

스페인 내전, 중일전쟁, 2차대전....
그리고 인도차이나 전쟁에서 폭사하기까지 그는 늘 전쟁의 한가운데서 전쟁의 순간과 가장 가깝게 있었다.
이런 소개가 주는 이미지는 그야말로 영웅이다.
"만약 당신의 사진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그것은 너무 멀리서 찍었기 때문이다"라는 그의 말은 또 얼마나 영웅적인가?
자신이 만족스러운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어디까지도 가장 가깝게 사건의 한복판에 있겠다니....
이정도면 목숨을 초개같이 여기며 대의를 위해 달리는 전사의 이미지가 그에게 겹친다해도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그 자신이 말하는 로버트 카파는?
로버트 카파의 2차대전 참전 취재기인 이 책은 그야말로 카파가 보는 카파다.
그는 어떤 존재일까?
그는 좀 더 자신을 그럴싸하게 꾸며도 됐을듯한데 그 자신은 거기엔 별로 관심이 없어보인다.
그는 연애도 제대로 못하고, 직접 취재전의 긴장을 풀기 위해 다른 병사들이 그러하듯이 질게 뻔한 바보같은 포카게임에 뛰어들어 홀라당 돈을 잃기도 하고,
승리로 탈환한 지역에서 만날 스카치 위스키에 열광하기도 하며
또한 전쟁의 최선두에 섰으나 두려움에 떨며 그 현장을 벗어나고 싶어 안달하기도 한다.
그리고 자괴감에 시달리는 모습도 누구나가 가지는 모습일게고....
또한 남보다 더 빨리 특종을 건지고 싶어 안달하는 모습은 그가 언제나 보여주는 모습이다.
그가 보여주는 카파는 너무 솔직해서 오히려 친근감이 느껴지는 존재다.
옆에 있다면 같이 스카치 위스키를 나누며 어깨동무를 하고 싶은 그런 존재.

그러나 그의 사진이 보여주는 그의 모습은 다르다.
언제 어느때라도 그는 전쟁의 최선봉에 있다.
그 유명한 노르망디 상륙전에서도 그는 제일 먼저 상륙한 부대에 섞여서 같이 상륙했다.
지금이야 2차대전의 결정적 승기를 잡은 위대한 작전으로 칭송받지만 상륙작전이란거 자체가 성공하기 힘들고, 또한 엄청난 인력을 희생양으로 퍼부은 위에서만 가능한 작전이다.
그야말로 전우의 시체를 밟고 밟아야 하는 것이다.
그와 같이 상륙작전에 첫번째 투입됐던 부대는 거의 절멸당했다.
마지막 절멸의 순간에 그는 운이 좋게 후퇴할 수 있었을 뿐이고......
그리고 남은 것은.....
표지의 저 사진이다.

그의 관심이 항상 전쟁의 한가운데 있는 것만은 아니다.
전쟁이 남긴 휴유증, 상처에도 그의 눈길은 같이 머문다.
전쟁의 마지막 전사자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그의 연민
독일에 협력한죄로 삭발을 당하고 마을에서 ?겨나는 여인의 모습을 찍은 모습에도 그의 연민은 느껴진다.
특별한 설명이 없더라도 그 사진을 찍을때 그의 마음이 어떠했을지가 느껴지는 것.

그의 글이 보여주는 카파! 그의 사진이 보여주는 카파!
이 둘의 다르면서도 절묘한 조합으로 인해 이 책은 카파라는 위대한 기자를 옆에서 느끼게 해준다.

-----------------------------------------------
쓸데없는 덧붙임

책의 제목 <그때 카파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라는 제목에서 내가 연상한 것은
전쟁의 참혹함을 취재하면서 분노에 떨었다거나 슬퍼 오열했다거나 하여튼 뭐 그런 분위기였다.
그런데 이 제목은 그런거하고는 전혀 상관없었다는 것.
이 제목이 어떻게 나왔는지를 보면서 혼자서 어이없고 웃겨서 키득거렸다.
뭐 궁금한 사람은 책을 보시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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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4-27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카파전을 보고 왔어요. 사진이 주는 감동이 기대 이상이었어요.
Slightly out of focus 라는 말이 나온 특별한 뭐가 있나보죠.
님이 키득거렸다니 궁금해 미치겠어요. 살짝 알려주시와요.

바람돌이 2007-04-27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보고싶은 전시회가 있다고 늘 서울을 들락거릴수 있는 것도 아니고.... 참아야겠죠? 배혜경님은 다녀오셨다니 부러워 죽을 지경입니다. ㅎㅎ
님의 서재로 가서 살짝 알려드릴까요? ^^

waits 2007-04-28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시회 소식 듣고 잠시 책장을 째려봤었는데, 동명의 책이 새로 번역되었나 봐요. 님의 '쓸데없는 덧붙임' 덕에 한 번 읽어볼까 싶어지네요.ㅎㅎ

바람돌이 2007-05-01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어릴때님/아 이 책이 예전에 출간되었던건가 봐요. 전 이 책이 호들갑떨며 과장되지 않아서 오히려 더 좋았던것 같아요. 쓸데없는 덧붙임도 한번 보실겸 보세요. ㅎㅎ
 
[보드게임몰] 고피쉬

평점 :
절판


늘 뛰어다니고 활동적으로 노는 아이들과 일일이 맞춰서 놀아주는건 내 체력에 너무 버겁다.

보드 게임같은걸 같이 해도 괜찮을 것 같았는데 딱히 마땅한게 없어서 그냥 어영부영 하다가
알라딘 상품에서 요걸 발견했다.

설명보니 게임도 간단할 것 같고 또 3세 이상이면 가능하다고 해서 구입했다.

결론은 우리집 애들은 완전 열광!!!

안에는 물고기카드 36장과 낚싯대, 그리고 카드를 꼽을 수 있는 보트가 있다.
상품소개에 보면 나와있는대로....

일단 좋은 점
1. 아이들 수준에 딱 맞다. - 만 3세 이상이면 정말 누구나 가능할정도.
                                                어른한테는 조금 시시하지만 그렇다고 재미없어 죽을정도는 아니다.
                                                 7살짜리와 5살짜리가 거의 대등한 조건으로 놀 수 있다.
                                                1게임당 걸리는 시간도 15분정도로 적당한편.

2. 운과 능력이 적당히 배합되어있다. - 다른 사람이 뭘 찾고 어디에 놓았는지를 잘 봐둬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만 본다고 무조건 1등을 할 수 있는건 아니다.
                                                                   그뒤에도 운이 상당히 순위를 좌우한다.

3. 아이들이 좋아하는 낚시놀이를 할 수 있다. - 낚시놀이 싫어하는 애들은 없죠? ^^

 

아쉬운점
1. 낚싯대가 조금 더 길었으면 좋겠다.
2. 낚싯대 끝에 빨판이 있어서 카드를 집게 되어있는데 힘이 약하거나 요령이 없는 어린아이의 경우 조금 힘들다. 아주 어려운건 아니지만..... 약간 아쉬움.

집에서 책읽어주기는 몸이 힘들고 그렇다고 tv보는것 방치하기는 싫고 더더욱 몸이 힘들어서 체력이 달릴때 아이들과 함께 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
결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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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설 2007-04-26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님 영우도 할 수 있을까요??^^;;;;;

바람돌이 2007-04-26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설님..... 영우는 좀 더 커야할 것 같은데요. 영우나이는 게임규칙을 아는게 불가능한 나이가 아닌가 싶은데.... 알도랑은 즐겁게 하실수 있을거예요. ^^

미설 2007-04-26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우가 못하면 알도도 못하게 된다는 현실땜에 ㅠㅠ

클리오 2007-04-26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맛. 저도 괜찮은 보드 게임 없나 눈독들이고 있었는데... 내 후년쯤이면 예찬이랑 할 수 있겠죠? ^^

바람돌이 2007-04-26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설님/둘째의 딜레마죠? 그저 영우야 빨랑 빨랑 커거라.......
클리오님/내 후년이면 예찬이가 3살???? 쬐끔 어렵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정도 나이 애들은 규칙이란거 자체를 이해를 못하더라구요. 해아가 주사위 놀이가 가능했던게 4살은 돼서였던 것 같으니.... 저런 상품에 나이는 보통 만 나이더라구요. ^^

국경을넘어 2007-04-26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집 아새끼들 낚시 좋아합니다. 가끔은 지 아빠도 낚을려는 무모한 짓을... 저거 사주고 이젠 엄마 잡아보라고 해야겠습니다 ^^

바람돌이 2007-04-26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낚시 싫어하는 애들은 없죠? ㅎㅎㅎ 특히 남자애들이라면 더 할 것 같은데요. 저는 오늘도 연속으로 4게임을 해줬더니 지겨워죽는줄 알았습니다. ^^;;

책읽는나무 2008-01-05 0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성민이가 좋아할텐데...둥이들땜시 또 포기해야되는군요.ㅠ.ㅠ

바람돌이 2008-01-05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둥이들이 조금만 더 크면 오빠랑 아주 재밌게 할걸요. ㅎㅎ
 
SPEED 더 좀비스 시리즈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가나코는 명문여고를 다니는 아주 평범한 모범생 여학생이었다.
적어도 드 좀비스를 만나기 전까지는....
평범하고 모범적인 여학생답게 집에서 챙겨주는 과외도 열심히 받고....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언니처럼 따르던 과외선생님 아야코가 어느날 갑자기 자살해버린것.

하지만 가나코는 아야코의 자살을 믿을 수도 인정할 수도 없다.
뭔가 있을거야 분명히...
그래 분명히 뭔가 있어야 얘기가 돼지. ^^

그 죽음의 비밀을 아야코와 드 좀비스가 풀어나가기 시작한다.
앗 드 좀비스와 가나코가 어떻게 만나게 됐는지는 책을 보면 안다.
그냥 우연히이긴 하지만.....

가네시로 가즈키의 전작들처럼 드 좀비스는 여전히 오지랖도  넓다.
조사를 할 수록 밝혀지는 대학의 비밀과 부정들!
일본 사회 아니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학이 가지는 그것도 일류 명문대학이 가지는 위치와 무게는 어느정도일까?
그것은 자본의 세계에서 윗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최고의 디딤돌임은 분명하다.
그러데 단지 그것뿐?
이 글에서 다뤄지는 대학은 그정도가 아니라 대학 그 자체가 현실 자본주의 계급사회의 축소판 그대로이다.
그렇다면....
여기도 드 좀비스의 먹이다.
자본의 논리나 이 사회가 허용해주는 방식으로 응징하는 것은 재미없다.
아웃사이더에게는 아웃사이더만의 응징방식이있다.

가네시로의 소설이 늘 독자를 끌어들이는건 바로 이 지점일 것이다.
어차피 드 좀비스같은  아웃사이더는 세상에 널려있다.
조금만 냉정하게 스스로를 본다면 뭐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이 그 언저리 어디쯤에 헤메고 있을거고...
단순히 아웃사이더의 신세한탄만이라면 이렇게 이 작가에게 끌리지는 않으리라...
그는 바로 수많은 아웃사이더의 염원을 모아 새로운 행동방식을 만든다.
주류사회가 전혀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타격을 가한다.
대리만족의 통쾌함이 전해지는 순간이다.

부정부패한 대학과 사회
이번에는 드 좀비스가 어떤 방식으로 한방을 터뜨릴까?
답은 역시 드 좀비스 답다는 것만 말해두자.....
또한 가나코의 멋진 피날레도 드 좀비스 다워지는 것도.....

가네시로 가즈키의 다음 소설은 여자 드 좀비스가 되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책의 말미에 붙여본다.
여자  드 좀비스라???
진짜 멋지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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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맘 2007-04-23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리뷰를 보니 근질근질 합니다. 너무 유혹적이예요. ^ ^.

바람돌이 2007-04-23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네시로 가즈키의 소설은 쉽게 읽히면서도 가볍지만은 않은 독특한 매력이 있다고나 할까요? ㅎㅎ 재밌어요.

Mephistopheles 2007-04-23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비스의 활약은 언제나 호쾌하고 명쾌하고 화끈...하다는..^^

마노아 2007-04-23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를 알라딘에 붙박이 시켜준 책이 이거였어요^^ 카즈키, 참 통쾌한 작가죠^^
 

 

 

 

 

제 1부 산수화에 대한 이해

1. 산수화 발생의 사상적 배경
  동양에서도 생각만큼 산수화의 역사는 길지 않다. 산수라는 거대한 대상을 감상하며 시를 짓고 그림으로 옮겨내는 작업은 자연을 조망할 수 있을만큼 문명이 발달하고 정신적 여유가 생긴후에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동아시아 회화사에서도 인물, 화조, 동물 등의 장르들이 모두 발달하도록 산수화는 나타나지 않았다.

산수화 발생의 토대가 된 산수 인식의 양상은
첫째, 고대의 신화에 근거한 산수관(상상속 산수) 
둘째, 유가와 도가 등 철학적 사유에 근거한 산수관(철리적 세계로서의 산수)  - 산수는 그 자체로 최고의 인격적 덕목을 가지며 그 자체로 도가 구현된 물상이며 나아가 고상한 인격의 발휘에 가장 적합한 공간이라고 확정지어준다.
셋째, 산수문학의 발생과 관련한 산수관(정치적 이데올로기화된 산수) - 위진시대부터 시작. 정치적 혼란기에 산수은둔이 절대적으로 미화되었던 상황과 신선사상의 결합. 이전의 유가, 도가에서 확립된 산수관 등이 결합하면서 등장.

2. 산수화 발생의 회화사적 배경
  본격적 산수화가 발생하기 이전에 산수 표현은 짐승과 인간이 산봉우리보다 크게 배치되었고, 산수는 신비의 공간으로 조형화되거나 다른 주제의 배경으로 처리되었다.
 독립된 산수화는 수나라때 등장한 것으로 보여지며, 우리나라에서는 백제의 <산수문전>을 들수 있다.

3. 채색 산수화와 수묵산수화
산수화의 발달과정은 채색산수화에서 수묵산수화로 옮겨가는데 여기에는 중국에서 발달한 필묵 매체와 문화 권력, 나아가 사상 배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독특한 문화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1) 필묵 그 자체가 지식문화의 상징물로서 암묵적으로 의미화 되어있었다는 것
                         2) 주요 사상의 심미적 지향성이 채색보다는 수묵의 세계와 잘 부합하였다는 것(노자 -"오채가 눈을 어둡게 한다" 공자 "사치스러움보다는 검소한 것을 택하겠다")
   산수와 산수화는 그 자체로 사상의 덕목과 문인의 정신을 표징하는 세계로 등장한 것이기에 수묵은 산수를 가장 잘 표현하는 가장 적절한 기법으로 자리를 굳혀간 것.

4. 산수화 내용의 이해
  1)북송대 - 커다란 화폭에 거대한 산을 그리는 '기념비적 산수' '영웅적 산수' - 深遠, 高遠, 平遠의 삼원론 과 군신의 질서가 반영된 산악의 구도가 이론화 된다.
 2) 남송대 - 감상적, 시적 분위기로 옮겨가는 드라마틱한 변화 - 새로운 삼원론 즉 넓게 트여 먼 산수(闊遠), 가물거리듯 먼 산수(迷遠), 그윽하게 먼 산수(幽遠) 등 망망한 공간감을 요구하는 산수화들이 등장. 높이 솟은 북송대의 산수와 대비된다.  또한 인물이 자연속에  묻힌 미미한 존재가 아니라 자연을 관망하는 주체적 존재로 등장한다는 점도 달라진점.
3) 송대 이후 중국에서는 화원화가의 작품에 비해 솜씨가 떨어지는 문인화가의 산수화가 더 인정받는 특이한 역사가 형성된다. 결국 문인의 철학과 시인의 뜻으로 그려낸 이미지라는 관념이 등장하는 것. (원나라때부터 크게 성장)
4)명의 대표적인 화풍
    절파 - 화원출신의 직업화가들. 어부나 은둔자 혹은 전설적 인물이 등장하는 주로 상상의 산수, 조선 초기의 화원과 문인들은 대부분 절파의 화풍을 응용
   오파 - 문인화가들. 화가 자신의 문화공간을 그리는 경험산수가 많음. 문인의 자부심과 자기표현의 수단. 조선후깅는 진경산수화의 경우처럼 근원적으로 오파에서 시도된 경험적 주제가 활용됨.
5) 명대 말기 동기창의 남북종론 - 남종은 문인화의 계통, 북종은 화원화풍으로서 남종은 본받을만하지만 북종은 배워서는 안된다는 극단으로까지 나아감.  이후 남종문인화풍의 모방에 많은 에너지를 쏟게 된고 우리나라 19세기 회화의 배경이 된다. 이후 결국 문인산수화가 하나의 양식으로 정착되게 된다.


 제 2부 영원과 초월의 시간 - 여말 선초의 산수화

1. 푸른 산 흰구름의 영원, 청산백운(靑山白雲)
 <청산백운>이란 일상의 산수경에서 멀리 벗어나 다소 환상적 시공간으로 각인되어온 산수 이미지.
즉 선험적 상상의 관념경이자 다소 과장된 낭만경이다.
극심한 정치적 변혁을 거치는 시기에 이런 지극히 고요하고도 신비한 산수그림이 최고의 인기를 누린것은 '이상사회로 향하는 문사들의 역동적, 긍정적 에너지와 그들이 바라는 이상적 순간을 현현하는 그림으로 청산백운도가 맞아떨어진 것이 아닐까?

2. 계절의 정취, 사시팔경
  사계절을 표현하는 산수화들도 많이 그려졌는데 특히 풍우가 몰아치는 여름, 눈 소복이 쌓인 겨울이 많이 그려졌다. 이는 계절 감각의 극단적 표현이면서 동시에 관념적 계절상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시도 역시 특정한 지역의 구체적 산수경이 아니며, 각 계절의 에센스를 불변의 이미지로 전달해준다는 점에서, 청산백운을 영원의 자연경으로 감상했던 태도와 유사한 면모를 지닌다.
또한 조선 초기의 관각문인들이 사시 팔경의 자연 질서와 농촌 겨오간을 즐겨 읊르며 행복한 위정자의 입지를 보여주었던 것을 고려하면, 순조로운 보편질서의 자연향유로서 '사시도'가 그들에게 적절하였으리란 것도 추정할 수 있다.

3. 이국의 정취, 소상팔경
소상팔경이란? - 중국의 소강과 상강이 흘러들어 호수를 이룬 동정호 일대의 경관
8개의 그림이 짝으로 병풍으로 그려지기도 하나 하나씩 떼어 단품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그런데 단품으로 그려질 경우 역시 비바람치는 여름밤과 눈 쌓인 겨울 저녁이 애호되는점은 사시도와 거의 유사하다.
   ---- 조선 초기에 그려진 우리 산수 - 산수화의 주된 영역이 아님
      1. 행정적, 외교적 차원에서 그려진 금강산도 -제화시문이 없는것으로 보아 감상용은 아니었던 듯
     2. 관료 문인들의 계회, 야유, 혹은 별장등을 그린 한강 유역의 풍경 -산수풍경이 주제가 아님
     3. 조선초기 문인들의 제화시문에 자주 등장하는 것은 박연폭포도

4. 꿈속의 산수경, 몽유도원
1. 일반적인 방향과 반대로 좌에서 우로 진행된다.
2. 안평대군의 글에는 인물이 중요하게 등장하지만 안견의 그림에는 인물이 없다
3. 화면의 구도가 독특하다. 동굴을 통과하여 도원이 드러났던 상황을 표현하기 위하여 도원의 사방을 거대한 동굴 입구로 처리한 점. 도원을 위에서 내려다 볼 수 있도록 그렸으나 왼편에는 지평선이 존재하는등 화면의 시점의 왜곡

몽유도원도에 부쳐진 제화시들은 두종류로 구분. 하나는 화면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 안평대군의 꿈을 유가적, 현실적의미로 해석. 다른 하나는 화면에 없는 장면을 상상으로 읊으면서 안평대군의 꿈을 도가적 사유나 신선세계로 해석하였던 것. 전자는 건국의 분위기 속에서 번영을 도모하던 당시의 건설적 기상이 그대로 그림감상에 반영된 결과라면, 도가적, 상상적 면모는 권력과 부귀를 누리는 관료들이 느껴야 했던 인생과 벼슬길의 낭만적 허망감을 반영하는 이면의 정신세계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조선 초기 문사들은 유가적 현실과 도가적 환상이 공존하는 낙관적 세계를 살았던 점이 산수화 선택이나 감상에 나타났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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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17 1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07-04-17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인님/저도 산수화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게 없어서 궁금했거든요. 근데 재밌네요. 밀린책은 저도 장난이 아니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