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약자들은 자기계발 서적을 통해 자기를 발전시킬 수 있다고 믿고, 여행을 통해 이국적 경험을 함으로써 자신을 실험할 수있다고 확신하는 것처럼 보인다. 현대 사회에는 수동적 허무주의를위장하는 도구로 이용되는 수많은 문화적 마취제가 흘러넘친다.
니체가 말하는 허무주의의 위기는 인간이 심오한 자기반성을하는 순간이다. 우리가 이 위기를 지배하고, 이 위기를 통해 회복할 수 있는지의 문제를 제기하면 우리는 능동적 허무주의와 맞닥뜨린다. 능동적 허무주의는 강함의 징후일 수 있다. 정신력은 기존목표들이 그에게 더 이상 적합하지 않게 될 정도로 증대될 수 있다. 허무주의 이기는 한데 강한 허무주의가 가능한 것인가?
- P138

살아가면서 져야 하는 짐은 수없이 많다. 부모에 대한 존경, 자식에 대한 책임, 사회적 역할에 대한 성실, 짐을 져보지 않은 사람이 인생을 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낙타의 단계는 극복해야 할 것이기는 하지만 좀 더 높은 단계로 발전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과정이다. "너희 영웅들이여, 내가 그것을 등에 짐으로써 나의 강인함을 확인하고, 그 때문에 기뻐할 수 있는, 더없이 무거운 짐은무엇인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낙타의 단계를 극복하려면 우리는 반드시 이렇게 물어야 한다. 내게 가장 무거운 짐은 무엇인가?
- P163

나에게 무거운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이 물음을 던지는 순간두 번째 변화가 일어난다. 낙타는 사자가 된다. 사자는 이제 자유를 쟁취하고 그 자신이 사막의 주인이 되려고 한다. 사자가 싸우고자 하는 대상은 분명하다. 이제까지 마땅히 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였던 기존의 관습, 규범, 전통이 그것이다. 이것은 파괴되어야 한다. 전통에 대항하여 자신의 의지와 자유를 내세워야 한다.
- P163

내가 영원히 반복하길 진정으로 원하는 것만이 우리를 변화시킬 수 있다. 니체는 이러한 실천만이 "우리의 삶에 영원의 형상을새기는 길이라고 말한다. 영원회귀는 틀에 박힌 것이 무한히 반복되는 것이 아님이 분명하다. 영원회귀는 이 순간의 삶에 영원성을 부여할 수 있을 정도로 영원히 반복되기를 간절히 원하는 것이다. 나는 나의 삶이 영원히 반복되기를 원할 정도로 정말 간절히원하는가? 니체의 영원회귀 사상은 바로 이런 실존적 물음이다.
- P170

나는 정말 나의 삶을 원하는가? 나의 삶에 최고의 감정을 부여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이 감정을 얻기 위해 어떤 수단이라도 마다하지 않을 수 있는가? 니체의 영원회귀 사상은 우리에게이렇게 도전적인 질문을 던진다. 니체의 글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글귀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몇 차례 받은 적이 있다. 그때마다 난주저 없이 이렇게 답하곤 했다.
너의 삶을 다시 살기를 원할 수 있을 정도로 그렇게 살아라!
-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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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알쏭달쏭 니체

나는 어떻게 본래의 내가 되는가.
Wie man wird, was man ist.
How one becomes, what one is.
이 문장이 그의 전 집필 과정을 매듭짓는 마지막 저서 『이 사람을 보라의 부제라는 것은 그가 얼마나 자신의 삶과 자기 찾기에매달렸는지를 말해준다. 글을 읽고 글을 쓴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관찰한다는 것이다.
1868년에 니체는 일기장에 ‘자기관찰‘이라는 제목으로 "너 자신을 알라. (…) 관찰은 에너지를 억제한다. 그것은 분해하고 파괴한다! 본능이 최선이다"라고 적었다. "자기관찰은 낯선 영향에 대항할 수 있는 무기다." 자신을 관찰하지 않으면 자기가 원하는 것과원하지 않는 것을 구별할 수 없다.
- P23

니체에게 사유는 실존적 힘이다. "나는 사유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데카르트의 명제는 니체에게 새롭게 읽힌다. 니체가 사유를 통해 기대하는 것은 결코 데카르트처럼 말로 표현할 수 있는진리만이 아니다. 니체가 사유로부터 얻고자 한 것은 하루를 제대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이다. ‘실존적 힘으로서의 사유‘ 이것이 니체가 방랑을 시작한 진짜 이유다.
- P30

이때부터의 니체 철학은 자기 자신과의 대화라고 해도 과언이아니다. 불현듯 그를 찾아오는 사건과 사상의 그림자들, 니체는 이들과 어떻게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 이들과 대화를 나누려면 니체는 외면적으로 고독해야 한다. 그러나 니체가 사유하기 위해 필요한 고독은 상대적이다. 사유의 열정에 불을 붙일 수 있는 대상과문제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논쟁적인 대화 상대자가필요하다.
그렇다면 니체는 왜 자신을 ‘방랑자‘로 이해하고 자신의 대화 상대자를 그림자‘로 이해한 것일까?  - P70

니체에게 자유는 사슬의 무게를 느끼지 않는 구속일 뿐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자유로워진다는 것은 한 구속에서 다른구속으로 옮겨감을 의미한다. 우리를 구속하는 것은 수없이 많다.
생각조차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드는 ‘열정‘, 다른 삶은 꿈조차 꾸지못하게 만드는 습관‘, 행동을 끊임없이 제약하는 ‘양심‘, 주어진 것에서 부단히 벗어나려는 일탈의 ‘쾌감‘ 모든 것이 구속이다. 이들은 가장 사소한 것처럼 여겨지지만 우리에게 가장 가까이 있는 것들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자유를 ‘열정‘, ‘습관‘, ‘양심‘, ‘쾌락‘을 통해 실현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어떻게 자유의 통로라고 할수 있는 이러한 구속을 허투루 볼 수 있단 말인가.
- P86

미술관을 나오면서 "우연이 아니면 아무것도 보지 않겠다"는 니체의 말이 저절로 이해된다. 이미지가 제대로 전달되려면 이를 감출 수 있는 가면이 필요하다. 강한 이미지는 상상을 방해한다. 과도한 자극은 우리에게 기쁨보다는 오히려 고통을 야기한다. 단청을 알록달록하게 새로 칠한 사찰보다는 무채색으로 색 바랜 절간이 오히려 기도하기 좋은 것은 이 때문이다.  - P109

니체의 사상을 포착하려면 그의 역설을 이해해야 한다. 우리가진정으로 도덕적이라면, 우리는 도덕을 부정해야 한다. 우리가 진정한 예술가라면, 우리는 예술의 심미주의를 거부해야 한다. 도덕과 예술이 본래 삶에 기여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하다면 그것은 도대체 무엇 때문일까?
삶을 위로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도덕은 아니다. 도덕은 본래 삶을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인생은 본래 고통이라는 전제로부터 출발한 기존의 전통 도덕은 이를 위로할 목적으로 도덕이라는 치료제를 제공한다. 니체 철학의 핵심은 이러한 치료제가 병을 고치기보다는 더욱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 P111

사물들에게서 찾으려는 의미가 사실은 우리 스스로가 부여한것에 불과하다면, 우리는 의미를 스스로 창조해야 한다. 환상과 허구 없이는 이 세상이 있는 그대로 드러나지 않는다. 깊이 있는 모든 것에 가면이 필요한 까닭이 여기에 있지 않을까? 이미지의 도시 베네치아를 떠나면서 이미, 앞으로 다가올 가면의 축제가 기대된다.
- P115

지금까지의 모든 것을 마무리하고 새롭게 시작하지 않으면 결코 자기 자신을 만나지 못한다. 익숙하고 쾌적한 일상을 뒤로하고길을 떠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익숙한 모든 것을 지워버려야 일상의 두꺼운 껍질 속에 숨어 있는 낯선 것을 만난다. 그렇다.
면 이제까지 가치 있고 의미 있던 모든 것이 가치와 의미를 상실해가는 과정을 의식하는 허무주의는 자기를 인식하는 데 필수적이다.  -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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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에는 참으로 미안하지만 요즘은 왠만하면 책을 안산다.

아이들 교재나 아이들이 사달라고 하는 책은 여전히 알라딘에서 사고 있지만 내 책은 가능한한 도서관에서 빌려보고 있다.

이유는 단 하나뿐인데 집에 더 이상 책을 꽂을 공간이 없다는 것이 결정적이다.

예전에 거실의 서재화를 시도했다가 몇년이나 집 전체에 책이 굴러다니며, 집 전체가 책쓰레기장화되는 경험을 한 이후로는 아주 아주 아껴서 책을 산다. 읽고 싶은 책이 아니라 갖고싶은 책으로.....

집이 책 보관하는 창고는 아니잖아.....

 

 

 

 

 

 

 

 

 

 

 

 

그러나 가끔은(사실은 꽤 자주이고, 열심히 참는거긴 하지만...) 정말 못참고 지르고 싶을 때가 있다.

시몬 드 보부아르의 <레 망다랭>이 출간되었다.

아 사고싶어 사고싶어 사고싶어.....

이걸 사면 또 있는 책 중에 무언가를 빼서 다른데로 보내야 하지만 그래도 사고 싶어....

 

그 순간부터 나의 두뇌는 내가 이 책을 사야만 할 무수한 이유를 만들기 시작한다.

시몬 드 보부아르잖아.

이 책 진짜 두꺼운데 도서관에서 빌려 보면 기간 안에 보기 힘들거야.

아 그리고 저기 알라딘 굿즈를 봐봐.

저 필통 정말 느낌있지 않니?

저 커피잔도 준데! 세상에 금박으로 시몬 드 보부아르라고 이름을 썼어.

저기다 커피를 마시면 갑자기 엄청나게 행복한 느낌이 날거야......

나중엔 이게 책을 갖고 싶은건지, 굿즈를 갖고 싶은 건지.....

 

그래서 결국 모든 걸 해냈다

 

 

 

저 커피잔은 카푸치노 한잔에 딱 맞는 양이다.

<레 망다랭>을 읽을 때마다 나는 저 아름다운 찻잔에 카푸치노를 마실거야 

그리고 저 필통 속 색연필로 밑줄을 그어야지.....

 

지르기 전에나 고민이지.

이렇게 지르고 나면 엄청나게 행복해진다.

지름신은 행복이다. 물론 감당가능한 한에서.....

 

뱀꼬리 - 저기 내가 열심히 키우고 있는 화분은 커피콩 나무이다. 언젠가 저기에 빨간 커피 열매가 열리면 그 콩을 따서 볶아서 꼭 커피를 내려 먹고 말리라. 물론 커피콩을 집에서 볶으려면 프라이팬에 아주 낮은 온도로 1시간 30분쯤 서서 휘저어주면 적당한 볶기의 커피가 나온다. 실제로 해봤다. ㅎㅎ(다시 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내 나무에 열린 커피콩이라면 해줄 수 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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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0-09-16 11: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커피잔 증말 아름답죠? 전 뒤라스 이름 새겨진 파란색도 장만했어요. ㅎㅎㅎ

다락방 2020-09-16 11:59   좋아요 0 | URL
뭐라고요? 다들 이 잔이 있단 말예요? 저만 없어요? 흐음..

바람돌이 2020-09-16 12:10   좋아요 1 | URL
파란색도 탐이 났어요. 하지만 역시 흰색이.... ㅎㅎ
근데 이런 댓글을 보면 또 파란색도 갖고싶은 맘이 막 솟는데 어떡해요. ㅠ.ㅠ
다락방님만 없는 것이 맞을 듯하군요. ㅎㅎ

수이 2020-09-16 16:29   좋아요 0 | URL
이 댓글을 보지 말았어야 했는데 말이죠;;;;; 잠자냥님;;;;;;

잠자냥 2020-09-16 17:03   좋아요 0 | URL
ㅎㅎㅎ 수연 님 흰색과 파란색으로 이 참에 장만하세요~ ㅋㅋㅋㅋㅋ

stella.K 2020-09-16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책 저도 관심이 가긴하는데 어려울 것 같아 그냥 눈도장만 찍고 있어요.
사고 싶을 땐 사야죠. 참아지는 책이 있다면 참게 되더라구요.
새 책은 계속 나오니까. 그러다 못 참겠는 건 사야죠. 잘하셨어요.^^

바람돌이 2020-09-16 12:12   좋아요 0 | URL
역시 알라디너님들은 저의 지름을 응원해주실 줄 알았어요. 사실 우리 다 같은 마음이잖아요. ㅎㅎ
지금 안 사면 저도 계속 눈도장만 찍을 것 같더라구요. ㅎㅎ
어려워도 소설인데 설마 읽을 수는 있겠죠? ㅎㅎ

다락방 2020-09-16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맨 마지막 사진을 보니 바람돌이님, 책 잘 사신 것 같습니다. 잘하셨어요. (진심진심)

바람돌이 2020-09-16 12:13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의 시선은 사진속 책일까요? 커피잔일까요? ㅎㅎ
저는 책을 받은 이후 책보다 커피잔에 더 마음이 설레고 있습니다. ^^;;

다락방 2020-09-16 12:14   좋아요 1 | URL
저는 저 모든게 함께 있는 사진이 너무 좋아요. 책과 커피와 필기구요!! >.<

바람돌이 2020-09-16 12:16   좋아요 0 | URL
음 역시 저의 편협한 시선을 넘어서시는군요. ㅎㅎ
점심시간이 다돼가네요.
오늘도 도시락이신가요? 점심 맛나게 드세요.

hnine 2020-09-16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사진 한장에 얘기거리가 참 많네요.
필통 색깔, 저의 베프가 아주 사랑하는 색인데, 걔는 저 색만 보면 가방이든, 커피잔이든, 옷이든, 그냥 못 지나쳐요. 그런데 이 색 이름을 정확하게 모르겠더라고요 뭐라고 불러야할지.
커피콩 나무 잎이 물결처럼 찰랑거리는 모습이 수초같은 느낌도 나는데 실제로 보면 어떨지 모르겠네요. 저런 모양의 화분이 흰색은 드문데 그것도 신기하고, 거기 자리잡고 앉아 있는 부엉이도 눈이 가요.
책의제목을 번역본에도 원어 그대로 쓴 이유는 무엇일까,도 궁금하고요. mandarin 이라면 귤 같은 종류의 과일이 먼저 떠오르지만 중국어 중 한 계열 만다린도 생각나는데, 저 제목은 무슨 뜻일까도 궁금해요.
저 뒤의 그림은 한 작가의 그림인것 같은데 느낌이 좋아요. 저 자리에 잘 어울리고요.
사진만 보고는 카푸치노 크림 아니라면 아마 카페에서 찍으셨나 했을 겁니다~

바람돌이 2020-09-16 17:40   좋아요 0 | URL
꼼꼼하고 섬세한 hnine님. ^^필통색깔은 집에 있는 물감 보니까 hooker‘s green에 가깝네요. 후커는 이 색깔 만든 사람 이름이랍니다. 저도 좋아하는 색이예요.
망다랭은 만다린의 불어 표현이구요. 중국인 관료를 뜻한다는데 어떤 의민지는 책을 봐야 알것 같아요. 뭔가 의미심장할것같죠? ㅎㅎ
그림은 고토 스미오라는 일본 화가예요. 홋카이도 출신인데 일본에서는 굉장히 유명한 화가라더군요. 홋카이도에 이사람 미술관이 있는데 그림이 정말 굉장합니다. 대형풍경화를 주로 그렸는데 저는 이 작은 작품이 유난히 맘에 끌려서 엽서 사온거 붙여놓은거예요.^^

수이 2020-09-16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 질러야 할 거 같아요;;;; 운명인가;;;;;;; 그래도 안 사려고 버티려고 그랬는데 아아아악_ 저 이제 진짜루 책 안 사려고 결심했는데 알라딘을 끊어야할까요. 흑흑, 그나저나 드립 커피 이제 다 마셨는데 카푸치노 사진 보니까 너무 땡기네요, 라떼 또 마셔야하나;;;

바람돌이 2020-09-16 17:42   좋아요 0 | URL
커피와 책은 항상 지름신 강림 스탠바이 상태죠. ㅎㅎ 알라딘 서재를 끊어야해요. ㅎㅎ
저는 다른건 몰라도 커피만큼은 집에서 모든 종류의 커피를 다 제조할수 있게 준비되어있습니다. ㅎㅎ
 
광기와 우연의 역사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안인희 옮김 / 휴머니스트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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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테판 츠바이크의 명성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아마도 타고난 이야기꾼이라는 것.

이 책에서도 그 재능은 여지없이 당당하게 거칠것 없이 드러난다.

서예로 비유하자면 일필휘지라고 할까?

뭐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뭔가가 한바탕 확 휩쓸고 지나간 분위기다.

책을 읽으면서 뭘 곱씹거나 되새기거나 그런거? 할 시간이 없다.

숨이 목끝까지 탁탁 막히며 헉헉거리며 읽어야 한다.

 

심지어 '빙의'까지 해야 한다.

마치 내가 메흐메트인듯, 헨델인듯, 톨스토이인듯 그렇게....

좋게 이야기하면 역사이야기에 확 빠져들어가고,

다르게 본다면 역사를 냉정하게 성찰하지 못하고 작가의 의도와 생각대로 휘말려버린다고도 하겠다.

 

예를 든다면 츠바이크는 이 책에서 나폴레옹이 워털루 전투에서 패하고 마지막 몰락을 하게 된데에는 그루시라고 하는 그의 부관이 너무도 평범하여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했던데 큰 원인이 있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자.

그것이 당시의 나폴레옹의 한계였다.

스스로 판단을 내리고 나폴레옹의 의중을 알아채는 뛰어난 부관이 있을 수 없는 상황, 평범하게 성실할 뿐인 자에게 대담한 영감을 요구하는 직위를 맡길 수 밖에 없었던 그것이 몰락 앞의 나폴레옹의 처지였던 것이다.

그러고 나면 나폴레옹의 실패는 너무도 당연히 나폴레옹의 책임이어야 하는데.....

불쌍한 그루시가 도대체 뭘 잘못했느냐 말이다.

애초부터 능력에 맞지 않는 임무를 맡긴 상관이데 말이다.

그런데 츠바이크의 글을 읽다보면 그게 또 그럴싸해 보인다.

이게 이런 역사책들의 가장 큰 장점이자 치명적인 단점이라 할 수 있다.

역사에 흥미를 가지게 해준다는 장점이 있지만, 과도한 동일시로 역사를 작가의 뜻대로 단면만으로 보게 만든다는 단점이 그것이다.

그럴듯해 보이는 것이 다는 아니다.

 

츠바이크는 선택한 역사적 장면은 모두 12개이다.

이것이 어떤 기준인지는 사실 명확하지 않다.

내 생각엔 그저 작가 개인적인 관심사 또는 작가가 가장 잘 쓸 수 있었던 장면 정도가 아니였을까싶다.

딱히 기준이랄게 보이지 않는다.

어쨌든 모든 장면이 흥미로운 것은 맞다.

하지만 해당 사건에 대해 사전 지식이 좀 있는 경우는 몰입감이 떨어진다.

왜냐하면 츠바이크에게 휘말려 가면서도 내가 원래 알고 있는 지식과 생각을 계속 떠올리면서 어 이거 맞아 진짜 뭐 이런 브레이크를 걸어주게 되더라.

결국 작가인 츠바이크가 의도한 독서를 하지 못하는 것이다.

 

 

다만 내가 사전 지식이 하나도 없는 경우의 몰입감은 상당하다.

내게는

대양을 건넌 최초의 말 ―1858년 7월 28일, 대서양 해저 케이블 설치가 그러했다.

역사적 사실로 해저 케이블이 설치되고 전신이 연결되고, 곧 대양간에 전화가 가설되고.....

이론으로야 그 역사적 발전과정을 알고 있었지만 문과 감성 충만한 나는 그것의 기술적 설치과정에 대해서는 생각해본적이 없다.

그런데 정말 한 번 상상해보자. 대서양의 그 해저에 케이블을 늘어뜨려서 전신을 연결한다?

그 시절에 누가 들어도 미친 소리였지 않을까?

유럽에서 아메리카까지 대서양에 깔 끊어지지 않은 케이블을 준비하고, 그 케이블을 실어나를 배를 마련하고, 그 케이블을 바다에 빠뜨리면서 서서히 항해를 하고....

그냥 미친짓이었을 것 같은데 그 미친 짓을 거듭되는 실패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해내고 만 필드라는 인물을 읽으면서는 정말 이 인물에 폭 빠져 츠바이크가 원하는 바로 그 감성으로 책을 읽었다.

 

그래서 결론은?

이 책을 읽을 때는 조심하시라.

츠바이크가 살짝 파놓은 뻥의 세계에 빠져버릴 수 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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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2023-02-15 09: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도 츠바이크가 파놓은 구멍에 홀딱 빠지겠군요. 지극히 문과감성 충만인지라~~
미리 알려주셔도 전 못빠져 나올거 같아요 배경지식 전무합니닷!~~

바람돌이 2023-02-15 23:35   좋아요 1 | URL
저도 못빠져나와요. 츠바이크의 글이 주는 매력이 워낙 크니 말입니다. ^^ 전 이런 역사에세이류나 평전만 좋은줄 알았는데 츠바이크가 쓴 소설도 굉장히 좋더라구요. 이래 저래 능력있는 작가는 뭘 쓰도 잘 쓴다는걸 보여주는 작가가 아닐까싶네요. ^^
 

아.... 음.......뭔가 쓴소리를 하는건 좀 쉽지 않긴 하지만....


내가 살고싶은 삶은 이런거야.
내가 하고싶은 사랑을 보여줄게.
나는 이런 사람을 만나 사랑하고 살고싶어.
하여튼 내가 원하는 아름다움은 이런거야하는 소망을 몽땅 모아 놓아 늘어놓은 느낌의 책.
현실은 없고 소망만 있는 판타지!


작가의 최근 책인 <시선으로부터>를 읽을 때도 딱 걸렸던게 지나치게 계몽적인 문체와 관점들이었는데 이 책은 계몽의 절정인듯 보인다.
20대의 정세랑 작가가 쓴 이 책은 비유하자면 심훈의 <상록수>를 읽는 느낌이랄까?


그래도 하나 느껴지는건 작가가 참 좋은 사람일것같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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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0-09-12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심훈의 <상록수>라고 하시니 느낌이 팍 옵니다!

바람돌이 2020-09-12 15:51   좋아요 0 | URL
10대때는 상록수 읽고 엄청 감동받았는데 말이죠. 지금은 너무 늙었나봐요. ㅎㅎ

수이 2020-09-15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록수 제 열다섯 독서인생의 절정이었죠 ㅎㅎ 반가운 마음이 더 커요. 정세랑은 욕심만 좀 줄이면 더 독자층이 넓어질 거 같아요. 전 작품 읽을 때마다 너무 호불호가 커요 :)

바람돌이 2020-09-15 23:19   좋아요 0 | URL
저도 그때쯤 읽었었죠. 상록수. 눈물 콧물 빼면서 읽었던듯요. ㅎㅎ 정세랑작가는 2권 읽었는데 아직 잘 모르겠어요. 신작이 나오면 일겠디만 옛날 책을 찾아읽지는 않을듯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