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알쏭달쏭 니체

나는 어떻게 본래의 내가 되는가.
Wie man wird, was man ist.
How one becomes, what one is.
이 문장이 그의 전 집필 과정을 매듭짓는 마지막 저서 『이 사람을 보라의 부제라는 것은 그가 얼마나 자신의 삶과 자기 찾기에매달렸는지를 말해준다. 글을 읽고 글을 쓴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관찰한다는 것이다.
1868년에 니체는 일기장에 ‘자기관찰‘이라는 제목으로 "너 자신을 알라. (…) 관찰은 에너지를 억제한다. 그것은 분해하고 파괴한다! 본능이 최선이다"라고 적었다. "자기관찰은 낯선 영향에 대항할 수 있는 무기다." 자신을 관찰하지 않으면 자기가 원하는 것과원하지 않는 것을 구별할 수 없다.
- P23

니체에게 사유는 실존적 힘이다. "나는 사유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데카르트의 명제는 니체에게 새롭게 읽힌다. 니체가 사유를 통해 기대하는 것은 결코 데카르트처럼 말로 표현할 수 있는진리만이 아니다. 니체가 사유로부터 얻고자 한 것은 하루를 제대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이다. ‘실존적 힘으로서의 사유‘ 이것이 니체가 방랑을 시작한 진짜 이유다.
- P30

이때부터의 니체 철학은 자기 자신과의 대화라고 해도 과언이아니다. 불현듯 그를 찾아오는 사건과 사상의 그림자들, 니체는 이들과 어떻게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 이들과 대화를 나누려면 니체는 외면적으로 고독해야 한다. 그러나 니체가 사유하기 위해 필요한 고독은 상대적이다. 사유의 열정에 불을 붙일 수 있는 대상과문제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논쟁적인 대화 상대자가필요하다.
그렇다면 니체는 왜 자신을 ‘방랑자‘로 이해하고 자신의 대화 상대자를 그림자‘로 이해한 것일까?  - P70

니체에게 자유는 사슬의 무게를 느끼지 않는 구속일 뿐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자유로워진다는 것은 한 구속에서 다른구속으로 옮겨감을 의미한다. 우리를 구속하는 것은 수없이 많다.
생각조차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드는 ‘열정‘, 다른 삶은 꿈조차 꾸지못하게 만드는 습관‘, 행동을 끊임없이 제약하는 ‘양심‘, 주어진 것에서 부단히 벗어나려는 일탈의 ‘쾌감‘ 모든 것이 구속이다. 이들은 가장 사소한 것처럼 여겨지지만 우리에게 가장 가까이 있는 것들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자유를 ‘열정‘, ‘습관‘, ‘양심‘, ‘쾌락‘을 통해 실현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어떻게 자유의 통로라고 할수 있는 이러한 구속을 허투루 볼 수 있단 말인가.
- P86

미술관을 나오면서 "우연이 아니면 아무것도 보지 않겠다"는 니체의 말이 저절로 이해된다. 이미지가 제대로 전달되려면 이를 감출 수 있는 가면이 필요하다. 강한 이미지는 상상을 방해한다. 과도한 자극은 우리에게 기쁨보다는 오히려 고통을 야기한다. 단청을 알록달록하게 새로 칠한 사찰보다는 무채색으로 색 바랜 절간이 오히려 기도하기 좋은 것은 이 때문이다.  - P109

니체의 사상을 포착하려면 그의 역설을 이해해야 한다. 우리가진정으로 도덕적이라면, 우리는 도덕을 부정해야 한다. 우리가 진정한 예술가라면, 우리는 예술의 심미주의를 거부해야 한다. 도덕과 예술이 본래 삶에 기여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하다면 그것은 도대체 무엇 때문일까?
삶을 위로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도덕은 아니다. 도덕은 본래 삶을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인생은 본래 고통이라는 전제로부터 출발한 기존의 전통 도덕은 이를 위로할 목적으로 도덕이라는 치료제를 제공한다. 니체 철학의 핵심은 이러한 치료제가 병을 고치기보다는 더욱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 P111

사물들에게서 찾으려는 의미가 사실은 우리 스스로가 부여한것에 불과하다면, 우리는 의미를 스스로 창조해야 한다. 환상과 허구 없이는 이 세상이 있는 그대로 드러나지 않는다. 깊이 있는 모든 것에 가면이 필요한 까닭이 여기에 있지 않을까? 이미지의 도시 베네치아를 떠나면서 이미, 앞으로 다가올 가면의 축제가 기대된다.
- P115

지금까지의 모든 것을 마무리하고 새롭게 시작하지 않으면 결코 자기 자신을 만나지 못한다. 익숙하고 쾌적한 일상을 뒤로하고길을 떠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익숙한 모든 것을 지워버려야 일상의 두꺼운 껍질 속에 숨어 있는 낯선 것을 만난다. 그렇다.
면 이제까지 가치 있고 의미 있던 모든 것이 가치와 의미를 상실해가는 과정을 의식하는 허무주의는 자기를 인식하는 데 필수적이다.  -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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