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엄마의 수술은 잘되었다는데도 수술후 경과가 너무 안좋다. 도대체가 음식을 하나도 못드시고 몽땅 다 토하기만 하니.... 처음에는 연세가 있으셔서 그런거겠지 했지만 너무 심해져서 여기 병원으로 옮겼다가 결국은 다시 서울로 가셨다. 한달 새 엄마 몸무게가 10kg이 넘게 빠졌다. 지금 서울 병원에 계신데 여전히 원인을 알 수 없단다. 검사만 계속하고, 엄마는 계속 토하고.... 마음만 무겁다.

이번에 올라갈 때 여동생이 같이 올라갔다. 엄마가 아무래도 딸이 편한가보다. 올케가 있지만 안편하고, 친정아버지도 나름대로 열심히 하시지만 원래 편한 분은 아니고, 보통 때 같으면 엄마가 좀 불편해도 "됐다" 하실텐데 당신 몸이 아프니 아니신가보다. 같이 병원에 올라가잰다. 여동생과 내가 누가 올라갈까 고민하다가 살림하는 여동생이 이제 방학 끝나면 애들 또 못봐줄텐데 실컷 보라면서 자기가 간댄다. 여동생의 아이 둘을 내게 맡기고...

결국 아이들 4명과의 전쟁이 시작됐다. 5살, 4살, 3살, 2살 이녀석들의 연령이다. 이녀석들과 보내는 하루는 그야말로 전쟁이다. 막내 녀석은 껌딱지다. 내가 1cm를 벗어나는 꼴을 못본다. 울 때는 또 얼마나 불쌍하게 우는지... 안 안아줄수가 없다. 지 엄마가 없으니 내가 엄만줄 아나보다. 하루종일 이녀석을 안거나 업거나 둘 중의 하나다. 그러다 보니 나머지 녀석들이 방치되는 순간들이 많다. 이녀석들이 내가 설거지 하는 틈이나 잠시 막내 녀석을 재우는 틈에 만들어 내는 집구석은 전쟁터다. 밖에를 못데리고 나가니 좀이 쑤시는지 모든걸 퍼질러 놓는다. 나중엔 나도 자포자기, 치우는 것 포기다.

가끔 옥수수 삶은 알을 까서 온 방에 널어 놓는다든지, 볼풀의 공으로 온 집안을 덮는다든지, 아니면 옷장속의 옷들을 몽땅 꺼내 패션쇼를 한다든지(이게 내가 제일 싫어하는거다.) 하면 진짜 화난다. 이 때는 목소리 쫙 깔고 한마디 한다. "청소해!" 위의 두녀석은 나름대로 눈치가 있어 주섬주섬 치운다. 모든걸 한곳에 쌓아놓는거지만.... 천방지축 해아는 눈치도 없이 여전히 놀다가 언니들한테 혼나고....

애들한테 책 읽어주는건 꿈도 못꾸고, 하루종일 비디오와 교육방송을 번갈아 보여줄 뿐.... 그나마 애들 세끼 밥 챙겨먹이는 것도 부친다. 그나마도 싸우지좀 않으면 좋겠는데.... 싸우는 것 자체는 얘들이 때리는 것에 대해서는 확실히 교육이 된 결과 말로만 싸운다. 그래서 그건 별 문제 아닌데, 싸우고 나면 꼭 한녀석이 우는게 문제다. 그래서 우는 녀석을 안아주면 나한테 누가 안기는 꼴을 못보는 조카, 막내 녀석이 죽는다고 난리다. 어떤 때는 세 녀석을 한꺼번에 안고 있어야 하니...하루종일 서방 퇴근시간만 기다려 진다. 이건 애들도 마찬가지다. 아빠가 와야 나는 막내 업고 저녁밥 챙기고 그동안에 아빠가 애들과 신체 활동으로 놀아준다. 하루종일 좀이 쑤신 아이들이 가장 신나 하는 시간. ...

그나마 하루종일 같이 노니 피곤한지 애들이 좀 일찍 자준다. 9시쯤 애들이 다 잠들고 나면 그제서야 서방과 둘이서 주섬주섬 청소를 하고 다음날 아침밥 준비를 하고, 빨래도 개고 그러고 둘이서 한숨쉬면서 맥주 한잔하고....

애들 4명과 놀면서 드는 생각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한다면 삶의 낙이 없겠다. 엄마 좀 빨리 나으세요. 아프지말고....뭐 좀 괜찮아 지는게 보여야 동생도 내려올텐데....

이게 엄마를 걱정하는건지 나를 걱정하는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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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넘어 2005-08-25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님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저희는 둘도 감당하기 버거운데 넷이나.

조선인 2005-08-25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힘내세요. 어머님께서 얼른 완쾌하시길.

돌바람 2005-08-25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나도 힘든데 넷이나. 주변에 있음 애 하나쯤은 전담할 수 있을 긴데. 어머님이 빨리 나으시기를...

클리오 2005-08-25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날에, 애들이 셋 이상 되면 큰 애가 막내를 본다고 누가 그랬던가요~ ^^;; 어머님이 빨리 나으셔야 될텐데..

바람돌이 2005-08-25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들 걱정하고 위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3일간의 이녀석들과의 전쟁이 끝나고 지금은 약간 엄마의 상태가 괜찮아지는 듯 하여 동생이 내려왔습니다. 오늘 저녁 그집 아이들을 데려갔죠.

파란여우 2005-08-26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학했을텐데..어머님까지 편찮으셔서 어쩐대요.
그래도 님마저 기운 잃으시면 안됩니다. 어머님..어서 쾌차하셔야 할텐데 말이죠

바람돌이 2005-08-27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우님 아직은 개학 안했고요. 다음 월요일이 개학일입니다. 당분간은 예린이 어린이집 갔다와도 봐줄 사람이 없어 그냥 둘다 동생네 집에 맡기기로 했습니다. 동생이 큰일이죠..그래도 오늘 엄마한테 전화했더니 목소리에 힘이 많이 나는 것 같아서 한숨 돌리고 있습니다.

책읽는나무 2005-08-27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어쩐대요??
빨리 쾌유하셔야 할텐데...ㅡ.ㅡ;;

바람돌이 2005-08-27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무님 덕분에 지금은 약간 나아지셨답니다. 더 이상 토하지도 않으시고, 이것저것 검사를 해봤는데 특별한 이상은 없으시다내요. 아무래도 연세가 있으시니 수술 휴유증이 컸던가봐요. 걱정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팜므 파탈 - 치명적 유혹, 매혹당한 영혼들
이명옥 지음 / 다빈치 / 200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팜므파탈 - 세기말 탐미주의와 상징주의 문학과 미술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요부형 여성 이미지를 뜻한다. ...19세기 예술가들의 발명품인 팜므파탈은 대중들 사이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그렇다면 세기말 예술가들이 쾌락과 고통, 사랑과 죽음의 주제에 매료된 이유는 무엇일까?.... 세기말은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전통적인 성 가치관이 무너지고 자의식에 눈을 뜬 신여성들이 목청을 높이던 시기다. 여성들은 수동적인 역할에서 벗어나 여성의 육체에 내려진 편견을 적극적으로 해소하는 행동과 주장을 펼쳤다. ... 남성들은 동등한 성의 자유를 주장하고 해방을 부르짖는 여성들에게 두려움과 경계심을 느꼈다.

저자가 내리고 있는 팜므파탈의 정의와 등장배경이다. 저자가 이런 배경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관점을 가지고 있을바에야 책 내용 서술에서도 좀 더 자신있게 자신의 관점을 관철하고, 분석을 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책이다. 책 내용에서는 릴리트편(이 책에서 처음 안 사실인데 최초의 여자는 이브가 아니란다. 아담과 같이 창조된 릴리트란 여자가 있었는데, 아담에게 순종하지 않은 죄로 신의 벌을 받아 악마로 변한 뒤 낙원에서 추방당했단다. 그 이후 그 잘난 순종을 위해 아담의 갈비뼈로 다시 만든 여자가 이브이고.... 근데 이브도 별로 순종적이진 않은 것 같은데... 그러면 신의 뜻대로 안되는 유일한 존재가 여자인가?)에서 약간 저자의 관점이 비치는 정도이고 나머지 내용은 팜므파탈로 선정된 여성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화가들이 그들을 어떻게 그렸나 하는 설명이 이어진다.

선정된 모델들의 이야기도 대부분 여기저기서 들어본 내용이고 그림들에 대한 설명도 그리 특별할게 없다. 여러 사람이 여러 책에서 다룬 내용들이고 이걸 하나로 모아 저자가 새롭게 쓰고자 한다면 저자 자신만의 관점이 책속에 녹아있다면 좋을 텐데, 그저 평이한 소개글에 그친게 못내 아쉽다. 더구나 책 말미에 저렇게 팜므파탈이 등장한 배경을 자신있게 써놓고도, 내용의 전개는 19세기 남성들의 시선을 그대로 따라 간 것 같으니 말이다.

하지만 도판들은 그런대로 괜찮다. 머리 아플 때 하나씩 그냥 들여다보기 좋은책?

보너스 -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그림


르네 마그리트의 <집합적 발명>1935
인어에 대한 남자들의 성적 환상을 조롱한 그림이 유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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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넘어 2005-08-25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팜므 파탈. 요 책은 별로인가 보군요. 문제의식이 재미있네요. 일단 메모해 놓고 관련 책을 한번 찾아봐야겠습니다.

히피드림~ 2005-08-25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그림 초등학교 저학년때 쯤 우연히 길거리에서 보고 어린 마음에 굉장히 신기하게 와닿았던 기억이 나네요. 마그리트의 그림인줄은 오늘 처음 알았어요.^^;; 잘 읽구 갑니다.^^

클리오 2005-08-25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그림 초등학교 때 처음 봤었는데.. 그때는 뭐 누군가 세계의 신기한 일 쯤으로, 저런 인어가 발견되었다는 투로 이야기했었던 듯 한데... ^^ 다들 모르는게 힘이었었지요..

비로그인 2005-08-25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놀랬습니다..;;

바람돌이 2005-08-27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폐인촌님/문제는 문제의식과 본문 내용이 따로 노는거라고 생각이 됩니다만...그리고 본문의 내용도 이런 관련서적을 완전히 처음보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미술에 관한 책이나 그리스 로마신화 단 몇권이라도 읽은 사람에게는 잘 알려진 이야기가 대부분입니다. 새로울게 별로 없다고나 할까?
punk님, 클리오님 /초등학교때 이 그림을 봤었다구요? 대단히 문화적으로 앞서가는 동네였군요. ^^ 저의 초등 시절은 시골구석이어서 이런 문화적 혜택과는 전혀 거리가 멀었죠. ^^
비숍님/마그리트의 그림은 항상 사람의 뒤통수를 치는 재미가 만만찮죠? 그래서 즐거워요.

kleinsusun 2005-08-26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다 색깔도 그렇고....그림이 참 슬프게 느껴지네요.
갸녀린 다리도 그렇고.... 왜 이렇게 슬프지...?

바람돌이 2005-08-27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그러고보면 마그리트의 그림은 세상을 향해 조롱하듯 비틀어주는듯 하면서도 묘한 애잔함이 있는것 같기도 해요. 어떤 작품은 거대한 슬픔이 보이기도 하고요. 어쨌든 이 사람 그림 참 좋습니다. 헤헤~~ ^^
 

꽤 오랫동안 둘째 해아가 밤에 잠을 잘 못잔다. 잠든지 1시간쯤 지나면 여지없이 "아야 아야" 하면서 운다. 그것도 어디가 아프다는 말도 없이 그냥 "아야 아야"하면서.... 보통 5-6번쯤은 이런 식으로 깬다. 그동안 워낙에 잘 자든 아이라 좀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특별히 열도 없고 낮에 놀 때 보면 잘 노는지라....그냥 더워서겠지 했다. 워낙에 땀을 많이 흘리는 아이라 매일 씻겨도 어딘가에 땀띠가 나 있어 아마도 땀띠 때문이겠지 했다. 그냥 방을 좀 시원하게 해주고 아니면 그칠 때까지 안아주고, 그래도 잘 안그쳐 애를 먹기도 하고...

근데 오늘 날이 좀 쌀쌀해져서 근 한달만에 긴 바지 잠옷을 입혔다.(그동안은 팬티 내지는 짧은 원피스 잠옷) 근데 이게 왠일이야! 불과 한달전까지만 하더라도 딱 맞던 바지가 발목을 한참 지나 댕각 올라가 있는게 아닌가? 그동안 수십번은 빨아입은 옷인지라 더 이상 줄어들데도 없는데...

짧은 기간에 해아의 키가 엄청 큰거다. 그 순간 머리를 스치고 가는 생각이 있었으니 '아! 성장통이구나'

아이들은 키가 크는 시기와 몸무게가 늘어나는 시기를 번갈아 경험한다. 그런데 유난히 키가 크는 시기가 꼭 있다. 이 때는 아이들이 근육에 통증을 호소한다고 책에서 읽었었다. 근데 이게 책에서만 읽은거면 잊어먹었거니 하겠지만 예린이 때도 이런 일이 있었다. 그 때는 책에서 읽은대로 밤에 열심히 예린이 다리를 주물러 줬었는데, 그 새 다 까먹고 그저 애를 안고 달래기만 했으니...

오늘 밤 여지없이 해아가 5번 정도 깨서 운다. 깨서 울 때마다 달려가서 열심히 다리를 주물러 줬더니 금방 울음 그치고 편안하게 잠드는 것을...

해아야 미안해... 엄마가 너랑 언니 낳고 뇌세포가 너무 많이 파괴돼서 기억력이 똑 떨어졌지 뭐야...이제 열심히 다리 주물러줄게..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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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넘어 2005-08-23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픈만큼 성숙해지는군요^^*

kleinsusun 2005-08-23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키가 클 때 성장통이 오는군요....
저도 키가 좀 더 크면 좋겠어요.^^

진주 2005-08-23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해아야, 지금은 좀 아프더라도 쑥쑥 자라렴...롱다리가 되어야지^^

바람돌이 2005-08-23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폐인촌님 아이들은 이런 성장통 안 겪었나요. 우리집은 둘다 한 번씩 다 지나갔는데...
수선님 저도 그깟 성장통 많이 앓아줄테니까 키좀 컸으면 소원이 없겠어요. 그래서 해아의 아픈 모습조차도 뿌듯..
진주님 그쵸 롱다리가 되어야죠. 엄마와 다르게 꼬옥--- ^^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페터 회 지음, 박현주 옮김 / 마음산책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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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참으로 아름다운 여인을 만났습니다. 그게 바로 스밀라 당신이죠. 당신을  줄거리만 대충 적어놓은 요약문 같은데서 봤다면 나는 아마 헐리웃 액션 영화에 흔히 나오는 그런 여자의 하나쯤으로 오해했겠죠. 툼레이더에 나오는 안젤리나 졸리 같은....내가 영화가 아닌 책으로 당신을 만난게 얼마나 다행인지요. 그리고 어줍잖은 줄거리에 대한 정보가 없어 결국 내가 책을 읽어야만 했다는 것도....

책은 그리 쉽게 읽히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책의 반을 넘어가기 전까지는 더 그랬죠. 하지만 그건 지겨워서라거나 어려워서라기보다는 당신의 생각과 감정과 사색을 따라가기 위한 시간들이 필요했기 때문인것 같군요. 추리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저는 추리보다는 당신의 생각이 더 궁금했습니다. 당신이 어떻게 느끼는가, 하나의 사건에서 어떤 감정과 사색들을 불러일으키는가 그리고 타인에 대해-적이든 친구든 어떻게 반응하는가... 꼭 연애하는듯한 기분으로 당신을 따라다닌 것 같군요.

'이사야'라고 하는 옆집 소년의 죽음에 당신은 의문을 품습니다. 물론 그렇게 된데에는 이사야에 대한 당신의 애정, 그리고 눈에 대한 당신의 감각이 의문으로 당신을 이끌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기서 더 나아가지는 않습니다. 아마도 나 역시 마찬가지겠지요. 하지만 당신은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헐리웃 영화의 공식대로라면 당신은 복수심에 불타는 아이의 엄마쯤 되거나 아니면 세계평화를 위한 정의의 화신쯤 되어야되겠지만, 나는 그저 당신에게서 진정한 연민을 아는, 그저 왜 그애가 거기서 죽을 수 밖에 없었는지 이해하고 싶어하는 그 아이를 진정으로 애도하는 그저 한 여인을 볼 뿐입니다. 이런 걸 휴머니즘이라고 하겠지만 이런 도식화된 정의는 당신에게 어울리지 않는군요. 인간에 대한 사랑을 입으로 얘기하기는 쉽지만, 그리고 그걸 또 휴머니즘이라고 정의하기는 쉽지만 어려운 상황에서 내 옆의 사람에 대해 진정한 애정을 가지는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요. 당신은 이사야를 정말로 사랑했나봅니다. 나는 한편으론 당신이 그토록 그 아이를 사랑한 건 그 아이의 모습에서 당신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어느 한쪽에도 완전히 발을 붙이지 못하고 떠도는 경계인으로 아슬아슬하게 살아가는 동지라고나 할까요.

그린란드인 어머니를 가졌고 덴마크인 아버지를 가진, 어렸을 때 강제로 덴마크에 오게 된 당신은 어느 사회에서도 이방인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당신의 영혼은 그린란드에 속해있다고 믿습니다. 문명에 대한 당신의 통찰은 덴마크가 아니 서구가 지금까지 이룩했다고 믿는 문명의 발전이 얼마나 자기중심적인 것인지를 여지없이 까발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말하죠

다른 문화를 이해하는 한 가지 방법이 있다. 실제로 살아보는 것, 그 문화 속으로 이사하여, 손님으로 받아달라고 부탁해서 언어를 배운다. 어떤 순간이 되면 이해가 찾아온다. 이해는 언제나 비언어적이다. 무엇이 낯선 것인지 이해하게 되는 순간, 설명하려는 충동을 잃어버린다.(259페이지)

당신은 그저 생각만 하지 않습니다. 서구 사회가 문명의 이름으로 그린란드에 행하는 폭력과 온 힘을 다해 싸우죠. 그것이 당신을 당신이게 합니다.

흔히 이누이트들은 눈에 대한 수많은 다른 표현을 가지고 있다고 하죠. 그들의 눈덮인 빙원이 그들에게 그런 특출한 언어를 준것이겠죠. 당신 역시 여전히 그린란드인 이누이트입니다. 눈과 얼음의 땅, 북극에 대한 사랑과 감각이 당신을 그렇게 만듭니다. 결말마저도 얼마나 당신다운지....

요 며칠간 스밀라 당신을 만나서 참 행복했습니다. 당신은 이제 당신의 땅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아니면 여전히 혼자서 덴마크 땅을 배회해야 할까요? 당신이 당신이 속한 곳에서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은 그럴 자격을 충분히 가지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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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5-08-23 0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밀라가 너무나 매력적이어서 이런 식으로 리뷰를 써봤는데, 지나치게 감상적인 리뷰가 됐다. 역시 밤이라서 그런가?
근데 이 책 앞날개에 저자인 페터 회의 사진이 실렸다. 멋지다. 오랫만에 가슴이 두근거리는 분위기의 남자다. ^^

국경을넘어 2005-08-23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름도 멋지군요. 저도 회 좋아하는데^^* 회먹는 걸 회식이라하고 회먹으면 돈 많이 나오니까 걷는 돈이 회비...... 크~ 날이 추워졌군요

야클 2005-08-23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의 다 읽고 한 50쪽 정도 남았는데... 리뷰 쓸 의욕을 상실케 하는 멋진 리뷰네요. 잘 읽고갑니다.^^

로드무비 2005-08-23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은 리뷰 안 쓰시는 변명도 수준급!^^

스밀라님 말고 이 책 리뷰 처음 보는 것 같은데요?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책인 것 같습니다.
편지 형식 리뷰 좋네요.^^

진주 2005-08-23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멋진 리뷰입니다. 저도 속히 님이 홀랑 빠진 스밀라를 만나고 싶어요. 편지글이 가장 부드럽게 감상이 잘 우러나오는 거 같아요. 가끔 학생들에게도 편지로 감상문을 쓰게 하는데.. 수작이 탄생하는 순간이지요. 멋지십니다. 바람돌이님.

클리오 2005-08-23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보니 이 책에 정말 푸욱 빠지셨었나봐요. 제목도 심상치 않고.. 또 읽을 책들만 늘어나네요... ^^

바람돌이 2005-08-23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폐인촌님/썰렁~~~ 3=3=3=
야클님/그래놓고 무지 멋진 리뷰를 써셨던데요. 전 이런 말 하면 진짜 못쓴단 말예요. ^^
로드무비님/처음 써보는 형식인데요. 근데 저랑 별로 안 맞는듯... 스밀라가 워낙에 매력적인 여주인공이라 책보다는 주인공에 더 공감했던 것 같아 이렇게 한 번 쓰보고 싶더라구요.
진주님/진주님도 아마 홀랑 빠지실걸요. 스밀라 멋져요.
클리오님/알라딘의 문제는 언제나 읽을 책은 늘어나고 그러면서도 책 읽을 시간은 뺏어간다는 거죠. 근데 이 책 제목 참 멋지죠. 근데 소설 내용과도 너무 잘 어울려요. ^^

바람돌이 2005-08-23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님 재밌게 보세요. 근데 이거 생각보다 책장은 안넘어가더라구요. 그만큼 음미하고 싶은 문장드링 많아서였던 것 같은데....

국경을넘어 2005-08-24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쒸. 본전도 못 건졌네요...
 
 전출처 : sooninara > 토요일..일민미술관(작품)



일층은 초대전이었고 이층이 국제만화페스티벌 참가작들..
일층에선 아무도 사진을 안찍어서 나도 안찍었다.
이층에서도 안찍고 참고 있는데..옆에서 하나 둘 사진을 찍기 시작..이런..
안내도우미에게 물어보니 찍어도 된다고..

카툰들의 주제가 핸드폰인 그림이 많았다.
물어보니 이번 카툰 주제가 전화와 자유선택중에서 그리는것이었다고..



제목은 실연..이었나??



난 내용 파악을 못하고 있는데 깍두기언니의 친절한 설명..
사과 따라고 전화 울리고 있잖아??? ㅋㅋㅋ

 



다이어트..^^

 



이건 제목이 뭘까요??

 

..

 

..

 

 

..

 

..

 

 

 

..

 

조지 부시

 



요가자세들..그런데 난 왜 이상한 생각이 들지?? 흠흠...

 







고추밥상

 



모나리자를 단장에 올라가서 보게 만들었다.

 



올라가서 내려다본 모나리자..우울하거나 화가 난 모습..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 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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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22 14: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국경을넘어 2005-08-22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모나리자 끝내줍니다. 작품에서 품어나오는 상상력이 대단하군요^^*

바람돌이 2005-08-22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게만 보이는 님 /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새로운 암호인가요?
폐인촌님/ 그쵸 저도 모나리자 보고 감탄했다니까요? 이런 기발한 상상력은 어떡함 가지게 되는걸까요?

2005-08-22 2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히피드림~ 2005-08-22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조지 부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