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보이는 것을 그리는 게 아니라 본 것을 그린다."
뭉크가 남긴 많은 글 가운데 그의 예술을 가장 집약적으로 나타내는 문구이다. 뭉크는 당시 대부분의 화가들처럼 풍경이나 사물을눈에 보이는 대로 그리지 않았다. 다시 말해, 대상을 관찰해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본 것, 자신의 기억을 그리려고 했다.
기억이란 감정과 생각에 따라 만들어지는 것이며, 기억을 그린다는 것은 그림의 대상이 화가의 뜻대로 ‘해석‘되고 편집 된다는것을 의미한다.  - P13

친구 두 명과 함께 나는 길을 걷고 있었다. 해는 지고 있었다. 하늘이 갑자기 핏빛의 붉은색으로 변했다. 그리고 나는 우울감에 숨을내쉬었다. 가슴을 조이는 통증을 느꼈다. 나는 멈춰 섰고, 죽을 것같이 피곤해서 나무 울타리에 기대고 말았다. 검푸른 피오르와 도시 위로 핏빛 화염이 놓여 있다. 내 친구들은 계속 걸어가고 있었고, 나는 흥분에 떨면서 멈춰 서 있었다. 그리고 나는 자연을 관통해서 들려오는 거대하고 끝없는 비명을 느꼈다. --뭉크의 노트(1892) -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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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동안 매일, 종일, 에밀리 디킨슨은 반쯤 열린 하얀 레이스 커튼 너머로자신의 운명과 마주했다. 자신이 평생 사랑한 여자와 오빠가 가정을 꾸리며살아가던 집을 응시했다. 이토록 가깝지만 결코 소유할 수 없는 존재. 나는그 방에 서 있다가 불현듯 매일 그렇게 살아가는 것에 공포를 느낀다.  - P608

집단적인 기억을 기록할 때 동기를 억측하는 일은 의미가 없다. 기억과동기는 양날의 검이며, 이를 이용하여 우리는 시건에서 경험의 포를 뜨고인생이라는 나무줄기에서 역사를 베어낸다. 그 역사는 개인의 역사이사 정치, 문명의 역사이다. 기억과 동기 모두 대단히 선택적인 도구이며, 기억으로는 과거를 돌아보고 동기로는 미래를 내다본다.  - P613

이 많은 모습은 각기 다른 필요에 따라순간순간 솜씨 좋게 갈아입는 복장이라기보다는 한 자아의 다른 면, 특정한빛이 특정한 각도로 비쳐드는 순간 밝게 빛나는 면면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여러 상황에 따른 여러 사람들의 합으로 존재하며, 우리 내면에 잠들어있는 다층적인 면은 특정한 상황, 특정한 인간관계, 특정한 운명으로 인해잠에서 깨어난다. 그 면면들은 모두 진실되고 모두 실재하며, 이런 면면이모자이크처럼 합쳐져 우리라는 존재를 만든다.
- P614

 우리의 작디작은 세계를 아득히 먼 곳에서 찍은 이 사진보다 인간의 자만심과 어리석음을 증명하는 훌륭한 증거도 없을 것이다. 나는 이 사진을 보며 우리가서로에게 좀더 친절해야 한다는 책임을, 이 창백한 푸른 점을 보존하고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책임을 다짐한다. 이곳은 우리가 알고 있는 유일한 고향이기 때문이다.
- P627

"우리를 둘러싼 우주의 신비와 현실에 우리가 좀더 분명하게 주의를 기울일수록 파괴를 향한 인류의 성향이 약화될 것입니다." 호리호리한 몸집에비해 지나치게 큰 강단에 선 여자가 지중해 빛의 눈을 강렬하게 반짝이며허식이라고는 없는 침착한 태도로 선언했다. "경탄하는 마음과 겸허한 마음은 건강한 감정입니다. 이 감정은 파괴에 대한 욕망과 나란히 존재하지않습니다."
- P635

바다 생물에게만 알려진 물의 세계를 느끼려면 우리는 길이와 너비, 시간과공간에 대한 인간의 시각을 포기해야만 한다. 그리고 바나 생물의 입장이 되어 온통 물로 이루어진 우주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 P651

공시성이란 외부에서 일어난 어떤 사건과 관찰자 내면에서 일어난 상황의 유사성과 비인과관계를 정리하는 체계이다. 어떤 사건을 경험한 관찰자는 자신의 주관적인 상황을 기반으로 자신과 그 사건의 연결고리를 찾는다. 즉 내면의 현실과 외부의 현실이 만나는 접점이라 할 수 있다.  - P692

우리가 가장 낮게 밀려 내려간 썰물의 해안선 중에서도 가장 낮은 곳으로 들어가 그 얕은 물 안을 들여다볼 때, 그 안에는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는 흥분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일단 이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면, 그 세계의1. 매력은 점점 커지며 우리는 정신에 새로운 차원이 열린 듯한 기분을 느낍니다. 새로운 관점으로 세상을 보게 된 것입니나. 그 후 우리는 언제나 그 세계의 아름다움과 이상함과 신비로움을 기억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세계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만큼 이 우주의 일부로 실재하는 세계입니다.
- P712

국가의 진정한 부는 지구의 자원입니다. 바로 흙, 물, 숲, 광물, 야생생물들입니다. 미래의 세대를 위해 이 자원을 보존해야 하는 한편 이 자원을 현재의필요에 따라 이용하려면 폭넓은 연구에 기반을 두고 정교하게 균형을 잡을수 있으며 지속적으로 운용될 수 있는 계획이 필요합니다. 자연 자원의 운용이 정치적 문제가 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뿐더러 그래서도 안 됩니다.
- P715

어떻게든 불쾌한 사실을 외면하고 싶은 대중의 벽과 무관심을 뚫고 들어갈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가장 큰 일입니다. 문제가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해야해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P738

카슨은 전문가들이 좁은시야에 갇혀 상호 연결되어 있는 전체를 보지 못하는 시대, 자유 시장 방식이 이익의 제단에 진실을 희생하는 시대에 파편화와 상업화, 진실의 철저한말소를 경고했다. 시민들이 이의를 제기하고 명백한 증거와 함께 이런 세력에 도전하려 할 때, 이런 세력은 시민들에게 "반쪽짜리 진실의 안정제를 먹인다. 카슨은 반세기 후에도 효과가 반감되지 않을 인상적인 주장을 펼치며 강력하게 촉구했다. "거짓된 확신을 어떻게든 끝장내야 한다. 입에 맞지않는 불쾌한 진실에 대한 사탕발림을 끝장내야 한다. 무엇보다도 카슨은
"시간과 공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미칠 결과"를 진지하게 고찰하면서 단기 이익만을 생각하는 기업 세력들의 고질적인 질병을 비판했다.  - P746

케플러는 지구가 살아 있는 생물처럼 소화하고 호흡한다고 믿었으며 지구에 영혼이 있다고 믿었다. 이 믿음으로 케플러는 몇 세기나 비웃음을 받았다. 레이철 카슨이 등장하여 광대하고 다양한 생물로 이루어진 생태계에분포되어 있는 생명의 숨결 안에서, 조수의 맥박을 뛰게하는 바다의 심장안에서 그 영혼을 찾아내기 전의 일이다. 다윈은 기나긴 시간의 궤도를 거슬러올라 다른 생물체와 우리 인간의 진화적 동족 관계를 논증했다. 하지만과학적 사실 안에 숨은 시적 진실로 대중의 상상력을 이끌고, 차가운 지성적 인식에 따뜻한 감성적 문체를 불어넣음으로써 환경에 대한 양심을 일깨운 것은 카슨의 공적이다. 풀러는 에머슨에게 쓴 편지에서 말했다. "오직 감정을 통해서만 우리는 그대, 자연을 느낄 수 있어요!  - P747

톰 아저씨의 오두막이 신중하고 공정했다면 절대 나라를 각성시키지 못했을 것이다."
- P760

"권력이 부패할 때 시인은 정화에 나섭니다. 시와 과학을 서로나누어 생각하기를 거부하며 살아온 카슨은 자신의 두 가지 재능을 결합해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권력의 정화라는 업적을 이루었다.
- P789

 "재능으로 세계의 일원이 되었다. 나는 재능으로 세계에 속한다는 실존적인 상태가 인생을 실현하는 데 가장 단순하면서 가장 완벽한 방법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명성이나 성공보다 훨씬 가치 있으며, 개인적인 애정이나 그 애정에서 비롯되는 탐욕스러운 애착보다 훨씬 관대하며, 행복이나 행복에서 비롯되는 혼란스러운 목표보다 훨씬 적확하다.
- P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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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1-03-09 00: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다 보셨군요 축하합니다 에밀리 디킨슨 저 이야기는 얼마전에 알았습니다 다른 건 모르면서 알았다고 하다니...


희선

바람돌이 2021-03-09 11:36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어떤 책이든 읽다보면 아는 장면 한둘쯤 나올 수 있고 사실 그런 장면때문에 독서가 더 즐거워지는걸요. ^^
 

지금 이 한순간에 우리는 우리의 자아가 확고하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그 자아는 오직 한순간만 존재할 뿐 계속해서 변모를 거듭한다. 다른 몸과 다른 정신, 다른 생각, 다른 가치관, 다른 신념을 지니기에 예전의 모습을 거의 알아볼 수조차 없을 정도이다. 한 자아가 다른 자아를 낳고, 그 자아가 또 다른 자아를 낳는 식으로 변화가 계속되면서 줄줄이 이어진 탯줄의 사슬은 우리를 과거에 속박하는 동시에 새로운 미래로 자유롭게 해방시킨다. 이 사슬은 평상시에는 보이지 않게 숨어 있다가 아주 드물게 지금 우리가 그토록 확신하는 자아를 과거의 자신을 향해 만만치 않은 힘으로 끌어당긴다.  - P439

호스머의 걸작은 처음 런던의 왕립미술원 Royal Acadermy of Art에 전시되었다. 이곳에 여자가 학생으로 입학하기까지는 3년을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이 기관에서 처음으로 여자를 교수로 고용하기까지는 한 세기 반이 넘는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이곳에 여자가 교수로 입성하게 된 것은 2011년, 설립된 지 243년 만의 일이다.
- P447

이 인권의 대의에 찾아온 중대한 위기의 순간 수많은 여성해방 운동가들이 노예제 폐지 운동으로 넘어갔다. 노예제 폐지와 여성 해방의 대의는 처음부터 동류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누구를 희생해야 한다.
면 누구도 완전하게 자유롭고 고귀해질 수 없다" 라고 마거릿 풀러는 19세기 여성에서 썼다. "하나의 창조적인 기운, 하나의 쉴 새 없는 폭로를 이어가도록 하자. 이 힘이 어떤 형태든 취하게 만들고 과거로 인해 이 힘이 남자나 여자, 흑인이나 백인에 얽매이지 않도록 하자." 타고난 천성을 이유로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은 다른 천성으로 소외된 이들에게 공감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소외된 집단은 자신만의 노력으로는 사회의 중심으로 이동할 수 없다. 이것이 힘의 역설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힘과 특권에 가까이 있는, 같은 대의를 지닌 동류 집단이 이끌어주는 힘이 필요하다. - P450

이 기념비를 위해 호스머가 제출한 계획은 실로 기발하고 대담했다. 이조각의 초안에서 링컨은 거대한 흑인 네 명에게 둘러싸여 있다. 이 네 명의흑인은 아프리카 미국인이 거쳐 온 역사의 네 단계, 즉 경매, 노예, 자유, 시민권의 모습을 상징한다. 이들을 연합의 주를 상징하는 서른여섯 명의 여자가 에워싼다. - P462

허셜의 재능은 그녀의 장소의 정신에 구속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장소의 정신은 곧 시대의 정신이기도 하다. 모든 인간에게는 그자신에게 할당된 시대가 각기 따로 있는 모양이다"라고 버지니아 울프는《올랜도에서 썼다. 우리가 우리 자신이 된 것은 많은 부분 우리가 있는 장소, 우리가 있는 시대에서 비롯된 결과이다. 하지만 용기와 자존의 삶을 살았던 인물들은 자신의 삶을 통해 앞으로 다가올 세대의 정신이 머물 장소와 가능성의 지도를 다시 그린다.
- P469

에밀리 디킨슨 같은 인물의 삶에서는 모자이크처럼 복잡한 감정들이 자기만의 어휘로 암호화되어 있으며, 상징과 은유 안에서 강렬한 피가고동치고 있는 삶, 어떤 사람의 선기에서나 존재할 수밖에 없는 사각지대가그 전체를 뒤엎는 일식이 된다. 우리는 지신이 하는 일에 자신 전체를 신념과 편견, 경험으로 조각된 호기심과 제한된 지식을 전부 쏟아붓기 때문에전기 작가란 진실의 매개자라기보다는 의미의 해석자에 가깝다.
- P518

 "히긴슨 씨." 에밀리는 예의를 차리는 인사말도 없이 대뜸 그의 이름을 불렀다. "내 시가 살아 있다고 말해주기에는 너무 바쁘신가요?"
- P523

죽음을 위해 멈출 수가 없었기 때문에 -죽음이 친절하게도 나를 위해 멈추어주었어- - P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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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1-03-08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다 읽으신 거에요???

바람돌이 2021-03-08 22:45   좋아요 0 | URL
이 책 834페이지짜리예요. ㅎㅎ
지금 열힘히 803쪽 읽고 있습니다. ^^
 

"허공에 성을 지어보지 못한 소년은 절대 땅 위에서도성을 짓지 않게 됩니다. 히긴슨이 마거릿 풀러라는 인물에 마음이 끌린 것은 풀러가 꿈과 실천 그 어느 쪽도 희생하길 거부하고, 꿈꾸는 자와 실천하는 자로서 자신을 동등하게 엮어 "존재의 충만함을 성취했기 때문일지도모른다. 한편 풀러는 또한 진실과 아름다움을 나누길 거부하면서 이 두 가지가 합쳐져 의미를 낳는다고 주장했다.  - P191

"한 세기 반이 지난 후 어슐러 K. 르 귄traula K. Le Guin("어스시 시리즈"로 유명한 SF 소설의 대가이다. 옮긴이)은 말한다. "말은 무언가를 하고 무언가를 바꾼다. 말은 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을 모두 변화시킨다. 말은 에너지를 전하고 되받으며 증폭시킨다. 말은 이해 혹은 감정을 전하고 되받으며 증폭시킨다." 초월주의 운동에서 지고의 지성적 도구로 대화를 공식 채용하게 된 것은 전적으로 풀러의 공이다. 자유롭게 주고받는 말의 전류로 여성해방운동의 힘을 충전시킨 것도 풀러의 공이다.
- P199

하지만 풀러는 고의로 에머슨의 방식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탐사 방식을 택했다. 위에서 아래로, 일 대 다수로, 하나의 드높은 지성이 수직으로 지혜를 내려주는 것이 아니라, 옆으로, 다수 대 다수로 동등한 지성을 지닌 사람들끼리 친밀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었다. 풀러의 학식은 누구보다 대단했지만 풀러의 의도는 그 방에 모인 여자들이 자신의 정신이 중요.
하다고 생각하고 자기만의 생각을 대중 앞에 표현할 만큼 가치 있다고 여기게 만드는 것이었다.
- P213

교도소, 정신병원, 고아원으로 쳐들어가 학대 실태를 폭로하고 대중을고무하여 변화를 요구하게 만드는 일과 월든 호숫가를 거닐며 정신적 삶을철학적으로 사색하는 일은 다르다. 초월주의자 중에서 풀러는 현실 세계에서 자신의 신념을 시험한 유일한 인물이었으며, 펜을 이용하여 우리의 삶이정의로운 사회에서 당연하게 누릴 수 있는 삶에 한층 가까워질 수 있도록힘껏 노력했다. 한 세기 후의 레이철 카슨과 마찬가지로 풀러는 인간의 삶이 지구에 살고 있는 다른 생명들과 분리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했다. 풀러에게 관념의 세계와 자연의 세계는 하나였다. - P256

혁명가가 된다는 것은 곧 상상력을 펼친다는 뜻이다. 친숙한 것의 한계를 뛰어넘고, 새로운 질서를 머릿속에 그리며, 새로운 질서 안에서 얻게 될 것이 잃어버릴 것이 주는 잘못된 위안을 뒤덮고도남을 것이라고 상상하는 일이다.
- P314

"천재가 될 수 있는데, 누가 여편네가 된단 말인가?" 마거릿 풀리는 신혼의 하우 부부와 함께 증기선을 타고 유럽을 향해 떠나던 해에 발표한 《19세기 여성에서 질문을 던졌다.
- P333

호스머는 고대 그리스 시대 이후 가장 유명한 조각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히게되며, 새로운 연금술사가 되어 싸구려 석회암을 값비싼 대리석으로 변환하는 방법을 발명하고, 자신의 운명을 직접 바꾼 피그말리온이 될 것이다. 여성의 길에 새로운 지평을 열고, 구세계의 판테온에 미국 예술을 위한 자리를 확보하고, 금전적인 성공과 타협하지 않는 독창적인 상상력으로 예술가의 삶에 본보기가 되며, 존재를 정의하는 새롭고 대담한 어휘와 함께 퀴어문화를 열어나가게 될 것이다. 호스머는 또한 인생 말년의 수십 년을 영구운동기관을 발명하기 위해 소진하고 결국 파산하여 무명으로 숨을 거두게될 것이다.
- P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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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평생 우리 존재가 어디에서 끝나는지, 나머지 세계가 어디에서시작되는지 알고자 애를 쓰며 살아간다. 우리는 존재의 동시성에서 삶의 정지 화면을 포착하기 위해 영원, 조화, 선형성이라는 환상에, 고정된 자아와이해의 범위 안에서 필쳐지는 인생이라는 환상에 기댄다. 그러면서 줄곧 우리는 우연을 선택이라 착각한다. 어떤 사물에 붙인 이름과 형식을 그 사물자체라 착각한다. 기록을 역사라 착각한다. 역사는 실제로 일어난 일이 아니며, 판단과 우연의 난파 속에서 살아남은 것들에 불과한데도 - P15

케플러는 우리가 습관적으로 잊곤 하는 한 가지를 알고 있었다. 상상할 수 없는 일을 상상하고 체계적인 노력을 통해 그 상상을 현실로 이루어낼 때 우리가 지닌 가능성의 범위가 확장된다는 사실이다.  - P27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은 최초로 인간의 자만심에 도전장을 내민 위대한 사상이다. 그 후 몇 세기에 걸쳐 세계 질서가 여러 차례 새롭게 편성되는동안 인간의 자만심에 대한 도전은 진화론부터 시민권, 동성결혼까지 수없이 많은 형태로 모습을 바꾸어 나타난다. 이 모든 도전에 사회는 케플러의고향 주민들이 보인 것과 비슷한 수준의 적대적인 반응을 보인다. 우주의중심이든 권력 구조의 중심이든, 중심에 있는 것은 그 대가로 진실을 희생할지언정 계속해서 중심에 남아 있어야 한다.  - P45

마리아의 감춰진 지성은 몇 번이고 계속해서 사회가 드리운 어두운 그늘을 뚫고 솟아오른다. 삶에 별빛을 섞으십시오."  - P56

이 집의 한쪽에 종이 공장을 만들 겁니다. 그리고 내 책상 위로 풀스캡판 크기의 종이가 끊임없이 풀려나오게 만드는 겁니다. 그리고 그끝없이 펼쳐지는 종이 위에 수천 가지, 수만 가지, 수억 가지 생각을 적을 겁니다. 전부 당신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형식으로 말이에요. 신성한 자석이 당신 안에 있으며 내 안의 자석이 그에 반응합니다. 어떤 자석이 더 클까요? 바보 같은 질문이군요. 그건 전부 하나인데 말입니다.
- 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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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3-05 12: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책은 서두 부터 머릿속과 심장을 쾅!두드리네요
[우리는 평생 우리 존재가 어디에서 끝나는지, 나머지 세계가 어디에서 시작되는지 알고자 애를 쓰며 살아간다. 우리는 존재의 동시성에서 삶의 정지 화면을 포착하기 위해 영원, 조화, 선형성이라는 환상에, 고정된 자아와 이해의 범위 안에서 필쳐지는 인생이라는 환상에 기댄다. 그러면서 줄곧 우리는 우연을 선택이라 착각한다. 어떤 사물에 붙인 이름과 형식을 그 사물자체라 착각한다. 기록을 역사라 착각한다. 역사는 실제로 일어난 일이 아니며, 판단과 우연의 난파 속에서 살아남은 것들에 불과한데도...]

바람돌이님 오늘은 개구리가 눈뜨는 날 경칩!
활기찬 하루 보내시길 바래요 🐸

바람돌이 2021-03-05 15:17   좋아요 1 | URL
서문에서 한방 크게 때리고,
첫 이야기 케플러의 이야기에서 어 이거 뭐야? 이런 서술도 있어 하면서 한방 크게 때립니다.
점점 흥미로워지고 있어요. 하지만 800페이지가 넘어 너무 무거워서 요즘 하는 서서 책읽기를 못하니 밤에 보다가 자꾸 졸고 있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