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에 대한 증오는 국민과 신도를 하나로 묶어 동일한 불꽃으로 활활 타오,
르게 하기 때문이다. 사랑은 몇몇 사람을 향해서만 내가슴을 따뜻하게 하지만, 증오는 수백만 명의 사람이나 한 국가, 한 인종, 다른 피부색이나 다른 말을 쓰는인간 집단들을 향해 나와 내 이웃의 가슴을 분노의 불꽃으로 뜨겁게 한다. - P176

학교란 전통을 폐지하는 곳이 아니라 반대로 그 어떤 전통이라도 존중해야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다른 인종의 아이들이 평화롭게 함께 생활하기를 원한다면 학교는 각 집단의 아이들이 다른 집단의 전통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따라서 성탄절이 되면 구유를 만들어야 하고, 다른종교나 민족의 중요한 축제일에는 그들만의 상징을만들고 제식을 치르게 해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은 각자 어떤 식으로건 다른 축제에 참여함으로써 서로 다른 전통과 신앙 형식의 다양성을 접하게 된다.  - P189

우리는 책을 읽어도 그 내용을 대부분 잊어버리고, 그런 다음에 그 책들이 말하고자 한 것보다 우리가 그중에서 기억하는 내용을 근거로 일종의 가상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특정한 책을 읽지도 않은 누군가가 책에 없는 구절이나 상황을 인용해도 우리는 그게 책에 있다고 바로 믿을 준비가 되어 있다.
- P227

나는 옛것만 고집하는 전통주의자가 아니다. 그래서 250기가바이트의 이동식 하드 디스크에 세계 문학과 철학사의 위대한 걸작들을 저장해 두고 있다. 단테의 작품이나 『신학 대전 Summa Theologica』에 나오는인용문을 몇 초 안에 불러내는 건 의자에서 일어나 높은 책장에서 두꺼운 책을 꺼내는 것보다 훨씬 간편하다. 하지만 나는 그 책들이 책장에 꽂혀 있다는 게 늘기쁘다. 언젠가 전자 기기들이 총기를 잃을 때를 대비한 확실한 기억 장치로서 말이다.
- P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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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사이 핸드폰은 자연스럽게 우리 육체의 일부가 되었다. 귀의 연장(延長)이고, 눈의 연장이고, 심지어 페니스의 연장이기도 하다. 누군가를 그의 핸드폰으로 질식시키는 것은 그의 창자로 목을 졸라 죽이는 것이나 진배없다. 자, 받아, 메시지 왔어!)하고 말이다.
- P82

1960년에 프랑스의 여러 대성당을 돌아다닌 직후내가 어떻게 갑자기 사진 찍기를 중단하게 되었는지는 이미 여러 자리에서 밝힌 바 있다. 그것도 틈만 나면 미친 듯이 세상의 모든 것을 렌즈에 담던 인간이 말이다. 사진을 찍고 집에 돌아가면 내 앞에는 나쁜 사진만 수북이 쌓여 있었다. 정작 내가 본 것들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 뒤로 나는 카메라를 던져 버렸다. 이후의 여행에서는 내가 본 것들을 모두 마음에만담았고, 타인과 나 자신에 대해 더 많은 것을 기억하려고 마음에 드는 엽서를 사기 시작했다.
- P85

지금도 미국인의 달착륙이 텔레비전 스튜디오에서 조작된 것이라고 믿는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주장을 반박하는 논거로 사용될 수 있는 것이 바로 침묵의 증거다. 만일 미 우주선이 실제로 달에 착륙한 것이 아니라면 당시에 누군가는 그 사실을 말했을 것이다. 지구상에 그것을 검증할능력이 있는 누군가가 있었고, 그렇게 말하는 것이 그누군가의 이익에도 부합했기 때문이다. 그건 바로 소련이다. 하지만 당시 소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가 보기엔 그것만큼 미국인들이 실제로 달에 착륙했다는 것에 대한 명백한 증거는 없어 보인다. 이것으로 논란 끝!
- P98

사람들은 왜 자신의 의무를 다했을 뿐인, 용감하고신중한 사람을 영웅이라고 부르는 것일까? 베르톨트브레히트는 『갈릴레이의 생애 Leben des Galilei」에서영웅이 필요한 나라는 불행하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왜 불행할까? 그 나라에는 묵묵히 자신의 의무를 다하는 보통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남의 것을 빼앗아 자기배를 불리지 않고,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정직한 방식으로 자신의 의무를 다하는 사람들, 요즘에 이런 표현을 좋아하는 것 같은데, <프로 정신으로> 자기 일을 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 P134

그렇다면 사람들이 자신의 의무가 뭔지 몰라 일일이 지시 내려 주는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를 필사적으로 찾는 나라는 불행하다.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바로그것이 『나의 투쟁』에 담긴 히틀러의 이념이었다.
- P135

남은 문제 하나. 젬마는 단테에게, 헬레나는 데카르트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역사가 입을 다물고 있는 다른 수많은 아내는 말할 것도 없다. 만일 아리스토텔레스의 작품이 진짜 그의 아내 헤르필리스가 쓴 것이라면? 확인할 길은 없다. 다만 남편들이 쓴 역사는아내들을 익명으로 숨겨 둘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 P159

타인의 종교적 감정을 모욕하지 않는 것은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윤리적 원칙이다. 그 때문에 집에서는신을 모독하는 사람도 교회에서는 되도록 그런 말을삼간다. 슈피겔만도 무함마드를 희화화한 캐리커처를그리지 말았어야 했다. 보복의 위험 때문이 아니라 그자체가 무례한>(이런 예의 바른 표현을 쓰는 걸 고깝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미안하다) 일이기 때문이다. - P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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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의 발견 - 앞서 나간 자들
마리아 포포바 지음, 지여울 옮김 / 다른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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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일러스트 - 기하심리학자인 벤저민 베츠가 1887년 기하학적으로 인간 의식의 진화 과정을 형상화한 도표. 의식의 출발점, 동물의 감각적 의식 그리고 의식의 정점인 초월성을 단계별로 표현했다.

 

내가 좋아하는 딱 그 색감의 노란색 표지에 그려진 이 그림을 책을 읽기 시작할 때는 그냥 스쳐지나갔다.(내가 찍은 저 사진의 노란색이 아니다. 대충 찍었더니 우중충한 노랑이 되고 말았다. 어쨌든 중요한 건 노란색이 아니라 저 그림)

책을 다 읽고 난 순간 놀라움을 안고 표지의 그림을 다시 본다.

 

오! 인간의 지적 능력이란 얼마나 놀라운가?

지구 어딘가에서 일어난 아주 작은 일들을 하나 하나 꿰어내 무려 4세기의 시간과 인간사회를 넘어 자연과 우주로까지 확장되는 공간을 하나로 엮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하다니!

세상에 훌륭한 책은 너무도 많다.

날카로운 이성과 논리적 전개로 합리적 결론을 도출해낸다든지, 충만한 감성으로 독자의 마음을 뒤흔다든지, 드물지만 논리와 감성을 결합해내는 진정한 걸작에 이르기까지...

마지막 논리와 이성의 결합을 이끌어낼 때 저 표지의 초월성단계에 이른 의식이라고 표현하는 것일까?

 

목차만 본다면 이 책은 11명의 과학자, 시인, 조각가, 소설가들의 평전인듯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 책 속의 등장인물은 셀 수도 없이 많으며 그들이 자신들조차도 모르게 그물망처럼 연결되고 교감을 나누고,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은 도저히 한눈에 그 연결망을 그려낼 수 조차 없을 정도이다.

 

우리는 평생 우리 존재가 어디에서 끝나는지, 나머지 세계가 어디에서 시작되는지 알고자 애를 쓰며 살아간다. 우리는 존재의 동시성에서 삶의 정지 화면을 포착하기 위해 영원, 조화, 선형성이라는 환상에, 고정된 자아와 이해의 범위 안에서 필쳐지는 인생이라는 환상에 기댄다. 그러면서 줄곧 우리는 우연을 선택이라 착각한다. 어떤 사물에 붙인 이름과 형식을 그 사물자체라 착각한다. 기록을 역사라 착각한다. 역사는 실제로 일어난 일이 아니며, 판단과 우연의 난파 속에서 살아남은 것들에 불과한데도 - P15

 

작가의 말대로 이 세상은 온갖 우연으로 꽉차 있으며, 그 우연들 중 살아남은 것이 역사가 된다.

그러나 그 우연을 제대로 엮어내고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 그 또한 실종되어 역사로 남지 못한다.

이 책이 놀랍고도 놀라운 것은 그런 개인들의 필연적 우연들을 찾아내고 의미를 부여하고 각자의 삶의 순간들을 교차시키면서 각자이면서 하나인 이야기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자신으로 인해 마녀로 몰려 재판에 회부된 어머니의 사건을 통해 "나는 여자가 아니라 남자로 태어났다"라는 깨달음을 얻은 캐플러의 이야기로 서두를 열면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300여년 뒤의 여성 천문학자 마리아 미첼의 작은 집으로 이어진다.

이 작은 집에서 마리아 미첼은 처음으로 일식을 관찰한다.

여성이 어떠한 교육의 기회도 얻지 못해 과학적 성취를 얻는 것이 불가능한 시대를 넘어 이제 여성이 천문학에도 도전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또한 케플러가 지구가 살아있는 생물처럼 소화하고 호흡하며 지구에 영혼이 있다는 믿음은 수세기간 비웃음의 대상이 되었지만, 그것은 레이철 카슨에 이르러 탁월한 문학적 은유와 함께 지구의 영혼과 생명성에 대한 증언으로 증명되게 된다.

이렇게 케플러에서 마리아 미첼로 다시 레이철 카슨으로 이어지는 서사를 엮어내는 것은 전적으로 작가의 힘이다.

작가의 인식이 확장되어 가는 과정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경이롭다 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또 하나 놀라운 것은 나의 무지의 자각이다.

책에 나온 인물 중에는 소수의 남성들과 다수의 여성들이 나온다.

역사에 남긴 발자취에서 우열을 가리기 힘들만큼 업적을 남긴 이들이다.

그런데 남성들의 이름과 그들이 한 일등은 대부분이 기본 지식정도는 내가 이미 들어봤거나 알고 있는 인물들인데 반해, 여성의 경우는 레이철 카슨을 제외한다면 이름도 들어보지 못했거나, 이름만 정말 시인 브라우닝 정도의 이름만 들어본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거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에밀리 디킨슨의 경우 난 '어 어디서 들어 봤는데? 소설가 아닌가?" 이런 정도다.

그래도 책 좀 읽는다고(대한민국 평균보다는 좀 더 많이) 자부하던 내 자존심에 금이 퍽 가는 순간이다.

물론 이것은 모두가 짐작할 수 있듯이 순전히 나만의 잘못은 아니다.

이 책에서 끊임없이 추적하고 기록하는 것은 여성의 사회활동이 제대로 인정받는 것이 얼마나 난망한 일이었는지다.

오랜 기간 여성들은 이 세계에서 단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싸워와야 했다.

단지 공부를 하고 싶다거나 조각을 하고싶다거나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행동하기 위해서라는 너무나도 당연한 권리조차도 싸우지 않으면 얻을 수 없었다.

그것을 관념으로 아는 것과 책속 여성들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며 느끼는 것은 또 다른 경험이다.

 

이 책이 <진리의 발견>인 것은 저자가 생각하는 진리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책 속 전체에 녹여내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이 책은 역사속 소수자들의 삶과 그들의 생각을 추척하는 것이 한 축이면서 동시에 진정한 진리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탐구의 과정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것을 이성적 탐구와 논리의 대표라 할만한 과학과 감성을 자극하고 인간에게 통찰의 시간을 제공하는 문학의 결합, 더 정확하게 말하면 이성과 감성의 조화를 통해 인간은 제대로 된 진리를 발견하고 그것을 표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마거릿 풀러의 <19세기 여성>이나 레이철 카슨의 <침묵의 봄>이 도달한 지점이다.

이 책 역시 독자의 이성과 감성을 동시에 끊임없이 자극한다.

그럼으로써 책을 읽는 과정는 지적 자극과 등장인물들의 삶에 대한 감정이입을 끊임없이 번갈아 겪으며 내가 서있는 지금의 세계를 사색하게 한다.

 

방대하다는 것이 사용된 자료나 책의 두께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절감한다.

그것은 인간의 의식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초월의 단계에서, 인간이 어떻게 우연적 만남들 속에서 상호작용함으로써 세상을 바꿔가는지를 논증하고 표현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방대하고 심층적이며 그럼으로써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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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1-03-12 04: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빨리 읽고 싶어요!!! 800페이지가 넘;;; <세 여자> 작아도 900페이지 넘었는데 읽으면서 지치던 생각;;; 그래도 완독을 했다는 뿌듯함,,이 책은 읽으면서 뿌듯할 것 같은데요. 저런 책을 읽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만으로도 막 뿌듯해요,,,또한 돈을 잘 사용했다고 저를 칭찬하고 싶고,,,좋은 책을 사는 것은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아요. 이제 도착하기만 하면 되는데,,,읽을 마음의 준비 완전 무장!!^^;;;

바람돌이 2021-03-14 01:00   좋아요 0 | URL
책은 벽돌책이지만 그리 어렵지는 않은게 다행이죠. 뭐 완전히 읽기 쉬웠다고 말하기도 어렵지만요. ㅎㅎ 모든 책을 읽을 마음의 준비는 항상 돼 있는데 그놈의 여건이 완벽히 따라주지 않으니 항상 마음만 앞서가네요. ^^ 그래도 라로님 마음은 제 마음이랑 똑같아요. ^^

scott 2021-03-12 09: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성과 감성의 조화를 통해 인간은 제대로 된 진리를 발견,,,,]
이구절은 코로나 팬더믹 시기에 새겨두어야할 문장이네요

책을 읽는 이유가 우리 안에 잠재된 무지를 일깨워야 하기 때문에
카프카의 말처럼 [책이란 우리 내부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기 위한 도끼가 되어야만 한다.]

이책 바람돌이님의 도끼가 되어버림!!

바람돌이 2021-03-14 01:03   좋아요 2 | URL
이성과 감성의 조화를 갖춘 책은 사실 그전에 인간으로서의 품격까지 갖춰야 함으로 진짜 쉽지 않으리라 생각되네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도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의 책도 그런 드문 책들인듯요.
저의 무지를 하나씩 일깨워 나가는 것 때문에 오늘도 책에서 못헤어나오는 듯합니다. ^^

희선 2021-03-13 00: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맨 앞에 있는 그림은 책을 다 보고 나면 알기도 하죠 이 그림 앞에 있는 건 기하심리학자가 그린 도표군요 여러 사람 이야기를 하는 건 쉽지 않을 듯합니다 그 사람들은 잘 모르면서 서로한테 영향을 주고받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런 걸 찾아낸 사람도 대단합니다 여성 이야기가 있어서 좋을 듯합니다


희선

바람돌이 2021-03-14 01:04   좋아요 2 | URL
저는 이 책 읽으면서 츠테판 슈바이크를 많이 떠올렸어요.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법의 비슷함이랄까? 그러면서 훨씬 더 정교하고 아름답다고 느꼈습니다.

mini74 2021-03-13 14: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요즘은 읽고 싶은게 아니라 갖고 ㅣㅓ지는 것 같습니다 책을 ㅠㅠ

바람돌이 2021-03-14 01:05   좋아요 2 | URL
갖고싶은 책을 다 사면 아마 파산하리라 생각합니다. ㅎㅎ 독서는 그나마 돈이 덜 드는 취미인데, 그게 어느 정도 선을 넘으면 그 많은 책을 보관할 큰 집이 필요하게 되죠. 그러면 가장 비싼 취미가 돼버려요. ㅎㅎ
 

나무랄 게 없으면 자기 일을 잘 해낸 사람이다. 나는 좋은 교황이라든지 정직한 자카니니) 라든지 하는 말을 들으면 항상 마음이 좀 불편하다. 그런표현은 다른 교황은 모두 나쁘고 다른 정치인은 정직하지 않다는 인상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교황 요한 23세와 자카니니는 그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했을뿐이고, 그래서 그들이 특별히 칭찬받아야 할 이유는없다.
- P22

처칠을 허구의 인물로 여기는 영국의 골 빈 사람들과 15일이면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할 거라는 믿음으로 미군을 이라크로 보낸 부시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둘 다 역사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현상이다.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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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트를 읽어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하나 알 수 있다. 뭉크의 노트에 ‘절규‘라는 말은 없다는 점이다. 절규. 누가 처음 한국어로 번역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노르웨이어 스크리크skrik 는 있는 힘을다하여 부르짖는 ‘절규‘보다는 너무 놀라 지르는 외마디 소리인 ‘비명‘으로 해석하는 게 더 적절하다. 이 그림을 더 정화히 이해하는 데도 ‘비명‘이라는 단어가 도움이 된다.
- P57

신경 쇠약과 현기증을 자주 느꼈던 20대의 뭉크의 불안한 심리상태를 생각해보면, 이토록 강렬한 색감을 품은 거대한 자연의 모습은 뭉크에게 위협적으로 다가왔고 시각적 충격을 주었을 것이다.
뭉크는 이 시각적 충격을 청각적으로 ‘자연의 비명‘이라 표현했고,
그 비명을 듣는 자신의 심리 상태를 다시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바로 <절규>라는 그림이다.
- P61

자신의 경험을 주관적으로 드러내다 보니 기술적으로 이를 보완할 새로운 방법이 필요했던 것이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그저 자연을 관찰하듯이 볼 수는없는 법이다. 그것은 분명 강렬한 비극적 경험으로,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찢어지는 가슴으로 느끼는 것이었으리라.
- P105

뭉크는 자신이 세상에 보여줘야 할 그림은 살아 숨 쉬고, 느끼고,
아파하고, 사랑하는, 살아 있는 인간의 모습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 강렬한 삶의 순간들이야말로 진정한 감동과 경의를 끌어낼 수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 P198

뭉크가 살던 시대에는 화가들이 그림에 담을 모티프, 주제, 화풍,
기법에 집중했을 뿐 그림을 어떻게 전시하고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에 대한 생각은 크게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그러나 뭉크는 그림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림 하나하나가 모여서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 어떻게 배치해야 가장 효과적으로 자신의 의도를 전달할 수있을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졌다. 뭉크는 그림에서 뿐만 아니라 전시 기획과 디자인에서도 시대를 앞서간 예술가였다.
- P223

나는 예술로 삶과 그것의 의미를 설명하고자 노력한다. 그래서 내그림들이 다른 이들에게 자신의 삶을 좀 더 명확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뭉크의 노트(MM T 46, 1930~1934) - P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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