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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 에포크, 인간이 아름다웠던 시대 - 셀럽과 스타가 탄생하고, 백화점과 루이 뷔통과 샴페인이 브랜딩의 태동을 알리던 인류의 전성시대
심우찬 지음 / 시공사 / 2021년 1월
평점 :
솔직히 제목에 대해서 딴지부터 걸고 싶다.
19세기말, 그 시대를 벨 에포크- 아름다운 시대라고 부르는 건 그들 맘이겠지만,
그게 꼭 인간이 아름다웠던 시대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인간은 언제든 아름답고 또 언제든 추하다
딱히 어느 시대라고 해서 특별히 더 아름답지도, 특별히 더 추하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19세기말의 유럽 역시 아름다움과 추함이 공존하는 시대일 뿐이다.
산업혁명의 성과가 본격적으로 향유되었고, 또 한편으로 그것은 아시아 아프리카의 무수한 식민지를 착취한 결과였던 시절.
모든 것이 넘쳐나고 여기저기 돈이 뒹굴고 다니지만, 그 맞은편에는 극단적인 빈부격차로 가난한 이들의 삶은 비참하다는 말이 부족할 정도였던 시절.
거기다가 제국주의 국가들간의 경쟁과 대립 역시 피어오르기 시작하는....
그래서 특별할 것 없는 시절.
다만 신흥계층인 부르조아들의 넘쳐나는 돈으로 인해 온갖 문화투자와 상품소비가 과하게 넘쳐 흘러 문화적 성취들만큼은 활발하던 시절이라고 할까?
산업이 그러했듯 문화에서도 온갖 실험과 새로운 생각, 새로운 표현들이 나오고 또 용인될 수 있는 여유가 있었을 뿐인 것이다.
다른 시대보다 좀 더 역동적이엇던 시대 이미지를 제목으로 붙이는 것이 오히려 책의 내용에 더 맞지 않을까?
그러면 책이 안 팔리려나?
그래도 제목에 비해서 실제 책의 내용은 어느정도 균형을 갖추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제목에 딴지를 걸고 싶은 것은 제목이 주는 강렬한 이미지 덕분에 이 책과 이 시대에 대한 선입견을 만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의외로 책은 벨 에포크 당시와 그 시대를 살았던 셀럽들에 대해서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려 노력한다.
그래서 오히려 당시의 분위기를 맘껏 느끼며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당대를 풍미했던 배우 사라 베르나르의 이야기부터 시작하는데 다행히 이 인물은 알폰소 무하를 읽으면서 익숙한 인물이다.
코르티잔인 어머니의 삶을 반복하거나 수녀가 되는 삶을 거부하고 자신의 힘으로 운명을 개척한다는건 이 시대 여성에게는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을 것이다.
보석세공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르네 랄리크처럼 처음 듣는 이도 있지만 명품의 대명사처럼 얘기되는 루이 뷔통이 여행용 트렁크를 만드는데서 시작되는 탄생과정을 읽는 것도 흥미롭다.
페미니즘의 태동과 각기 다른 운동들의 형태, 거기에 관여한 다양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읽는 것은 더더욱 흥미롭다.
구시대의 유물이면서 벨 에포크를 활짝 피게 만든 살롱문화를 이끌었던 여성들의 이야기 역시 마찬가지이고...
언제든 인간의 이야기를 읽는 것은 온전히 그 세계를 이해하게 하는 첫걸음이라는 것을 또다시 느끼게 해준다.
메리 메콜리프의 예술가들의 파리 4권짜리를 읽기 전에 워밍업삼아 선택한 책이었지만 이 책대로 이 시대의 분위기를 즐겁게 맛보기에 적절한 책이다.
또한 책의 곳곳에 당시의 음악과 영상들을 찾아볼 수 있는 QR코드를 같이 올려주어서 동영상과 음악과 함께 책을 읽는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