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딸 밤 11시 학원에서 픽업
큰 딸 밤 11시 30분 귀가
남편 밤 11시 59분 술이 떡이 돼서 귀가
다들 날짜 변경선은 안 남기고 귀가하기는 했구나.
요즘은 이렇게 퇴근 후 나 혼자 집을 지킬 때가 꽤 있다.
약간 외로운가? 아니면 귀찮게 구는 이가 없어서 좋은가?
아직은 애매함.
어쨌든 오늘의 하일라이트는 남편
간만에 퇴근 후 술약속 있다고 좋다고 출근하더니 역시나 집은 어떻게 찾아왔는가 싶을 정도로 인사불성이 돼서 들어왔다.
원래 술 마시면 기분이 확 업되고 애정표현을 서슴없이 함으로써 우리집 여자들을 기함하게 만드는데,
오늘은 들어오자 마자 비틀거리며 가방을 주섬 주섬 뒤지더니
"마누라. 내가 이거 내가 너무 예뻐서 당신 주려고 안먹고 가져온거야" 하면서 뭘 꺼내 놓는다.
무지개 송편!
사온 건 아니고 남편 직장 동료가 신혼여행 갔다오고 결혼식 답례로 돌린 떡이다.
그러니까 아침에 직장에서 받은 걸 하루종일 가방에 넣어서 가지고 다니다가, 일찍 들어와서 준것도 아니고 이 밤에 술 다 마시고 들어와서 내 놓은 것이다.
그래 내가 예쁜 걸 좋아하긴 하지.... 특히나 먹을 게 예쁘면 환장하지. ㅎㅎ
사실 저 중에 송편 1개에 무지개 색깔이 다 들어간게 제일 예뻤는데 내가 보자마다 너무 예뻐서 바로 집어 먹어버린건 안 비밀. ㅠ.ㅠ
맛은?
그냥 송편 맛!
게다가 하루종일 가지고 돌아다니는 바람에 살짝 찌그러지고 귀퉁이는 또한 살짝 굳어가고 있는 중. ㅎㅎ
뭐 이 정도로 감격할 정도라거나, 사랑이 샘솟는다거나 하는건 아니고,
그냥 술 취해서 떡 내놓은 남편이 좀 귀여운 정도랄까?
지난 달에는 사실 좀 우울한 일들이 많았었는데, 어쨌든 남편의 송편 떡 애교로 살짝 웃는 것으로 마무리 되는 하루다.
다행이고 감사한 일이다.
그래도 웃을 일이 생긴다는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