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없었던 것은 앞으로도 없게 하는 것이 남극의기본 규칙이었다. 무심코 버린 플라스틱 조각이 이 백지같은 대륙에 어떤 도미노를 불러올지 모르니까. [박사는이동하면서도 쓰레기를 주웠고 나도 곧 따라 했다. 일종의 남극 ‘플로깅 Plogging‘이었다. - P83

루쉰은 소설을 쓰게 된 계기를 밝히며 친구와의 대화를 기술한다. 집필 활동을 독려하는 친구에게 "창문도전혀 없고 절대로 부술 수도 없는" "쇠로 된 방에서 많은사람이 죽어갈 수밖에 없다면 그들 중 일부를 소리쳐 깨운다고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냉소하던 그는 "그러나 몇사람이 깨어 일어난다면 이 쇠로 된 방을 부술 희망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을 걸세" 하는 답을 듣고 마음을 바꾼다. 남극해를 무겁게 통과하는 바람 소리를 들으며 읽는루쉰의 성찰은 얼음처럼 정결하게 느껴졌다. - P152

"그리고 환영받지 못하면 어때요, 그것도 배워가는거잖아요." - P178

남극에 도착한 이후 이렇게 여름다운 하늘은 처음이었다. 나는 아름다운 것에서 곧잘 그러듯 풍경에 완전히 스며들었다. 그러면 붙들고 있던 나 자신은 사라지고 외부의 좋은 것들로만 채워지는 듯했다. - P186

남극 하면 우리와 먼 곳처럼 들리지만 막상 여기 와보니 남극의 모든 것이 삶을 관장하고 있었다. 지구의 양끝인 남극과 북극은 세상의 대기와 해류를 이동시키는아주 거대한 손이었다. 이곳의 변화들이 지구를 휘저었고 우리 일상이 조형되었다. ‘기후‘라는 말 뒤에 붙는 변화, 위기, 때론 전쟁과 습격이라는 수많은 불확실성 속에서도 매일 전 세계의 과학자들이 같은 시각에 풍선을 올려 하늘을 살핀다는 것이 작은 낙관처럼 느껴졌다.* - P200

아직 솜털을 달고 있는 아기 펭귄들이었다. 너희늦둥이구나, 싶으면서 콧날이 시큰해졌다. 인간처럼 펭귄도 개중 좀 늦된 존재들이 있다는 사실이 왜 이렇게 고마울까. 가장 강한 것만 존속하지 않고 저마다 다른 힘과속도를 지닌 존재들이 공존하는 것이야말로 자연의 질서라는 사실이.  - P281

언덕을 내려오는데 남극에 오고 싶어 한 정확한 이유를 그제야 알 것 같았다. 다른 마음으로 세상을살고 싶어서였다. - P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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