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톡방을 나갔습니다 소원어린이책 14
신은영 지음, 히쩌미 그림 / 소원나무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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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인공은 4학년이 된 초록이다. 새학기 첫날, 아는 애가 있기를 바라면서 들어선 교실에서 혼자임을 알고 실망을 한다. 친한 아이들끼리 한반이 된 아이들은 어느새 무리를 만들어서 웃고 떠드는데, 초록이는 걱정이다. 작년에도 한반이었던 새리, 지애, 하린이 삼총사가 초록이에게 먼저 인사를 해서 다행이다 생각한다.

그날 초록이는 갑자기 배가 아파 움직이지 못하던 새리를 도와주게 되고, 그들 삼총사의 단톡방에 초대된다. 여기까지 읽고 보니, 요즘 아이들은 단톡방에 초대되고 초대되지 못하는 것도 꽤 스트레스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어렸을 때도 아이들이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다녔고, 어지간해선 그 무리는 잘 바뀌지 않았었다. 그래도 몸으로 노는 일이 많다보니 운동장에서 놀다 보면 무리가 있어도 같이 어울리기 마련이고, 그러다보면 다시 무리가 자연스레 바뀌기도 했었다.

초록이는 단톡방에 초대받아 함께 어울리게 된 친구들과 암호도 정하고, 자기들만의 비밀을 공유하며 학교 생활을 하게 된다. 새리는 이 친구들 중에서도 가장 주도적인 친구로 발표도 도맡아하고 체육시간에도 두각을 드러낸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다른 친구들을 배려하지 않는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 그러던 어느날, 초록이가 발표를 했는데 칭찬을 받고, 체육시간에도 우연이지만 초록이가 피구에서 마무리를 짓는 바람에 새리와 어색해진다.

단톡방에서 함께 이야기를 하던 친구와 어색해지면 어떻게 할까? 친구들 사이를 쥐락펴락 하던 새리는 초록이를 모함하게 되고 결국에는 초록이를 남겨둔 채 단톡방을 모두 나와버린다. 현실 세계에서도 따돌리면서 투명인간 취급하듯, 단톡방에 덩그러니 홀로 남게 되면 마음의 상처가 클 것 같다. 초록이는 그렇게 다시 혼자가 되었다.

아이들이 흔히 겪을 수 있는 일화들로 이야기가 구성되어 있다. 초록이는 어떻게 이 모든 것을 이겨내고 다시 친구들과 친하게 어울릴 수 있을까? 새리 같은 아이는 현실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남을 배려할 줄 모르고, 자기 중심으로 생활하는 아이들. 아이들이 서로 오해를 풀고 다시 친하게 지내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단톡방의 짧은 글로 이야기를 진행하거나 일러스트로 상황을 그려내어 긴 글 읽기에 어려워하는 아이들도 쉽게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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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와 교황의 천장 - 르네상스 천재들의 치열한 각축전과 그들의 삶
로스 킹 지음, 신영화 옮김 / 도토리하우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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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브루넬레스키의 돔'을 읽은 후 연이어 로스킹이 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을 추천한 김지윤 박사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브루넬레스키의 돔>이지만,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작품은 <미켈란젤로와 교황의 천장>이다."(p.5)라고 밝히고 있다. 나는 <브루넬레스키의 돔>이 단숨에 읽어내릴 수 있는 흡입력이 있었다면 <미켈란젤로와 교황의 천장>은 한템포 쉬어가며 읽어야 했던 책이다. 아마도 이 책이 좀더 시대상과 동시대 인물들의 이야기, 그리고 정치, 문화, 예술 전반에 걸친 이야기가 얽혀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몇년 전에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관한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때 미켈란젤로에 대해 좀더 알아보고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연이어 이 책을 읽게 되어 나름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이 책<미켈란젤로와 교황의 천장>에는 70여 점의 그림이 실려 있다. 미켈란젤로의 천장화는 책의 가운데 쯤에 수록되어 있다. 책을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천장화의 일부 일부가 책의 내용과 함께 실려 있으면 더 좋을텐데, 그렇지 않기 때문에 책장을 들추어가며 읽어야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이 점은 아쉬운 점이다.

미켈란젤로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섬세하고 우아한 여성미를 보여주는 「피에타」와 남자의 누드로 거인의 힘을 보여 준 「다비드」가 아닐까?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를 보고 감명받은 교황 율리우스는 영묘 작업을 맡기게 된다. 그런데 성베드로 대성당의 재건축 공사를 앞두고 돌연 영묘 작업을 중단시켜 버린다. 영묘 작업을 위해 대리석을 주문하고 작업 준비를 하던 미켈란젤로로서는 화물운송비를 지불해줄 것을 요청하지만 교황은 이런 이유 저런 이유를 들어 회피한다. 지금까지 문전박대를 당한 적 없던 미켈란젤로로서는 공방 물건을 전부 팔아버리고 로마를 탈출한다.

교황 율리우스 2세는 폭군으로 통했다. 그런 교황의 거듭된 명령에도 불구하고 절대 돌아가지 않겠다는 답장을 쓴다. 미켈란젤로는 교황이 영묘 제작을 단념한 것이 브라만테의 계략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단순히 자신의 야망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자신의 명성에 치명상을 입히기 위한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확신했다.(p.23) 미켈란젤로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시스티나 예배당 천장의 프레스코를 맡긴것이다.

콘디비와 바사리는 자신들의 저서에서 미켈란젤로를 일방적으로 두둔하고 특정 사실을 왜곡하거나 과장했다. 그래서 브라만테 같은 질투심에 찬 경쟁자들이 온갖 책동을 벌였지만, 결국에는 이 조각가가 미술의 최고봉을 정복한 것처럼 기술했다. (p.29)

브라만테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절친한 친구이다. 로마가 처한 암울한 상황을 일신하기 위해 율리우스 2세는 브라만테에게 큰 건물과 기념물을 많이 세우라고 하였다. 시스티나 예배당은 지반 침하로 천장의 균열이 생겼는데, 교황과 브라만테의 대화를 로셀리라는 사람이 미켈란젤로에게 전달한다. 교황이 시스테나 예배당의 천장 프레스코를 맡기려고 하는데 브라만테가 미켈란젤로는 이 제안을 거절할 것이라고 하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켈란젤로와 레오나르도다빈치의 그림 대결 이후 미켈란젤로의 「카시나 전투」가 사람들에게 환호를 받은 사실을 염두에 두었다. 그래서 시스티나 예배당 천장 프레스코를 미켈란젤로에게 맡기기로 한것이다. 그러나 브라만테는 미켈란젤로가 미술 경험이 없고, 프레스토 기술에 무지하며, 고난도의 기술인 단축법을 사용할 줄 모른다고 꿰뚫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미켈란젤로는 로사리의 편지를 읽고 브라만테가 자신을 중상모략하고 있다고 느꼈을 것이다.

피렌체에서 미켈란젤로는 부친, 형제들, 고모와 삼촌 등 대식구가 함께 살고 있었다. 그의 형제들은 4명이었다. 가족들은 미켈란젤로의 인생에서 도움이 되기보다는 늘 골칫거리였다. 그들을 책임지고 있는 미켈란젤로였다. 미켈란젤로는 파비아의 추기경 프란체스코 알리도시의 도움을 받아 다시 로마로 돌아간다. 로마로 갈 때 미켈란젤로는 신변안전보장 각서를 써달라고 요청한다. 자신이 다치거나 해를 입을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교황은 천장 프레스코 도안의 기본 지침을 자신이 직접 줄 것이라고 선언했다. 미켈란젤로는 교황이 정한 대강의 도안에 맞추어 세부 도안을 하였다. 미켈란젤로의 비망록에 알리도시 추기경이 정한 도건과 합의대로 작업했다는 구절이 있어서 추기경도 도안 작업에 깊숙이 개입했음을 알 수 있다. 이 시대의 미술가들에게서 미술시장이나 의뢰자의 간섭에 굴하지 않고 독창적인 작품을 빚어내는 일은 한 세기나 지나야 가능해졌다. 주문자의 요구에 그대로 따른 작품을 만들었다.

브루넬레스키가 로렌초 기베르티와 끊임없이 대결을 벌인 것처럼 미켈란젤로도 그랬던 것 같다. 레오나르도다빈치와의 경쟁은 익히 알려져 있다. 레오나르도다빈치는 미켈란젤로를 경계했으나 라파엘로에게는 자신의 다수 작품에 접근하는 것을 허용했다. 절친인 브라만테와 이 젊은 미술가가 친했기 때문이다. 라파엘로의 프레스코는 대부분 라파엘로가 직접 그린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 한다. 여유롭고 사교적인 라파엘로지만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프레스코를 한 반면 고독하고 과묵한 천재인 미켈란젤로는 오히려 말 많은 조수들과 함께 작업을 했다.

라파엘로는 「아테네 학당」을 수정하면서 펜시에로소 또는 생각하는 사람으로 알려진 고독한 철학자를 그렸다. 라파엘로가 아테네학당에서 지식 전달 집단으로 표현한 사제 집단에서 바끝으로 밀려난 소수의 철학자 중 한 사람으로 그린 것이다. 이 인물화의 코가 펑퍼짐하게 그려져서 많은 이들이 헤라클레이토스의 모델이 미켈란젤로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라파엘로가 이 철학자에 미켈란젤로의 외모적 특징을 부여한 것은 만물유전의 세계관 때문이 아니라 심술궂은 성미와 경멸감 등을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1511년 당시의 로마인들에게 라파엘로의 작품은 아름답고, 미켈란젤로의 것은 숭고했다.(p.336)

이 책에는 미켈란젤로가 그린 천장화의 부분 부분에 대한 설명이 많이 나온다. 그림을 보면서 미켈란젤로가 그릴 때 어떤 상황이었을지,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그렸을지를 상상하는 일은 즐겁다. 시간의 때가 묻은 시스티나 예배당의 천정화를 복원한 것이 1989년 12월이다. 복원을 통해 제작 당시의 색감이나 후대에 덧칠되어 사라지거나 수정된 그림의 원래 모습이 드러나기도 한다. 프레스코 과정에서 미켈란젤로가 조수진을 이끈 정황들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기도 하였다. 이 책에서는 미켈란젤로가 조수들과 함께 일하는 부분을 언급하고 있다. 최첨단 기술을 통해 복원된 그림이 후대 사람들의 상상으로 덧붙여진 신화(미켈란젤로가 홀로 누워서 천장 그림을 그리는 장면 등)를 수정하게 만들기도 한다.

언젠가 실물 천장화를 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천장화를 그리던 미켈란젤로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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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큰둥이 고양이 - KBBY(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 3월 추천 그림책 베스트 세계 걸작 그림책 11
소피 블랙올 지음, 김서정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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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속 고양이의 뒷모습을 보면서 저 참 사연 많은 뒷모습처럼 느껴졌다. 아니 저 시크한 뒷모습의 고양이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칼데콧상을 2번이나 수상한 소피 블랙올 작가의 그림책으로 아이의 마음과 고양이의 변화를 잘 나타낸 그림책이다. 


고양이를 키우자고 조른 지 427일(우와 1년 넘게 졸랐네요) 되는 날, 드디어 부모님의 허락이 떨어진다. 단, 조건들이 어마무시하다. 밥도 줘야 하고, 화장실도 치워야 한다. 자기 방 청소도 해야 하고, 할머니에게 메일도 써야한다. 거기다가 하루에 이십 분씩 책도 읽어야 한다. 다른 건 다 괜찮은데 '책 읽기'가 걱정이다. 나는 책을 큰 소리로 천천히 읽어야 내용이 머리 속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그렇게 읽으면 아이들이 쳐다보며 웃는다. 그러니 책 읽기가 엄청 어려운 과제일 수 밖에 없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얼른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을 한다. 왜냐하면 그만큼 고양이를 키우고 싶고, 언제 엄마 아빠 마음이 변할 지 모르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 집에서 동물을 키우자고 하는 어린이들이 많다. 대표적인 게 강아지나 고양이 일 것이고, 또 소라게나 햄스터 같은 동물도 제법 많이 키웠던 것 같다. 공동주택에 살면서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마당 있는 집이라면 그나마 선택의 폭은 넓어지기도 하지만. 어쨌든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건 아이를 하나 더 키우는 것과 같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엄마는, 고양이를 비우기 위해서 나를 데리고 유기묘 보호소에 간다. 그곳에는 백만 마리 고양이가 있었다. 모두 다 데리고 가고 싶은 고양이었지만 나는 그 중에서 '푸키'라는 이름의 고양이를 선택한다. 푸키보다 더 어울리는 이름 '맥스'라고 지어준다. 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유기묘 보호소에 간 것도 참 의미가 크다. 생명에 대한 소중함, 그리고 동물을 키울 때 가져야 할 책임감 등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맥스는 우리집에 온 뒤로 나의 보살핌을 받지만, 친구들 고양이처럼 나에게 다가오지 않는다. 가족들도 애써가며 도와주지만 맥스는 뭘해도 시큰둥할 뿐이다. "우리 고양이는 벽만 바라본다." 그래도 나는 맥스를 사랑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보호소에서 선생님이 왔을 때 나는 마지막 희망을 걸고 맥스에게 책을 읽어준다.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그리고 천천히 책을 읽기 시작했다.

큰 소리로.

그게 내가 아는 유일한 책 읽기 방법이니까.

맥스는 날 쳐다봤지만, 웃지는 않았다.



그러나...그 다음은.... 대성공이었다.


작가는 그림책 말미에 '북 버디스'라는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펜실베니아주 벅스 카운티 동물구조연합에서 읽기 연습을 하고 싶은 아이들에게 보호소 고양이들 앞에서 책을 읽게 했다는 것이다. 동물 복지와 읽기 교육을 연계하여 시행한 결과 아이들은 편안하게 읽기 연습을 하였고 고양이들도 아이들과 유대 관계를 맺으며 차분해졌다고 한다.


내가 일하는 도서관에서도 이런 비슷한 프로그램을 시도한 적이 있다. 생물이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서 인형에게 읽어주기를 한 적이 있다. 아이들은 읽기 연습을 하는 동안 비웃거나 놀리는 친구가 없기 때문에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그림책을 보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자세라고 해야 할까? 마음가짐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것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유기묘 보호소에 맡겨진 수백만 마리의 고양이들이 모두 행복한 가정에 입양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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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2-02-24 19: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소피블랙올 책 몇권 있는데 좋아서, 이 책도 사려고 담아놨어요. 하양물감님 리뷰 보니 역시 사야겠네요^^

하양물감 2022-02-24 19:47   좋아요 1 | URL
정말 시크하지 않아요?
우리 고양이는 벽만 바라본다. ^^;

내용도 의미도 다 좋았던 것 같아요.
 


(사)한국독서문화재단은 온라인으로 활동하는 글나라 북클럽 3기를 아래와 같이 모집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를 바랍니다. 

1) 활동 기간: 2022년 3월~6월(4개월)

2) 모집 기간: 2022년 2월 14일(월)~2월 25일(금) 

3) 모집 방법 

- 글나라넷(회원가입)->쓰기마당->글나라 북클럽->글쓰기 클릭->말머리 [신청] 선택 

- 글나라넷에 서평 1편 등록 

- 네이버 폼 작성(서평을 등록하지 않거나, 신청 폼을 작성하지 않으면 접수가 되지 않습니다.) 

- 아래 큐알코드를 스캔하시면 네이버폼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4) 모집 인원: 성인 15명

5) 발표: 2022년 2월 28일(월) 오후 2시(개별 연락)

6) 활동 내용: 

(1) 읽고 싶은 도서(정가 2만원 이하, 기간 중 총 4권) 증정 

(2) 서평 등록(글나라넷/필수), 인스타그램/개인 블로그(선택 1) 

(3) 필수 해시태그 #글나라북클럽 #글나라넷 #독서 #책읽기 #함께읽기 #글나라도서제공 #글나라북클럽3기

(4) 1차~4차 도서 증정 -> 각 차수 활동 결과 보고 후 완료 시 다음 차수 도서 증정 

(5) 증정 받은 책을 다른 사람에게 나눔 한다. 도서나눔은 자율입니다.

7) 우수 활동자 특전: 

- 글나라 우수작으로 선정 시 도서상품권 1매(5천원) 

8) 작성한 도서 서평은 글나라넷과 독서문화사업 홍보를 위해 사용될 수 있습니다. 

 

참고: (사)한국독서문화재단은 비영리재단으로 특정 출판사의 도서 홍보를 위한 북클럽이 아닙니다. 

참여자가 읽고 싶은 도서를 스스로 선택하면 그 도서를 지원해주며, 

활동 후에는 자발적인 나눔을 통해 책 읽는 문화를 이끌어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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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넬레스키의 돔 - 피렌체 <산타마리아 대성당> 이야기
로스 킹 지음, 김지윤 옮김 / 도토리하우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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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쯤 전, 딸아이가 중학교를 졸업하면 한 달 정도 유럽 여행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적금도 들고 짧은 시간 동안 알찬 경험을 하기 위해 자료 조사도 꽤 했었다. 예정대로였다면 지난 여름 방학 혹은 이번 겨울 방학을 이용해 유럽 여행을 하였을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팬데믹이 선언되지 않았더라면 말이다. 또다시 기회를 만들어야 하는데 적어도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가 되겠지.



얼마 전에 이 책을 소개받았다. 낯익은 소재와 내용이다 싶었는데 재출간된 책이었다. 브루넬레스키는 잘 몰라도 산타마리아 대성당의 돔은 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르네상스 시대 천재 예술가들 속에서 브루넬레스키의 이름을 찾아 기억하기에는 좀 낯설기는 하다. 기억하기 어려운 이름이기도 하고 '건축가'에 대한 인식 차이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의 서두에서 두오모 성당 사업단이 설계안을 정하는 당시의 상황이 나온다. 당시에는 기념비적인 건물을 세울 때엔 건축가들 사이에 경쟁을 붙이는 것이 관행이었다고 한다. 설계도보다 더 생생하게 보여줄 수 있는 모형을 제작하곤 했는데, 건축주나 심사단은 모형을 보고 완성된 건물을 상상할 수 있었다. 중세의 건축가들을 가장 괴롭힌 것이 건축물의 안정성 문제였다. 완성되자마자 폭삭 주저앉거나, 공사 도중에 무너져 내린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피사와 볼로냐의 종탑은 지반 침하로 기울어져버렸다. 사실, 현대의 건축에서도 이런 문제는 일어난다. 얼마전 외벽이 무너져내려 인명피해를 일으킨 아파트 공사며, 지반 침하로 기울어져 보강공사를 한 아파트가 지척에 있다. 과학 기술과 건축 기술이 과거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발전했지만 여전히 '안전'에 관한 걱정이 존재한다.



이 시기 피렌체에서는 시민 투표를 거쳐 설계안을 결정했다. 시민투표는 민주적인 절차를 밟은 것이기도 했지만, 만일의 경우 사업단이 전체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서기도 하였다. 그렇게해서 결정된 네리의 돔 모형은 하나의 돔이 또 다른 돔을 감싸는 이중 구조였으며, 네개의 원통형 궁륭이 맞물려서 팔각형을 이루는 복잡한 디자인이었다. 이것에 피렌체 사람들은 감탄하였고, 모형과 똑같은 모습으로 성당을 완성하겠다고 맹세했다. 그래서 산타마리아 대성당 돔 설계에 대한 공모가 발표되었을 때 십여 개나 되는 모형이 접수되었고, 그 중에서 가장 독창적이고 과감하게 모형을 제작한 이는 금세공사이자 시계공이었던 필리포 브루넬레스키였다.




브루넬레스키는 산 조반니 세례당의 청동문 공모전으로 이름을 알렸다. 1400년 여름 흑사병으로 만 이천명에 달하는 피렌테 시민이 목숨을 잃었고, 피렌체의 모든 아기들이 세례를 받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가장 성스러운 장소였던 산 조반니 세례당의 청동문을 새로 달아서 신의 노여움을 가라앉히자는 의견이 나왔다. 최종 후보로 선정된 필리포 브루넬레스키와 로렌초 기베르티의 라이벌전이 이때부터 시작된다. 로렌초는 되도록 많은 이에게 조언을 수렴하면서 문제에 접근하였는데 공교롭게도 심사위원에 소속된 이들이 많았다. 브루넬레스키는 홀로 일하는 스타일이었다. 발명품이나 건축 모형을 만들 때도 누군가가 자기 설계도를 훔치거나 엉망으로 만들까봐 걱정을 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두 사람의 장식판은 바르젤르 국립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청동문 공모에서 손을 뗀 브루넬레스키는 로마로 떠났다. 도나텔로와 함께 고대 로마의 유적지를 다니면서 발굴 작업을 했다고 하는데 도나텔로조차도 그가 왜 발굴작업을 하는 지 이유를 알지 못했다고 한다. 안토니오 마네티는 브루넬레스키가 고대 로마의 유적을 연구하고 있었으며 크기와 비율을 공부했다고 주장한다. 청동문 공모에서는 손을 뗐지만, 대성당의 돔 설계는 그의 건축학적 흥미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많은 로마 유적 중 브루넬레스키가 특히 주의 깊게 본 것은 판테온이었다.




브루넬레스키는 1418년 선원근법의 원리를 발견한 실험으로 꽤 유명인사가 된다. 판테온이나 콜로세움 같은 웅장한 건물은 원근법을 파악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다고도 할 수 있다. 브루넬레스키는 로마 유적을 조사하면서 측량 기술과 관련이 있는 원근법 소묘를 통해 당시의 첨단 측량 기술을 회화에 적용하였다고 한다. 그는 원근법을 활용할 그림의 대상으로 산 조반디 대성당을 선택한다.




그리고 1418년 성당 건축 사업단은 모든 응모작에게 '호의적이고 공정한 심사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장담했지만 브루넬레스키의 설계안에 대해서는 노골적인 적대감이나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그 이유는 훨씬 혁신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다른 공모자들과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중심틀 문제에 접근했기 때문이었다.




첨단 기술과 창의적인 방법을 중요시하는 현대에도 남과 다른 방법, 남과 다른 생각에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일이 없지않다. 당시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방법이었을뿐 아니라 친절하게 설명하지도 않는 브루넬레스키에게 호감을 표시할 심사위원은 당연히 없었을 것이다.




새로운 접근법, 창의적인 발상이 난제를 풀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지금까지 그렇게 해 왔기 때문에 다르게 하는 것을 싫어하고 새로운 접근법을 차단하고자 방해하는 일이 많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보면 새로운 발견과 발명은 기존의 것을 뛰어넘는 혁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였다. 우리는 오래전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라이벌'에 대해서도 한번더 생각하게 되었다. 때마침 동계올림픽 중계를 함께 보고 있던 터라 더 실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오랜 기간 숙명의 라이벌로 대결을 벌였던 스포츠 선수들이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성장했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브루넬레스키와 로렌초 기베르티는 건축장으로 임명되어 또 다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한다.




이 책은 브루넬레스키의 일대기와 돔 건축에 얽힌 일화들을 설명하면서 당시의 역사적 상황, 그리고 성당 건축을 비롯하여 각종 공사에 참여하였던 이름 없이 사라져간 인부들에 대해서도 언급을 한다. 설계도를 그리고 공사를 지휘하는 건축장의 능력만으로 그 큰 공사를 이루어낼 수는 없다. 실제로 현장에서 공사를 하고 돔을 쌓아올렸던 이들이 노력이 없었더라면 이루어질 수 없었던 일이다.




브루넬레스키는 공사에 필요한 기계들도 제작을 한다. 이 기계들 역시 공모를 통해 제작되었는데, 이 외에도 팔각형 돔의 벽 안에 둥그런 골격을 만들어넣는 공학 기술을 이용하기도 한다. 단테가 신곡에서 동그라미 위에 또 다른 동그라미라는 말로 천당을 묘사했듯이 브루넬레스키는 천당을 기하학적 관점에서 정확히 구현하고 싶었다. 이 책의 저자는 브루넬레스키의 아홉개의 동그라미는 단테의 지옥을 연상시키기도 했다고 전한다.




한권의 책을 읽으면서 건축가 브루넬레스키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그의 라이벌이었던 로렌초 기베르티, 그리고 당시의 공학 기술과 예술을 대하는 피렌체인들의 태도 등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건축적 관심이 크지 않더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내용으로, 교양 다큐멘터리를 한 편 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언젠가 이 코로나 시국이 끝나고 유럽에 여행을 가게 된다면 이 돔을 직접 눈으로 올려볼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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