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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로부터 내 시체를 지키는 방법 - 죽음과 시체에 관한 기상천외한 질문과 과학적 답변 ㅣ 사계절 1318 교양문고
케이틀린 도티 지음, 이한음 옮김 / 사계절 / 2021년 3월
평점 :
죽음과 시체에 관한 기상천외한 질문과 과학적 답변이라는 부제가 있는 책이다. 제목만 보고 유쾌한 탐정소설 쯤 된다고 생각했다. 작가 정여울이 추천한 책이라고 해서 관심을 가졌고 10대를 위해 쓴 '죽음'에 대한 책이라기에 읽어보고자 하였다.
이 책에는 그동안 저자가 받은 죽음에 관한 질문 중에서 재미있고 특이한 내용을 골라 실었다고 한다. 저자는 장례지도사 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다. 대안적인 죽음 문화를 탐구하는 좋은 죽음 교단을 설립하여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장례지도사' 자격과정이 있고 관련 직업이 있다. 내가 20년쯤 전에 모 상조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장례 문화에 관해 이것저것 알게 되었었다. 장례나 결혼 등을 준비하면서 상조서비스를 들게 되는데 개인적으로는 결혼식보다는 장례식에 많이 도움이 되었다. 결혼은 여기 저기 물어도 보고 좋은 일이니 설레발을 좀 쳐도 괜찮지만, 장례식은 경황도 없고 갑작스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보니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의지하기 마련이다.
이 책의 저자는 장례지도사라는 직업을 갖고 있으며, 자신의 직업에서 좀더 확장하여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사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죽는 것이 아닐까? 자, 그렇다면 죽음에 대해 무엇이 궁금할까?
첫 번째 질문은 "내가 죽으면 고양이가 내 눈알을 파 먹을까?" 이다. 요즘처럼 반려동물이 많은 때에 이런 섬뜩한 질문이라니 깜짝 놀랄 일이다. 더군다나 요즘은 고양이 전성시대 아닌가? 그러나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기르는 고양이는 아주 귀엽긴 해도 사자와 DNA의 95.6퍼센트가 같고, 기회가 있으면 다른 동물을 잡는다고. 우리가 죽은 후 누군가에게 발견되지 않고 반려동물인 고양이나 개와 함께 있을 때, 사람이 죽은 동물을 먹듯이 그렇게 그들도 사람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좀 섬뜩하긴 하지만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집을 팔 때, 살 사람에게 누군가가 그 집에서 죽었다는 말을 해야 할까?"
죽음은 많은 집에서 일어났다. 요즘이야 병원이나 요양원 등에서 죽음을 맞이하기도 하지만 예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집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그러니 굳이 그런 말을 집을 사는 사람에게 할 필요는 없다. 보통은 임종 후 부패가 일어나기 전에 옮겨지므로 집에서 유령이 나오거나 할 일은 없다는 말이다. 살인이나 폭력 같은 죽음은 알려야 할 중요한 사실에 들어갈 수도 있지만 대부분이 맞이하는 평온한 죽음이나 사고사는 알릴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가 어차피 남이 살던 집에 들어가 살게 된다면, 누군가가 죽은 집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게 좋다.
"묘지가 꽉 차서 더 이상 시신을 받을 수 없다면 어떻게 될까?"
이 질문은 이미 그런 시대를 살고 있는 것 같은데... 우리나라도 매장 문화에서 화장 문화로 옮겨 가고 있는 듯하다. 당연히 매장한다고 생각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화장을 하고 유골함을 아파트 같은 유골함 보관소에 10년, 20년 보관을 할 수 있다. 그 기간 동안 살아있는 자는 그들을 만나러 갈수도 있고 추모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 외에도 매장 공간이 부족해졌기 때문에 다양한 방법들을 연구하고 있다. 옛날에는 묘소가 있는 장소에서 가까운 곳에 일가친척들도 모여살았으니 묘지 관리도 쉬웠고 찾아가 보는 일도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매장할 수 있는 땅도 없지만, 그곳을 관리하고 찾아가서 추모할 여력이 없는 삶을 살고 있다. 화장은 좋은 대안이다.
죽음에 관한 다양한 질문에 저자만의 유머와 위트를 섞어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을 알려준다. 우리는 죽음에 대해 잘 모른다. 그래서 막연히 두렵고 무서운 일이라 생각한다. 병이나 사고로 죽는 모습을 보며 죽음은 고통스러운 것이라 여긴다. 그러나 때로는 이 죽음이 고통에서 나를 해방시켜주기도 한다. 저자는 죽음에 관해 배우고 많은 질문을 해보는 것이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죽음'이 두려운 것은 그것을 모르기 때문이다. 이 책 속 질문은 무겁지 않고 웃음이 피식 나는 질문들이 많다. 이 질문들을 통해 당신과 나의 두려움이 조금이나마 줄어들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