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큰둥이 고양이 - KBBY(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 3월 추천 그림책 베스트 세계 걸작 그림책 11
소피 블랙올 지음, 김서정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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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속 고양이의 뒷모습을 보면서 저 참 사연 많은 뒷모습처럼 느껴졌다. 아니 저 시크한 뒷모습의 고양이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칼데콧상을 2번이나 수상한 소피 블랙올 작가의 그림책으로 아이의 마음과 고양이의 변화를 잘 나타낸 그림책이다. 


고양이를 키우자고 조른 지 427일(우와 1년 넘게 졸랐네요) 되는 날, 드디어 부모님의 허락이 떨어진다. 단, 조건들이 어마무시하다. 밥도 줘야 하고, 화장실도 치워야 한다. 자기 방 청소도 해야 하고, 할머니에게 메일도 써야한다. 거기다가 하루에 이십 분씩 책도 읽어야 한다. 다른 건 다 괜찮은데 '책 읽기'가 걱정이다. 나는 책을 큰 소리로 천천히 읽어야 내용이 머리 속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그렇게 읽으면 아이들이 쳐다보며 웃는다. 그러니 책 읽기가 엄청 어려운 과제일 수 밖에 없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얼른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을 한다. 왜냐하면 그만큼 고양이를 키우고 싶고, 언제 엄마 아빠 마음이 변할 지 모르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 집에서 동물을 키우자고 하는 어린이들이 많다. 대표적인 게 강아지나 고양이 일 것이고, 또 소라게나 햄스터 같은 동물도 제법 많이 키웠던 것 같다. 공동주택에 살면서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마당 있는 집이라면 그나마 선택의 폭은 넓어지기도 하지만. 어쨌든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건 아이를 하나 더 키우는 것과 같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엄마는, 고양이를 비우기 위해서 나를 데리고 유기묘 보호소에 간다. 그곳에는 백만 마리 고양이가 있었다. 모두 다 데리고 가고 싶은 고양이었지만 나는 그 중에서 '푸키'라는 이름의 고양이를 선택한다. 푸키보다 더 어울리는 이름 '맥스'라고 지어준다. 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유기묘 보호소에 간 것도 참 의미가 크다. 생명에 대한 소중함, 그리고 동물을 키울 때 가져야 할 책임감 등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맥스는 우리집에 온 뒤로 나의 보살핌을 받지만, 친구들 고양이처럼 나에게 다가오지 않는다. 가족들도 애써가며 도와주지만 맥스는 뭘해도 시큰둥할 뿐이다. "우리 고양이는 벽만 바라본다." 그래도 나는 맥스를 사랑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보호소에서 선생님이 왔을 때 나는 마지막 희망을 걸고 맥스에게 책을 읽어준다.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그리고 천천히 책을 읽기 시작했다.

큰 소리로.

그게 내가 아는 유일한 책 읽기 방법이니까.

맥스는 날 쳐다봤지만, 웃지는 않았다.



그러나...그 다음은.... 대성공이었다.


작가는 그림책 말미에 '북 버디스'라는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펜실베니아주 벅스 카운티 동물구조연합에서 읽기 연습을 하고 싶은 아이들에게 보호소 고양이들 앞에서 책을 읽게 했다는 것이다. 동물 복지와 읽기 교육을 연계하여 시행한 결과 아이들은 편안하게 읽기 연습을 하였고 고양이들도 아이들과 유대 관계를 맺으며 차분해졌다고 한다.


내가 일하는 도서관에서도 이런 비슷한 프로그램을 시도한 적이 있다. 생물이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서 인형에게 읽어주기를 한 적이 있다. 아이들은 읽기 연습을 하는 동안 비웃거나 놀리는 친구가 없기 때문에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그림책을 보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자세라고 해야 할까? 마음가짐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것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유기묘 보호소에 맡겨진 수백만 마리의 고양이들이 모두 행복한 가정에 입양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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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2-02-24 19: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소피블랙올 책 몇권 있는데 좋아서, 이 책도 사려고 담아놨어요. 하양물감님 리뷰 보니 역시 사야겠네요^^

하양물감 2022-02-24 19:47   좋아요 1 | URL
정말 시크하지 않아요?
우리 고양이는 벽만 바라본다. ^^;

내용도 의미도 다 좋았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