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뒤의 소년 다봄 어린이 문학 쏙 1
온잘리 Q. 라우프 지음, 김경연 옮김 / 다봄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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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세가 흉흉하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이 실제로 일어났다.

전쟁은 이유를 불문하고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어제, 이 책을 읽었다. '교실 뒤의 소년'은 시리아의 '난민' 소년 아흐메트가 전학을 온 뒤 학교 내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국경 봉쇄로 인해 부모와 헤어질 수밖에 없게 된 아흐메트를 돕기 위해 행동에 나서는 친구들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나'는 남자애들을 위한 따분한 공룡 세트나 여자애들을 위한 공주 세트 학용품보다 우주인 세트를 선택하는 아이이다. 학교 갈 때 재미있는 학용품을 갖고 가는 건 깜박 졸거나 남아서 벌 받을 행동을 안 하도록 막아준다나? 올해는 만화주인공 땡땡과 밀루 세트를 샀다. 땡땡은 이상한 사건을 해결하고 모험을 하는 기자이고, 밀루는 땡땡의 개이다. '나'의 엄마는 도서관에서 일하고 있어서 폐기되는 땡땡 책을 모아 주기도 하였다.

'나'는 수학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가장 친한 친구이며 뭐든 나와 함께 하는 톰과 조시, 마이클이 도와준다. 톰은 미국에서 이사를 왔고 형이 셋이나 된다. 조시는 달리기가 빠르고 성격이 좋다. 기꺼이 벌도 함께 받아 주는 친구다. 마이클은 흑인인데 똑똑하고 부자다. 아빠는 교수고 엄마는 변호사라서 늘 바쁘다. 조시와 마이클은 일등이 되려고 경쟁하기도 한다. 조시는 수학을, 마이클은 역사를, 그리고 나는 읽기와 맞춤법을 잘한다. '나'는 책을 좋아하고 상상력도 뛰어난 아이다. 엄마가 도서관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는 것도 한몫 했을거라 생각된다.

개학 후 세번째 주가 되었을 때, 아흐메트라는 소년이 전학을 온다. '나'는 '그 애와 친구가 되기'로 마음을 먹는다. 조시와 톰과 마이클도 그렇게 해줄 것이다. 아흐메트처럼 겁먹고 슬퍼 보이는 아이에겐 친구가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흐메트는 빨간색 바탕에 검은색 줄무의가 있는 매우 더러운 배낭을 갖고 다닌다. 아흐메트에게는 그 무엇보다 소중한 배낭이다.

"이따금 사람들은 거짓말인 것을 알 때도 거짓말을 믿고 싶은 것 같다. 거짓말이 진실보다 더 흥미진진하기 때문일 거다. 특히 신문에 인쇄된 것이면 진실이 뭐든 믿으려고 한다. 난 이제 그 사실을 안다. 또한 엄마가 왜 정치가들이 거짓말쟁이라고 하는지, 텔레비전에 정치가들이 나올 때마다 화를 내는지를 안다."(P.24-25)

아이들 사이에서도 누군가는 메신저 노릇을 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악의적인 소문을 퍼뜨리기도 한다. (진실이 아닐 수도 있지만) 미디어를 통해 얻은 정보를 사실인양 맹신하기도 한다. 아이들 사회라고 해서 어른 세계의 사회와 별반 다르지 않다. 편견과 거짓이 섞여 있는 상황에서 누군가는 진실을 찾아 나서고, 누군가는 순종한다.

학교에는 '제니'처럼 이것저것 소문을 퍼뜨리는 아이가 있는가하면 '브렌단 브루커'처럼 심한 장난을 치고 깡패처럼 행동하는 아이도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브렌단을 좋아하는데, 아이들은 브렌단을 싫어한다. 하물며 상급 학년의 깡패들도 브렌단을 얄미워한다고.

"난민 아이가전학 왔다는 소리 들었습니까? 칸 선생님 반에 들어갔다는데, 그 아이의 언어를 쓰는 보조 교사를 찾을 수 없답니다. 불쌍하게도!"

"곤란한 문제가 생길 거예요. 제 말 잊지 말아요. 그들은 오직 우리 직업을 빼앗으러 오는 거니까!"

"뉴스에 나오는 끔찍한 전쟁터에서 왔다면 참 안쓰러운 아이입니다. 죽음의 덫에서 빠져나오고 싶어 하는데 비난할 수는 없지요."

"아휴! 귀찮은 사람들이에요. 모두 다! 무슨 말을 해도 난 아무도 믿지 않을 거예요. 두고 보세요. 우리아이들이 고통을 당할 거예요. 그 사람들은 여기 와서 그들 좋을 대로 할 테니까..."(P.38-39)

'나'는 엄마에게 '난민 아이'가 무엇인지 물어본다. 엄마는 자기 나라에서 살 수 없어 새로 살 곳을 찾고 있는 사람들, 살 수 없는 고향을 떠나온 사람들, 선택의 여지없이 고향을 떠나야 했던 사람들, 안전한 곳을 찾아 걷고 보트를 타고 낯선 곳으로 떠난 사람들을 이야기해준다. 조시와 톰, 마이클도 자기들 나름대로 난민에 대한 정보를 찾아온다.

아이들은 아흐메트와 점점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아흐메트에게 선물도 주고, 어렵게 구한 석류도 전달하는데, 석류로 인해 브렌단과 아흐메트 사이에 싸움이 벌어진다. 이 싸움으로 아흐메트는 브렌단을 이긴 소년이 된다. 그러나 브렌단은 여전히 아흐메트를 괴롭힌다. 학교에는 브렌단 말고도 아흐메트를 싫어하는 선생님도 있다. 그러니까, 아이들은 '난민'인가 아닌가를 떠나서 자기보다 약해보이는 아이를 괴롭히는거라면, 어른들 중에는 '난민'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은 사람도 많다.

'나'는 아흐메트와 더 가깝게 지내기 위해 노력하고 아흐메트의 여동생이 바다에서 죽은 것과 엄마, 아빠와 헤어져서 살게 된 비밀을 알게 된다. 그러던 중 난민들이 들어올 수 없도록 국경을 폐쇄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나'는 국경이 폐쇄되면 아흐메트가 엄마, 아빠와 영원히 만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조시와 톰, 마이클과 함께 계획을 짠다. 아흐메트에게는 비밀로 하고, 계획을 진행시킨다. 이 뒤의 사건은 아흐메트와 같은 난민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게 된다. 언론에 의해 '만들어진' 말들 때문에 사람들은 가짜 정보를 진짜로 알게 되기도 한다.

주인공이 아홉살이지만, 나는 이 책을 청소년과 성인들이 함께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시리아 내전으로 인해 수많은 난민들이 발생하였고 그들이 살 수 있는 안전한 곳을 찾아 떠났지만 길에서, 바다에서, 그리고 수용소에서 죽는 일도 생겨났다. 몇년 전 모두의 가슴을 아프게 했던 어린 아이의 시신 사진을 기억한다.

요즘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으로 시끄럽다. 가족과 헤어져 전쟁터로 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연일 보도된다. 어쩔 수 없이 헤어진 가족들의 모습도 보인다. 많은 피난민들이 국경을 넘고 있는데, 여성과 어린아이들이 많을 수 밖에 없다. 가족을 돌보기 뒤해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는 사람들. 이들에게 구호물자를 보내고 응원을 보내지만, 일생을 살아온 나라를 떠나오는 그들의 마음을 우리가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전쟁에 대해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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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와 버들 도령 그림책이 참 좋아 84
백희나 지음 / 책읽는곰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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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제 백희나 작가의 그림책은 작가 이름을 보고 믿고 읽는 그림책이다. 

이번 그림책은 연이와 버들도령... 어렸을 때 들어봤고, 옛이야기로 읽었던 그 이야기다.

이 그림책 맨 뒤에 보면 참고한 책이 있는데 

<계모의 학대>, <정에 정도령>, <반반버들잎 초공시와 엽엽이>, <버들잎 도령>, 

≪연이와 버들잎 소년≫, ≪한국과 일본의 계모 설화 비교 연구≫가 그것이다. 


그림책의 내용은 익히 아는 바, 계모 이야기를 읽게 될 거라 생각했는데, 

이 그림책에서는 그녀를 '나이 든 여인'이라고 표현한다.

나이든 여인은 연이에게 일을 아주 많이 시키고

연이는 그저 시키는대로 묵묵히 따르면서 살 뿐이다.

이 두 사람 사이에 가족 관계는 드러나지 않는다. 

나는 이 지점이 마음에 들었다. 

어렸을 때, 이웃에 계모와 함께 사는 친구가 있었다. 

하도 나쁜 계모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인지, 

나는 그 친구도 엄마도 같을 거라 막연하게 생각했던 기억이 있다.


이 그림책은 나이든 여인과 연이의 관계를 가족 관계로 한정 짓지 않는다.

'가족'의 의미가 많이 달라진 요즘이기에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여기 등장하는 '나이 든 여인'은 연이에게 일도 많이 시키고 

한겨울에 상추를 뜯어오라고 시키는 심술궂은 여인이다.

이 추운 겨울에 상추를 구할 수 없음에도 연이는 묵묵히 상추를 찾아 나선다.

이런 모습을 보면 연이도 참 갑갑한 아이다. 

요즘 아이라면, '지금은 상추를 구할 수 없어요'라고 자기 의견을 이야기하겠지?

그저 시키는대로 따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닐텐데 말이다.

어쨌든 연이는 상추를 구하러 눈 속을 걸어다니다

추위를 피할 곳을 찾아 들어가는데

그곳에서 연이는 꿈 속 같은 공간과 버들도령을 만난다. 


솔직히 처음에 그림책을 펼쳤을 때, 흐릿한 부분이 영 눈에 거슬렸다.

흐릿한 배경 앞에 선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또렸하게 보였지만.

작가의 의도가 분명 있을 것이고,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표현할 것인가 고민한 결과겠지만 말이다.

책을 다 읽은 다음 다시 그림책을 보니 흐릿한 배경 덕에 입체감이 더 살아나는 것 같다. 

봄 아지랑이가 피어나는 따뜻한 동굴 속 이미지가 포근하게 느껴진다. 


버들도령은 연이에게 상추도 주고, 귀한 꽃도 준다. 그 꽃은 살살이, 피살이, 숨살이 꽃이다. 

뭐에 쓰는 꽃인지 알려주지 않지만 그 이름으로 짐작이 가능하다. 

정말로 위급할 때 쓰라고 준다.


나이든 여인은 한겨울에 상추를 뜯어 온 연이를 의심하고

이번에는 화전을 부쳐먹고 싶으니 진달래꽃을 따오라고 시킨다.

그리고 살살 뒤를 밟아 연이의 비밀을 알아챈다.

연이가 집에 와서 화로에 진달 화전을 부치고 있을 때

나이 든 여인은 동굴에 불을 질러버린다.

어른어른 화전을 부치고 있는 장면이 불타는 동굴을 대신한다. 

화마로 모든 것이 사라진 동굴에서 연이는 버들도령의 흔적을 발견한다.

이야기를 구전으로 듣거나, 글로 읽을 때와는 달리 죽은 버들도령의 모습은 훨씬 직관적이다.

동굴이 불타는 모습이 진달래 화전을 부치던 장면 만으로 짐작이 가능했던 것과 달리

버들도령의 모습은 충격적이다. 

재가 날리는 동굴에서 황망한 연이의 얼굴.


연이는 이 광경 앞에서 목놓아 울지 않는다.

오히려 버들도령에게서 받았던 도움이 더 이상하게 느껴지고

이렇게 좋지 않은 일 앞에 놓여 있는 자신의 모습이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던 것이다.

죽은 도령이 가여웠던 연이는,

뭔가 소중한 걸 놓아주고 싶었지만 가진 게 없었기에 버들도령에게서 받았던 꽃을 놓아준다.

정말 위급할 때 쓰라고 주었던 그 꽃은 버들도령을 살린다.

그리고 연이와 버들도령은 하늘로 올라간다. 

아마도 그곳에서는 행복하겠지?


자, 이런 이야기의 끝에는 권선징악적 결말이 항상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이 그림책의 마지막에는 '나이 든 그녀'의 마지막을 이렇게 알려준다.

나이가 들어 죽었다고. 

응? 뭔가 이상하지?

보통 같으면 큰 벌을 받고 그렇게 아이를 괴롭히면 안된다는 이야기로 끝나기 마련인데.

나이가 들어서 죽었단다.

죽음 자체는 그녀에게 벌이 아니었지만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쓸쓸히 죽었다는 것이 벌이었던 듯하다. 

옛이야기를 낯설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이야기로 바꿔 낸 그림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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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3-08 08: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결말이 굉장히 심오하네요. 나이가 들어도 옆에 아무도 없이 혼자 쓸쓸하게 살다 죽는것이 정말 큰 벌이겠지만 아이들이 이해하기에는 진짜 심오한.... 백희나작가의 그림책들은 언제나 평범하지 않네요. 우리 아이들이 어릴 때 정말 좋아한 작가인데 아이들이 크니 더 이상 그림책을 안보게 되고 이렇게 다른 분들의 리뷰를 보면서 또 아 좋다 그러고 있어요. ^^

하양물감 2022-03-08 15:52   좋아요 0 | URL
네, 저도 결말에서 무릎을 탁 쳤어요.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쓸쓸히 죽어가는 벌이라니...
홀몸어르신이 점점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렇게 죽는 게 제일 허무할 것 같기는 해요.
저도 아이가 그림책을 읽는 나이를 지나쳤지만,
그래도 도서관에 있다고 그림책을 읽게 되네요^^
 
메타버스 세상의 주인공들에게 - 우리가 만나게 될 새로운 미래 아우름 52
이상근 지음 / 샘터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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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는 미국 공상과학 소설의 작가인 닐 스티븐슨 veal Stephenson이 1992년에 발표한 소설 《스크래시 snows Crash)에서 처음 등장한다.

"그렇게 되면 히로는 이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컴퓨터가 만들어 내서 그의 고글과 이어폰에 계속 공급해 주는 가상의 세계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었다. 컴퓨터 용어로는 '메타버스'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세상이었다."

현대에 와서 발명되거나 발견된 많은 것들이 '소설' 속에 존재한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우리는 공상과학소설 혹은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소설 같은 문학 작품에서 만났던 미래의 세계가 정말 우리 눈 앞에 펼쳐지는 광경을 보고 있다.

영화나 소설 속이 아닌 우리 생활에서의 메타버스는 어느 정도까지 실현되고 있을까? 현재 메타버스는 크게 네 가지 영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증강 현실(Augmented Reality)'이다. 이것은 현실 공간에 2D 또는 3D로 표현되는 가상의 물체를 겹쳐 보이게 하여 구현된다. AR 글래스나 3D 홀로그램(Hologram)을 통한 가상 회의가 이에 포함된다. 다음은 '라이프 로깅(Life logging)'.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소셜 미디어가 이에 해당하며 최근에 페이스북은 가상 현실 커뮤니티인 '페이스북 호라이즌 월드 Horizon World'의 베타 서비스를 출시했다. 세번째는 '거울 세계(Mirror Worlds)'를 들 수 있다. 현실 세계를 있는 그대로 묘사하여 정보적으로 확장된 가상 세계이다. 쉬운 예로는 카카오맵이나 네이버지도 등을 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가상 현실(Virtual Reality)'이다. 가상 현실에서는 현실 세계의 인간이 자신의 아바타를 통해 경제적, 사회적 활동을 한다.

메타버스의 실현을 위한 기술은 계속 연구되어왔는데, 특히 팬데믹 상황에서 활성화되고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면접촉을 통제하고 비대면 상황이 강화됨에 따라 우리의 삶이 메타버스로 옮겨가고 있는 듯하다.

지금 우리 세대는 메타버스의 일부를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고, 과연 이것이 어떻게 작동할까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이미 메타버스 속에서 놀이를 하고, 학습을 하고, 사회경제적 활동을 하고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 세계를 경험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메타버스는 먼 미래가 아니라 바로 지금 현재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잘 모르는 메타버스에 조금 더 다가갈 수 있었다. 막연하게 우리가 열광했던 '싸이월드'가 메타버스에 해당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이 책은 싸이월드와 페이스북이 어떻게 다른지를 설명한다. 왜 싸이월드가 그 많은 이용자들을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성공하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을까? 지금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플랫폼들의 확장된 세계를 볼수록 더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싸이월드와 페이스북의 성장 전략이 달랐다고 설명한다. 싸이월드가 소모임 커뮤니티에 충실했다면 페이스북은 수평적 통합을 통해 지속적인 자극을 제공하고 플랫폼에 가능한 오래 머무르게 하였다. 페이스북은 플랫폼 비즈니스를 성공시키기 위해 글로벌화를 선택하면서도 각국에 맞는 현지화도 꾀하여 성공한다.

앞에서 설명한 4가지 영역 외에 가상현실 VR과 증강현실 AR을 통합한 확장현실 XR도 있다. 혼합 현실 MR까지 아우르며 현실 공간에 배치된 가상의 물체를 느낄 수 있는 기술이라고 한다. 메타버스는 이러한 기술을 이용하여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제조업에서는 현장 기술자들과 사내 엔지니어들이 혼합현실NIR 기술을 이용하여 소통하고, 원격 조종으로 실제 기계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정비, 생산 등을 하는 일이 흔하게 일어날 것이다. 의료계는 그 어떤 분야보다 먼저 확장 현실 기술이 도입된 곳으로 정교한 그래픽, 모션 캡처 등을 활용해 수술을 돕는 방법을 연구해 왔다. 최근에는 AR로 환자의 수술 부위를 구현하고 그것을 실제 환자의 몸에 겹쳐서 의사들이 보이지 않는 곳도 직접 확인하고 수술할 수 있는 단계까지 발전했다. 이 밖에도 손이나 팔다리를 다친 환자들의 재활 치료, 노인들의 치매 예방을 돕기 위한 훈련 등에도 확장 현실xR 기술이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P.91~92)

최근 가장 눈에 띄게 변하고 있는 분야가 바로 교육계가 아닐까 싶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컴퓨터나 패드를 이용해 집에서 원격 수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격 수업에 확장 현실 기술을 이용한다면 실제 교실에 온 것처럼 실감 나게 수업에 참여할 수 있고, 집중도가 높아져서 학습 효과도 기대해볼 만하다. 마지막으로 문화 산업 분야 역시 확장 현실 기술의 도움을 받아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사람들이 직접 문화체험을 할 수 없게 되자 비대면 공연, 여행, 축제 등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메타버스와 함께 최근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NFT도 소개한다. NFT는 암호 화폐와 더불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자산 중 하나이다. NFT란 '대체 불가능한 토큰' 이라는 뜻으로, 블록체인의 토큰을 다른 토큰으로 대체하는 것이 불가능한 가상 자산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암호 화폐인 비트코인은 A가 가진 1비트코인과 B가 가진 1비트코인이 같은 가치를 지니기 때문에 서로 교환이 가능하다. 이를 대체 가능한 토큰이라 부른다. NFT는 각각의 고유한 속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1:1 교환이 가능하지 않다. 이를 '대체 불가 토큰'이라고 한다. 그래서 한번 발행하면 제3자가 복제하거나 위조할 수 없고, 소유권과 거래 내역이 명시되므로 일종의 '디지털 소유 증명서' 처럼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P.122-123)

메타버스에 대해 알고 싶을 때 쉽게 알려주는 책이다. 입문용으로 적당하다. 청소년 뿐만 아니라 성인들이 읽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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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은 사랑을 말하지 않는다 - 밤하늘과 함께하는 과학적이고 감성적인 넋 놓기
김동훈 지음 / 어바웃어북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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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왜 그렇게 좋냐는 질문에 이 책의 저자인 김동훈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별이 탄생과 죽음을 반복하며 흩뿌린 먼지에서 태었났기에 우주를 이해하는 일은 우리 자신을 탐색하는 여정이다. 별은 나에게 조용한 위로를 건네준다.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건 내가 아는 가장 무해한 취미 가운데 하나다" 라고.

초등학교 때 받은 월간지 사은품인 조악한 천체망원경 덕분에 밤을 기다리고 가슴에 우주를 품게 되었다고 한다. 어렸을 때의 경험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는데 큰 역할을 한다. 좀 더 많은 별을 보려고 호주, 몽골, 남미, 북유럽을 여행했다고 한다. 마음을 온통 하늘에 빼앗긴 채 천체 사진을 찍었다. 누군가의 눈에는 허튼 짓으로 보였겠지만, 저자는 아름다운 우주 광경을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일에 새로운 설렘을 느끼고 있다.

사람들은 다양한 취미 생활을 즐긴다. 좋아서 즐거워서 즐기던 취미가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일을 하기도 한다. 취미가 취미를 넘어서는 일도 심심찮게 만난다. 김동훈 저자의 천체 사진과 글을 읽으면서 평소 쳐다볼 일이 거의 없던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도시의 밤하늘은 특별한 감동을 주지는 못했지만, 자꾸 올려다보게 된다.

003rd night 별일 없는 하루

슈메이커-레비9 혜성이 지구와 충돌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아마 우리는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우주에는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며, 지구 역시 한시도 안전하지 않다. 어쩌면 우주에서 가장 큰 기적은 별일 없는 하루, 또 그 하루를 별일 없이 산 나와 당신일지 모른다. p.24

어느새 반백년을 살아버렸다. 돌아보면 내 인생도 꽤나 스펙타클했던 것 같다. 사는 재미란 그런게 아니겠어? 그래도 굴곡 없이 조용히 넘어간 날들이 있었기에 그나마 이런 위로라도 보탤 수 있는게 아닐까 싶다.

010th night 백 년의 기다림

금성이 태양 앞을 지나가는 것은 굉장히 보기 드문 천문 현상으로, 거의 백 년 넘게 기다려야 만날 수 있다. 지금 지구에 사는 사람 중 이 광경을 다시 볼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한 번 지나간 것은 다시 오지 않는다. 설령 오더라도 우리의 수명을 넘어서는 것이라면 오지 않는 것과 같다. 단 한 번의 마주침이 영원 속으로 사라질 때가 많다. p.40

가끔 일식이라던지, 혜성이라던지 하는 우주쇼가 펼쳐질 때 미디어에서는 떠들썩하게 그 사실을 알려준다. 지금 못 보면 다시는 못볼 것처럼 모두들 망원경 앞으로 달려가라고 부추긴다. 거기에 넘어가지 않는 나 자신을 칭찬하며 콧방귀 꽤나 꼈는데, 결국 그 또한 보지 못한 자의 변명이었을 뿐이다. 이번에 보지 못하면 백년을 넘게 기다려야 만날 수 있었다는 그 모습을 나는 보지 못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볼 일이 없는 것이다. '별' 하나 못 본게 억울한 건 아니다. 살면서 '내게 다시 오지 않을 기회를 놓친' 적이 얼마나 많았을까. 나는 그것이 아쉽다.

034th night 흔한 여가활동

우주인이 독서에 흠뻑 빠져 있다. 그가 책을 읽고 있는 장소는 지상에서 400km 떨어진 국제우주정거장이다. 아마 그는 지금 퇴근해서 혹은 휴일에 개인 시간을 보내는 중일 것이다. 우주인도 지구의 보통 노동자처럼 하루 8시간, 주5일 근무를 한다. p.92

우주인도 노동시간을 지키는 줄 몰랐다. 어느 대선 후보는 주4일 근무를 공약으로 내세운다고 한다. 적게 일하고 많이 벌면 좋은데, 그만큼 내가 '고급 인력'인가에 대해서는 조금 더 고민을 해야 할 것 같다. 나는 적게 일하면 적게 벌 수 밖에 없는 대다수의 사람 중 하나가 아닐까?

039th night 초승달 모양 태양

미국 국회의사당 꼭대기에 걸린 초승달 모양 태양은 어쩌다 찍은 게 아니라 그 시각 태양과 건물 위치를 계산하며 치밀하게 계획한 결과물이다. 우연처럼 보이는 것도 노력의 산물인 경우가 많다. p.102

이 책에는 우연이 아닌 필연, 그리고 계산된 우연에 대해서 몇 번을 이야기한다. 별을 보고 우주의 상태를 확인하고, 하늘의 변화를 포착해내는 일이 그저 우연에 의해 가능하던 때가 있었을 거다. 우연이 반복되면 필연이 된다고 하지 않는가.

책을 읽는 동안, 밤하늘과 우주의 모습을 눈에 담아본다. 한낱 우주 먼지일 뿐인 인간이지만 광활한 우주의 바다를 헤엄치는 상상을 해 본다. 그 옛날 경외의 대상이었을 우주를 이만큼이나마 알게 된 것도 다 그런 상상 때문이 아니겠는가? 별은 사랑을 말하지 않는다. 그저 무심하게 반짝이고 있는 그 별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이기 때문이다.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아도 별은 그렇게 우리 머리 위에서 반짝이다가 사라져간다.

099th night 우리 모두 춤출 뿐

"모든 것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힘이 결정한다.

별, 인간, 식물, 우주의 먼지뿐만 아니라 벌레까지

저 멀리서 보이지 않는 피리가 부르는 신비한 선율애 맞추어

우리 모두 춤출 뿐이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p.226

115th night 은하수 커튼을 치다

남반구 하늘에서 은하수가 지고 있다. 남반구에서만 볼 수 있는 장관 중 하나가 은하수가 지평선과 나란히 누워서 자는 모습이다. 은하수가 지평선과 맞닿으면 마치 은하수로 커튼을 친 것처럼 보인다. 이때는 눈길 닿는 곳 어디든 별천지다. p.268

151st night 별까지 가는 길

"지도에서 도시나 마을을 가리키는 검은 점을 보면 꿈을 꾸게 되는 것처럼,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은 늘 나를 꿈꾸게 한다. 그럴 때 묻곤 하지. 프랑스 지도 위에 표시된 검은 점에게 가듯 왜 창공에 반짝이는 저 별에게 갈 수 없는 것일까? 타라스콩이나 루앙에 가려면 기차를 타야 하는 것처럼, 별까지 가기 위해서는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 죽으면 기차를 탈 수 없듯, 살아 있는 동안에는 별에 갈 수 없다. 증기선이나 합승마차, 철도 등이 지상의 운송수단이라면 콜레라, 결석, 결핵, 암 등은 천상의 운송수단인지도 모른다. 늙어서 평화롭게 죽는다는 건 별까지 걸어간다는 것이자." -1888년 6월, 빈센트 반 고흐, 『반 고흐, 영혼의 편지』중에서 p.342

168th night 어디서 온 빛인가?

별은 한 곳에 고정되어 있지 않고 대부분 움직인다. 그러니 매로페가 통과하면서 성운에 선사한 빛도 영원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나를 반짝이게 하는 빛이 혹시 다른 사람에게서 온 것은 아닌지 항상 살펴볼 일이다. 세상에 당연한 희생은 없다. p.378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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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의 없는 친구들을 대하는 슬기로운 말하기 사전 슬기사전 2
김원아 지음, 김소희 그림 / 사계절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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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교사인 저자가 학교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소개하며 '말하기'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아이들은 어린이집과 유치원, 학원 등을 다니며 그 어느때보다도 일찌감치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과거를 돌이켜보자면, 가정에서 조부모, 부모, 형제, 자매 등과 어울리며 다양한 상황을 몸으로 자연스레 체득하던 때가 있었다. 집에서 나가도 골목 안에서 만나는 친구들과 어른들에게서도 많은 것을 배우곤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더 빨리 '사회'로 나가는 데 반해 경험의 빈도수가 그리 많지 않다.

이 책에는 슬기롭게 말하기 실전편에서 수업 중/물건에 대하여/ 친해지기/사과하기/거절하기/약속하기/갈등해결/학교폭력을 62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알려준다. 길잡이에서는 말하기 방법을 정리해준다. 책의 구성이 '교과서'적이라는 측면에서는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한 권의 책에서 많은 실전 말하기를 담아내기에 적당한 형식이긴 하다.

여기서 제시한 상황들은 아이들이 학교 생활을 하면서 자주 마주칠 수 있는 상황으로 실제 그런 일을 겪지 않더라도 시뮬레이션해볼 수 있는 간접경험을 제공한다. 과거에 우리가 직접 경험을 통해 이런 과정을 거쳐왔다면 지금의 아이들에게는 이러한 족집게형 가르침도 필요해보인다.

* 친구가 모둠 활동을 대충할 때

이런 일은 대학생이 되어도, 직장인이 되어도 겪을 수 있는 일이다. 모둠 활동이 중요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함께 힘을 합쳐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에서 대충 시간만 떼울려는 친구를 보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에서는 그럴 때 단호하고 솔직하게 마음을 전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말하지 않는데 알아서 잘 할거란 생각은 버려야 한다. 말하지 않으면 모르는 경우가 더 많다. 그리고 한 가지! 그래도 안 되면 선생님께 도움을 청하자. 아이들은 선생님께 말하면 고자질쟁이로 볼까 두려워하기도 하는데, 수업 중 일어나는 문제를 해결하는 건 선생님이라는 사실을 상기시켜 준다.

* 친구가 선물한 물건을 다시 돌려달라고 할 때

선물로 줬다가 다시 돌려달라고 하는 일이, 그러니까 아이가 유치원 다닐 때 몇 번 있었던 것 같다. 선물로 받아오기엔 고가의 물건일 때도 있었고 아무 이유 없이 선물을 받아오거나 했을 때는 꼭 한번씩 이런 사단이 난 적이 있다. '물건'이 흔한 시대에 살면서 쉽게 주고 쉽게 돌려달라고 하는 일이 많아진 것이다. 이럴 때는 친구가 왜 다시 돌려달라고 할까 생각해보고 돌려주는 것이 맞다. 만약 꼭 갖고 싶은 물건이었다면 용돈을 모아 구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

* 피구할 때 내가 받은 공을 잘하는 친구가 달라고 할 때

함께 즐겁게 시간을 모내기 위해 하는 체육활동이 잘하는 친구만의 활동으로 변질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한번쯤은 내가 도전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 내가 말하고 있는데 끼어들 때

의외로 이런 일이 잦다. 내 말을 무시하는 것도 같고, 일부러 내가 이야기할 때만 골라서 그렇게 하는 것도 같다. 이럴 때는 나의 속상함을 전달하는 것이 좋다. 어쩌면 그 친구도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라 무의식중에 그런 행동을 했을 수도 있다.

* 한 친구를 콕 집어 놀지 말라고 할 때

따돌림은 폭력이다. 만약 그 친구와의 사이에 문제가 있다면 그 둘이 풀어야 하는데 여럿이 한 아이를 따돌리는 것은 안 된다. 그럴 때는 단호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좋다. 친구를 보호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언젠가는 나 또한 그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친구들이 슬기롭게 자기 의사를 전달하고 마음의 상처를 입지 않고 건강한 또래문화를 만드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다. 아이들이 읽고 스스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생각해 보고 실천할 수 있다면 더 좋겠다.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이 책에서 조언한대로 한번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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