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와 생맥주 - 최민석의 여행지 창간호
최민석 지음 / 북스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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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확 눈길을 끈다. 기차와 생맥주라... 거기다 여행지 창간호라는...


작가는 이 책에 여행지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실제로 여행지(旅行誌)는 아니다. 여행을 소재로 쓴 에세이라고 해야할까? 



작가는 기차로 하는 여행을 좋아하고, 공항에서 마시는 생맥주를 즐긴다. 나도 비슷한 부류다. (기껏해야 한국 안에서 돌아다니느라) 비행기 타고 다닐 거리는 아니지만 그래도 가끔은 유혹을 느낀다. ktx보다 비행기표가 더 쌀 때. 그렇지만 보통은 기차를 이용한다. 기차역까지 가는 길도 짧고, 기차를 타고 움직이는 3시간 동안 책을 읽거나 글을 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운전을 못하니 당연히 자동차로 이동하지는 않기에 오로지 대중교통에 의지해 움직인다. 그래서 여행을 생각하면, '기차'를 먼저 떠올린다. 



첫 이야기로 미국 기차 여행이 나온다. 미국 기차를 이용하기 위해 모바일 예매를 하는 과정에서 미국인이 아닌 이방인으로서의 고충을 풀어놓는다. 어렵사리 탄 기차에서 미국이 계급사회라는 것을 느낀다. 다양한 인종과 이방인들이 모여드는 미국이라 더 자주 눈에 띄는 것일지도 모른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외국 여행을 따라가지만, 마음 속으로는 계속 나의 국내여행을 따라간다. 사실 내가 해외여행을 많이 다녔더라면 저자와 공감하거나 때로는 나만의 감상을 떠올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여행 경험은 적어서 국내 여행으로 대체할 수밖에. 하하. 



오히려 어떻게 보면 내가 아는 '외국'의 모습이 없기에 저자가 풀어놓는 여행기에 푹 빠져 읽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쿨한 듯 하다가도 때로는 쪼잔하게 느껴지는 작가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나도 그곳을 다녀온 듯하다.



태국어로 안녕하세요는 '싸와디캅'과 '싸와디카'다. 둘 다 합장을 하며 인사를 하는데, 이 말을 내뱉으면 입꼬리가 자연스레 올라간다. 마치 경쟁적으로 입을 할짝 벌리며 환대하는 것처럼. 언어는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수단이다. 그러다보니 처음 만나 나누는 인사가 '긍정적'이고 '우호적'으로 느껴진다는 것은 꽤 중요한 것 같다.



"작가는 아무리 성공해도 오기가 좀 있어야 글을 계속 쓸 수 있다."(p.73) 는 작가는 겨울에 이런 각오를 다지기 좋다고 한다. 그렇지만 작가의 아내는 '추위'를 피해 다른 나라로 여행을 간다. "여행을 자주 하다 보면, 때론 온전히 타인의 취향을 따르게 마련이다. 때로는 투덜대기도 하고, 때로는 참기도 하지만, 뒤돌아보면 그럴 때 항상 내 세계는 조금씩 넓어졌다."(p.77)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과 떠나는 여행은 서로의 차이를 줄이고 서로를 이해하는 여행이 될 것이다. 다만 거꾸로 보자면, 그렇게 서로의 취향을 이해하지 못하고 투덜대다 큰 싸움이 나고 헤어질 수도. 



"우리는 일상에 차이를 주고 싶어 떠난다. 하지만 낯선 곳에서의 불안이 기대보다 크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언제나 우리가 기댈 안정적인 무언가를 확보하길 원한다.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글로벌 체인의 커피나 햄버거일 수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호텔 조식일 수 있다." (p.95) 나도 호텔에 묵을 때는 그 호텔에서 제공하는 조식이 있는지 항상 확인한다. 낯선 곳에서 이것저것 둘러보고 돌아다니다 호텔로 돌아와 휴식을 취한 후 아침에 일어나 준비된 조식을 먹으러 가는 것이다. 사실 아침부터 제대로 된 아침 식사를 파는 레스토랑이나 식당을 찾는 것도 일이다. 그래서 조식을 반드시 추가하는 편이다. 작가는 이 글 말미에 객실료에 조식이 포함되어 있어서 먹는다고 했지만... 조식은 선택 가능하다. 그러니 굳이 조식을 선택했다는 것은 객실료에 포함되어서라고는 할 수 없을 듯... ^^



이 책의 후반부에는 <피치 바이 매거진>의 청탁을 받고 썼다는 픽세이(소설가의 상상력을 가미한 에시이)가 실려있다. 사건명으로 시작하는 이 글들은 소설적 상상력이 드러나는 글들이다. 



여행을 다니는 일이 나에게는 일상의 쉼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일이기도 하다.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여행 다니고 맛있는 것 먹으면서 돈도 버는 사람들을 보면서, 잠시 부러워하기도 했지만 그것이 나의 '여가'가 아니라 '일'이 될 때의 괴로움을 잘 알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가 갔던 그 많은 장소들과 경험이 부러웠지만, 앞으로 경험하면 될 일이다. 유쾌한 유머가 있어서 더 즐겁게 읽은 책이다. 



여행을 마치고 공항에서 생맥주 한 잔으로 마무리하는 작가처럼, 나도 오늘은 이 책을 덮고 좋아하는 커피 한 잔으로 마무리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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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두려워하는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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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함께하면 빛을 볼 수 있습니다!'

앨리스가 말했다.

"사람들은 누구나 빛을 찾아요. 그렇죠? 빛을 찾으면 인생의 해답을 얻을 수 있을거라 믿나 봐요."

내가 말했다.

"인생에 대해 잘 모르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게 압니다. 우리의 인생에서 확실한 해답은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는 것."

"브렌던 씨나 저는 그렇게 생각하죠. 빛을 찾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달라요. 우리와는 달리 확신을 갖고 있어요. 저는 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확신이 두려워요."

"그 사람들의 확신이 앨리스 씨가 인생에서 찾고 있는 해답과는 달라서요?"

"그들이 찾은 해답은 일방적이죠. 우리는 이미 역사를 통해 배웠어요. 자기 자신이 무조건 옳다고 확신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어둠 속으로 밀어 넣죠." p.315~316


브렌던 씨와 앨리스 씨는 우버 기사와 손님으로 만난다. '우버'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소개되었지만, 소설 속 브렌던 씨를 통해 우버 기사의 현실을 잘 알 수 있었다. '우버' 기사로 계속 일하기 위해서는(그만큼 그 직업 외에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고객센터로 들어가는 고객의 항의나 클레임에 대응해야 한다. 사용자와 근로자의 입장으로 보자면, 근로자인 우버 기사들에게는 한없이 엄격한 시스템이다. 고객인 내 입장에서는 돈을 지불하고 받는 서비스에 대한 권리라고 하겠지만, 세상에는 워낙 이상한 사람들이 많으니까... 



얼마전 서울에서 택시를 타다가 승차거부를 몇 번 당하고 보니 대중교통으로서의 택시와 서비스에 대해 평소와는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다. 버스와 달리 고객과 가까운 곳에서 대면해야 하는 택시의 특성상 대민 서비스가 더 나아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어쨌든, 브렌던 씨는 앨리스 씨를 태우고 병원으로 데려다 준 일을 계기로 '임신중절'이라는 이슈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 소설에는 다양한 관점을 지닌 사람들이 등장한다. 브렌던 씨의 아내 아그네스카는 임신중절반대론자이다. 첫째 아들 카론을 잃은 뒤 삶의 의미를 '임신중절반대'운동을 통해 찾고 있다. 딸인 클라라는 사회복지사이며 가정 폭력에서 벗어나려는 여성들을 보호하는 쉼터에서 일한다. 한 가족이지만 각자 자기만의 관점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앨리스 씨는 진보 성향의 남편과 '돈'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딸, 그리고 본인은 '임신중절' 여성을 보호하고 상담하는 봉사자로서 살아가는 사람이다. 앨리스 씨의 가족 또한 각각의 성향이 다르다. 그런가하면 브렌던 씨의 친구이자 사제인 토더 신부, <엔젤스 어시스트>에서 일하는 테레사, <앤젤스 어시스트>를 후원하는 자산가 켈러허 등 각자의 신념에 따라 살아가는 이들이 등장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임신중절을 찬성하는 편이다. 물론 애초에 원치 않는 임신을 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있어야겠지만, 내가 원치 않는다고 해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특히 범죄의 대상이 되었을 때나,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일이 '여성, 아니 인간'으로서의 나의 삶을 유지할 수 없게 만들 때는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생명을 살리기 위해 살아있는 내가 죽어야 한다는 것(혹은 비참한 고통과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사는 것)이 과연 합당할까? 사람마다 가치가 다르고 신념이 다르기 때문에 그 또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은 지독한 가난과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가족과 함께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살 수 있지만, 어떤 사람은 넉넉한 경제적 사정과 잘 나가는 직업, 사회적 평판이 높은 사람이지만 가정에서는 불행한 사람도 있다. 우리가 어떤 사건을 대할 때, 나의 판단이 가장 올바르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이 책에서는 자신의 신념에 갇혀 다른 사람의 삶을 파괴하는 사람들이 나온다. 내가 임신중절을 찬선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앨리스의 편을 드는 것은 아니다. 앨리스는 임신중절'을 무조건 찬성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이 자신의 의지로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한다. 즉, 내가 어리고 경제적 여유가 없지만 아이를 낳아서 키우고 싶다면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도와줄 수도 있는 것이다. 사람마다 이유가 있고, 가치가 있고, 상황이 다르다. 그것을 인정하고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일이기에 나는 앨리스의 일이 가치가 있다고 여겼다.



그러나 테레사와 토더신부처럼, 자신의 신념을 위해 남을 해치거나 타인을 공격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그 일이 아무리 의미가 있다하더라도 지지하기 어렵다. 즉, 자신의 신념이 오히려 '폭력'이 되어 사람을 괴롭히면서 '사회적으로 지지를 받는' 일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이 소설에서는 임신중절이 소재지만, 우리의 일상을 보자면, 극우 유튜버와 극우보수주의자들이 퇴임 대통령 사저 앞에서 입에 담지 못할 언어폭력과 시각적 테러를 감핸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이 지지받을 수 없는 이유도 이와 같다고 생각한다. 



사회적으로 첨예하게 충돌하는 이슈를 소설적으로 잘 풀어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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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라는 세계 - 내 마음속 10가지 감정을 탐구하는 지적 여행
레온 빈트샤이트 지음, 이덕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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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과 관련 있는 책은 그동안 제법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의 차례를 살펴보다 아 낮선 감정들이 있다 싶어서 읽게 되었다. 총 10개의 감정을 소개하고 있는데 다음과 같다. 두려움, 사랑, 지루함, 분노, 배고픔, 자기자비, 애도, 인내심, 열정, 만족감. 특이한 것은 '배고품'이었고, 궁금했던 것은 '자기자비, 인내심, 열정'이었다. 


이제 우리의 기술이 우리를 점점 앞지르고 있다. 지능이나 높은 아이큐가 인류를 특징짓는 단어가 될 수 없는 시대이다. 이런 시대에 계속 강조되는 것이 '느낄 수 있는 능력, 즉 감정'이다. 저자는 감정을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애착과 신뢰, 수치심과 혐오감, 희망과 우울, 수줍음과 질투, 고통과 공감 등 다양한 감정들은 그 나름의 목적을 가지고 있다.


저자가 감정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나쁜 감정이란 없다'고 먼저 이야기를 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수치심'이나 '수줍음' 또는 '고통'이나 '두려움' 같은 감정은 필요없는게 아닐까 생각했었다. 긍정적이고 좋은 것들만 있으면 좋을텐데 왜 아프고 힘든 감정들을 견뎌야 할까? 


저자가 첫번째로 다룬 감정은 '두려움'이다. 두려움은 분노나 증오 같은 다른 감정 뒤에 숨어 있다. 일반적인 불안 장애 역시 두려움의 일종이지만 우리는 불안 장애가 찾아왔을 때 나타나는 현상에만 관심을 기울일 뿐 불안 장애 그 자체에 대해서는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면 불안 장애 역시 만성화 되기 바련이다. 


여기까지 읽었을 때 (겨우 22페이지) '아, 이 책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놓고 근본 원인이 아닌 현상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비단 감정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기에 그렇다. 물론 눈 앞에 보이는 현상을 무시할 수는 없다. 바로 해결하거나 수정하거나 조처를 취할 것을 하지 말라는 말은 아닐 것이다. 즉, 지금 눈앞에 나타난 현상은 조처를 하되, 그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찾아서 해결을 하지 않으면 만성화되어 큰 병, 큰 문제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두려움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아주 오래된 메커니즘이다.(p.24) 두려움은 학습된 것이다. 두려움은 기분 나쁜 감정이지만 나쁜 감정은 아니다. 우리가 극복해야 할 것은 '두려움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사람들은 더 큰 두려움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걱정을 한다. 걱정을 함으로써 우리의 마음은 미래를 여행한다. 잘못될 일은 없다. 걱정 속에 잠김으로써 우리는 한편으로 자신이 무언가를 하고 있다고 느낀다. "적어도 걱정은 하고 있잖아." (중략) 걱정을 통해 우리는 두려움에 둔감해질 수 있다. 결코 완전히 쉬지 못하는, 늘 긴장으로 차 있는 상태에서 우리는 자신이 준비된 사람이라고 느끼며 걱정 아래에 놓인 두려움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는 것이다. (p.37)


우리 몸에 포도당이 충분하지 않으면 배고픔이라는 신호가 전달된다. 몸에서 사용 가능한 에너지가 특정 값 이하로 떨어지면 바로 에너지 공급이 필요하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나는 한번도 '배고픔'이 감정이라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다. 


진화 과정에서는 우리의 위가 얼마나 채워져 있는가와 상관없이 배고픔을 느끼게 되었는데 이는 위기 상황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기회가 있을 때, 먹을 것이 있을 때 먹어 두는 것이 생존을 보장하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에너지가 부족할 때 짜증(배고픔)을 느낀다. 


저자 역시 배고픔을 감정에 넣어도 될지 생각해본 것 같다. "배고픔도 감정일까?"에서 풍요의 세계에서는 배고픔이 더 이상 결핍을 경고하는 신호가 아니라 우리를 유혹으로 이끄는 신호라고 말한다. 그래서 '배고픔'이라는 감정을 적대시한다고. 


우리 안의 생명체는 우리와 음식을 나눠 먹고, 뇌에 도달하는 물질을 우회적으로 배설한다. 그리하여 기분이나 수면의 질, 정신 상태를 결정하는 세로토닌을 비롯한 도파민, 감마아미노낙산과 아세틸콜린과 같은 여러 가지 전달 물질의 생산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한 사람이 섭취하는 음식물의 구성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이 미생물들이 우리의 배고픔 감각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것도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다. (p.127)


장과 뇌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고 말한다. 미생물은 수백만 년에 걸쳐 정교하게 만들어진 독특한 소화 매커니즘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에게 잘못된 먹이를 주게 되면(우리가 건강하지 못한 음식이나 인체가 사용하지 않는 안정화합물 등이 포함된 음식을 먹게 되면) 미생물의 기능을 손상키킬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장의 균형이 깨지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배고픔을 이기지 못하고 폭발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다른 감정은 '자기자비'이다. 우리는 소중한 사람이 힘들어할 때 이들을 향해 손을 내민다. 그런데 자기 자신에게는 무자비할 정도로 엄격하다. 왜 다른 이들은 보살피면서 자기자신은 보살피지 않는걸까? 


자비심은 도움을 주고자 하는 마음의 일어남이다. 우리가 어떤 사람에게 자비심을 느낀다는 것은 그 사람을 걱정하는 마음과 더불어 그의 괴로움을 덜어주고자 하는 의지가 솟는 것이다. 좋아하는 사람이 쓰러져 있을 때 도와주고자 하는 따뜻한 마음과 의지, 용기는 여기에서 온다. 자기 자비는 스스로를 당신이 좋아하는 누군가와 똑같이 대하는 태도다. p.143 


자기 자비는 세 개의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이 세 가지는 자신에 대한 친절함, 내가 경험하는 고통을 다른 사람과 구별해 고립시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보편적인 경험으로 이해하려는 태도, 과잉동일시를 하지 않고 마음챙김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혹독한 자기 비판은 멈춰야 한다. 자기자비는 괴로움을 느끼는 순간 자신을 친절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대하는 것이다. 자신의 괴로움을 정면으로 인식한다. 평균적으로 자기자비심이 높은 사람은 부정적인 사고에 빠질 가능성이 낮다고 한다. 또한 실패를 경험을 통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로 받아들인다. 특히 죽음을 앞둔 상태에서는 자기 자비가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고 한다. 노년의 자기자비는 우울과 불안을 덜어주고 삶에 대한 열정과 만족감을 높이는데 영향을 미친다. 


이 책을 통해 나는 내 감정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 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변하는 감정을 어떻게 다스리고 어떻게 활용할까? 막연하게 알고 있던 감정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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겟 머니 GET MONEY
이경애 지음 / 밀리언서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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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 


오프라인 서점에 가서 책을 살펴보았다. 많은 책들이 부동산, 주식, 코인, 그리고 부자되는 법(돈에 관한 책) 등이었다. 관심이 그다지 없는 분야기도 하고 해서 손이 가지 않는 책들이었다. 마침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책이기도 하고, 최근 사업을 시작한 가족 때문에 궁금하기도 해서 읽어보게 되었다.


책을 덮은 후 나의 첫 소감은 "돈을 버는 법, 부자가 되는 법이지만 결국은 나의 삶을 어떻게 완성시킬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거기에 지인의 아들이 진로를 정하지 못해 방황하고 있는데 잡아줄 수 있는 약간의 팁도 함께 얻을 수 있었다. 


돈을 왜 벌고 싶고, 왜 부자가 되고 싶은가? 이 책에서는 첫장에서부터 그 이유를 설명한다.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 그 일을 하고 싶어서 해야 한다. 그는 이 마음이야말로 인생의 모든 차이를 만들어낸다고 단언했다. 지금 내 눈 앞을 오가는 경제인들은 모두 자신과 일을 동일시했기에 큰 부를 이룰 수 있었다고 말이다."(p.18)


그렇게해서 저자는 12년 간 해온 기자를 그만 두고 학습지 방문 교사를 시작으로 160개가 넘는 지점을 거느린 학원 사업을 하게 되었다. 학습지 방문 교사에, 학원이라는 직종이 관심을 끌었다. 사실 내 주변에는 많은 이들이 이런 일을 하고 있지만 큰 사업으로 확장시킨다는 생각은 거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자들은 비용을 깐깐하게 따지지만 업무상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돈이 많이 들더라도 과감하게 투자한다. (p.28)


부자가 되려면 세상이 돌아가는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어떤 산업, 어떤 나라가 돈을 벌고 있는지, 돈에 대한 정보에 민감해져야 한다. 힘들다고 느껴질 정도로 많이 다녀야 한다. 거리에서 만나는 정보들은 사무실에 앉아 궁리만 해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것들이다. 부자들은 사람들이 오가는 길거리에서 진짜 돈 버는 사업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p.33)


"부자들은 시스템을 이용해서 돈을 번다. 돈이 돈을 버는 원리에 철저하게 순응하는 것이다."(p.35)


나는 늘 돈이 있어야 돈을 번다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안타깝게도) 나는 돈이 없어서 돈을 벌지 못한다고 포기하기 지레 포기하고 살아왔다. 저자는 어릴 때부터 열심히 일해야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들어왔기에 저 말을 이해하기 힘들었다고 한다. 나는, 어느 순간부턴가 돈 없는 사람들이 돈을 버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했고 내 삶은 더 이상 나아지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저자가 열심히 일하다 보면 삶이 나아질거라 믿었던 것도, 내가 돈이 없어서 돈을 벌지 못하고 내 삶이 더이상 나아지지 않을 거라 여겼던 것도 결국은 둘다 잘못된 믿음이다. 


직장인은 회사에 자기 시간을 내주고 그 대가로 급여를 받는다. 이 방법은 수입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시간을 활용해 돈을 버는 방법을 찾는다. 그것은 부동산, 펀드 등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한다. 회사에서 벌어들인 종잣돈을 투자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일하지 않고 돈을 버는 것'에 대해 심리적 거리감을 갖고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못하는 것이라 질투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앞서 말했듯이 서점가에 온통 투자 관련 책들이 점령하고 있듯이 지금은 그런 시대인가 싶기도 하다. 


부자들은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이 주요 수입원이지만 적극적으로 대출을 끌어들여 돈을 벌 수 있는 규모를 키운다고 한다. 사업 관련 대출이나 일자리 창출에 따른 지원 혜택 등도 이용한다. 돈이 돈을 벌어들이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 사회 시스템에 순응하면서 살아갈 때 부자들은 공격적으로 사회시스템을 활용한다.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나는 부자가 안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들이 읽힌다. 


부자들은 부동산 중에서도 상업용 부동산을 좋아한다. 부동산 투자를 위해서는 적극적인 공부가 필요하다. 부동산 정책, 도시계획 등도 챙겨야 하고, 정보 수집과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아야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 


부자들이 좋아하는 책이라며 저자는 두 권의 책을 소개한다. 하나는 나폴레온 힐의 《성공의 법칙》이고 또 하나는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이다. 내가 읽어보지 못한 책인데 기회가 되면 한 번 읽어보겠다 생각해본다. 나보다앞서 경험을 쌓은 이들에게 지혜를 배우고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으므로 독서는 유익하다. 저자는 《부의 추월차선》, 《핑크 펭귄》, 《백만 불짜리 습관》 등도 함께 추천한다. 세계 최고의 부자들은 거의 다 책을 많이 읽는다. 


훌륭한 사장은 자신이 능력자가 되기보다는 능력자들을 직원으로 고용하고, 시스템을 잘 유지할 수 있도록 직원 각각이 자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권한을 보장해주어야 한다. 사업을 하려면 아이템, 시스템, 자본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세 가지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면 바로 성공하겠다는 자기확신이다.


"성실함은 기본이지 궁극의 목표는 아니다. 목표는 성과로 나타나야 한다. 회사는 수익을 내야 하는 집단이기 때문이다."(p.142)


"성공하고 싶은 사람일수록 배움이 있는 만남을 추구해야 한다."(p.184)


이 책의 말미에는 우등생과 CEO의 공통점을 소개한다. 1. 기가 막힌 정리정돈 2. 철저한 사전 준비 3. 불필요한 잔소리 배제 4. 공부의 중요성을 뼈에 새기기이다. 돈을 버는 것을 목표를 하는 아이가 공부를 하는 시간(정확하게는 학교에 다니는 시간)이 아깝다고 말한다면 꼭 이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돈을 많이 버는 사람들을 잘 살펴보면 끊임없이 배우고 학습하고 공부한다고. 성공한 사람들이 꼭 학교에서 공부하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그들은 학교가 아닌 공간에서도 꾸진히 배우고 공부를 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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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도서관 다봄 어린이 문학 쏙 3
앨런 그라츠 지음, 장한라 옮김 / 다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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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몇몇 학부모들이 의기투합을 하고는 그 책이 초등학생에게는 부적절하다고 그랬거든, 학교 이사회에서도 그 의견에 찬성했고."

“적절하지 않다고요? 무슨 소리예요?"

"그러니까 그 책을 너한테든 다른 아이들한테든 대출해 줄 수 없다는 소리야. 학교 이사회에 얘기를 해서 이 말도 안 되는 조치를 뒤집기 전까지는 그러니까, 에이미 앤, 네가 제일 좋아하는 책은 학교 도서실에서 대출이 금지되었단다.”

 p.16


초등학교 4학년인 에이미 앤은 친구라곤 레베카가 유일한 친구이고, 매일 학교 도서실에서 책을 읽는 아이다. 집에서도 부모님과 동생을 피해 화장실에 가서야 안정을 찾는다. 머리 속에 하고 싶은 말은 잔뜩 있지만 입밖에 내지 않는 아이다. 


에이미 앤은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학교 도서실은 에이미 앤에게는 좋아하는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는 장소면서, 혼자만의 아지트 같은 곳이다. 어느날, 에이미 앤이 가장 좋아하는 책이 도서관에서 퇴출된 사실을 알게 된다. 너무 좋아하는 책이기에 몇 번을 다시 읽어도 재미있는 책이다. 그런 책이 왜 초등학생이 읽으면 안되는 책이 되어버린 것일까? 


도서실의 사서 선생님은 학교 이사회에 가서 책을 뺀 것에 대한 부당함을 이야기하고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해 애를 쓴다. 에이미 앤에게 이사회에서 발언을 하는 것이 어떨지 권유하게 되고, 앤은 자기가 그 책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아이들에게 좋지 않은 책이 아님을 발표하게 되었다. 


“아이들 각자가 무얼 읽을 수 있고 읽을 수 없는지 결정하는 권한은 부모님 각자의 몫입니다. 하지만 다른 모든 아이들에게 똑같은 결정을 강요할 수는 없죠. 학교 이사회가 이 책들을 없애라며 밀실에서 독단적으로 내린 결정을 뒤집기를, 또 도서실에 있는 자료에 대해 아직도 우려하는 부모가 있다면 바로 이 이사회가 수립한 재검토 규정을 따를 것을 정중히 요청합니다. 감사합니다." p.43


선생님의 발언 후에 에이미 앤도 발언을 해야 했지만, 결국 하지 못했다. 평소 에이미 앤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는 순간이다. 머릿속에서는 온갖 말들이 준비되어 있었지만, 결국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동안 에이미 앤은 가족들에게조차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살았다. 착한 딸, 착한 언니, 착한 학생으로 살아온 탓이다. 이사회에서의 일 이후로 에이미 앤은 자신이 책 속 주인공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책 속 주인공들은 벌어지는 사건을 해결해나간다. 나서서 행동하고 자기 주변을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읽었을 때, 나는 앤이 행동으로 옮길 뭔가를 준비할 것이라 생각했다. 이 책의 주인공은 바로 에이미 앤이기 때문이다. 


가끔가다 내가 책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인 것처럼 구는 게 좋다. 엄마랑 아빠랑 동생들이랑 레베카도 모두 등장인물이고, 어쩌면 존스 선생님도, 또 우리 반 담임인 본선생님과 반 아이들도 말이다. 그렇지만 내가 주인공이다. 벌어지는 일들을 설명하는 것도 나고, 사건 한가운데 서 있는 것도 나다. 딱 하나 문제가 있다면, 주인공한테 단순히 사건이 벌어지기만 해서는 결코 최고의 책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최고의 책에서는 주인공들이 무언가를 행동에 옮긴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으로 도망을 치는 행동처럼 말이다. 바로 이 때문에 나는 결코 책의 주인공이 될 수가 없다. 

나는 아무것도 행동에 옮기질 않으니까. p.54


나도 어렸을 때, 시끄러운 집을 피해 책 속으로 파고 들었던 기억이 있다. 여전히 책을 읽고 있을 때 나만의 시간과 공간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느낀다. 많은 것을 책을 통해 배웠고, 책이 있어서 즐겁고 행복했다. 


만약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들이 읽을 수 없도록 금서가 되거나 도서실에서 치워지거나 한다면 나는 어떤 행동을 할 수 있을까? 어쩌면 '말 잘 듣는 착한 아이'인 나는 어른들이 시키는대로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책 속의 다양한 사건 사고를 접한 나'였다면 분명 움직였을 것 같다. 


앤은 친구 레베카, 대니와 함께 비밀의 사물함 도서관을 운영하게 된다. 이 도서관을 만들기까지 친구들이 비밀리에 책을 모으고 빌려 읽는 대목들은 모험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든다. 사실 어른들 몰래 공유하는 '아이들만의 비밀'만큼 재미있는 것이 또 있으랴. 아이들은 어른들이 금지한 책을 읽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다. 그리고 학교 도서실에 금지되어 사라지는 책을 막기 위해 기상천외한 작전을 펼친다.


한 권의 책이 마치 영화처럼 몰입감이 대단하다. 위기가 시련(재앙이라고....묘사한)을 격으면서 아이들은 한뼘 더 성장한다. 초등학생들이 읽기에 부적절하다고 생각해서 도서실에서 빼버린 책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해 역발상을 하게 된다. 어쩌면 이리도 깜찍한 생각들을 하는지...


"그렇지만 이걸 봐. 《멍청이들》은 '부정적인 행동을 강화'하고 '아이들이 부모를 거역하도록 부추길 수도 있다'면서 항의를 받았어. 이 수수께끼 책은 수수께끼를 풀지 못한 아이들의 기분을 나쁘게 만들었다는 이유로 금지당했어. 《우리 선생님은 외계인》은 '주인공을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 대신 자기 혼자서 문제를 해결하는 인물로 묘사한다'면서 항의를 받았고, 또 '재산을 파괴한다.' '아이들에게 거짓말하는 법을 가르친다' '기분을 꿀꿀하게 만든다' '가족이라는 가치를 해친다.' '선정적이다.' '배배 꼬여 있다.' '너무 성숙하다.' '너무 미성숙하다' '문법이 별로다' '부족한 영양 섭취를 조장한다.' '방귀라는 말이 스물네 번 등장한다...."  p.245


어른들의 잣대로 여기저기 재단이 된 책들을 상상해본다. 마치 지나치게 청결을 강조해서 오히려 면역력이 떨어지는 것처럼, 아이들을 위한다는 명목 아래 안되는 것 투성이로 만들어버렸다. 우리 도서관이, '위험한 도서관'이라면, 도서관이 존재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물론 '어른들의 가위질'은 아이들을 위한 일이라는 이름으로 미화된다. 비단 학교도서실만 그러할까? 이 책을 읽은 어린이들은 또래 친구들의 행동을 통해 부당한 것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방법을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어린이들이 보기에 부당한 어른들의 행동도 다른 관점에서 보자면 '아이들을 위해서 고민한 결과'에서 행동한 것이었다는 것도 알게 된다. 즉, 관점의 차이이다. 교훈을 주려고 급하게 결말을 만들어내지 않은 점이 마음에 든다.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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