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라는 세계 - 내 마음속 10가지 감정을 탐구하는 지적 여행
레온 빈트샤이트 지음, 이덕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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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과 관련 있는 책은 그동안 제법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의 차례를 살펴보다 아 낮선 감정들이 있다 싶어서 읽게 되었다. 총 10개의 감정을 소개하고 있는데 다음과 같다. 두려움, 사랑, 지루함, 분노, 배고픔, 자기자비, 애도, 인내심, 열정, 만족감. 특이한 것은 '배고품'이었고, 궁금했던 것은 '자기자비, 인내심, 열정'이었다. 


이제 우리의 기술이 우리를 점점 앞지르고 있다. 지능이나 높은 아이큐가 인류를 특징짓는 단어가 될 수 없는 시대이다. 이런 시대에 계속 강조되는 것이 '느낄 수 있는 능력, 즉 감정'이다. 저자는 감정을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애착과 신뢰, 수치심과 혐오감, 희망과 우울, 수줍음과 질투, 고통과 공감 등 다양한 감정들은 그 나름의 목적을 가지고 있다.


저자가 감정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나쁜 감정이란 없다'고 먼저 이야기를 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수치심'이나 '수줍음' 또는 '고통'이나 '두려움' 같은 감정은 필요없는게 아닐까 생각했었다. 긍정적이고 좋은 것들만 있으면 좋을텐데 왜 아프고 힘든 감정들을 견뎌야 할까? 


저자가 첫번째로 다룬 감정은 '두려움'이다. 두려움은 분노나 증오 같은 다른 감정 뒤에 숨어 있다. 일반적인 불안 장애 역시 두려움의 일종이지만 우리는 불안 장애가 찾아왔을 때 나타나는 현상에만 관심을 기울일 뿐 불안 장애 그 자체에 대해서는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면 불안 장애 역시 만성화 되기 바련이다. 


여기까지 읽었을 때 (겨우 22페이지) '아, 이 책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놓고 근본 원인이 아닌 현상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비단 감정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기에 그렇다. 물론 눈 앞에 보이는 현상을 무시할 수는 없다. 바로 해결하거나 수정하거나 조처를 취할 것을 하지 말라는 말은 아닐 것이다. 즉, 지금 눈앞에 나타난 현상은 조처를 하되, 그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찾아서 해결을 하지 않으면 만성화되어 큰 병, 큰 문제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두려움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아주 오래된 메커니즘이다.(p.24) 두려움은 학습된 것이다. 두려움은 기분 나쁜 감정이지만 나쁜 감정은 아니다. 우리가 극복해야 할 것은 '두려움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사람들은 더 큰 두려움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걱정을 한다. 걱정을 함으로써 우리의 마음은 미래를 여행한다. 잘못될 일은 없다. 걱정 속에 잠김으로써 우리는 한편으로 자신이 무언가를 하고 있다고 느낀다. "적어도 걱정은 하고 있잖아." (중략) 걱정을 통해 우리는 두려움에 둔감해질 수 있다. 결코 완전히 쉬지 못하는, 늘 긴장으로 차 있는 상태에서 우리는 자신이 준비된 사람이라고 느끼며 걱정 아래에 놓인 두려움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는 것이다. (p.37)


우리 몸에 포도당이 충분하지 않으면 배고픔이라는 신호가 전달된다. 몸에서 사용 가능한 에너지가 특정 값 이하로 떨어지면 바로 에너지 공급이 필요하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나는 한번도 '배고픔'이 감정이라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다. 


진화 과정에서는 우리의 위가 얼마나 채워져 있는가와 상관없이 배고픔을 느끼게 되었는데 이는 위기 상황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기회가 있을 때, 먹을 것이 있을 때 먹어 두는 것이 생존을 보장하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에너지가 부족할 때 짜증(배고픔)을 느낀다. 


저자 역시 배고픔을 감정에 넣어도 될지 생각해본 것 같다. "배고픔도 감정일까?"에서 풍요의 세계에서는 배고픔이 더 이상 결핍을 경고하는 신호가 아니라 우리를 유혹으로 이끄는 신호라고 말한다. 그래서 '배고픔'이라는 감정을 적대시한다고. 


우리 안의 생명체는 우리와 음식을 나눠 먹고, 뇌에 도달하는 물질을 우회적으로 배설한다. 그리하여 기분이나 수면의 질, 정신 상태를 결정하는 세로토닌을 비롯한 도파민, 감마아미노낙산과 아세틸콜린과 같은 여러 가지 전달 물질의 생산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한 사람이 섭취하는 음식물의 구성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이 미생물들이 우리의 배고픔 감각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것도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다. (p.127)


장과 뇌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고 말한다. 미생물은 수백만 년에 걸쳐 정교하게 만들어진 독특한 소화 매커니즘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에게 잘못된 먹이를 주게 되면(우리가 건강하지 못한 음식이나 인체가 사용하지 않는 안정화합물 등이 포함된 음식을 먹게 되면) 미생물의 기능을 손상키킬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장의 균형이 깨지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배고픔을 이기지 못하고 폭발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다른 감정은 '자기자비'이다. 우리는 소중한 사람이 힘들어할 때 이들을 향해 손을 내민다. 그런데 자기 자신에게는 무자비할 정도로 엄격하다. 왜 다른 이들은 보살피면서 자기자신은 보살피지 않는걸까? 


자비심은 도움을 주고자 하는 마음의 일어남이다. 우리가 어떤 사람에게 자비심을 느낀다는 것은 그 사람을 걱정하는 마음과 더불어 그의 괴로움을 덜어주고자 하는 의지가 솟는 것이다. 좋아하는 사람이 쓰러져 있을 때 도와주고자 하는 따뜻한 마음과 의지, 용기는 여기에서 온다. 자기 자비는 스스로를 당신이 좋아하는 누군가와 똑같이 대하는 태도다. p.143 


자기 자비는 세 개의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이 세 가지는 자신에 대한 친절함, 내가 경험하는 고통을 다른 사람과 구별해 고립시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보편적인 경험으로 이해하려는 태도, 과잉동일시를 하지 않고 마음챙김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혹독한 자기 비판은 멈춰야 한다. 자기자비는 괴로움을 느끼는 순간 자신을 친절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대하는 것이다. 자신의 괴로움을 정면으로 인식한다. 평균적으로 자기자비심이 높은 사람은 부정적인 사고에 빠질 가능성이 낮다고 한다. 또한 실패를 경험을 통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로 받아들인다. 특히 죽음을 앞둔 상태에서는 자기 자비가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고 한다. 노년의 자기자비는 우울과 불안을 덜어주고 삶에 대한 열정과 만족감을 높이는데 영향을 미친다. 


이 책을 통해 나는 내 감정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 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변하는 감정을 어떻게 다스리고 어떻게 활용할까? 막연하게 알고 있던 감정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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겟 머니 GET MONEY
이경애 지음 / 밀리언서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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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 


오프라인 서점에 가서 책을 살펴보았다. 많은 책들이 부동산, 주식, 코인, 그리고 부자되는 법(돈에 관한 책) 등이었다. 관심이 그다지 없는 분야기도 하고 해서 손이 가지 않는 책들이었다. 마침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책이기도 하고, 최근 사업을 시작한 가족 때문에 궁금하기도 해서 읽어보게 되었다.


책을 덮은 후 나의 첫 소감은 "돈을 버는 법, 부자가 되는 법이지만 결국은 나의 삶을 어떻게 완성시킬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거기에 지인의 아들이 진로를 정하지 못해 방황하고 있는데 잡아줄 수 있는 약간의 팁도 함께 얻을 수 있었다. 


돈을 왜 벌고 싶고, 왜 부자가 되고 싶은가? 이 책에서는 첫장에서부터 그 이유를 설명한다.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 그 일을 하고 싶어서 해야 한다. 그는 이 마음이야말로 인생의 모든 차이를 만들어낸다고 단언했다. 지금 내 눈 앞을 오가는 경제인들은 모두 자신과 일을 동일시했기에 큰 부를 이룰 수 있었다고 말이다."(p.18)


그렇게해서 저자는 12년 간 해온 기자를 그만 두고 학습지 방문 교사를 시작으로 160개가 넘는 지점을 거느린 학원 사업을 하게 되었다. 학습지 방문 교사에, 학원이라는 직종이 관심을 끌었다. 사실 내 주변에는 많은 이들이 이런 일을 하고 있지만 큰 사업으로 확장시킨다는 생각은 거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자들은 비용을 깐깐하게 따지지만 업무상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돈이 많이 들더라도 과감하게 투자한다. (p.28)


부자가 되려면 세상이 돌아가는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어떤 산업, 어떤 나라가 돈을 벌고 있는지, 돈에 대한 정보에 민감해져야 한다. 힘들다고 느껴질 정도로 많이 다녀야 한다. 거리에서 만나는 정보들은 사무실에 앉아 궁리만 해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것들이다. 부자들은 사람들이 오가는 길거리에서 진짜 돈 버는 사업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p.33)


"부자들은 시스템을 이용해서 돈을 번다. 돈이 돈을 버는 원리에 철저하게 순응하는 것이다."(p.35)


나는 늘 돈이 있어야 돈을 번다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안타깝게도) 나는 돈이 없어서 돈을 벌지 못한다고 포기하기 지레 포기하고 살아왔다. 저자는 어릴 때부터 열심히 일해야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들어왔기에 저 말을 이해하기 힘들었다고 한다. 나는, 어느 순간부턴가 돈 없는 사람들이 돈을 버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했고 내 삶은 더 이상 나아지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저자가 열심히 일하다 보면 삶이 나아질거라 믿었던 것도, 내가 돈이 없어서 돈을 벌지 못하고 내 삶이 더이상 나아지지 않을 거라 여겼던 것도 결국은 둘다 잘못된 믿음이다. 


직장인은 회사에 자기 시간을 내주고 그 대가로 급여를 받는다. 이 방법은 수입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시간을 활용해 돈을 버는 방법을 찾는다. 그것은 부동산, 펀드 등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한다. 회사에서 벌어들인 종잣돈을 투자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일하지 않고 돈을 버는 것'에 대해 심리적 거리감을 갖고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못하는 것이라 질투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앞서 말했듯이 서점가에 온통 투자 관련 책들이 점령하고 있듯이 지금은 그런 시대인가 싶기도 하다. 


부자들은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이 주요 수입원이지만 적극적으로 대출을 끌어들여 돈을 벌 수 있는 규모를 키운다고 한다. 사업 관련 대출이나 일자리 창출에 따른 지원 혜택 등도 이용한다. 돈이 돈을 벌어들이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 사회 시스템에 순응하면서 살아갈 때 부자들은 공격적으로 사회시스템을 활용한다.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나는 부자가 안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들이 읽힌다. 


부자들은 부동산 중에서도 상업용 부동산을 좋아한다. 부동산 투자를 위해서는 적극적인 공부가 필요하다. 부동산 정책, 도시계획 등도 챙겨야 하고, 정보 수집과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아야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 


부자들이 좋아하는 책이라며 저자는 두 권의 책을 소개한다. 하나는 나폴레온 힐의 《성공의 법칙》이고 또 하나는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이다. 내가 읽어보지 못한 책인데 기회가 되면 한 번 읽어보겠다 생각해본다. 나보다앞서 경험을 쌓은 이들에게 지혜를 배우고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으므로 독서는 유익하다. 저자는 《부의 추월차선》, 《핑크 펭귄》, 《백만 불짜리 습관》 등도 함께 추천한다. 세계 최고의 부자들은 거의 다 책을 많이 읽는다. 


훌륭한 사장은 자신이 능력자가 되기보다는 능력자들을 직원으로 고용하고, 시스템을 잘 유지할 수 있도록 직원 각각이 자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권한을 보장해주어야 한다. 사업을 하려면 아이템, 시스템, 자본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세 가지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면 바로 성공하겠다는 자기확신이다.


"성실함은 기본이지 궁극의 목표는 아니다. 목표는 성과로 나타나야 한다. 회사는 수익을 내야 하는 집단이기 때문이다."(p.142)


"성공하고 싶은 사람일수록 배움이 있는 만남을 추구해야 한다."(p.184)


이 책의 말미에는 우등생과 CEO의 공통점을 소개한다. 1. 기가 막힌 정리정돈 2. 철저한 사전 준비 3. 불필요한 잔소리 배제 4. 공부의 중요성을 뼈에 새기기이다. 돈을 버는 것을 목표를 하는 아이가 공부를 하는 시간(정확하게는 학교에 다니는 시간)이 아깝다고 말한다면 꼭 이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돈을 많이 버는 사람들을 잘 살펴보면 끊임없이 배우고 학습하고 공부한다고. 성공한 사람들이 꼭 학교에서 공부하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그들은 학교가 아닌 공간에서도 꾸진히 배우고 공부를 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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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도서관 다봄 어린이 문학 쏙 3
앨런 그라츠 지음, 장한라 옮김 / 다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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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몇몇 학부모들이 의기투합을 하고는 그 책이 초등학생에게는 부적절하다고 그랬거든, 학교 이사회에서도 그 의견에 찬성했고."

“적절하지 않다고요? 무슨 소리예요?"

"그러니까 그 책을 너한테든 다른 아이들한테든 대출해 줄 수 없다는 소리야. 학교 이사회에 얘기를 해서 이 말도 안 되는 조치를 뒤집기 전까지는 그러니까, 에이미 앤, 네가 제일 좋아하는 책은 학교 도서실에서 대출이 금지되었단다.”

 p.16


초등학교 4학년인 에이미 앤은 친구라곤 레베카가 유일한 친구이고, 매일 학교 도서실에서 책을 읽는 아이다. 집에서도 부모님과 동생을 피해 화장실에 가서야 안정을 찾는다. 머리 속에 하고 싶은 말은 잔뜩 있지만 입밖에 내지 않는 아이다. 


에이미 앤은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학교 도서실은 에이미 앤에게는 좋아하는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는 장소면서, 혼자만의 아지트 같은 곳이다. 어느날, 에이미 앤이 가장 좋아하는 책이 도서관에서 퇴출된 사실을 알게 된다. 너무 좋아하는 책이기에 몇 번을 다시 읽어도 재미있는 책이다. 그런 책이 왜 초등학생이 읽으면 안되는 책이 되어버린 것일까? 


도서실의 사서 선생님은 학교 이사회에 가서 책을 뺀 것에 대한 부당함을 이야기하고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해 애를 쓴다. 에이미 앤에게 이사회에서 발언을 하는 것이 어떨지 권유하게 되고, 앤은 자기가 그 책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아이들에게 좋지 않은 책이 아님을 발표하게 되었다. 


“아이들 각자가 무얼 읽을 수 있고 읽을 수 없는지 결정하는 권한은 부모님 각자의 몫입니다. 하지만 다른 모든 아이들에게 똑같은 결정을 강요할 수는 없죠. 학교 이사회가 이 책들을 없애라며 밀실에서 독단적으로 내린 결정을 뒤집기를, 또 도서실에 있는 자료에 대해 아직도 우려하는 부모가 있다면 바로 이 이사회가 수립한 재검토 규정을 따를 것을 정중히 요청합니다. 감사합니다." p.43


선생님의 발언 후에 에이미 앤도 발언을 해야 했지만, 결국 하지 못했다. 평소 에이미 앤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는 순간이다. 머릿속에서는 온갖 말들이 준비되어 있었지만, 결국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동안 에이미 앤은 가족들에게조차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살았다. 착한 딸, 착한 언니, 착한 학생으로 살아온 탓이다. 이사회에서의 일 이후로 에이미 앤은 자신이 책 속 주인공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책 속 주인공들은 벌어지는 사건을 해결해나간다. 나서서 행동하고 자기 주변을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읽었을 때, 나는 앤이 행동으로 옮길 뭔가를 준비할 것이라 생각했다. 이 책의 주인공은 바로 에이미 앤이기 때문이다. 


가끔가다 내가 책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인 것처럼 구는 게 좋다. 엄마랑 아빠랑 동생들이랑 레베카도 모두 등장인물이고, 어쩌면 존스 선생님도, 또 우리 반 담임인 본선생님과 반 아이들도 말이다. 그렇지만 내가 주인공이다. 벌어지는 일들을 설명하는 것도 나고, 사건 한가운데 서 있는 것도 나다. 딱 하나 문제가 있다면, 주인공한테 단순히 사건이 벌어지기만 해서는 결코 최고의 책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최고의 책에서는 주인공들이 무언가를 행동에 옮긴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으로 도망을 치는 행동처럼 말이다. 바로 이 때문에 나는 결코 책의 주인공이 될 수가 없다. 

나는 아무것도 행동에 옮기질 않으니까. p.54


나도 어렸을 때, 시끄러운 집을 피해 책 속으로 파고 들었던 기억이 있다. 여전히 책을 읽고 있을 때 나만의 시간과 공간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느낀다. 많은 것을 책을 통해 배웠고, 책이 있어서 즐겁고 행복했다. 


만약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들이 읽을 수 없도록 금서가 되거나 도서실에서 치워지거나 한다면 나는 어떤 행동을 할 수 있을까? 어쩌면 '말 잘 듣는 착한 아이'인 나는 어른들이 시키는대로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책 속의 다양한 사건 사고를 접한 나'였다면 분명 움직였을 것 같다. 


앤은 친구 레베카, 대니와 함께 비밀의 사물함 도서관을 운영하게 된다. 이 도서관을 만들기까지 친구들이 비밀리에 책을 모으고 빌려 읽는 대목들은 모험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든다. 사실 어른들 몰래 공유하는 '아이들만의 비밀'만큼 재미있는 것이 또 있으랴. 아이들은 어른들이 금지한 책을 읽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다. 그리고 학교 도서실에 금지되어 사라지는 책을 막기 위해 기상천외한 작전을 펼친다.


한 권의 책이 마치 영화처럼 몰입감이 대단하다. 위기가 시련(재앙이라고....묘사한)을 격으면서 아이들은 한뼘 더 성장한다. 초등학생들이 읽기에 부적절하다고 생각해서 도서실에서 빼버린 책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해 역발상을 하게 된다. 어쩌면 이리도 깜찍한 생각들을 하는지...


"그렇지만 이걸 봐. 《멍청이들》은 '부정적인 행동을 강화'하고 '아이들이 부모를 거역하도록 부추길 수도 있다'면서 항의를 받았어. 이 수수께끼 책은 수수께끼를 풀지 못한 아이들의 기분을 나쁘게 만들었다는 이유로 금지당했어. 《우리 선생님은 외계인》은 '주인공을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 대신 자기 혼자서 문제를 해결하는 인물로 묘사한다'면서 항의를 받았고, 또 '재산을 파괴한다.' '아이들에게 거짓말하는 법을 가르친다' '기분을 꿀꿀하게 만든다' '가족이라는 가치를 해친다.' '선정적이다.' '배배 꼬여 있다.' '너무 성숙하다.' '너무 미성숙하다' '문법이 별로다' '부족한 영양 섭취를 조장한다.' '방귀라는 말이 스물네 번 등장한다...."  p.245


어른들의 잣대로 여기저기 재단이 된 책들을 상상해본다. 마치 지나치게 청결을 강조해서 오히려 면역력이 떨어지는 것처럼, 아이들을 위한다는 명목 아래 안되는 것 투성이로 만들어버렸다. 우리 도서관이, '위험한 도서관'이라면, 도서관이 존재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물론 '어른들의 가위질'은 아이들을 위한 일이라는 이름으로 미화된다. 비단 학교도서실만 그러할까? 이 책을 읽은 어린이들은 또래 친구들의 행동을 통해 부당한 것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방법을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어린이들이 보기에 부당한 어른들의 행동도 다른 관점에서 보자면 '아이들을 위해서 고민한 결과'에서 행동한 것이었다는 것도 알게 된다. 즉, 관점의 차이이다. 교훈을 주려고 급하게 결말을 만들어내지 않은 점이 마음에 든다.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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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 지식재산권으로 평생 돈 벌기 - n잡러시대 방구석에서 창업하기
남궁용훈 지음 / 리텍콘텐츠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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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돈벌기....와 같은 제목의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돈'과는 상관없이 살아도 될만큼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런 것 생각 안하고 살아도 될만큼 고고하지도 않다. 취향의 차이라고 할까? 어차피 자기계발서 혹은 경제경영서들이 '돈 벌기'를 도와주거나 목적으로 하는 책일텐데... 하여튼 그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은 이유는 단 하나 '특허와 지식재산권'에 대해 알고 싶다는 것이었다. 회사에서 나의 업무는 아니지만, 상표권 분쟁이 있었고 지식재산권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터라 관심을 갖게 되었다.


저자는 두 아들과 함께 여러 도전을 하고 있고, 특허와 지식재산권에 관심을 두고 다양한 발명대회 등에도 참가하며 정보를 소개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의 시대는 변혁의 시대로 정해진 길로 가지 않아도 자신의 성공을 이루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또한, 기술혁신이 나라의 미래를 담보하기에 도전하는 청년과 지원자들을 정부지원사업으로 돕고 있습니다. 이런 사실도 학교에서는 가르쳐 주지 않습니다. 프로롤그 p.11


저자는 특히 젊은 세대의 친구들에게 이것을 알려주고 싶어한다. 사실 월급생활자로서 사는 삶이 힘든 것은 모두 알고 있다. 그나마 정규직으로 사는 사람들은 조금 낫겠지만, 이마저도 어려운 세대들이 아니던가. 나 역시 잘 나가는(^^) 책 한권 써서 저작권으로 먹고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일하지 않아도 꼬박꼬박 들어오는 수입 말이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알고보면 어떻게 하면 되는지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어서이기도 하다. 스스로 조사하고 스스로 하다보면 느리게 갈 수밖에 없다. 


저자가 알려주는 특허와 지식재산권에 대한 정보, 출원부터 실제 사업에 적용하기까지의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내 아이디어가 아무리 좋아도 행동하여 먼저 움직이고, 또 법적으로도 권리를 따져놓아야 '수익' 으로 연결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허'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라는 말이 가장 남는다. 


제1장에서 소개하는 특허와 지식재산권으로 인생역전을 이룬 사람들은 특허와 지식재산권이 왜 중요한지, 어떻게 사업이 될 수 있는지 동기를 부여해주는 소재이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연구하고 노력해서 발전시키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사업화하기 위해 애쓴 과정이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제2장에서는 아이디어를 발명으로 이어지게 하고, 그 아이템을 비즈니스로 안착시키는 과정을 설명한다. 발명에도 '선행기술조사'가 아주 중요한 것 같다. 우리가 논문을 쓸 때도 '선행 연구 조사'를 가장 먼저 하는 것과 같다. 


제3장에서는 지식산업설계도를 그리기 위해 꼭 알아야 할 특허제도를 설명한다. 특허는 산업재산권 중 하나이다. 내가 일하는 회사에서도 특허를 몇 개 가지고 있다. 제조업에서는 사실 이 '특허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이 꽤 유용하다. 지식재산권에는 산업재산권, 저작권, 신지식재산권이 포함된다. 그동안 나는 저작권에 대해서만 일부 알고 있는 정도였는데, 이 책을 통해 '산업재산권'에 대해 조금 알게 되었다. 회사 기술부에서는 늘 이 부분을 신경쓰고 있다. 산업재산권에는 특허와 실용신안, 그리고 상표 디자인 등이 포함된다. 특허는 특허청에서 소관한다. 특허청에서는 산업재산권과 부정걍쟁방지 및 영업 비밀 보호, 반도체집적회로 배치 설계 보호 등을 관리한다고 한다. 특허의 목적은 '내 기술을 지키기 위한'것인줄 알았더니 '기술 공개를 통한 산업발전'이라고 한다. 이런~~ 나의 좁은 소견이 민망해졌다. 이 장에서는 특허 등록 요건인 산업상 이용 가능성, 신규선, 진보성 등을 설명한다.


제4장에서는 특허를 지키고 지식산업설계도를 완성하기 위한 다른 제도들을 소개한다. 실용신안의 보호 기간은 10년, 특허의 보호 기간은 20년이기 때문에 같은 심사를 통해 결정된다면 권리의 보장 기간이 길고 넓은 특허가 더 낫다. 하지만 특허의 등록여건을 만족하기가 어려울 것 같으면 실용신안으로 등록 받는 것도 고려해봄직하다. 특허와 거의 동일한데 실용신안이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제도는 미국에는 없다고 한다. 이 법은 빠른 경제성장을 목표로 했던 우리나라에 필요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특허가 되지는 않지만 산업화를 할 수 잇는 아까운 지식들을 보호하고 활용하기 위한 방법이었던 것이다. 저자는 중국에 진출하고 싶다면 특허보다 실용신안이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신지식재산권은 특허로 등록되지 않아도 나의 권리를 보호해주는 권리이다. 부정경쟁을 방지하고 영업 비밀 보호를 위한 법률이다. 


마지막으로 제5장에서는 특허와 지식재산권을 상품화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직무와 관련하여 종업원이 발명한 것을 직무발명이라고 한다. 그 외의 것은 자유발명이다. 직무발명은 종원원의 사기 증진과 특허 출원 수를 증가시킬 수 있다. 세제혜택과 직무발명 보상 우수기업 인증 시 혜택도 많다. 직무 발명에 대한 보상금에 대한 내용은 처음 접하는 것이라 도움이 되었다. 회사의 업무에 꼭 필요한 내용인 것 같다. 직무발명제도는 발명가보다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중국은 지식재산권보호를 더 강하게 하고 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정부지원을 이용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창업이라는 높은 산을 넘기 위해 필요한 자원이다. 자신의 아이디어로 창업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처음에는 무엇이든 어렵기 마련이다. 이런 길라잡이 같은 책들이 조금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회사의 '지식재산권' 관리를 위한 기초 지식을 쌓는데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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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편의점 2 불편한 편의점 2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2년 8월
평점 :
품절


불편한 편의점2가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읽어볼 생각을 하지 않다가 이번에 동아리 모임 도서로 선정되어서 읽게 되었다. 도서관에도 '불편한 편의점2' 있냐고 문의가 많이 들어와서 구입해놓았다. 앞선 '불편한 편의점'에서 독고씨의 마지막 행선지가 조금 아쉬웠는데, 이번 책은 어떤 내용일지 궁금하였다. 


불편한 편의점 2는 코로나 시국이 때로는 배경처럼, 때로는 등장인물들의 상황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건으로 그렇게 등장한다. 문학 뿐만 아니라 많은 미디어와 예술계가 코로나의 영향을 받지 않은 곳이 있을까? 앞으로 당분간은 펜데믹 상황을 배경이나 사건으로 상정하는 작품이 나올 것이다.



정 군의 용건이 퇴사는 아니었지만 선숙은 또 한 번 스트레스를 받아야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어제저녁 한 사내가 찾아와 야간 알바로 일하고 싶다고 했고, 그래서 점장님이 계신 낮에 다시 오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이에 왜 내 번호로 연락을 하라고 하지않았냐고 선숙이 묻자, 정 군이 황당한 답을 내놓았다. 


"그건 제 일이 아니잖아요."


흥분한 나머지 선숙은 지금 야간알바 다급한 걸 모르냐? 내 전화번호 알려주는 게 모슨 힘든 일이라고 그거 하나 못하냐? 마구 쏘아붙였다. 이에 정군이 당황해하며 자기는 점장님 쉬는 시간에 전화받기 싫어하실 것 같아 안 알렸다고 답했다. 거짓말이다. 그냥 귀찮았을 뿐이다. 무신경하고 관심이 없을 뿐이다. 일하는 가게에 문제가 생겨도 동료가 곤란해져도 자기 시급만 받으면 되는 것이다. (p.33~34) 


이 페이지를 읽는데, 가슴 저 깊은 곳에서 뭔가가 훅 올라오는 것 같았다. 오선숙 점장의 마음이 읽혔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저런 성향이 강한 것 같다. 물론 10년 전에도 20년 전에도 100년 전에도 요즘 젊은 것들이란 그랬다고 한다. 라떼는~~을 시전하지 않더라도 세대차이를 저런 태도와 성향에서 직면하게 된다. "그건 제 일이 아니잖아요?" 직장에서 업무를 하다 불쑥 불쑥 예고없이 들어오는 문장이다. 업무분장표에 적혀있지 않으면 '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떤 일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세트로 진행해야 하는 것이 있고, 또 어떤 일은 '내 일은 아니지'만 내가 하면 빨리 끝낼 수 있는 일이 있다. 


"나이가 들수록 자기에게 있는 세 가지를 잘 파악해야 한다더라. 먼저 내가 잘하는 일을 알아야 하고, 그다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알아야 하고, 마지막으로 내가 해야 하는 일을 알아야 한다더라고."


"음...."


"여기서 잘하는 일은 특기야. 하고 싶은 일은 꿈이고. 그리고 해야 하는 일은직업이라고 하자. 이것에 모두 해당하는 교집합이 있을 거란 말이야, 그 교집합을 찾으면 돼. 그러니까 특기가 꿈이고 그게 직업이 돼서 돈도 벌면 최곤거지."(143~144)


편의점에 전편의 독고와 비슷한 '홍금보'가 야간 알바를 하고 있다. 묘하게 독고와 닮아 있는 '홍금보'의 실체는 뒤에 가면 나온다. 편의점에 오는 동네 주민들은 홍금보와 옥수수수염차를 먹으며, 혹은 폐기 음식을 먹으며 다시 삶을 찾아간다. 홍금보는 어떤 사람일까? 민규가 편의점에서 투플러스원 상품을 사서 시간을 떼우는 동안 책을 읽는 모습을 보고 책을 추천해주거나 독서토론을 하거나 하는데서 그의 전직을 짐작해보기도 한다. 밍기뉴란 별명을 갖게 된 민규는 이제 편의점이 아닌 도서관에 가서 시간을 보내게 된다. 확실히 이런 구성과 내용은 지나치게 '교훈적'이어서 조금 아쉽기는 하다. 


"아들, 비교는 암이고 걱정은 독이야. 안 그래도 힘든 세상살이, 지금의 나만 생각하고 살렴."(p.186)


"각자를 자각해야 각각이 되는거야. 가족이자 각각이어야 오래 갈 수 있는 거고."(p.255)


"변화. 누가 시켜서 되는 게 아닌 스스로의 변화 말이다. 사람은 변화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변화를 요구받는 게 싫은 거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바뀔 것을 요구하기보다는 기다려주며 넌지시 도와야 했다.(p.281)


특히 이번 책에서는 염여사의 아들, 강사장이 변화한다. 사업을 벌이다 뒤통수를 맞은 후 다시 사업을 준비했지만 코로나 사태로 인해 그마저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책의 말미에서 확실히 전과 다른 모습으로 변화한다. 책에 나오는 인물들이 전부 '긍정'과 '희망'를 찾아 자신의 길을 간다.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바로 그런 '희망'이겠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책의 내용이 '희망고문'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아, 취준생이던 시현이 편의점을 주제로 한 유튜브로 성공하고 스카웃까지 되었지만, 펜데믹 상황의 장기화로 또다시 취준생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시현 마저 사족처럼 붙은 '여러 계절이 흐른 뒤' 억지로 '희망'을 준 것은 정말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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