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곽재구의 신작 에세이집 <우리가 사랑한 1초들>을 읽었다. 판단은 일단 보류. 이 사람 글은 좋을 땐 참 좋은데, 음. 뭔가. 싶을 때가 있어서. 그래도 별 세개 반은 일단 주고.
그 책에 그런 말이 나온다. 세상에서 네번째 아름다운 학교 라는. 정확한 문장을 옮겨보면 이렇다.
이 학교는 지상에서 네번째 아름다운 학교입니다. 나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첫째와 둘째 셋째 학교를 알지 못합니다. 빠따바반이 지금까지 내가 본 가장 아름다운 학교의 모습이지만 이보다 더 아름다운 학교가 이 세상 어딘가에 세개쯤은 더 있어도 좋을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곽재구, <우리가 사랑한 1초들>, 톨, 2011, p. 47
요즘 나는 남편과 곧잘 페이스 타임으로 노는데, 약간 사오정끼가 있는 이분(실제 신체검사에서 청력 약화 소견이 나왔음!)에게는 정말 딱 맞는 소통의 방법이 되셨다. 그 전까지 우리의 대화는 보통 거의 동일한 단어들을 사용하게 되는데, 대부분은 이러했다.
"뭐해?"
"책 봐."
"무슨 책?"
"블라블라블라...(책제목, 또는 저자 이름 등등등)"
"뭐라고?"
"블라블라블라... 라고."
"몰라몰라몰라?"
"아니, 블라블라블라!"
"아, 울라울라울라... 무슨 책 제목이 그러냐?"
"울라울라울라 아니고 블라블라블라아아아아!!!"
"니가 아까는 줄라줄라줄라 라며."
"됐어! 이 사오정!!"
요즘은, 똑같은 질문에 그냥 화면으로 비춰준다. 그럼 그나마 노안은 안 오신 이분, 책 제목이랑 저자명이랑 잘 읽어주신다. 그러고는 묻는다.
"무슨 책인데?
"뭐 이러쿵저러쿵 하는 책이야."
그럼 반드시 하시는 말. "무슨 그런 책을 읽냐." -_-;;;
이번에 읽던 책은 다이애너 개벌든의 <아웃랜더>와 <호박속의 잠자리> 7권을 사흘간 달렸다. 2004년에 마지막으로 읽고 덮어뒀다가 다시 꺼내 읽었는데 여전히 완전 재미있음. 역시나 남편님하와 같은 질문을 반복한 끝에,
"내 인생의 10대 소설 안에 들어가는 책이라 할 수 있지."
라는 말을 무심코 덧붙였더니 그런 말 절대 놓치지 않는 이분, 바로 질문한다.
"그 10대 소설에 들어가는 다른 책은 뭔데?"
그래서 꼽아본 내 인생의 10대 소설들.
이런 이야기 나올 때마다 영원한 1순위.
토지.
p.s 문득 자랑질. 나 토지 1번에 박경리 선생님 저자 싸인 받아놨다아아아아!!!
빠질 수 없는 2순위
빨간머리 앤.
빨간머리 앤이랑 토지는 내가 몇번이나 읽었을까 곰곰 생각중. 각각 10번은 넘지 않았을까? 뭐가 날 이리 매료시킨 걸까.
p.s. 문득 추가, 앤 번역 판본 모으고 있음.
그리고 이번엔,
박완서 선생님의 책은, 음, 뭔가를 딱 하나 찝어서 말을 할 수는 없고, 그냥, 박완서 선생님의 책들, 이라고 넣어줘야 할 것 같은.
이래서 목록은 무한대로 길어지고 있음. 이건 뭔가 반칙같지만, 뭐 어쩌라고, 어느 한권을 뽑아낼 수가 없는데. 3순위에 놓는 것도 이건 뭔가 아닌듯. 에세이를 뺀 것도 죄송스러움. 내 인생관 사고관 가치관에 너무나 지대한 영향을 주신 분이신 관계로다.
드디어 나온 단행본. 이 책 이후로 김훈 선생은 많은 글들을 써 냈지만 여전히 이 책의 아우라를 벗어나지 못하셨다는 느낌.
p.s. 나 또 자랑질. 이 책이 동인문학상을 타기 직전 2001년 생각의 나무에서 은빛 장정으로 나온 적이 있다는. 그 책 되게 예쁜데, 나 가지고 있다눈!!!
그리고, 5,6,7,8,9는 여전히 블랭크인 상태로.
다이애너 개벌든의 <아웃랜더>랑 <호박속의 잠자리>(둘다 아웃랜더 시리즈.)
이 책은 나에게 영어공부에 대한 열망... 이라기 보다는 어쩔수 없는 필요성을 자극하는 책.
현대 문화센터가 다음 시리즈들을 번역해 주기만을 정말 간절히 바라고 있건만...
2006년에 출간되리라던 시리즈 3편 번역본은 여전히 감감 무소식임. 현대 문화센터는 각성하라!
음, 그리고 순위 외지만 11번쯤엔.
<앰버 연대기> 넣어주겠음.
ps. 문득,
서재 식구님들, 잘 계셨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