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번째 파도
최은미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솔직히 노인네 기침소리밖에는 생각이 안 난다. 너네도 그런 기침소리 알잖아. 폐 안에서 돌가루가 진짜로 날아다니는 것 같은 소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난 요리프로를 좋아한다. 물론 요리책도 좋아한다. 가끔은 소설책 읽듯 요리책을 읽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사람은 의외로 많더라.)


반면 나는 예능프로를 싫어한다. 내 주변에는 다른 건 안봐요. 무한도전만 봐요. 하는 사람들도 참 많고, 내 딸은 1박2일과 아빠 어디가를 좋아하고, 내 남편은 아빠를 부탁해와 힐링캠프를 좋아하는데, 나는 그런 예능프로들이 다 별로다. 싫다기 보다는 재미가 없다. 연예인들의 잡다한 일상다반사를 보는 게 별로 재미가 없다고 지금까지는 생각해 왔는데 요즘은 문득, 싫은 사람을 봐야 하니 싫은 거였구나, 하는 깨달음이 왔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내가 가장 이해 못할 부류의 사람은 싫어하는 연예인의 기사를 굳이굳이 찾아 읽고 거기에 악플까지 달아주는 정열이니까. 아니, 싫은 사람 이야기를 굳이 왜 보며, 그 싫은 사람에게 욕까지 하는 에너지는 대체 어디서 나오는 겁니까. 싫은 사람 보면 스트레스 받지 않나. 아니면 츤데레라 싫다싫다 하면서 사실은 좋아하는 거였나?


내가 좋아하는 건 드라마와, 개그 콘서트 류의 프로그램과, 드라마와 드라마다. 사실은 다큐 3일 류의 프로와 전문가가 나와서 블라블라 떠드는 프로그램도 좋아한다. ㅎㅎ 


배우나 연예인에 대한 호는 강하지만 불호는 별로 강한 편이 아니고,(좋아하는 사람은 꺄악~ 하고 나머지는 관심이 없다.) 드라마에서는 배우를 보지 않고 배역을 보는 편이라. 


그런 내 눈에 우연히 띈 프로가 jtbc의 냉장고를 부탁해 다. (사족이지만, 종편에 대한 거부감은 결국은 이렇게 사라져가나보다. 나에게 뿐만이 아니라, 전체적인 분위기가.)


호오. 김성주와 정형돈이 이렇게 괜찮은 콤비가 될 줄 몰랐다. 샘킴은 그 선하고 순해보이는 미소때문에 워낙 좋아했던 셰프고(파스타의 영향도 무시 못함. ㅎ), 최현석의 허세는 우와, 허세도 저렇게 귀여울수가. 였고. 어머나. 저 프로에는 싫은 사람이 하나도 없네? 했다. 박준우도 마세코 덕분에 좋아하던 캐릭터였고, 어라... 내가 김풍을 좋게 보는 날이 올 줄이야. 김풍도 귀엽더라. 홍석천도 관심없다가 좋아하게 되었고, 미카엘은 뭐, 괜찮던데?


대결프로임에도 누가 이겨도 흥겨워서 좋았다. 누가 별을 따든 누가 이겨도 누가 져도 웃기고 재미있고 좋았다. 좋았다. 좋았다 좋았다. 


사실 이 글은 지난주에 써야지 마음 먹고 있었는데... 


여러부운~! 드디어 제가 예능을 시간 맞춰 보기 시작했어요오오오오~!! (관심없다~ 라는 대답이 어디서 들리는군. ㅠ.ㅠ) 라고 외치고 싶었는데,


아아. 나의 유일한 예능을 누군가 한명이 난입해 망치고 있다.


이쯤되면, 무한도전 식스맨 논란이 이해가 되는 것이다. (그때 나는 전혀 이해를 못했다. 누가 들어오든 말든 뭐, 어쩌라고. 난 장동민이 싫은 만큼 기존 멤버중의 누군가도 싫었거든?) 아. 그러고 보니 몇년 전, 정말 열광해서 보던 "나는 가수다" 도 누군가의 난입으로 쌩까기 시작했었구나. 내가. 


나의 예능을 부탁해. 라고 외치고 싶어지누나. 누가 좀, 걔좀 살짝 들어서 내다 버려줘~


투덜투덜투덜투덜투덜투덜투덜투덜.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다락방 2015-06-09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그는 맹? ㅎㅎ (저는 이 프로를 한두번인가밖에 안봐서 잘은 모르지만 짐작해봅니다)

마녀고양이 2015-06-10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큭큭, 아시마님....
누가 난입해서 망치고 있는지 대충 짐작이 갑니다.
증말이지, 이번에 이미지 쇄신을 위해 만들었던 딸기사과 롤케익은 (거짓말 조금 보태서) 저도 만들겠더라구요. 에휴... 요즘은 편안하게 맛난 음식 만드는 코너가 젤 잼난데, 거기에 정치가 끼어드는 것은 보고 싶지 않더군요.
 
나는 그림으로 생각한다 - 자폐인의 내면 세계에 관한 모든 것
템플 그랜딘 지음, 홍한별 옮김 / 양철북 / 200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폐인들에게 템플 그랜딘은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녀는 전형적인 자폐인이면서 savant(이 책에서는 불어식 발음인 사방 이라고 사용한다. 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서번트라는 영어식 발음을 쓴다.)다. 자폐라는 장애를 극복하고 미국 일리노이 대학에서 동물학 박사를 받고, 미국 가축 시설의 3분의 1이 그녀의 설계로 이루어 졌으며, 현재 콜로라도 주립대 동물학 조교수로 재직중이다. 자폐인계의 헬렌 켈러라고 이해하면 간단하려나. 


우리는 그녀의 저작물 (어느 자폐인 이야기, 이 책)과 그녀의 강연(그녀는 미국과 전 세계를 순회하며 자폐증 관련 강의를 한다. 테드에도 그녀의 강연이 올라와 있다. http://www.ted.com/talks/temple_grandin_the_world_needs_all_kinds_of_minds?language=ko)을 통해 자폐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힌다. 나에게 자폐는 직관적인 여타 장애와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도무지 이해할 길 없는 무언가임에도 진심으로 이해해 보고 싶은 무언가랄까. 전혀 직관적이지 않은 장애이고 미지의 장애이면서 동시에 천재성과 닿아있는 장애이기 때문에 더욱 그런듯하다. 


자폐는 일반적으로 감각의 혼란과 함께 오기 때문에, 그들이 보고 듣는 세상은 일반인이 보고 듣는 세상과는 다르다. 템플 그랜딘에 따르면 화가 빈센트 반 고흐 역시 아동기와 청년기에 자폐증상을 보이는데, 정신병원에 들어간 뒤 그린 반 고흐의 그림 <별이 빛나는 밤> 이라는 그림에서 볼 수 있는 소용돌이치는 하늘은 일부 자폐인이 겪는 감각 왜곡과 비슷하다(p. 231-232)고 한다. 그러니까 그 그림은 고흐에게 있어서는 하늘의 실사판이었던 셈이다. 심한 감각 처리 장애를 겪는 자폐인한테는 사물의 가장자리가 흔들리는 것처럼 보이고, 감각자극이 서로 뒤섞인다. 이것은 환각이 아니라 감각의 왜곡이다. 


감각이라는 것은 우리가 외부를 받아들이는 창문이다. 자폐인들은 이 입구에서부터 일반인들과 다른 것을 보고 듣는다. 그런데 더 흥미로운 건 받아들인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이다. 


소설가 박경리는 73년, 언어에 대한 매혹적인 통찰을 남겼다. 


칠팔 년 전에 나는 어느 책에다 언어가 지닌 숙명적인 마성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다. 진실이 머문 강물 저켠을 향해 한치도 헤어나갈 수 없는 허수아비의 언어, 그럼에도 언어에 사로잡혀 빠져날 수 없는 것은 그것만이 강을 건널 가능성을 지닌 유일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박경리, '빙벽에 걸린 자일처럼', <거리의 악사>, 민음사, 1977, p.10


이 글은 나중에 토지 1부의 서문으로 쓰인다. 


언어란 결코 진실을 말하지 못한다. 자세히 설명하려 하면 할수록, 말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그 언어는 진실과 점점 멀어지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이 언어를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그것이 진실을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언어를 사용해 생각을 하고 그 사고를 확장해 나간다. 우리가 흔히 '사과' 라고 했을 때 우리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사과 하나의 구체물이 아니라, 우리가 사과라는 것에 대해 가지고 있는 언어화된 정보를 조합해 형상화 한 일반물이다. 인간에게 생각의 도구는 언어다. 일반적인 개념을 먼저 떠올린 다음 그 것을 바탕으로 시각적으로 구체적인 영상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자폐인인 템플 그랜딘은 자신의 생각의 도구가 그림이라고 잘라서 말한다. 


나는 무언가를 발명할 때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나와 같은 사람들은 선명하고 구체적인 그림으로 사고하는 데 반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언어와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이미지를 조합해 사고하는 것이다. 

예를들어 '첨탑' 이라는 단어를 읽거나 들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반적인 교회를 떠올리지 구체적인 교회와 첨탑을 떠올리지는 않는다. 사고패턴이 일반 개념에서 구체적 실례로 이동하는 것이다. 나는 언어로 사고하는 사람들이 내가 표현하려는 바를 이해하지 못해 낙담한 적이 많았다. 나한테는 너무나 뚜렷하고 명료한 그림을 상대방은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자폐인 모두가 시각적 사고를 하는 것은 아니고, 누구나 다 이런 식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것도 아니다. 세상 사람들은 시각화 기술에 있어서 제로에 가까운 사람부터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그림을 보는 사람, 반쯤 구체적인 그림을 보는 사람, 나처럼 아주 구체적인 그림을 보는 사람까지 연속체를 이룬다. 


p. 28-29


템플 그랜딘 식의 분류법에 따르면 나는 시각화 기술에 있어서 제로에 가까운 사람이다. 나는 세상의 모든 것을 언어로 기억한다. 내가 길을 찾는 방법은 보통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갔던 길의 형태를 기억하거나 풍경을 기억하거나 주변 건물의 형태를 기억하거나 하는 것이 아닌 오직, 길 바닥에 씌여진 글자(기호 아닌 글자. 오직 글자), 각종 도로안내판, 건물들의 간판을 통해서만 길을 기억한다는 것을 몇년 전에 깨달았다. 간판(정확히는 그 간판의 글자)을 보고 나서야 아, 나 이 길 어제도 왔었구나. 수준이랄까. 그렇게 언어 정보로 변환되지 못한 정보들은 내 뇌에 기록되지 못한다. 자카르타에 거의 5년을 살면서 극도로 한정된 곳들만 돌아다녔음에도 그 길들이 나에게 매번 새로운 길이었던 것은 그곳의 간판들이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기호들로 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었다. 아. 나는,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바보라는 설명을 넘어서는 장애 수준이다. 


하여, 그녀의 사고법은 흥미를 넘어 매혹적이었다. 아. 그림으로 사고하는 사람이 있다니. 라는 놀라움을 넘어, 세상 사람들이 얼마나 다양한 사고를 하며 사는가. 하는 통찰까지 이끌어 낸다. 나는 비 언어화 된 정보를 황당할 정도로 기억해내지 못한다. 일례로, 나는 수천 수만번 들은 클래식 곡들과 그 제목을 전혀 연결해 내지 못한다. 나에게 바흐의 G 선상의 아리아라는 제목과 실제의 선율은 늘 누가 알려줘서야, 아 그거지. 수준이었다. 민망하다. 그러나 그 곡이 신화의 노래에 샘플링 되면서 노래 가사와 함께 선율이 머릿속에 입력되고, 신화와 바흐와 G 선상의 아리아와 그 선율이 함께 인지되기 시작했다. 음악도 가사가 있어야만 입력된다는 이 놀라운 바보스러움이라니. 사고를 거의 100% 언어에 의지하다보니 반사적으로 언어화 된 정보에 대한 기억력은 음, 내가 생각해도 남들보다 좀 낫다. 음. 하. 하.


템플 그랜딘은 대학의 제자에게서, 언어를 사용하지 못한다면 그건 생각을 하지 못하는 거라는 말을 듣는다. 그것은 단순한 연상작용일 뿐이라고. 글쎄. 니놈은 그 단순한 연상작용만 하는 사람한테 지금 언어를 사용하여 배우고 있는 중이거든, 멍충아. 라고 중얼거리며 이 책을 읽었다. 


하나의 길이 막히면 또 다른 길이 열린다. 라는 유명한 경구가 여기에 와서는 현실로 나타난다. 


주제 사라마구의 책 <눈먼자들의 도시>에는 바이러스(?)로 인하여 눈이 멀어버린 사람들 사이에 섞인 진짜 맹인이 나온다. 그는 극도로 예민해진 촉감을 사용하여 신규 눈먼 자들 사이에서 눈 뜬 자 역할을 한다. 시각장애인들은 손의 감각이 일반인들은 상상할 수 없을만큼 예민하다고 한다. 우리가 점자를 읽지 못하는 것은 점자를 읽는 방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손의 감각이 무뎌서 그 점자들을 읽지 못하는 것이라고 하니까. 


이런 것들을 생각해 보면, 템플 그랜딘이 언어로 사고하는 방법이 막혀 버렸기 때문에 그림으로 사고하게 된 것인지, 그림으로 사고하기 때문에 언어로 사고하는 방법이 막혀버렸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나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고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신기하고도 흥미로운 일이다. 그리고 그런 점에서 나는 자폐라는 장애가 참 놀라운 장애라고 생각한다. 자폐는 반 고흐를 만들어 내고 자폐는 아인슈타인을 만들어 내고, 자폐는 빌 게이츠를 만들어 내고 자폐는 템플 그랜딘을 만들어 낸다. 물론, 자폐 장애 그 자체는 본인에게도 그 주변에게도 몹시 괴로운 장애이겠으나. 템플 그랜딘은 손가락을 튕기는 것으로 자신이 자폐인이 아니게 된다고 해도 그것을 선택하지 않겠다고 말을 한다. 자폐는 자신을 구성하는 중요한 무엇인가임과 동시에 지금의 템플 그랜딘을 만들어 낸 바탕이니까. 


마지막으로, 일-러 동시통역사이자 유쾌한 문화학자인 요네하라 마리의 언어와 사고에 관한 통찰과 템플 그랜딘의 통찰로 이 글을 마친다. 


갑자기 딱딱한 이야기를 꺼내서 죄송하지만, 여기서 통번역론에서 굉장한 논쟁거리가 된 '말이 먼저냐 개념이 먼저냐' 라는 문제가 제기된다. 이 논쟁은 언어학, 철학, 커뮤니케이션론의 근본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러브호텔'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의식에는 '러브호텔'이라는 낱말도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러브호텔'이라는 낱말이 존재하지 않는 의식에는 '러브호텔'이라는 개념도 없다.

한편, 마음속에 생기는 감정이나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말로 표현하기 어려워 답답할 때가 있는 것처럼, 확실히 말에 앞서 어떤 액체 혹은 기체 같은 것이 존재한다는 느낌을 경험할 때가 있다. 말에 앞선 그것이란 이미지일까.

사실 말이 아니라 이미지로 생각을 표현하는 데 뛰어난 재주를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예를 들어, 만화가나 영화감독, 텔레비젼 영상 제작자들이 그렇다. 뛰어난 영상 제작자의 손을 거치면, 보는 사람의 마음속에 보지 않은 영상까지 그려질 때가 있다. 그러나 영상이 말만큼 추상화가 가능할까. 

가령, 우메보시라는 단어는 실로 여러 가지 이미지를 집약하고 있다. 잘 익어 알이 큰 옅은 밤색 매실에서부터 잘고 설익어 딱딱한 초록색 매실, 거기에 차조기가 듬뿍 들어간 붉은색 매실까지 하면 모든 종류의 우메보시를 망라하는 데다가 쭈글쭈글한 노파마저 연상하게 한다. 하나의 영상이 한순간에 이런 정보를 전달할 수 있을까.


요네하라 마리, 마녀의 한 다스, 마음산책, 2007, p.56-57



나는 대학에 간 다음에야 완전히 언어적으로만 사고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처음 들었던 것은 과학 학술지에 실린 '선사시대 인간이 도구를 사용하게 된 과정'에 대한 글을 읽었을 때였다. 인간이 도구를 발명하기 전에 언어가 먼저 발달해야 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담긴 한 저명한 과학자의 글이었는데, 나한테는 정말 터무니 없게 느껴졌다. 그러나 그 글을 읽고, 내 사고방식이 다른 사람들하고 확연히 다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어렴풋하게 들었다. 

p.28


주기도문도 무슨 뜻인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는데, 구체적인 시각적 이미지로 쪼개자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권세와 영광'이라는 말은 반원 모양의 무지개와 전신주(영어로 power는 권력, 권세도 되고 전력도 된다-옮긴이)그림으로 표상했다. 어린 시절에 갖게 된 이런 시각적 이미지가 오늘날까지도 주기도문을 들을 때마다 떠오른다. "뜻이 이루어지이다."라는 말은 어릴 때도 아무런 의미를 떠올릴 수가 없었고, 지금도 그 의미가 애매하다. '뜻'이라는 개념은 시각화하기 힘들다. 그 단어를 생각하면 신이 번개를 던지는 장면이 떠오른다. 다른 자폐인 한 사람은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thou art in heaven)"라는 말을 들으면 하느님이 구름 위에서 이젤에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 떠오른다고 한다.[art가 고어로 be 동사이면서 '미술'이라는 뜻도 되기 때문이다.-옮긴이] '죄(trespass)'는 검정색과 노란색으로 된 '출입 금지'라는 표지판이 떠오른다. (trespass는 주기도문에서는 죄를 의미하지만 'No Trespassing'이라고 하면 출입금지라는 뜻이 된다-옮긴이) 기도를 마칠 때 하는 "아멘" 이라는 말은 그야말로 미스터리다. 맨 끝에 남자[Amen이 a man(한 남자)이라고 들리기 때문이다.-옮긴이]가 나오다니 도무지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다.

p. 36-37


언어를 가지고 놀고, 하나의 개념을 이쪽 언어에서 저쪽 언어로 옮기는 것이 업인 통번역사 요네하라 마리와, 언어를 사용하지 않은 이미지의 사고를 하는 템플 그랜딘의 차이는 실로 놀랍다. 그리고 내가 이 두권의 책을 동시에 읽어 내린 건, 기가막히게 멋진 우연이었다. 








딴소리 하나.


일베의 단원고 희생자 어묵 비하 사건 범인에게 징역 4월의 판결이 내렸다. 항고를 하지 않는 한 20대와 30대의 두 남자는 실형을 살아야 한다. (검사의 선고는 징역 10월이었다.) 그 중 20대 남자는 자폐증으로 인하여 심신이 미약한 상태임을 정상 참작 하였다고 한다. (관련 뉴스는 여기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022&aid=0002842535) 도대체 여기에 자폐와 관련된 이야기가 왜 나오는지는 모르겠다. 일반적으로 자폐아 또는 자폐인은 거짓말을 못한다고 알려져 있다. 


자폐인한테는 거짓말하는 것도 무척 힘들다. 거짓말을 하는 데는 복잡한 감정이 연관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사소한 선의의 거짓말이어도 순간적으로 극도로 긴장한다. 아주 사소한 악의 없는 거짓말을 하려고 할 때에도 수차례 머릿속에서 예행 연습을 해 본다. ...... 가능한 모든 응답을 충분히 연습해 보지 않고 상대방과 이야기를 하면서 즉흥적으로 거짓말을 하기란 정말로 어렵다. 

p. 168-169 7장 타인과 상호작용하기


물론 이 책의 저자 템플 그랜딘은 시각화 기술과 논리를 이용해 문제를 해결하고 다른 사람이 어떻게 반응할지를 추측했고 거짓의 개념도 잘 이해했다. 왜냐면 그녀는 서번트 자폐인이니까. 


다시 일베의 자칭 자폐인의 이야기로 돌아가면, 그러니까 그 20대는 자신이 그와 같은 짓을 저지르기 위해서 수차례 머릿속에서 예행연습을 해 봤다는 이야기다. 즉, 더 나쁜놈이다. 징역 4월 정도로는 도움이 안 된다. 수차례 머릿속으로 예행연습을 해 보고 또 해보고 또 해보고 나서 저지른 짓이니까. 그가 자폐라는 주장을 믿어준다면 말이다. 그게 아니라면 단원고 희생자들이 진짜로 어묵이라고 믿었거나. 그럼 그놈은 격리되어야 하는 놈이고. 어느쪽의 판단을 따라가든 간에, 그 20대 놈은 자폐라고 자처하지 않은 30대 놈보다 백만 스물 두배쯤 더 나쁜 놈... 이라기 보다는 더 많이 격리되어야 마땅한 놈이다. 그같이 나쁜 짓을 머릿속으로 예행연습을 해 보고 또 해 보고 또 해보는 놈도 나쁜 놈, 단원고 희생자를 어묵이라 믿었더라면 나쁜 놈이라기 보다는 치료와 격리를 요하는 중증 환자. 자 어느쪽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강남 좌파 - 민주화 이후의 엘리트주의 강남 좌파 1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누군가 나에게 너는 좌파냐? 라고 묻는다면 나는 고개를 갸우뚱 할 수 밖에 없다. 나는 좌파인가?


내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은, 한총련이 마지막 불꽃을 장렬하게도 피워올리던 시기였다. 개인적으로, 한총련은 96년 연대사태를 마지막으로 하향길을 걸었다고 생각한다. 한총련이 잘못해서 하향길을 걸었다기보다는, 시대가 바뀌었다는 편이 더 정확하겠다. 내가 대학을 들어갈 때는 한국 경제 역시 마지막 불꽃을 피워 올리고 있었고, 대학 3학년 가을에 IMF가 터지면서 대학생들의 패러다임자체가 바뀌었으니까. 


하여튼, 그 한총련이 마지막 불꽃을 피워올리던 그 시점에, 나는 그 흔해빠진 가투 한번 나가지 않았던 새침때기 여대생이었다. 새침하고 해맑은 얼굴로 그들과 나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부끄럽지만 1997년 대선때 나는 아버지의 명에 따라 이회창에게 표를 던졌고, 2002년 대선때는 어령샌님의 조언에 따라 또! 이회창에게 표를 던졌다. 슬프고도 부끄러운 과거다. 그때부터였나보다. 내가 표를 준 후보는 단 한번도 대통령이 되지 못하는 징크스 같은 게 생긴 게. 젠장. 내 표는 단 한번도 대통령을 만들지 못했다. (이 징크스 때문에 2012년 대선 투표때 얼마나 망설였는지는 어리석지만 나에게는 진지한 고민이었다.) 그런 나를 정치로 눈 돌리게 한 것이 노짱 탄핵사건이었다. 그때는 주로 교보문고 앞에서 촛불 집회를 했다. 나의 첫번째 가투(?)는 교보문고 앞 촛불집회였다. 


그때부터 시작된 나의 '빠'질 역사는 유구하다. 노빠를 거쳐 유빠로 이어지고 곧 문빠에 안(철수)빠에 안(희정)빠 까지 이어졌다. 나는 정절강한 여인이므로 한번 빠질을 시작한 상대는 그 사랑을 거두지 않는바, 내 사랑의 목록은 점점 길어지고 있으되 부끄럽지 않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노짱의 탄핵사건으로 노짱에 대한 나의 사랑이 시작되었다는 것은 사랑에 대한 역설이다. 


이놈의 책 덕후는 빠질도 책으로 시작한다. 


그때부터 우리집 책장에는 정치 경제 관련 항목이 생겨났다. 유시민의 책들을 콜렉팅하기 시작했고, 노무현 문재인의 책들에 각종 좌파(?) 정치 경제인의 책들이 줄을 이어 들어왔다. 김대중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의 자서전을 읽었다. 오바마에 노암 촘스키에 수전 손택과 하워드 진이 끼어들었다. 김어준과 이상호, 주진우의 책들도 어깨를 나란히하며 꽂혔다. 그 책들은 서재가 아닌 거실의 책장에 포진했고, 가장 당황한 사람들은 다름아닌 남편의 친구들이었다. 


경상도에서 나고 자라 날고 기는 대학을 나와 이런 저런 대기업에 다니는 그것들은, 그 책들의 목록이 나의 것이 아닌 남편의 것으로 오해했고 당황해 했다. (뭐, 굳이 따지자면 충무공이 내 책장에서 유일하게 스스로 책을 뽑아 읽는 것이 그 섹션이긴 하다.) 남편은 평소 정치색이 매우 희박하다. 굳이 따지면 "쏘세지보단 햄이 낫다. 둘다 난 안 먹지만." 수준이랄까. 


아이들이 초등 고학년이 되어가고부터 다들 주거지 고민을 시작했다. 만나서 하는 이야기는 대부분 그런 이야기들이었다. 이사의 시기라든가, 이사할 지역이라든가, 사교육의 문제라든가 아이들이 다니는 영어 어학원 이야기, 수학은 과외가 나을까 학원이 나을까. 결국 결론은 강남으로 이어졌다. 다들 조심스럽게 강남 진입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었고, 그건 충무공과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런 나에게 남편의 친구가 강하게 태클을 걸었다. 좌파가 왜 강남을 가려 하느냐고. 


아니. 좌파는 강남을 가면 안되나? 왜 좌파는 가난해야 하는데? 라는 질문이 읽고 덮어두었던 이 책을 다시 펼쳐들게 만들었던 시작점이었다. 


좌파가 되기 위해서 가난해져야 한다... 라고 말한다면 나는 좌파질을 지속할 자신이 없다. 나는 내 스스로가 좌파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노무현을 좋아하고 유시민을 좋아하고 문재인을 지지하고 박원순과 안희정을 지지하는 것이 곧 좌파라면, 그래. 나는 좌파가 맞다 치자. 그렇다고 그들을 지지하기 위해 내가 강남을 가서는 안되고, 내 아이들의 사교육을 해서는 안되고, 아이들이 좋은 학벌을 가지게 하고 싶어하지 않아야 한다면 나의 좌파질은 지속될 수가 없다. 나는 좌파이기 이전에 뼛속까지 속물이니까. 


말을 뒤집어보자. 내가 노무현과 문재인과 유시민 등등으로 대변되는 그 집단을 지지 하지 않는다해도 적어도 나는 박근혜나 이명박이 속해있는 그 집단을 지지하지는 못하겠다. 그것은 "대학나온 배운 녀자" 로서의 나의 자존심 문제다. 남편의 친구가 자신은 박정희와 박근혜를 인정하고 지지한다는 말에 내 입에서 튀어나온 첫마디는 '아니 대학 나온 사람이 왜 그래요?' 였고, 그 말은 그대로 그 사람을 자극했다. 10년이 넘는 친분관계 안에서 처음으로 피튀기는 정치 설전이 오고갔고, 나는 어영부영 "아 몰라몰라 난 노빠 유빠 문빠아아아아아 할 테니 그대는 박근혜 인정하시구랴. 끝." 하고 논쟁을 끝내버렸다. 화장실에서 뒤 안닦고 나온 기분이긴 했으나 어쩔수가 없었다. 그와 나는 평소, "흥남부두 남매" 라며 서로를 지칭하고 놀았던 사이였으니(전생에 남매였다가 6.25때 흥남부두에서 헤어진 사이라고~ 남편과 그의 아내는 우릴 흥남부두 남매 또는 국제시장 남매라고 놀렸다. 게을러 터지고 이기적인-_-;;; 면이 남매라고 하지 않을수 없을만큼 꼭 닮았다고. 욕도 혼자 먹는 거 보다는 둘이 먹는게 좀 낫더라.) 이런 논쟁으로 사이가 싸해 지느니 내가 아무 생각없는 아줌마 빠순이 되는 편을 택한거였다. 


하여튼. 울 나라에서 젤로 좋다는 대학을 나온 그 사람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박정희와 전두환의 업적으로 잘먹고 잘살고 있으면서 그들을 욕하는 너 그럼 북한으로 가야지" 라니. 아니. 님하. 아니. 님하. 너 그 대학 나와서 그딴 말을 하면 안되지, 님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우리 오빠가 흥남부두 시절엔 안 그랬는데 환생해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입매.......


똥누고 뒤 안닦은 기분으로 그 논쟁에서 도망쳐 온 나는 책을 펼쳐들며 씩씩거렸다. 그래 나는 강남 좌파다 어쩔테냐. 강남 살면 좌파하면 안 되냐. 강남 가고 싶어하면서 좌파하면 안 되냐. 내가 정치를 할 것도 아닌데 좌파 코스프레라도 안하는 것보다는 하는게 낫지 않나.


이것이 나의 변명이다. 지속 가능한 좌파질을 하기 위하여 나는 나의 속물성과 타협한다. 그게 나쁜가? 그건 잘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시조새 파킹하는 소리.


어느날 뜬금없이 프리즌 브레이크가 보고 싶더라. 이 미드의 고전중의 고전 명작중의 명작(시즌 2까지만)을 처음접한 건 2008년이었다. 회사의 누군가에게 이 드라마가 들어있는 외장하드를 받아 온 충무공은 만사를 작파하고 정신없이 보고 있었다. 그때 나는 둘째를 임신중이었고, 첫째를 돌보느라 정신 없을 때라 오며 가며 충무공이 보는 걸 같이 보다 말다 했었다. 그때는 이게 뭐가 그리 재미있나, 그저 주인공 남자는 참도 잘생겼구나. 하고 말았는데 그때로부터 다시 7년이 지난 지금, 그해에 태어난 둘째놈이 초등학교를 들어가고도 2달이 지나 문득 그 드라마가 보고 싶어졌다. 고민할 게 뭐 있나. p2p 사이트에서 프리즌 브레이크 시즌 4개, 총 81편을 다운로드 받았다. 

그리고... 한 열흘 미쳤다. 하하하하하하. 

요즘 프리즌 브레이크 보고 있어, 했더니 누군가 그러더라. 

"시조새 파킹하는 소리 하고 앉아 있네."

그 시조새, 방금 파킹 끝내고 시동 껐다. ^_^


2. 그를 왜 죽여야만 했을까?


문득문득 느끼는 거지만, 미국은 슈퍼 히어로를 참 좋아한다. 영화도 그렇고, 드라마도 그렇고, 소설이나 뭐든지. 프리즌 브레이크의 슈퍼 히어로는 주인공 마이클 스코필드다. 배트맨 같은 엄청난 재력도 없고, 슈퍼맨 같이 하늘을 나는 것도 아니고 헐크같은 근육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 남자는 완벽한 외모와 측량할 수 없는 지능으로 슈퍼 히어로의 역할을 수행한다. 

뇌가 섹시한 남자를 좋아하는 나는 그에게 열광했지만 시즌 3에 들어가면서 부터는 좀 짜증이 났다. 이것드라~ 니들 뇌는 장식이냐? 스스로 생각 좀 해, 석호필한테 그만 물어봐!!! 싶었달까. 

그는 그의 뇌를, 그의 능력을 이용하고 싶어 하는 사람에 의해 끝도 없이 끌려다닌다. 시즌 1에서 정말 탈옥시키고 싶지 않았던 테오도르 백웰과 같은 인물도 어쩔수 없이 탈옥을 시켜놓고, 그가 저지르는 죄들에 대해 연대의 책임을 느끼는 섬세한 감성과 정의감을 가진 이 남자는, 그러나 연인과 조카를 구하기 위해 누군지도 모를 남자를 또다시 탈옥시켜야 한다. 

시즌 3에서 마이클은 굳이 제임스 휘슬러에 대해 알아보려 하지 않는다. 알아보려 했다면 얼마든지 알아볼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주변에 굴러다니는 흔한 정보와 정보원들을 그는 애써 외면한다. 아마도 모르고 싶었을 거다. 거대악 집단 '컴퍼니'에서 구해내고 싶어하는 남자가 좋은 사람일 리가 없다. 백웰의 탈옥을 도운 것과 같은 일은 또 하고 싶지 않지만 그를 구하지 않으면 연인과 조카를 구하지 못한다. 내가 그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은 바로 이같은 지점이다. 정의고 나발이고 내 연인이 먼저~ 라는 바로 그 지점. 

시즌 1,2 에서부터 사람들은 마이클만 쳐다본다. 그의 입이 열려 명령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린다. 이제 뭘 할까? 마이클? 이쪽으로 갈까? 저쪽으로 갈까? 죽을까? 살까? 숨을 쉴까? 말까?..... 시즌 1,2까지는 사람들의 그런 면이 이해되고 수긍이 간다. 그가 모두 준비한 일이었으니까. 그런데 시즌 3가 되면, 이 근육맨 형이 말이지,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동생한데 물으러 온다. 마이클, 뭘 할까? 아... 놔.... 생각 좀 하세요... 스스로도. 마이클의 옆에 있으면 사람들은 점점 생각하는 법을 잊게 되는 것 같다. 

그는 그래서 죽어야만 했을 거다. 그가 살아 있는 한, 사람들은 끊임없이 그의 능력을 이용하기 위해 그의 주변 사람들을 괴롭힐 테니까. 그의 죽음이 그의 가족과 연인을 지키기 위한 방법이 된다. 그가 죽는다는 결말을 알고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지만 그렇지 않았다해도, 시즌 3쯤 가면 그의 죽음을 예감하게 된달까. 이 똘똘한 남자는 뇌종양을 스스로 발생시켜서라도 죽었을 거다, 아마. 


3. 난 스트레이트가 좋은데.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은 뭔가, 음, 매우 전형적인 미남이다.... 라고 누군가 말했다. (그 말의 뒤에 근데 왜 충무공과 결혼을 했니? 라는 질문이 붙었던 건 슬픈 비밀이다. ㅠ.ㅠ)

내가 좋아하는 얼굴은 리키 마틴이다. 그는 대놓고 게이다. (그래도 대리모를 통해 그 아름다운 유전자를 지구에 남겨준 건 참으로 고맙구려, 마틴씨. 헐헐.) 이 라인에 웬트워스 밀러를 추가한다. (밀러씨, 마틴한테 가서 대리모 섭외 방법이라도 물어 봐. 좀좀. 지구 미모의 평균을 높여보자고.)

한국 배우중에는 차승원과 이민호가 좋다. 난 느끼한 외모가 좋드라. 

뭐, 뭐가 되었건 예쁜 걸 보는 건 좋으니까. 차승원은 이제 좀 늙었지만 과거 그의 미모와 기럭지는 과연 발군이었다. 아하하하하하.

아참. 조지 클루니도 무진장 좋아한다. 여자랑 결혼해 줘서 감사해요~ 조지.


4. 충고는 듣는 편이 좋다.


프리즌 브레이크를 보기 시작했을 때 누군가의 짧은 글을 읽었다.

뒷편이 궁금해 보는 것을 멈출 수 없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하루에 한편만 보세요. 안 그러면 후회하실 겁니다. 라는.

그게 무슨 소릴까 했다. 열흘도 안되는 시간동안 프리즌 브레이크를 다 보고 나니 그 말이 확 와 닿더라. 후회된다. 하루 한편만 볼 걸. 

예전에 미드 로스트가 한참 인기있을 때, 그런 말이 유행했다. '로스트 안 본 뇌 삽니다.' 또는 '로스트를 아직 보지 않은 당신이 부럽습니다.' 아아. 그 말이 이렇게 절실하게 이해 될 줄이야.

"프리즌 브레이크 안 본 뇌 삽니다." 


5. 잘생긴 남자가 나오는 또 다른 미드 추천 받아용~ 반드시 주인공이 "잘!" 생겨야 합니다!!! 막 셜록 이런거 추천하면서 보다보면 쥔공이 잘생겨 보여요~ 이런말 하면 미워할 겁니다. 진짜예용~ 프리즌 브레이크 보는 내내 드라마 스토리를 따라가는 즐거움이 절반이면 석호필 얼굴보는 즐거움이 나머지 절반이었다. 시즌이 점점 진행될수록 그의 얼굴과 몸이 후덕해 지는 걸 보는 건 좀 슬펐지만. 어이 밀러씨, 거 다이어트 좀 하지? 웨이트도 좀 하고. 응?


6. 습관


예전에 말이지, 내가 드라마를 무진장 좋아하면서,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 이유는 매일 또는 매주 같은 시간에 드라마를 보기 위해 동일한 시간에 TV 앞에 앉아 있는 것이 싫어서라고 말을 한 적이 있다. 그 생각은 여전히 변함이 없는데, 요즘은 VOD 덕분에 내가 원하는 시간에 내가 원하는 만큼 드라마를 볼 수 있게 되어 이제는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다는 말을 못하겠다. ㅎㅎㅎ 이건 자카르타 시절 생긴 버릇이다. 거기서는 선택의 여지 없이 드라마는 VOD로 봐야 했으니까. 재미있을 것 같은 드라마가 나오면 아껴뒀다가 완결까지 난 다음 한방에 확 땡겨 보는, 요 재미 아주 쏠쏠하다. 

그래도 프리즌 브레이크는... ㅠ.ㅠ 여전히 저는 프리즌 브레이크 안 본 뇌를 사고 있습니다. 네네.로스트 안 본 뇌 가지고 있으니 교환 가능합니다. ^________________^


7. 슬슬 돌아가야지.


그래, 이제 슬슬 돌아올 때가 됐다. 일 좀 하자. 


댓글(4)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blanca 2015-05-03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시마님, 왜 이리 뜸하셨나 했더니 석호필에게 가 있으셨던 거군요. 둘째가 벌써 초등학교를!! 조지클루니 부인은 조지클루니 답더라고요. 잘 살 것 같아요. 마치 아는 사람처럼 ㅋㅋ저는 아직 프리즌 브레이크 안 본 뇌입니다.

아시마 2015-05-18 18:47   좋아요 0 | URL
ㅎㅎㅎ 석호필을 거쳐 장그래하고도 다시한번 인사하고 왔어요.

미생도 참 잘 만든 드라마예요. ㅎㅎ 직장 생활을 안해본 저로서는 판타지 읽듯 읽었던 만화라 드라마도 재미있더군요.

조지 클루니 옹은 잘 살겠지요. 그분 와이프가 우리랑 동갑이던데. 그분도 그 잘난 유전자 얼른 남겨주셔야죠. 아. 난 이런거만 관심있어. ㅎㅎㅎ 둘이 닮은 사람들이 잘 산다니 잘 살겠죠 뭐. ㅎㅎㅎ 나도 막 친구인 척.

프리즌 브레이크를 아직 안 본 뇌라니, 부럽습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15-05-03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듯 올듯 안오셨던 아시마님. 한 번 글 툭, 던져놓고 또 오래 안오시고.. 이젠 자주 오시는겁니까? 네?

아시마 2015-05-18 18:48   좋아요 0 | URL
자주 올 겁니다, 네네네네네. ^^

요새는 커뮤니티에서 노는 게 재미있더라고요.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