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2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2
공지영 지음 / 분도출판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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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연말 쯤의 어느 주말 오후, 남편과 둘이 뒹굴면서 나는 책을, 남편은 핸드폰으로 vod를 보고 있었다. 그때 남편이 보고 있던 건 힐링캠프 백지영 편. 이어폰을 쓰던 남편이 귀가 아프다며 이어폰을 뺐고 그때 이경규가 백지영에게 질문을 했다. 힘든 일을 겪지 않으셨냐고. 그 일들을 어떻게 이겨내셨는지 말 해 줄 수 있느냐고. 그때 백지영의 대답이 무척 놀라웠다. 나도 몰랐는데 백지영은 독실한 크리스천이었는데 그 고통스러운 순간마다, 신은 감당할 수 있는 고통만을 주신다는 말을 믿고 버텼다고.


그때 생각했다, 와, 신앙을 가진다는 건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데 정말 든든한 빽을 하나 가진다는 거겠구나. 


나는 어설픈 불교 신자쯤 된다. 엄마가 때되면 절에 가시고, 때되면 남편과 나의 이름을 적은 연등을 달고, 나 역시 때되면 절에 가서 기도도 하고, 연등도 올리고(연등 다는 데 불전 낸다. ㅎㅎ) 스님들의 글을 좋아하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의 동의하에 가족모두 천주교에 입교해 볼까 생각하는 중이다. 그때부터 해가 바뀐 지금까지 여전히 생각하는 중이라는 게 문제라면 문제일까. 내 아이들에게 백지영이 가진 것과 같은 그런 든든한 빽을 하나 가지게 해 주고 싶어서, 그런 빽 하나 가지고 있으면 좀 더 덜 힘들게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아서, 부모된 자의 중압감을 누군가와는 나눠지고 싶어서.


엄마 아빠 말고도 나를 무조건 무작정 사랑해 주신다고 믿을 수 있는 한 존재를 가진다는 건 대단한 축복이다. 사랑을 할 수 있는 것도 능력이지만, 사랑을 신뢰할 수 있다는 건 더 큰 능력이다. 믿는다는 건 그분이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것을 믿는 것이다.(p.302) 나를 사랑하는 전지전능한 존재가 나를 해롭게 하지 않으리라는 믿음이 있으면 이 세상 살아가기가 좀 더 편안해 지지 않을까 하는 나의 이기적인 종교관조차도, 신은 아마도 어여삐 여기시리라는 믿음 같은 것이 나에게는 있다. 


이 책은 공지영이 세번째 이혼 시기를 말하면서 시작한다. 공지영이 결국 회심을 하게 되던 그 순간에 대한 고백으로 시작하여 공지영의 신앙고백으로 이어진다. 기행문에 가까웠던 수도원 기행 1권에 비하면, 공지영의 신앙은 많이 자랐고 성숙해졌다. 출판사도 푸른숲에서 성서관련 출판 사인 분도출판사로 바뀌었다. 이 책은 그러니까 신앙서적에 더 가깝겠다. 


내가 이해하는 불교는 천주교를 비롯한 기독교에 비하여 좀 더 자아성찰 적인 종교에 가깝다. 내 안의 불성을 찾아내어 윤회의 고리를 끊고 성불하는 것이 목적이니까. 그러니까 부처님은 빽이 되기는 좀 힘들다. 내가 잘못한 게 있으면 자꾸만 반성을 하게 만들지 그걸 용서해 주시는 분은 아니라는 느낌이랄까. 거기에 비하면 하느님은 내가 잘못한 게 있어 반성하면 용서하고 그 뒷감당을 해주시는 분이라는 느낌이다. 그러니까 내 삶의 빽같은. 자식이 살인을 저질러도 그 자식에 대한 사랑만은 거둬들이지 않는 부모처럼, 그렇게. 때로는 나무라고 혼도 내고 크게 야단도 치지만 끝내는 사랑하는 그 부모들처럼.


어느날 나와 내 남편, 내 아이들이 성당으로 걸어가게 된다면, 두명의 지영씨 백지영과 공지영 때문일 것이다. 두분, 복받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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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인간
성석제 지음 / 창비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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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2. 24


어디서 읽은 글인지 모르겠다. 최근에 읽은 글이긴 한데(아마도 김연수의 소설가의 일 중에서 읽었거나 이만교의 글쓰기 책에서 읽은 것일 수도) 여튼 거기서 보면 1970-80년대의 소설가들이 현대의 소설가들에 대해 놀라워? 신기해? 하는 이야기가 있다. 소설을 쓰기 위해 평범한 일상을 버리고 비범한 일상을 경험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거나 자신을 유폐시켜야만 하는 현대의 소설가들에 대한 연민? 또는 부러움을 느끼는 그런 이야기. 하긴 1970년생 김영하도 (71년생인가..) 자신은 소설을 쓰기에는 너무 평탄한 삶을 살아온 것이 아닌가 하는 열등감을 느낀다 하니 뭐.


확실히, 20세기 초중반에 태어난 사람들은 이야깃 거리가 풍부하다. 그들은 20세기 중후반에 태어난 사람들은 죽었다 깨나도 겪지 못할, 때로는 겪지 못해서 행복할 사건들을 온 몸으로 직접 겪어가며 살아온 사람들이니까. 1931년생 박완서 선생님이 자신은 평생 토악질을 하듯 글을 썼다는 말이 이런 대목에 가면 실감이 나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 소설은 주요 무대를 이제 6.25시절이 아닌 그 이후 한국 경제 발전기로 옮겨가고 있는 듯 하다. 


이 책의 김만수씨는 1960년쯤에 태어난다. 큰형 백수씨가 6.25 동란 중에 태어나고 그 위로 금희와 명희 누님이 태어난 뒤에 태어났으니 터울을 대충 계산해보면 그쯤 되겠다. 그는 똑똑한 장남을 위해 희생하던 당시 전 국민의 70%가 넘는 농가 차남의 대표적 인물쯤 되어 보인다. 그러니까 유별날 것도 없는 인간이 되겠다. 그때 한국에는 수많은 만수씨가 있었으니까. 그러다 김만수씨의 가족은 그 당시 흔했던 서울로 서울로 옮겨가는 가족중의 하나가 된다. 잘난 큰 아들은 우골탑을 쌓아가며 대학에 다니고 딸들은 공장에 다니며 대학생의 뒷바라지를 한다. 그러다 큰아들은 당시의 상황에 발맞추어 베트남 파견장병이 되고, 거기에서 어이없게도(그러나 흔해 빠지게도) 고엽제에 희생당해 죽는다. 큰아들이 죽은 집, 아버지가 부양의 의무를 파기한 집에서 만수씨는 당연하게도 집안의 가장이 되어 동생의 학교 뒷바라지를 하고 가족을 돌본다. 그는 존재하되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는 투명인간이 되어간다. 누구보다 성실하고 누구보다 선했으나 그로 인하여 그는 점점 투명해지는 것이다. 심지어 그의 가족들까지.  


지난 일요일, 아홉살 먹은 첫째에게 일곱살 먹은 둘째를 맡겨두고(미국이었으면 우리 부부는 잡혀갔다. ㅎㅎ) 집 근처 영화관에 영화를 보러갔다. 지난 추석에 언니 부부의 도움으로 봤던 타짜 2를 제외한다면, 우리 부부, 아이를 낳은 뒤 처음하는 영화관 나들이였다. (타짜 2를 보고 있던 도중 고등학생 조카가 데리고 마야를 보러 들어갔던 둘째놈이 울어서 ㅠ.ㅠ 영화는 보다 말았다.)축포는 이런 때 터져야하는데 말이지. 


남편이 고른 영화는 국제시장이었다. 함흥에서 태어난 윤덕수씨는 아마도 1940년생쯤 되겠다. 6.25때 함흥에서 그는 동생을 잃어 버리고, 그로 인해 아버지와 헤어지게 된다. 아버지 없는 집안의 장남이 그렇듯, 그 역시 가장이 되어 가족을 부양한다. 선장이 되고 싶어서 검정고시 공부를 하던 그는 서울대에 붙어버린 미친 동생놈 때문에 파독 광부가 된다. 해양대학교에 합격을 했지만 아버지와 만나자고 약속했던 가게를 지키기 위해 파월 장병이 된다. 그는 투정부리지 않고, 왜 내가 해야하느냐고 묻지 않는다. 마치 만수씨 처럼. 영화를 보는 내내 덕수씨와 만수씨가 겹쳐보였다. 


책은 성석제 특유의 유머와 정교함을 잃지 않는다. 빠르게 교체되는 화자들을 통해서 인물의 입체성과 구체성도 생생하게 살아난다. 소설 소개글에서 우울하고 구질구질한 이야기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잠깐해서 사 놓고도 읽기를 미뤄두었는데, 전혀 우울하거나 구질거리지 않는다. 성석제가 가장 잘 쓸수 있는 분야의 글을 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성장하는 작가를 보는 것은 즐겁고도 경이로운 일이다. 성석제는 언제나 이전 글보다 조금, 때로는 아주 많이 나아진 차기작들을 내놓는다.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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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한국현대사 - 1959-2014, 55년의 기록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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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사를 직접 겪었고, 때로는 그 현대사를 직접 만들기도 했던 한 지식 소매상의 담담하면서도 현실적인 필치가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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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4-12-15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게 얼마만입니까!

blanca 2014-12-29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아시마님이다!!!!

아시마 2014-12-29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여러분 방가방가~~~ 저 귀국했어요!!!!!!

2014-12-31 1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1-02 18: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년을 위로해줘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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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살부터 29살까지, 꼬박 4년간, 나는 대여섯명의 소년들의 국어 선생님이었다. 우연히 시작된 중3, 16살 남자 아이 대여섯명의 그룹과외는 꾸준히 이어져 대학 입시를 마치고나서야 끝이났다. 열여섯살부터 열아홉살까지, 그 나이대의 소년들은 청년과 소년이 혼재된 상태로 한없는 예민함과 지독한 둔감함이 엉망으로 뒤엉켜 있었다.  

소년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은 흥미로웠다. 여자형제밖에 없는데다 여중 여고 출신인 나에게 그 전까지 소년이란, 내가 알지못하는사이 환상만을 잔뜩 가지게 된 괴 생명체와 비슷했다. 익스트림한 스포츠를 즐기고, 냄새를 잔뜩 풍기며, 말은 할 줄 아나 싶게 말을 안하고,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화를 내는 단순하기 그지 없는, 뭔가 인간 같기는 한데 동물 쪽에 더 가까워 보이는 뭐, 그런 존재였다. 나에게 그런 환상(?)을 가지게 한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이, 남자 형제를 가진 여중 여고 친구들의 하소연이었고.  

그러다 내가 만난 16살 소년 여섯은, 16살 나의 여중 3학년 시기와 별 다를 것 없는 아이들이었다. 상냥해 보이는 눈을 가진 아이도 있었고, 음침한 표정의 아이도 있었지만, 스물 여섯이 봐도 열여섯의 아이들은 그냥 아이였다, 사실은, 성별이 거세된 '아기'라는 느낌이 훨씬 강했다. (음, 동네 분위기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얌전한 아이들이기는 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고, 열일곱살이 되면서 아이들은 혼란스러워했다. 자신이 남자라는 것, 그것도 여자와 대비되는 남자라는 것을 자각하기 시작하면서 아이들은 자신에게 무엇이 씌워지는지를 느끼는 듯 했다. 여자보다 용감해야 하고, 나중에 아내와 자식들을 부양해야 하니까 여자보다 공부도 잘 해야 했다. 혹시나 여자친구가 생기면 남자니까 당연히 돈도 많이 부담해야 하고, 혼자 돌아오는 밤길도 무섭지 않은 척 해야 했다. 무엇보다, 위로 따위는 필요없는, 씩씩하고 용감한 사람이 되어야 하고 그렇게 보여야 한다는 부담감은 그것자체로 짐이었다.  

한때 아기 같았던 그 아이들은 어느새 '가오'를 잡으면서 소년이 되어갔다. 공부를 잘하거나 못하거나 착하거나 아니거나 순진하거나 발랑까졌거나 다 상관없이 그 아이들을 설명할 수 있는 단 한단어가 '가오' 였다. 그놈의 '가오'는 Y유전자에 별책부록도 아닌 합본부록으로 딸려오는 모양이었다. 열일곱살인 그 애들은 스물일곱살인 내 앞에서도 가오를 잡고 싶어했다. 가오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왜냐면, 그애들은 남자고 나는 여자니까.

   
 

-낸시 스미스라는 여자가 쓴 시에 이런 대목이 있어. 
재욱 형이 시를 읊기 시작했다.
-스스로는 강한데도 약한 척해야 하는 게 지겨운 여자가 한 명 있는 곳마다, 상처받기 쉽지만 강하게 보여야만 하는 게 피곤한 남자가 하나 있다. 항상 모든 걸 다 알아야 한다는 기대에 부담을 느끼는 소년 한 명이 있는 곳에, 자신의 지성을 믿어주지 않는 사람들에게 지쳐버린 소녀가 하나 있다. 그리고.......
시는 술 한모금을 마신 뒤에 다시 이어졌다.
-너무 예민한 것 아니냐는 소리를 듣는게 지겨운 소녀 한 명마다, 자신의 연약하고 흐느끼는 듯한 감성을 숨겨야 하는 소년이 한 명 있다. 

-p. 341 

 
   

부들부들, 열일곱 소년이 잡는 가오는 뭔가 애처로운데가 있었다. 한순간에 무너져 버릴 게 뻔해서도 그랬고, 스스로가 자신의 가오에 확신을 갖지 못해서도 그랬고, 자신이 왜 가오를 잡아야 하는지를 확신하지 못해서도 그랬다. 그 가오에 속아주면 끝까지 가오를 잡아야 할 그애들의 어깨가 안타까웠고, 가오 그만 잡지, 좀? 이라고 그 어깨를 두드려 주려 하면 자존심을 송두리째 침해받은 듯 펄펄 뛰어 어려웠다. 가오를 건드리지 않으며 위로를 해 준다는 건 고난이도의 기술이 필요한 분야였다.  

그놈의 '가오'가 '갑빠'로 옮겨가면 그나마 다루기가 좀 낫더라는 게, 열여섯부터 열아홉까지, 그리고 다시, 그 아이들이 대학생과 군바리, 복학생이 되는 것을 간간히 지켜본 나의 경험담이고. 그리고, 올해 마흔을 찍으신 분을 데리고 살면서 보니 그놈의 '가오'는 평생을 잡고 사는, 몸 속에 y 유전자가 존재하는 한 계속 되는 것이더라는 거, 그리고, 가오를 잡는 한, 소년들은 죄다 위로가 필요하더라는 거. 그게 나의 결론이기도 하고. 

다시, 소년의 이야기와 이 소설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생각해보면, 청소년기의 우리가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가, "별 것도 아닌 걸 가지고" 였다. 그리고 실제로 청소년기에 했던 대부분의 고민들을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정말 별 것도 아닌 것이었다. 그때는 세상이 무너지는 아픔이었는데 어른이 된 지금 들여다보니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는 그런 고민들이었다. 그런 일들 하나하나에 그리 울고 웃었다니 정말 대단한 열정이었다고밖에.  

그런 대단한 열정에 감탄하는 것과는 별개로, 그 대단한 열정으로 했던 그 많은 고민들, 그것들이 얼마나 아프고 얼마나 힘들었는지 또한 잊혀지지 않는다. 그러니까, 아무리 하찮은 것들이었다고 해도, 당시의 나에게는 생사의 기로와 세상의 존폐위기와 맞먹는 것들이었던 것이지. 그것또한 진실.  

이 책은 그 하찮은 것들에 대한 소년들의 고민을 보여준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한낱 '가오'로 보일 뿐인 그것이 소년에게는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은희경은 놀랍도록 잘 그려낸다. 와. <새의 선물>에서의 진희와 이 소설 연우는 본질적으로 다른 인물로 느껴질 정도다. 은희경, 많이 컸구나!!!(이런 건방진 말이라니...;;;;) 

보너스 트랙은 없는 것이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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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3-07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종종 느끼는건데,
아이에게도, 같이 있는 어른에게도 가장 힘든 시기가 중학교 시기인 듯 해요.
남자아이들이 더 심하고, 여자아이들도 성격에 따라서는 참 어렵게 보내죠.
극과 극을 달리고... ^^

제 딸 코알라가 벌써 초등학교 5학년에 되면서, 참 생각이 많아요!

참...... 제가 아시마님의 전에 페이퍼를 보고 재봉이 너무 하고 싶어졌거든요.
그래서 요즘 배우면서, 재봉틀도 사고, 내친 김에 오버록 기계도 샀어요!
아시마님, 그때 그 페이퍼 다시 감사드려요!

아시마 2011-03-10 13:45   좋아요 0 | URL
헉, 오버록까지 사셨군요!
제가 저희 충무공에게 맨날, 누가 나한테 와서 "야옹아 '오바로꾸(오버록이라는 건 아실테고. ^^)' 사주께 따라가자." 그러면 냅다 따라갈거라고 협박질 중인 그 오버록! ㅠ.ㅠ 아아, 부럽슴다.

전 지금도 그렇지만, 중학교때는 많이 둔감하고 많이 예민한 아이여서, 혼자 힘들었어요. 엄마가 굉장히 둔한 성정이라 그게 오히려 도움이 되었던 것 같기도 하구요. 얼마전에 사춘기를 호되게 앓고 있는 옆집 애를 보고 혼자 에구... 너도 크느라 욕본다, 중얼중얼 했는데, 생각해보니 그애도 한국 학년으로는 중학생이네요. 전 중3-고2까지가 많이 힘들었던듯.

그나저나, 재봉틀은 뭐 사셨어요?

따라쟁이 2011-03-14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읽다보니 저는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이 생각나네요. 남녀 공학이거든요. 네. 그녀석들도 가오를 잡으면서 이제 남자가 됐어요. 그래서 애처로울 때도 있어요. 최근에 한녀석 아버님이 장기 이식수술을 받으신 경우도 그랬고요. 일은 다 치루고 나서.. 그랬더라.. 하면서 지난간 옛이야기 하듯이 이야길 건내더라구요.
너는 결혼도 했고, 신경쓰게 하기 싫었다고 하면서. 가족에게도 친구에게도 내려놓지 못하는 그놈의 가오는... 어디에서 풀고 좀 쉴 수 있으려나..싶네요.

양철나무꾼 2011-03-19 0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읽고 아들이 중3이 되었죠.
전 이 책을 아줌마의 마음에서 읽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아직 아이가 소년의 한가운데 있지 않아서 비껴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요즘 이땅의 소년, 소녀들 좀 안됐어요.
성정을 발현할 시간 따윈 없으니까 말이죠~^^
 
신 기생뎐
이현수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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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05년이었는지, 2006년이었는지 그해의 동인문학상 후보작품 10편 중 하나였다. 그 시기에 나는, 문학상 수상작은 물론 후보작품들을 아주 열심히 독파해 나가던 중이었던 관계로 이 책도 읽었다. 열심히.  

이 책 읽고, 첫 생각은, 이런 작품까지 후보로 넣어주다니 동인상도 다 됐군, 이었다. -_-(아아, 난 요즘 리뷰가 거칠어지고 있다. ㅠ.ㅠ)  

기생이라니 누구나 혹할만한 소재다. 이 책의 작가는 나름대로는 자료 조사도 잘 했다. 자료조사는 잘 했는데, 그 자료를 자기 것으로 소화해 내지를 못했다. 자료와 이야기가 따로논다. 그건 이 책의 최대 단점이다. 작가가 자료를 자기 것으로 소화해 내지도, 그렇다고 버리지도 못한채 어정쩡하게, 그냥 머물러있다.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그대들이 하고 싶은 말을 놓치지 않고 쓰겠노라고"(p. 255)하더니 후반부로 갈수록 기생들이 하고 싶은 말을 받아 적느라 이야기는 난맥상이다.  

특히 <집사의 사랑>편에서 타박네의 기생들이 독립운동을 했다는 호통을 치는 대목과, <서랍이 많은 사람> 부분에서 하루코의 난고촌의 유래에 관한 이야기는 어이가 없을 정도다. 이거야, 소설을 쓰겠다는 거냐, 말겠다는 거냐. 이럴 거면 사료집을 편찬해야지.  

인물은 다들 전형적이고 평면적이다. 이것이 이 소설의 또다른 단점이라고 할 수 있다. 부엌어멈은 부엌어멈의 전형성을 획득하고 있을 뿐 어떤 개별성이 없다. 다른 인물들도 마찬가지다. 이거야, 현대판 장화홍련인 것이다. 각 인물의 개연성도 필연성도 개별성도 없이, 각자의 포지션에서 각자의 역할에만 충실하다. 그러니까, 계모는 계모로서의 역할에, 의붓 언니는 의붓언니의 역할에, 구박받는 전처의 딸은 그 역할에만 충실한 것처럼, 그 외의 어떤 가능성도 없는 것처럼. 

소재는 독특하고 발상도 좋았는데,  

거기까지가 이 소설의 한계인 건가. 

ps. 아, 난 투덜이 스머프가 되어버리고 만 건지도.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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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체오페르 2011-02-05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제목의 영화인가 드라마도 있지 않나요? 이게 원작인가...

아시마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곳에선 어떻게 설을 보내나 궁금하네요.ㅎ

아시마 2011-02-05 14:37   좋아요 0 | URL
영화는 2006년인가 만들어 진걸로 알고 있고, 최근에 임성한(막장 작가로 유명한 그 임성한이요. ㅎㅎㅎ)이 극본을 쓰는 드라마로 제작되어 방영되고 있죠. 서사는 영 볼품없는 소설인데(뭐, 전반적으로 별로예요) 막장으로 만들수 있는 요소가 몇가지 있는 소재라서, 임성한과 결합했으니 재미있을수도... 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러나 저러나 안볼테지만. ^^
잊고 있던 책인데, 알라딘에서 띄우길래 다시 꺼내 읽고 리뷰 써 봤어요. 처음 읽었을 때도, 이번에 읽을 때도 여엉, 별로예요. -_-;;;

여기는 뭐, 한국하고 비슷하게 설을 쇠요. 떡국 끓여먹고, 만두도 빚어 먹고. 저는 안빚었지만요. 주변에 만두 빚으신 분들이 나눠 주셔서 맛나게 먹었답니다. ^^
루체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0^

따라쟁이 2011-02-09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라마는 제법 재밌다고 하던데.. 그게 그러니까 막장요소 덕분인건가요?

리뷰는 참 신기해요. 책을 읽고 좋았다고들 하시면 오와.도대체 얼마나 좋길래? 하고 읽어보고 싶고, 이렇게 별로라고하시는 글을 읽으면 음.. 뭐가 얼마나 별로길래.. 하고 읽어 보고 싶어져요. ㅎㅎ


아시마 2011-03-10 13:46   좋아요 0 | URL
너무나 늦은 답글이지만;;;;; 떠비.

그게 그러니까, 제 생각에는 막장요소 때문인듯. 임성한이 워낙에 막장요소를 막장스럽게 잘 요리를 해 내는 작가니까, 그런 부분도 작용 하겠죠.

ㅎㅎㅎㅎㅎㅎ 저는 남들이 별로라는 책은 별로 안궁금하던데, 대신, 나는 재미있게 읽었는데 남들이 별로라고 하면, 나의 보는 눈을 의심하는 쪽이기는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