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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2 ㅣ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2
공지영 지음 / 분도출판사 / 2014년 11월
평점 :
2013년 연말 쯤의 어느 주말 오후, 남편과 둘이 뒹굴면서 나는 책을, 남편은 핸드폰으로 vod를 보고 있었다. 그때 남편이 보고 있던 건 힐링캠프 백지영 편. 이어폰을 쓰던 남편이 귀가 아프다며 이어폰을 뺐고 그때 이경규가 백지영에게 질문을 했다. 힘든 일을 겪지 않으셨냐고. 그 일들을 어떻게 이겨내셨는지 말 해 줄 수 있느냐고. 그때 백지영의 대답이 무척 놀라웠다. 나도 몰랐는데 백지영은 독실한 크리스천이었는데 그 고통스러운 순간마다, 신은 감당할 수 있는 고통만을 주신다는 말을 믿고 버텼다고.
그때 생각했다, 와, 신앙을 가진다는 건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데 정말 든든한 빽을 하나 가진다는 거겠구나.
나는 어설픈 불교 신자쯤 된다. 엄마가 때되면 절에 가시고, 때되면 남편과 나의 이름을 적은 연등을 달고, 나 역시 때되면 절에 가서 기도도 하고, 연등도 올리고(연등 다는 데 불전 낸다. ㅎㅎ) 스님들의 글을 좋아하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의 동의하에 가족모두 천주교에 입교해 볼까 생각하는 중이다. 그때부터 해가 바뀐 지금까지 여전히 생각하는 중이라는 게 문제라면 문제일까. 내 아이들에게 백지영이 가진 것과 같은 그런 든든한 빽을 하나 가지게 해 주고 싶어서, 그런 빽 하나 가지고 있으면 좀 더 덜 힘들게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아서, 부모된 자의 중압감을 누군가와는 나눠지고 싶어서.
엄마 아빠 말고도 나를 무조건 무작정 사랑해 주신다고 믿을 수 있는 한 존재를 가진다는 건 대단한 축복이다. 사랑을 할 수 있는 것도 능력이지만, 사랑을 신뢰할 수 있다는 건 더 큰 능력이다. 믿는다는 건 그분이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것을 믿는 것이다.(p.302) 나를 사랑하는 전지전능한 존재가 나를 해롭게 하지 않으리라는 믿음이 있으면 이 세상 살아가기가 좀 더 편안해 지지 않을까 하는 나의 이기적인 종교관조차도, 신은 아마도 어여삐 여기시리라는 믿음 같은 것이 나에게는 있다.
이 책은 공지영이 세번째 이혼 시기를 말하면서 시작한다. 공지영이 결국 회심을 하게 되던 그 순간에 대한 고백으로 시작하여 공지영의 신앙고백으로 이어진다. 기행문에 가까웠던 수도원 기행 1권에 비하면, 공지영의 신앙은 많이 자랐고 성숙해졌다. 출판사도 푸른숲에서 성서관련 출판 사인 분도출판사로 바뀌었다. 이 책은 그러니까 신앙서적에 더 가깝겠다.
내가 이해하는 불교는 천주교를 비롯한 기독교에 비하여 좀 더 자아성찰 적인 종교에 가깝다. 내 안의 불성을 찾아내어 윤회의 고리를 끊고 성불하는 것이 목적이니까. 그러니까 부처님은 빽이 되기는 좀 힘들다. 내가 잘못한 게 있으면 자꾸만 반성을 하게 만들지 그걸 용서해 주시는 분은 아니라는 느낌이랄까. 거기에 비하면 하느님은 내가 잘못한 게 있어 반성하면 용서하고 그 뒷감당을 해주시는 분이라는 느낌이다. 그러니까 내 삶의 빽같은. 자식이 살인을 저질러도 그 자식에 대한 사랑만은 거둬들이지 않는 부모처럼, 그렇게. 때로는 나무라고 혼도 내고 크게 야단도 치지만 끝내는 사랑하는 그 부모들처럼.
어느날 나와 내 남편, 내 아이들이 성당으로 걸어가게 된다면, 두명의 지영씨 백지영과 공지영 때문일 것이다. 두분, 복받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