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온다 리쿠를 계속 읽는 이유는  
이야기가 태어난 근원에 대한 호기심과 동경,
일상성과 비일상성이 마술처럼 혼재된 미스터리의 세계 때문이다. 
도저히 일상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피부에 끈적하게 들러붙는 현실감.
가만히 생각해 보면, 어디선가 나도 본 곳, 나도 느낀 감정인데 하는 묘한 동질감.  
(그녀의 완결무결한 소녀, 혹은 소년은 여기에선 잠시 접어두기로 하자. ㅋ)

<금지된 낙원> 의 세계도 그렇다.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매우 이질적인 세계로 들어가는 듯 싶지만,  
그들이 느끼는 공포와는 무관하게 나는 계속 일상적인 감정들을 찾고 있다.  
공포의 감정이라거나, 지상의 사랑이라거나 그런 거 좀 까칠한 맘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신의 정원에 도달하기까지의 그들의 이야기로 다 덮어버리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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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서재를 너무 오래 쉬었더니,
이렇게라도 정리하지 않으면 왠지 시작이 안될 것 같은 기분이다.
하루를 여는 노래는, 요즈음 하도 말들이 많아서 기약없이 정지. 
형사처벌 받기는 싫단 말이오~   

오늘  읽은 책.
살인이 벌어지는 시점부터는 그래도 제법 미스터리 소설 같은 느낌이 나서 집중이 되긴 했지만,
뭔가 옹골차게 들어맞지 않는 듯한 느낌, 버석거리는 느낌이 내내 불편했다.
한여름의 얼어붙은 섬, 우윳빛의 짙은 안개의 감각이 계속 남아 지금까지도 별로 유쾌하진 않다.
사건이 해결되면 명쾌한 맛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말이지. 

가장 오랫동안 붙들고 있었던 책.
본격적으로 리뷰라도 쓸까 하며 몇번 끄적이다 포기해버렸다.
일을 하다가도 칼날 같은 감상이 갑자기 가슴을 헤집고 올라서 한참을 어찌해야 할지 몰라 했던 서성거렸다.
근현대사 교과서 관련 문제로 학교에서 이래저래 많은 일들이 있어서, 더욱 사적인 독서가 되었던 것 같다.
거대한 세계에서 우연한 존재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그 먹먹함과 외로움에 대해,
근 일주일은 머리가 아프고 가슴이 아팠지.
시대의 아픔이나 사회의 부조리에 일일이 반응하며 살지도 못했고, 행동은 더더욱 못하고 살았지만,
다만 합리적인 어른으로 아이들 앞에 서고 싶었던 바램들이
산산히 뭉개지는 일들을 거쳐오면서, 차라리 화르륵 산화해 버리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는데,
김연수의 글들이 적잖이 위로가 되었다. 고맙다. 

아기를 보느라 긴 시간을 내기가 어려워서 단편들에 손이 많이 갔다.
한 편의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갈무리 시간이 길어서 그간 못읽고 남겨두었던 단편들을 거의 다 본 것 같다.
아토다 다카시의 단편들이야 더 부연할 필요가 없겠지만, 유쾌(?),명쾌, 상쾌 + 뒤늦게 찾아오는 허걱의 향연. 
<시소게임>으로 처음 만났을 때의 즐거움이 너무 컸기 때문인지, 오히려 가장 늦게 본 <나폴레옹광>이 조금 심심했다.

한국 작가들의 단편은 더더욱 손이 안가는 편인데,
(나는야, 장편이 좋아라~)
역시 이번에 맘먹고. 
김중혁의 소설들은 이야기에 관해서는 신뢰감을 주기에 충분했고.
심윤경의 소설들은, 그녀에 대한 편애에도 불구하고 조금 아쉬웠다.
글보다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나는, <이현의 연애>의 심윤경을 너무나 좋아해서, 이렇게 질펀하고 이렇게 투박스런 심윤경이 낯설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에 대한 믿음이 사라진 건 아니다.
옛 역사책의 사교성 없는 한 줄의 글에서 이런 이야기를 찾아냈다는 것만으로도 박수를 쳐주고 싶으니까. 

크게 마음에 남지 않았던 일본 소설도 몇 권 읽었다.
이 책들에 대해 비난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새로운 아기가 생겼고 새로운 생활에 열심히 적응하려 애쓰고 있는 나에게는 크게 감상을 남기지 않았다는 말일 뿐이다.  
이사카 코타로의 책은 언제나 그렇듯이, 한점 얼룩도 없이 파란 어느 꿈같은 세상에 대한 동경, 슈퍼하지 않은 슈퍼 영웅의 존재가 그려져 있다. 그는 왜 이다지도 이 세상을 심판하고 싶은 걸까 하는 궁금증의 연장선.
모리미 도미히코의 책의 그 형식의 참신함 때문에 상당히 즐거웠는데, 그것도 4번을 반복하자니 좀 지루해졌다.. 고 한줄로 일축하자니 조금 미안하군. 

꽤 오랫만에 신간 만화도 읽었다.
기존의 읽던 책들의 뒷편이 아니라 아예 새 만화로 시작하기는 정말이지 오랫만.
하지만, 강경옥이라는 이름 때문에 조건반사로 집어든 책이니 아예 새 만화라고 하기도 뭣하다.
끊임없이 미스터리라는 끈을 쥐고 있는 이 나이많은 만화가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근데, 왜 나는 이 이야기를 예전에 어디선가에서 본 듯하지. 특히 도입부가... 이 강경옥의 그림 그대로 본 듯하니, 데쟈뷰라 하기엔 좀 생생한데.) 

이제 고작 4개월밖에 안된 아기를 위한 책들을 둘러보다가, 엉뚱하게 내가 그림책에 푹 빠져 버렸다.
아무런 개연성도 없이 그동안 모아온 그림책이 몇개 있긴 했지만,
이 드넓은 그림책의 바다에, 그야말로 풍덩. 
우선은 그림책에 대해 뭔가 알아두긴 해야할 거 같아 설명서도 하나 읽었다.  
세상에 이렇게 멋진 그림책이 많다는 걸 알았다는 게 더 큰 수확.

사랑스러운 그림책들.
 

 

 

 
그러다가 팝업북에까지 눈이 가서, 결국은 조카 크리스마스 선물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 지르고 말았다. 이 비싼 책을. ㅜ.ㅜ

   

 

 

그런데, 앤서니 브라운의 팝업북이 나왔다고 해서 또 가슴이 콩닥콩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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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09-02-20 0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군요~. 그럼 유투브에서라도???ㅎㅎ
아침을 여는 음악, 기다렸단 말에요~~~.ㅎㅎ

애쉬 2009-02-20 22:05   좋아요 0 | URL
기다려주시는 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 행복하네요~
저도 함께 나누고 싶은 음악들이 많은데 ㅜ.ㅜ
음악 같이 나눠듣는 것도 참 좋은 일인데, 언제쯤 그렇게 되려나 몰라요.
웹상에서 음악을 올려 들을 수 있는 합리적이고 합법적인 방법이 어서 나왔으면 좋겠어요.

아, 유투브는 생각도 못했었네요. 나비님 서재처럼 올리면 되는 것을.
좋아하는 음악들이 인디밴드의 곡이 많아 유투브에서 찾을 수 있을진 모르겠는데, 어쨌든 시도해 보겠습니다~ 감사해요~
 

그새 두달이 지났네.
책을 거의 읽지 못했으니, 서재에도 자연히 발길이 뜸해졌다.

그새 나는 아이를 낳았다.
사실,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지만.
10시간이 넘었던 배앓이의 기억, 쑤욱 하고 내 안에서 빠져나오던 생명의 기억. 내 젖을 물고 오물오물 빨아대던 아이의 기억. 모두 생생하지만,
그래도 참 실감이 나질 않는다.
내가 엄마가 되었다는 것이.
내 생활에 내 아이가 들어와서 모든 중심이 서서히 바뀌고 있다는 것이.
언제쯤 인정할 수 있으려나.

미치도록 사랑스러운 아이를 쳐다보면서,
순간순간 드는 생경한 느낌.
새로운 삶을 받아들여야 하는 순간이다.



아이를 위해 오랫동안 준비되었던 곡.
벨라 루나. 아름다운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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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09-02-20 0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오오~~~~~~넘 사스러워요~~~~.
축하드립니다.
방명록 다시 안써도 되죠????ㅎㅎㅎ

애쉬 2009-02-20 21:56   좋아요 0 | URL
감사해요~~~
이렇게 작았던 아이가 벌써 6개월이 되었어요.
아이 보느라 저도 버둥대고 있어서 책을 여전만큼 읽을 수가 없다보니, 서재에도 뜸해졌어요.
하나 보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셋을 어떻게 그렇게 예쁘게 잘 키우셨어요?
진짜 존경스러워요~~~
 

짧은 영어 실력에도 불구하고, (심각하게 짧은)
가사가 좋지 않은 곡들은 영 듣지 않게 된다는 원칙은 영어권 노래에도 적용된다.
그러다 보니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은 간단한 가사로 된 팝들만 오히려 찬밥 신세가 되기도 한다.
가사가 좋고 나쁘고는 개인 취향이지만, 가사가 복잡하면 (내가 이해할 수 없으면)
그나마 그 취향의 문제에도 적용할 수 없기 때문.
그러다 보니 단 한 줄의 단 한 줄의 가사만으로도 버림받는 노래도 있다.
심하게 지맘대로다.
반대로 귀에 들리는 단 한 줄의 가사만으로 꽂히는 노래도 있다.

These streets have too many name for me.

모든 사고를 멈춰버리게 한 그 구절.

앞으로 걸어가야 할 많은 길 위에서 늘 노래가 떠오를 것이다.
파올로 누티니의 목소리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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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정말 덥다.
선풍기 4대가 돌아가는 교실은 그야말로 찜통.
이 더운 날씨에도 점심시간이면 남자애들은 나가서 농구에 축구에 여념이 없고,
샤워도 못한 끈적끈적한 열기가 교실을 가득 메우고 있다.
서울 온도가 30도가 육박한다는데, 아직 에어컨은 틀어줄 수가 없단다.
에어컨 인심만은 후했던 우리학교도 올초부터 전기세 때문에 쩔쩔 매는 걸 보면,
올해는 시원하게 나긴 어렵겠다.
아, 6,7교시도 계속해서 수업인데, 걱정이다.
7반은 40명인데. 그 교실엔 어떻게 들어간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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