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계절이다.
아침에 출근한 때마다 원미산 둘레로 난 도로를 달리는데,
능선을 따라 주욱 늘어선 가로수가 노랗게 물이 들었다.
어쩜 하나도 같은 노란색이 없이, 저마다 짙은 색을 발하고 있다.
산의 청량한 냄새가 떨어지는 낙엽에 묻어 후두둑 떨어지고,
그걸 밟고 운전하는 길, 어디로든 끝나지 않을 것만 같다.
 
이런 목소리가 있어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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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lmo 2010-11-10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동네는 벌써 바랬어요.

전 오늘 점심시간에 나가서 커피 한잔을 사왔는데,
커피를 너무 볶았는지 탄 냄새가 나는 거예요.
낙엽 태우는 냄새가 생각나서 냄새만 흠뻑 마셨어요~^^

애쉬 2010-11-10 16:46   좋아요 0 | URL
신기하죠? 낙엽하면 저도 커피향이 떠오르는데.
그 진하고 바삭거리고, 쓸쓸한 냄새.
 

가장 사랑하는 한희정의 목소리.
그녀의 목소리가 도로록 하고 융단이 펼쳐지듯 흐르면, 나는 눈을 감을 수 밖에 없다. 꿈결처럼.
풍부한 질감과 사색을 갖춘 이 목소리를 듣는다는 것 만으로도
숨이 잠시 멎을 것 같은 경험인데. 

그런데, 그녀의 목소리를 곡이 따라가주지 못하네.
한희정, 조금만 더 힘내면 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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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lmo 2010-11-10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애쉬님을 왕 사랑하기로 했어요~
어떻게 한희정을,
"그녀의 목소리가 도로록 하고 융단이 펼쳐지듯 흐르면, 나는 눈을 감을 수 밖에 없다. 꿈결처럼."
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인지요,원~ㅠ.ㅠ

애쉬 2010-11-10 16:46   좋아요 0 | URL
아~~ 부끄러워요~~~ ^^
저는 누가 저 좋아하면 저도 따라서 막 좋아하고 그런단 말이에요~
양철나무꾼님, 큰일나셨어요. 이젠 제가 사랑할 거거든요~
 

월요일, 잔뜩 흐린 하늘과 함께 시작. 
오늘 감독이라 10시반까지 근무해야 하는데, 아이팟을 안가지고 왔네.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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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가 잔뜩 꼈다. 
올해 옮긴 학교는 시 외곽에 있는 곳이라 길 안쪽으로 한참을 들어와 산 안에 폭 파묻혀 있다.
덕분인지, 집에서 나올 때만 해도 안개 약간이던 날씨가,
학교에서는 온통 하얗다.
운동장 건너편이 보이지도 않을 만큼.  

사위가 뿌연데, 커피를 마시면서 책상 앞에 앉아 있으니,  
애달픈 반도네온의 소리가 춤추듯 들린다. 
그리고 뒤를 이은 그녀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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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lmo 2010-11-07 0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간에 들어도 죽음인 걸요~^^

애쉬 2010-11-08 10:29   좋아요 0 | URL
참 좋죠?
탱고는 언제나 사람맘을 쥐어뜯는 매력이 있어요. 이런 음악이 태어난 나라는 어떤 곳인가 몰라.
 

아침부터 기분이 완전 꽝이다. 

10시부터 숭실대가 발표라고 해서 교무실이 모두 두근반 세근반하며 기다리고 있었는데,
10시가 되니 조회가 되더라.  
우리반에도 한 녀석이 썼고 게다가 계속 떨어지기만 했던 녀석이라 마음을 졸였었는데,
합격이라고 해서 펄쩍펄쩍 뛰고 난리도 아니었다.
다른 반도 꽤 많이들 합격했는지, 교무실이 들썩들썩 거렸다.  
마침 순회중이던 교감샘까지 들어와서 얼싸안고 난리였는데,  

글쎄. .. 전산오류란다.
세상에 고3담임 5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등록금 고지서까지 출력하고 아이들은 울기도 하고 그랬는데. 정말 열불이 나서 미치겠다.
숭실대는 전화를 내려놨는지 아무리 전화를 해도 되지도 않고,
잔뜩 절망한 아이들에게 뭐라 위로할 말이 없다. 
이게 아이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 정말 모르는 걸까. 

이 그지같은 학교는,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 한 마디도 없다.
내가 가서 들이받듣지 불을 싸지르던지 해야지. 아~~~~~~악. 

 

아, 이렇게 소리라도 지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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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11-05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진짜 진짜 너무하네요! 사람들 들었다 놨다 해놓고 전산오류라니. 아 진짜 불 싸지를때 옆에서 돕고 싶습니다.

애쉬 2010-11-05 14:18   좋아요 0 | URL
좀 전에 진짜 합격자발표가 났는데, 떨어졌어요 ㅜ.ㅜ
아~~~~~~~~ 어떻게 하죠~~~
아직 아이한테는 말을 못했어요, 저 혼자만 확인하고.

다락방 2010-11-05 15:35   좋아요 0 | URL
아, 그 아이의 상실감은 이제 어떡하나요! 어휴...

int 2010-11-05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나도 이렇게 기분 나쁜데, 애들은 얼마나 황당할까?
언론에는 공식사과한다고 써있던데, 찾아보니 어디에도 공식사과라는 건 없네.
게시판에도 글 못쓰게 막아놓은 거 같아.
거지같은 학교다. 정말.

애쉬 2010-11-05 17:30   좋아요 0 | URL
오늘 발표가 엄청나게 많이 났는데, 애들이 다 우수수 떨어지고 있어서, 지금 분위기가 장난이 아냐. 다 비슷한 학교들이라, 하루에 여러 개 학교를 떨어진 아이들이 너무 많아서 금요일 분위기가 엉망이고. 담임들도 다들 죽을 거 같아.
지금 동국대도 났는데, 이러다 정말 머리 빠지겠어.
내 참, 올해같은 해는 처음이다.
계속 이러면 고3담임 못하겠어. 마음이 아파서.

sslmo 2010-11-07 0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의 마음이 모두 애쉬님만 같다면,
정말 빠진 머리카락을 모아서라도 짚신을 삼고 싶어지는 걸요~

조크라고 적어봤는데...왠지 썰렁한 걸요~ㅠ.ㅠ

입동이고,날씨도 제법 쌀쌀해요.
아기 감기는 좀 어떤가요?

애쉬 2010-11-08 10:33   좋아요 0 | URL
^^ 그런 짚신이라면 너무 부담되요~~
생각보다 좋은 선생님들이 많아요. 아이들과의 관계도 친밀하고, 권위적이지 않은 분들도 많으시구요.
아무래도 고3은 같이 고생한다는 느낌이 있어서, 좀더 각별하지 않나 싶긴 하지만요.

아이 감기는 좀 나아져서, 주말에 개심사에 다녀왔어요.
가을 단풍이 끝물인거 같아요. 낙엽되어 소복히 쌓인 산에 한번 더 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