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좋아서. 줄리아 하트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오늘도 평화롭고, 일도 순조롭고,
남편과 아이가 있어 행복하다.
감정표현이 서투른 나는 그냥 그렇게 복도를 걷다가 불현듯 생각한다.
아, 행복하구나, 하고.
가끔은 벌써 결혼한지 6년이나 되었다는 게, 우리가 사귄 기간을 합치면 13년이 되었다는 게, 흠칫흠칫 놀라는 일이지만,
나는 조금도 어른이 되지 않은 채로 이렇게 서 있고,
그도 12년 전과 그리 달라지지 않은 모습으로 이렇게 마주보고 있다.
저 멀리 육교에서 그의 모습이 보이면,
저도 모르게 배시시 웃음이 나와 걸음이 빨라지던 그 날처럼,
그 날의 서울 하늘처럼,
하늘이 파랗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