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거의 읽지 않고 있다.
시간이 많아지면 더 많이 읽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영 두서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책을 읽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여름 무렵에 시작한 '일어 원서 제대로 번역하며 읽기' 탓이다.
거창하게 이름은 붙여봤으나, 별건 아니다.
장장 십여년이 넘도록 슬렁슬렁 했던 일어 공부의 한 매듭을 맺고자, 집에 쟁여둔 원서들 중 하나를 꼼꼼하게 읽기로 한 것이다.
남편이 예전 출장길에 사다준 히가시노 게이고의 '편지'를 읽고 있는데,
연습장에 본문을 그대로 옮기고, 밑에 번역을 쓰고 있다. 모르는 단어도 다 찾아서 적어두고, 읽는 법까지 꼼꼼하게 붙이다 보니, 시간이 엄청 걸리고 있다.
벌써 연습장을 3권이나 썼네. 검정펜, 분홍색 펜에 파란펜까지 족히 열개 이상을 버렸다.
별스런 각오도 없이 시작했던 일이 점점 커져버려서, 오기로라도 그만 둘 수가 없게 되었다.
이 악물고 공부해 본 일이 한번도 없는데 말이지.
이것이 진짜 공부가 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다른 책을 읽을 시간은 야금야금 뺏고 있는 건 분명하다.
보면서 읽고, 쓰면서 읽고, 한글로 옮기면서 또 읽으니, 아아아~~~~ 외워 버리겠다~~
이제 네 권째의 연습장을 펼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