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말이라 연일 일폭탄이 떨어지고 있다.
이 일을 하는 중인데 저 일이 또 내려오고, 이거 보고 하다보면 저거 취합해야 하고,

정신없이 바쁜데,

그 바쁜 일들의 틈바구니에서 그 일들을 교통정리하고 시간을 배분하고 하나씩 밑줄을 그어가며 묘한 희열을 느끼고 있다.

나, 약간 변태 같네.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이런 상황에서 크게 흔들리지 않고 무게중심을 잡고 있는 게 은근히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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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지 마, 말하지 마, 사라지지 마, 버리지 마.

 

 

 

 

 

 

공교롭게도 1900년대 초 남미로 노동이민을 떠났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읽고 있다.

 메도루마 슌의 <브라질 할아버지의 술> 을 덮고 나서,

바로 잡은 책이 김영하의 <검은 꽃>이었는데, 이번엔 멕시코다.

수업시간에 아이들에게 애니깽 이라는 이름과 함께 가르쳤던 사람들.

교과서에 한줄로 적혀서는 안될 고단한 인생의 이야기가

김영하의 서걱거리는 글로 적혀있다.  

 

 

아, 맞다. 예전에도 일본인들의 브라질 노동 이민을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 소설을 봤었는데.

뭐였더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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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군 2011-12-13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작년...노래를 찾다가...여기를 알게되었어요...^^

제가 좋아라 하는 노래도 많고..해서...가끔 들어와서 노래를 듣고 했는데...

짧은 글도 좋구요..!!!

오늘 자우림 노래...정말 좋네요...

잘 듣고 갑니다..

원래 다른 곳에서 책이랑 음판을 샀는데...애쉬님 때문에...알라딘이 전용 서점이 되었네요...ㅋㅋ

알라딘에게 커미션 좀 받아도 될 듯 해요..ㅋ

한해 잘 마무리 하세요...고맙습니다...!!!

애쉬 2011-12-13 09:47   좋아요 0 | URL
아, 감사합니다.
음악도 글도 게으르게 올리고 있어서, 그냥 자기만족 서재 같은 곳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들어주시는 분들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은데요~ ^^
쏘군님도, 연말 잘 보내세요.
저는 오늘은 어떤 음악을 올릴까 생각해 봐야겠네요.

쏘군 2012-11-15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 노래를 처음 들은 날이 한해를 돌아...다시 오내요.

오랜만에 몇번 리플래이하고 갑니다.

겨울이랑 잘 어울리는 멜로디와 가사네요...역시..

꼬맹이들도...애쉬님도...추워지는 날씨...천천히 익숙해지세요..^^

애쉬 2012-11-16 11:00   좋아요 0 | URL
덕분에 저도 다시 듣고 있어요. 정말 많은 걸 생각하게 하는 노래죠?
김윤아의 목소리도 그렇고 가사도 그렇고.
정말 겨울을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하나 봐요.
오랫만에 저도 오늘 올릴 곡을 찾아볼까 해요.
 
우울한 코브 마을의 모두 괜찮은 결말 디 아더스 The Others 1
크리스토퍼 무어 지음, 공보경 옮김 / 푸른숲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이 마을, 어찌나 수다스러운지.
이런 마을 사람들이 우울증을 그렇게나 많이 앓았다고? 삶의 권태와 무료함을 이기지 못해 몇가지 약에 의존해 살았다고? 쉽게 믿어지지 않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8년이나 텃밭에서 대마를 키우며 대마초를 쉴새없이 흡입해야 살 수 있는 순경이 지키는 마을이니, 우울의 극치일 거라고 믿어보기로 하고 책장을 넘긴다. 이어지는 인물들이 심상치 않기는 했다. 청소강박증 아줌마가 자살을 하더니, 걸핏하면 사람을 물어뜯는 한물간 여배우가 아침마다 가죽 비키니를 입고 검술 훈련을 한다. 동네 약사는 상상이 안가는 변태이고 (말해 뭘해? 밤마다 돌고래 인형을 범한다는데), 정신과 의사는 급기야 모든 항우울제를 가짜 약으로 바꿔치기 한다. 의사가, 말이다!
그러니 바다괴물이 하필이면 이 파인 코브 마을에 나타난 것도 필연적인 결과라 하겠다. 'DNA가 세대를 거쳐 진화하는 게 아니라 세포 재생을 통해 진화하는 생물(299)' 들은 서로를 알아보는 법이니.
바다괴물의 N극에 달아붙은 열 마리의 실험쥐처럼 코브 마을의 멜랑콜리한 주민들이 달라붙기 시작한 것이다. 민달팽이 술집에 달라붙거나, 아니면 서로의 몸에 (혹은 자신의 몸에?, 혹은 돌고래에) 붙어먹거나. 핵공격이 휩쓸고 간 외지의 세계에서 정신줄을 살짝 놓았던 몰리가 이 바다괴물에게 연민을 느낀 것도 다 비슷한 이유일 터이다.  

그러나, 어느새 페르몬이 넘쳐나는 거시기한 공기로 가득차버린 코브 마을이, 드디어는 진화를 시작한다. 그렇다. 블루스 가수라고 해도 블루스 정신만 가지고는 살 수 없는 거지. 무언가에 들러붙었던 정신머리들이 주변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하더니, 한 다리 건너 있는 사람들을 궁금해하고 참견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래서 뻔한 자살 사건을 혹시 살인 사건? 하고 의심하게 되고, 8년간 한번도 들어가 보지 않았던 뒷동산 목장으로 발을 내딛었다.
몰리는 바다 괴물을 만족시켜 주려고 온갖 먹이감을 구하기 시작하고, 시오는 몰리가 궁금해 그녀의 비디오를 보게 되고, 메이비스는 시오를 돕기 위해 그녀의 노란 1956년형 캐딜락을 빌려주고, 캣피시는 메이비스의 차를 타고 바다로 가 블루스를 연주하고, 바다괴물을 그 음악 소리에 옛 기억을 떠올린다.
결국 이 멜랑콜리 마을의 우울증 치료제는 졸로프트 같은 항우울제가 아니라, 이 느슨하지만 강력한 연쇄 작용, 그래서 끊임없이 관계의 톱니바퀴를 굴려가는 추진장치였던 셈이다.  

이렇게 수다스럽게 남의 일에 참견하게 되고, 성적 이끌림에 자기를 마구 내던지게 되면서 우울증이 온데간데 없어졌다는 말이지. 그래, 결론은 알겠다. 관계지향적 삶을 살라는 거지. 누군가에게 매력을 느끼고, 누군가의 일에 참견하고, 누군가를 안아주고 입맞추며 살라는 말이렷다.
권태와 자기연민을 자각하고 온몸을 세차게 떨어, 덕지덕지 붙어있던 외로움의 껍데기를 다 털어 낸 바다괴물이, 결국 심해 속에서 동족 암컷의 메세지를 잡아낸 것처럼. 
'이봐, 바다 사나이. 나랑 한번 놀아보지 않을래요? (425)' 

그리하여 우울한 코브 마을의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졌다는 괜찮은 결말.  

------------------------ 

덧붙임1.
보라색 표지에 데칼코마니 같은 나비의 날개. 숨은 그림 찾기를 하는 것처럼 보면 볼수록 새로운 것들이 나타나는 것 같아서, 책을 읽다가도 다시 책장을 덮고 한참을 들여다보곤 했다. 책상 위에 올려둔 것만으로도 '나를 읽어줘, 어서 넘겨줘' 하고 유혹하는 듯 해서 사무실에서도 몇번이나 쓰다듬곤 했다. 기껏해야 두세장이 넘지 않는 작은 이야기 토막을 하나 읽고 표지를 보고, 하나 읽고 표지를 보고...
그러니 이 이야기들이 영화처럼 이어질 리가 없지. 띠지에 써있던 '미드 같은 소설'이라는 말은 나에겐 전혀 해당사항이 없었다. 영화화가 되길 바라지고 않고.
오히려 어릴적 가지고 놀던 카메라 장난감처럼, 작은 구멍에 눈을 대고 찰칵찰칵 셔터를 누르면 렌즈 안에서 현란한 그림들이 철컥대고 움직이며 변하는 듯한 경험이었다.
잘 만든 표지가 소설 분위기를 이렇게 야릇하게 띄워주기도 하네, 하고 감탄을 이어갔었는데, 글쎄, 원서 표지를 보고는 또 한번 깜짝 놀랐다. 이야.. 세상에. 이런 표지였으면, 난 절대 안 읽어!  

 

 

 

 

덧붙임2.
수다스럽고 장황스런 미국 작가. 정신 사나워서 현실에서라면 사귀지 않았을 법한 사람들인데, 이상하게도 좋아하게 되는 몇몇의 이야기꾼이 있다. 이 소설로 크리스토퍼 무어라는 작가는 처음 알게 되었는데, 읽는 내내 조너선 캐럴이 생각 났다. 그러고 보니 <웃음의 나라>도 보라색 표지였네. 정신사납기로는 <나무 바다 건너기>에 버금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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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갔던 출장에서 특강을 하나 들었는데,  
계절의 변화에 둔감해지면 동심을 잃는 거라고 한다.
덥다 와 춥다 만 남게 되면 동심을 잃은 거라고.  

'날이 춥다'라고 글을 시작하려다가 어제 그 얘기가 생각나서,
슬금슬금 손을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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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1-11-25 0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막힌 타이밍 아닌가요?
이런 멋진 노래라니!!
제가 좀 복이 있어요.
저 지금 택시타고 오다가 황당한 일이 있어서
그 일을 페이퍼에 지금까지 올리고 있었거든요.ㅎㅎㅎㅎ

사진 보니까 배가 많이 나오셨던걸요???^^
루나는 여전히 빛나고요~.^^

애쉬 2011-11-25 11:41   좋아요 0 | URL
바쁘게 지내시는 거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도 되는 거죠?
저도 띄엄띄엄 글 쓰는 주제라 뭐라 할말은 없지만,
나비님 소식이 안들리니 궁금하더라구요.
다들(나비님과 가족분들 모두~) 잘 지내시는 거 같아, 글 읽고 왠지 안심이 되었어요. ^^

택시 얘긴 좀 전에 읽었는데, 저 같았으면 그런 방법은 생각도 못했을 거예요. ^^
밤중이라 더 당황하셨을텐데, 거참, 그 아저씨, 사람 좀 믿어보시지!!
 

책이 잘 읽히는 요즘이다. 주말에 <백의 그림자>와 <수사의 재구성>을 다 읽고
출근길에 <달링짐>을 뽑아들고 왓다.  
소설말고 에세이를 읽고 싶어 한참을 책장을 서성댔는데,
변변하게 쟁여둔 책이 없네.  
지난주에 거실 책장을 싹 다 뒤집고 다시 정리를 헸는데 역시나 에세이가 가장 적었다.
좋은 에세이들을 좀 쟁여둬야겠다.  

 신보가 알라딘에는 올라오지 않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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