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 천연균과 마르크스에서 찾은 진정한 삶의 가치와 노동의 의미
와타나베 이타루 지음, 정문주 옮김 / 더숲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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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선한 재료를 사용해 정성과 수고를 들여 빵을 제대로 만든다. 그리고 그 대가로 정당한 가격을 매긴다. 제빵사는 본인의 기술을 살린 빵을 지속적으로 만들 수 있도록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 생산수단을 소유한 소상인이 되되 이익을 남기지 않는다. 자연의 힘을 고스란히 받은 지역의 농산물을 이용하고 지역 경제에 환원될 수 있는 빵을 만든다. 
아름다운 도전이다. 아니, 아름다운 생활이다. 힘껏 박수를 보내면서도 선뜻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자신은 없다. 나는 농촌으로 가서 살고 싶은 마음은 요만큼도 없고, 자연 속에서 온전히 안락함을 느끼지도 않는다. 나는 회색 도시에서 자란 도시 아이이며, 자연의 아름다움에는 충분히 경탄하지만, 적당히 복잡하고 적당히 거리를 둔 도시인의 생활이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의미있는 것은, 현실을 바꿀 수 있는 소비의 힘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고, 땀흘려 일하는 부모의 모습을 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보고 자랐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동감하기 때문이다. 일이 생활이고 생활 속에 일이 있는 삶을 실현시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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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 전2권
앤서니 도어 지음, 최세희 옮김 / 민음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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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의 소용돌이 속에 앞을 볼 수 없는 장님 프랑스 소녀와 세상이 온통 궁금한 것 투성이였던 고아 독일 소년이 살았다. 그들은 단 하루를 같이 보냈을 뿐이다. 그러나 폭격으로 쓰러져 가는 생말로에서의 하루는, 그의 유년기를 채워주었던 라디오의 주인공을 찾은 하루였기 때문에, 그랬기 때문에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그 자신에게 돌려준 시간이었다. 퇴락한 탄광촌 고아원에서 자란 소년에게 빛과 음악을 선물해 준 목소리.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괴물에게 끌려가지 않고 베르너 페닝이 베르너 페닝으로 살아가도록, 그렇게 죽음을 맞이하도록 만들어준 그 라디오. 
이유없는 살육과 원한이 휘몰아치던 시간 속에서도 생은 이토록 찬란하다고, 살아있음은 이토록 대견한 일이라고. 그러니 우리 모두 살아있음을 증명해야지. 

마치 점자책을 읽듯이 손가락으로 한 자 한 자를 훑어가며 읽었다. 인생이 그러하듯 조용히 탄생했다가 조용히 스러져 가는 문장들은 생말로의 바다 같았다. 음습한 골목 안에 무수히 밀려왔다가 밀려가는 파도처럼, 그리고 그 벽에 붙어 있는 무수한 따개비들과 달팽이들처럼, 모든 문장들이 조용히 흘러왔다가 스스륵 무너져갔다. 그 문장들 어느께에서 아버지가 살아있고, 프레데리크가 그림을 그리고, 또 누군가는 빵을 굽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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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싶다.

 

나의 일생 순간순간에 그의 음악이 함께 했었다는 것에,

그런 노래들에 내게 있었다는 것에,

그런 노래들을 만들고 불러주었다는 것에.

감사하다.

 

어느덧 1년.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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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문답 - 시대의 이상과 운명에 답한 조선의 자화상
이종수 지음 / 생각정원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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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문답. 그림으로 묻고 답한다. 그림을 그리는 자는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 것인가. 이 산은, 이 달은, 이 눈빛은 무엇을 말하는 것이가. 또한 그림을 그리라 명한 자는 무엇을 담고 싶은 것인가. 그림을 받아든 자 역시 무엇을 보고 싶은 것인가. 이 수많은 물음들 속으로 그들이 살았던 시대와, 그들이 살았던 문화와 그들이 살았던 왕이 있다. 그리고 그들이 살고 싶었던 무언가, 그들이 되고 싶었던 무언가도 있다. 그것들을 찬찬히 손으로 헤집어 조용히 숨은 결을 드러내게 만드는 것이 이 책의 역할이다. 절묘한 제목이다. 

조선은, 좋아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읽고 닦아 더 좋은 세상을 만들려고 했던 몇 명의 왕들과 무수한 선비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지리도 가난했던 백성들을 끝내 배부르게 하지 못했고 등 따숩게 하지 못했으며, 전쟁으로 내몰아 수십년을 비참하게 만들더니, 끝내 외세에 밀려 허겁지겁 개항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근현대에 대한 무한한 안타까움과 애증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 무엇보다 역사 속에 살아 움직이는 개인의 삶이 상상이 되지 않아 더 멀리했던 시기이기도 한다. 그래서 조선의 그림, 조선의 미학 같은 건 들여다보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이런 삐딱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니, 조선에 대한 내 지식과 식견과 애정은 발전할래야 발전할 수가 없는데, 이 책을 만나 참으로 다행이다. 그림을 보여주려는 게 아니라, 그 뒤에 있는 사람과 시대를 보여주려는 책이여서 무척 고맙다. 여전히 내게는 먼 얘기로 들리지만, 그래도 그들의 붓질 한 번에 고민과 고민이 더께처럼 쌓여 있다는 사실만은 확실히 알겠다. 그 더께들이 그대로 삶이고 역사라는 것을 이제야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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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운전하며 듣고 오는 음악이 하루를 지배할 때가 있다.

첫 소절이 흘려 나오는 순간, 오늘은 이 노래만으로 꽉 채워질 거라고 믿게 된다. 

 

사랑해 마지않는 수상한 커튼의 목소리는 나를 깊은 협곡과 거친 들판 한가운데로 데리고 간다.

황량한 바람마저 부는 그 공간에서 마구 머리카락이 헝클어지다 보면,

실컷 울고 난 뒤의 후련함과 안도감이 찾아온다.

이런 음악이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서럽게 울었던 긴 시간을 건너

어느새 따뜻한 바람 조금씩 내 맘을 두드려.

멍하니 잠들어 끝없이 걷던 밤

비로소 아픈 가슴은 좋은 계절에 내려 놓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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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밥 2015-09-18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음색 정말 좋아하는데... 가사도 참 좋네요. 좋은 가수 좋은 음악 얻어갑니닷~

애쉬 2015-09-18 10:43   좋아요 0 | URL
음색이 참 좋죠? 수상한 커튼의 잠 이라는 곡도 무척 좋아요. 추천!

인디언밥 2015-09-18 10:45   좋아요 0 | URL
지금 멜론으로 정주행 중임다 ㅋㅎㅎ 죠아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