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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문답 - 시대의 이상과 운명에 답한 조선의 자화상
이종수 지음 / 생각정원 / 2013년 7월
평점 :
그림문답. 그림으로 묻고 답한다. 그림을 그리는 자는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 것인가. 이 산은, 이 달은, 이 눈빛은 무엇을 말하는 것이가. 또한 그림을 그리라 명한 자는 무엇을 담고 싶은 것인가. 그림을 받아든 자 역시 무엇을 보고 싶은 것인가. 이 수많은 물음들 속으로 그들이 살았던 시대와, 그들이 살았던 문화와 그들이 살았던 왕이 있다. 그리고 그들이 살고 싶었던 무언가, 그들이 되고 싶었던 무언가도 있다. 그것들을 찬찬히 손으로 헤집어 조용히 숨은 결을 드러내게 만드는 것이 이 책의 역할이다. 절묘한 제목이다.
조선은, 좋아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읽고 닦아 더 좋은 세상을 만들려고 했던 몇 명의 왕들과 무수한 선비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지리도 가난했던 백성들을 끝내 배부르게 하지 못했고 등 따숩게 하지 못했으며, 전쟁으로 내몰아 수십년을 비참하게 만들더니, 끝내 외세에 밀려 허겁지겁 개항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근현대에 대한 무한한 안타까움과 애증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 무엇보다 역사 속에 살아 움직이는 개인의 삶이 상상이 되지 않아 더 멀리했던 시기이기도 한다. 그래서 조선의 그림, 조선의 미학 같은 건 들여다보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이런 삐딱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니, 조선에 대한 내 지식과 식견과 애정은 발전할래야 발전할 수가 없는데, 이 책을 만나 참으로 다행이다. 그림을 보여주려는 게 아니라, 그 뒤에 있는 사람과 시대를 보여주려는 책이여서 무척 고맙다. 여전히 내게는 먼 얘기로 들리지만, 그래도 그들의 붓질 한 번에 고민과 고민이 더께처럼 쌓여 있다는 사실만은 확실히 알겠다. 그 더께들이 그대로 삶이고 역사라는 것을 이제야 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