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 전2권
앤서니 도어 지음, 최세희 옮김 / 민음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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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의 소용돌이 속에 앞을 볼 수 없는 장님 프랑스 소녀와 세상이 온통 궁금한 것 투성이였던 고아 독일 소년이 살았다. 그들은 단 하루를 같이 보냈을 뿐이다. 그러나 폭격으로 쓰러져 가는 생말로에서의 하루는, 그의 유년기를 채워주었던 라디오의 주인공을 찾은 하루였기 때문에, 그랬기 때문에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그 자신에게 돌려준 시간이었다. 퇴락한 탄광촌 고아원에서 자란 소년에게 빛과 음악을 선물해 준 목소리.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괴물에게 끌려가지 않고 베르너 페닝이 베르너 페닝으로 살아가도록, 그렇게 죽음을 맞이하도록 만들어준 그 라디오. 
이유없는 살육과 원한이 휘몰아치던 시간 속에서도 생은 이토록 찬란하다고, 살아있음은 이토록 대견한 일이라고. 그러니 우리 모두 살아있음을 증명해야지. 

마치 점자책을 읽듯이 손가락으로 한 자 한 자를 훑어가며 읽었다. 인생이 그러하듯 조용히 탄생했다가 조용히 스러져 가는 문장들은 생말로의 바다 같았다. 음습한 골목 안에 무수히 밀려왔다가 밀려가는 파도처럼, 그리고 그 벽에 붙어 있는 무수한 따개비들과 달팽이들처럼, 모든 문장들이 조용히 흘러왔다가 스스륵 무너져갔다. 그 문장들 어느께에서 아버지가 살아있고, 프레데리크가 그림을 그리고, 또 누군가는 빵을 굽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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