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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톈, 중국인을 말하다
이중텐 지음, 박경숙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신문에서 이런 말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어느 외국인의 말이었는데요. 한국, 중국, 일본 이렇게 삼국은 가까우니 한국사람들은 중국어, 일본어를 잘할 줄 알았다는 거였지요. 가까운 나라라고 그 나라 말을 다 잘해야 하는 법이 어디 있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황당하게 느껴 졌었는데요.
그 때 문득 든 생각이 하나 있었습니다. 주변국인 것치고는 그 나라에 대해서 아는 것이 너무 없다는 거지요. 일본어는 고등학교 시절 제2외국어이기도 했고 대학교 때 교양강좌로 일본사를 따로 배우기도 했습니다. 게임, 만화, 책, 영화, 드라마로도 다채롭게 접하게 되는 일본에 대한 것에 비해서 중국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대략적인 것 밖에 없었구요. 물론 유교, 한자 문화권이라서 비슷하다거나 대강의 중국역사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만 나라를 이루는 것은 사람인데, 그 쪽으로는 아는 바가 전혀 없었거든요. 너무 몰라서 같은 강의를 들었던 중국인 유학생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이 책 '이중톈, 중국인을 말하다'는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너무 몰랐던 중국인에 대해서 말해주는 책 입니다. 하지만 개인적 이야기나 사례로 말해주는 책이 아니어서 전반적으로 딱딱한 편입니다. 분량도 오백페이지가 넘어서 단숨에 읽기보다 같은 주제를 다룬 부분을 하나씩 따로 읽는 편이 읽기 편하구요.
구성은 9개 장으로 나뉘어져 있고 각 장의 주제는 음식, 의복, 체면, 인정, 단위, 가정, 연애와 결혼, 우정, 한담 입니다. 가장 긴 분량을 할애하고 설명하는 부분은 음식 입니다. 우리나라도 인사말로 밥 먹었느냐를 묻는 만큼 이해하기도 쉬웠고 가장 재밌었던 부분이었어요.
단지 음식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만 다채로운 중국요리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왜 중국인에게 먹는다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가를 설명하기 때문에 요리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없습니다. 먹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고대의 신들이 먹고 사는 것을 가르쳐 준 것부터 해서 제사에서 성직자가 주로 하는 일은 바로 음식을 나누는 일이었다고 말합니다. 주방내각이라고 할 만큼 요리사의 권한이 꽤 크고 누가 먼저 먹을지, 어떤 부분을 먹을 지 등을 나누는 것은 현명한 처신이 필요하고 중요한 직분이었다고 말합니다. 중국인에게 있어서 식사초대가 가지는 의미도 말하구요.
그리고 체면을 다룬 부분에서 서로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해 가모가 실수를 했을 때 체면을 지키면서 사과하는 이야기는 이색적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아이가 예의바르게 대했을 때 부모가 체면이 서기 때문에 기뻐한다는 부분이 우리와 비슷하면서도 의미가 다르다는 게 특색있었구요.
결혼을 다룬 부분에서 가족 간의 결합이라 결혼을 출산제도라고 부를 정도이고 아이가 가족의 중심에 선다는 부분이나 배우자가 서로 대하는 태도는 중국 무협드라마의 부부관계를 생각하게 하더라구요.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하더군요.
특징적 주제 9가지로 중국인을 말하는데 중국문화나 그 사람들 생각의 바탕에 깔린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었지만 이 책 한 권으로 중국인들에 대해서 뚜렷이 알게 되었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네요. 사람만큼 알 수 없는 것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9가지 주제가 유기적으로 엮어서 하나씩 읽어갈 때마다 이런 식으로 사고가 작용하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 게 되는 점이 좋았어요. 계단을 한 칸씩 올라가듯이 이해도가 조금씩 높아지는 기분이었구요. 긴 장을 할애한 만큼 먹는다는 것을 통해서 이해되는 중국이라는 느낌이었구요. 문화를 통한 중국인의 사고방식 읽기 '이중톈, 중국인을 말하다' 소설책처럼 재밌거나 하지는 않지만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