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험 - 바이오스피어 2, 2년 20분
제인 포인터 지음, 박범수 옮김 / 알마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지구의 환경이 엉망이 되고 있다는 소리를 많이 듣습니다. 한 쪽에서는 인간이 환경을 파괴하고 있지만 복구하는 기술 역시 개발해서 미래에도 지구에서 사는 데 무리가 없을 거라는 소리도 합니다. 어느 쪽이 옳을 지는 몰라도 환경문제로 인해서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하는데요.

그래서 생각하게 된 것이 지구가 아닌 다른 곳에서 인간이 살 수는 없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생각을 품고 있던 참에 신문에서 이런 기사를 발견했구요. 여러 명의 사람들을 밀폐공간에서 살게 했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이산화탄소가 많아져서 곤란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지구가 아닌 다른 장소에서 살 수 있게 하기 위한 공간을 만들고 실제로 그 밀폐공간에서 사람들이 생활했다는 사실이 일단 놀라웠습니다. 앞으로 우주에 그런 식의 건축물을 세우고 살 수 있겠다 싶었구요.

이 책 '인간실험'은 바로 그런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우주공간 어딘가에서 살게 될 것을 상정해서 만든 건축물에서 실험을 한 내용이구요. 애리조나 투손 사막에 일곱 개의 구역으로 된 밀폐공간을 만들고 그 속에 여덟 명의 사람들이 들어가 생활했다고 합니다. 그 공간의 이름은 '바이오스피어 2' 입니다.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지구가 바이오스피어 1 이고 자신들이 만든 공간을 지구를 축소한 유사지구로 본 셈입니다.

그에 맞게 공간은 집약농업 생물군계, 인간거주구역, 대양, 사막, 열대우림, 사바나, 습지로 나뉜 야생생물군계라 구성되었습니다. 곤충과 관련된 문제가 일어날 지도 모르니 야생생물군계와 집약농업 생물군계는 서로 공기는 통하더라도 곤충이 넘어갈 수는 없도록 분리해놨구요. 공기는 전체지역이 통하니 그야말로 유사지구인 셈입니다.

물론 적합한 생물을 선택하고 문제가 될 소지가 많은 맹독을 품은 생물은 참가시키지 않았으니 지구의 생태계와 완전히 같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대양생물군계에 문어를 풀어두었는데 그 문어가 다른 생물들을 마구 잡아먹어서 곤란했다는 부분이 있는 것을 보니 인간이 예측하는 한도에서의 균형에 유리하게 조성된 생태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실험은 1991년 9월 26일부터 2년간 이루어졌습니다. 밀폐가 이루어진 시점에서부터 외부공기의 유입은 철저하게 통제되고 바이오스피어 2 안으로 외부의 것을 가지고 들어갈 수도 바이오스피어 2의 것을 외부로 가지고 나가지 않도록 했구요. 허나 처음 시작할 때는 농사를 지을 씨앗이 필요하고 바로 수확을 할 수는 없으므로 그 때까지 먹을 식량은 가지고 들어갔다고 합니다.

또한 실험에 참가한 여덟 명은 경영진의 선발에 의해서 뽑힌 사람들이었구요. 단순 일반인이 아니라 바이오스피어 2를 만드는 데 그 중심에 있던 사람들입니다. 거기에 야생생물군계에 넣을 표본을 찾아다니고 원주민들과 같이 살기도 했다고 하니 꽤나 혹독한 시험과 훈련을 통과한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첫 실험이라 일반인을 참가시키는 것은 무리였던 것 같네요. 그렇다고 해서 참가한 사람들이 전부 과학자라거나 박사학위가 있는 사람들은 아닙니다. 같은 꿈을 꾸고 목적을 위해 할 일을 익힌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구요.

이 책을 쓴 사람이 바로 그 여덟명 중 한 명인 제인 포인터 입니다. 그 계획을 실행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도중에 다른 대원으로 참가한 테이버와 연인 사이가 되었다고 하더군요. 2년간의 실험 도중에 회사의 창업을 결심하기도 했던 인물입니다.

획기적인 실험의 전말을 담은 내용이라 읽는 내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구요. 자신의 어린시절부터 시작해서 바이오스피어 2가 조성되기 전의 이야기, 조성하면서 생긴 일 그리고 바이오스피어 2에서의 2년간과 그 후의 이야기까지 담고 있어서 페이지도 6백 페이지가 넘습니다. 하지만 방대한 부분을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다는 점이 오히려 좋더군요.

읽으면서 가장 놀랐던 것은 원대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하나의 유기체처럼 달려가던 사람들이 점차 분열하기 시작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경영진과 과학계가 서로 대립하고 언론은 그것을 부추기더군요. 바이오스피어 2의 안에서 사는 여덟 명의 대원들도 경영진을 지지하는 쪽과 지지하지 않는 쪽으로 나뉘어서 적대관계를 조성하구요. 아무리 유사지구에 가깝다지만 추악한 알력관계까지 유사할 줄은 몰랐달까요.

그 외에 일하는 것에 비해서 풍부하게 먹을 수 없었던 것이 안타깝기도 하고 복잡한 심정이 되었습니다. 지구가 아닌 곳에서 풍요로운 미래는 힘든 건가 싶어서요. 후에 개선이 되기는 했지만 엄청난 양의 산소가 사라졌던 부분에서는 깜짝 놀랐구요.

실험에 대한 부분을 다루고 있지만 한 사람의 개인적 시각을 담은 것이라서 감정적인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화자가 밀폐공간에서의 답답함을 호소할 때는 마치 같은 일을 겪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을 가지게 하구요. 드디어 실험이 완료되는 순간에는 같이 해방감을 느끼게 합니다.

노아의 방주를 떠올리게 하는 획기적인 실험을 담은 내용이라 흥미진진한 부분이 많았구요. 문체도 딱딱하지 않아서 소설책을 읽는 거 마냥 술술 읽을 수 있었습니다. 실험 당시도 그리고 실험이 끝난 이후에도 예상을 뒤엎는 부분이 많아서 뒤를 궁금하게 하는 점이 있었구요. 바이오 스피어 2 에서의 2시간 20분간의 실험을 다룬 책 '인간실험' 호기심과 재미, 양 쪽을 다 만족시킨 책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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