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차이를 만든다 - 보이지 않는 것을 통찰하는 통합적 사고의 힘
로저 마틴 지음, 김정혜 옮김 / 지식노마드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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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생은 선택으로 연속되어 있습니다. 살아있는 한 중요한 일에 대한 선택이든 그렇지 않은 일에 대한 선택이든 수많은 선택을 하면서 살아가게 됩니다. 선택에 정답이란 것은 없지만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바뀔 수도 있고 마땅찮은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고 고민할 수도 있습니다.

모순이라는 말은 어느 장사꾼의 행동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장사꾼은 자신이 파는 두 가지 종류의 물건인 창과 방패를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무엇이든 꿰뚫는 창과 모든 것을 다 막는 방패라구요. 이 때 한 남자가 그런 두 가지를 맞부딪히면 어떻게 되느냐 물었다고 합니다. 장사꾼은 난감해졌지요. 어느 하나를 함부로 선택할 수 없었거든요. 이 이야기는 어떤 말이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상태인 모순에 대해서 말하면서 많이 듣습니다.

그런데 이야기 속의 장사꾼이 꼭 선택을 해야 하면 어떻게 되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원만하게 해결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파는 두 가지 상품의 가치를 각각 얼마간 깎아내렸을 겁니다. 난감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얼마간의 손해를 감수한 선택, 절충안을 선택했을 겁니다. 이 상황이 바로 트레이드 오프라고 합니다. 난감한 상황에 봉착하고 두 가지 안이 있지만 그 두 가지 안은 그 상황을 완벽하게 만족시켜주지 못합니다. 장단점이 있는 거지요. 이때 어느 정도의 손해를 감수하고 하나의 선택을 한다는 겁니다.

보통의 경우에는 그럴 겁니다. 어디까지나 보통의 경우에요. 그런데 탁월한 경영자들의 사고는 이것과 다르다고 하더군요. 둘 중 하나가 아니라 '둘 다'라는 겁니다. 그래서 곤란한 상황에 있을 때 두 가지 안을 전부 쓰기도 하고 좀 더 깊게 생각해서 더 나은 대안을 끌어내고 그것을 선택한다고 합니다. 더 나은 방법을 알아내지 못한 것뿐이지 없는 게 아니라면서요.

한 예로 세계에서 가장 큰 최고급 호텔 체인 포시즌스 호텔을 설립하고 키워낸 이사도어 샤프는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모텔은 고객과 친근하고 가족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보다 밀접한 서비스를 행할 수 있지만 회의실이나 여러 장비 등이 없고 소규모라서 사업 관련 고객을 만족시키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보통 호텔 사업자의 경우 저렴한 숙박비와 가족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텔과 보다 높은 숙박비, 나은 시설 그러나 비인간적 분위기가 나는 호텔 둘 중에 하나를 선택했다고 하더군요.

허나 이사도어 샤프는 하나를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두 가지를 다 이루고 싶었으니까요. 그의 첫 선택은 두 가지의 사업을 같이 하는 것이었고 그의 두 번째 선택은 적합한 규모의 호텔을 찾아서 인수하고 모텔 분위기의 서비스를 호텔의 설비에서  제공하는 새로운 유형의 호텔을 만들어낸 것이었습니다. 이 때 문제가 있었는데요. 일반 호텔보다는 규모가 작기 때문에 좀 더 높은 숙박비를 받지 않으면 유지하기가 힘든 점이 있었던 거지요. 그는 이 문제를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찾아내는 것으로 해결합니다. 그리고 세 번째로 소유와 경영을 과감히 분리해서 호텔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주력했다고 하더군요. 그는 여러 번이나 상식적인 사고에서 벗어난 창의적 사고를 했고 둘 중 하나라는 선택이 아니라 둘 모두라는 통합적 사고를 통해서 큰 성공을 이루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일단 감탄하게 되더군요. 선택의 순간 둘 중 하나가 아니라 둘 다를 선택한다는 점 그리고 그것을 더 개선시키고 더 나은 방법을 찾는다는 방식이 놀라웠구요. 성공의 이유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은 통합적 사고에 대한 포괄적 설명을 할 뿐만이 아니라 적절한 사례를 들어서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읽을 때 굉장히 흥미로웠어요. 사고의 틀을 몇 번이나 깨었다는 생각이 들었구요. 그리고 이어서 어떻게 그 방식을 배우면 될 지까지를 다각면으로 설명하고 있는 점이 좋았어요.

탁월한 경영자들이 선택의 순간하는 새로운 사고방식, 통합적 사고에 대해 배울 수 있었던 점이 특히 마음에 들었구요. 통합적 사고력의 힘을 보여주는 '생각이 차이를 만든다'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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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다르게 - 미래를 바꾸는 놀라운 습관
김영안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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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력이 중요하다고들 하지만 대부분 창의력은 타고난 것이지 키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전에는 창의력이 뛰어난 사람은 단순히 예술가형 사람에 한정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허나 이제는 단조로운 업무를 하는 사람에게까지 창의력을 요구하는 시대가 되어버렸네요.

그래서 창의력을 키우는 방식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이 책 '1% 다르게'는 바로 그런 목적에 적합한 책입니다. 창의력 있는 인재가 앞으로 필요하다고 하지만 어떻게 창의력을 키워야할지 난감한 할 때가 많은데요. 그런 생각을 한 번쯤 해보았던 사람들이 읽으면 적합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창의력을 키우는 방법을 하나하나 이야기로 풀어주고 책 뒷부분에는 부록으로 창의력 사고기법들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언가를 가르쳐준다는 느낌의 책은 대부분 딱딱한 문체로 쓰여 있지만 이 책 '1% 다르게'의 경우에는 이야기 형식으로 전개되니 주인공의 입장에서 하나하나 따라 해보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당장 창의력이 넘치는 인물이 될 수야 없지만 창의력도 키우면 된다는 발상이 마음에 들었구요.

책의 내용은 이데고 섬의 신참 공무원 크레오의 고난에서 시작됩니다. 4번이나 공무원 시험에 응시한 후 겨우 붙어서 이제 고생 끝 행복 시작인 줄만 알았던 크레오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고민에 휩싸입니다. 공무원은 단조롭지만 태평하게 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나름 창의력이 필요했던 탓도 있구요. 자신이 속한과인 환경과의 과장님 취미가 말단 직원에게 화풀이하는 것이었다는 겁니다. 거기에 이데고섬은 관광지로 알려진 섬이라 쓰레기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었는데요. 그 문제에 대한 대안을 찾으라고 과장님에게 매일 혼나게 되었던 것이지요. 이에 더해서 여직원들은 낙하산 아니냐며 흉을 보자 크레오의 매일매일은 우울하거나 분노에 찬 것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크레오는 한 노인을 만납니다.

노인의 이름은 다빈치로 섬에서는 마술사가 아니냐는 소문이 돌고 있었습니다. 첫 만남에서는 노인이 던진 질문에 난감했을 뿐이지만 만남이 이어지자 노인의 제자를 자처하고 배움을 청하게 됩니다. 이후 노인의 집에 자주 드나들며 창의력 훈련을 시작하는 크레오였구요. 그리고 그 결과는, 많은 이야기형 자기계발서가 그렇듯 성공을 거두며 끝이 납니다.

처음에는 창의력을 가르쳐주는 스승이 다빈치라고 해서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말하는 줄 알았는데 그것은 아닙니다. 살짝 아쉬웠지만 읽다보니 관찰력도 뛰어나고 여유로운 태도의 노인 다빈치도 좋게 느껴지더군요. 남들이 흔히 지나치는 것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로 내놓는 그가 놀랍기도 했구요.

이야기 형식이다 보니 주인공 크레오에게 많이 감정 이입을 하게 되는 편입니다. 초반에는 실수연발이지만 열정을 가지고 하나하나 배워가고 점차 인정을 받게 된다는 이야기 구조가 나쁘지 않았구요. 그 흐름을 따라서 함께 당면한 문제에 고민을 하다보면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오르더군요.

주인공 크레오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사전지식이 따로 필요한 복잡한 것이 아니라 섬의 쓰레기가 넘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 함께 해결안을 생각해보게 되는 게 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크레오가 어렸을 때 화장실을 깨끗하게 한 방안을 생각하게 되었던 이야기도 괜찮았구요. 창의력이 없다고 자책할 것이 아니라 자신 안의 숨은 창의력을 찾게 하는 책 '1% 다르게' 흥미 있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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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역사에서 길을 찾다 - 손무에서 벤자민 프랭클린까지 역사를 이끈 19인의 리더십
다니엘 딜, 마크 P. 도넬리 지음, 김수영 옮김 / 큰나무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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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돌이켜 보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소리를 여러 번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을 때도 그냥 그렇구나 하고 흘려 듣고 막상 당면한 문제에 연결해서 도움을 받을 생각을 해 본 적은 없습니다. 역사라고 하면 책으로 읽거나 시험을 위해 공부해야 하는 정도로만 생각해왔구요.

이 책 '경영, 역사에서 길을 찾다.'는 많이 듣게 되는 그 말을 실제 실행에 옮기게 도와주는 책 입니다. 기본적으로 경영자에게 하는 조언이라서 이 책이 과연 경영자가 아닌 사람에게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읽다보니 유명한 글을 인용한 부분도 많아서 읽는 재미도 있고 경영자가 아니라도 기억해두면 쓸모 있을 부분이 많습니다. 하기야 회사를 경영하는 것도 경영자지만 한 가정을 부양하는 가장이나 주부도 어떤 의미로는 경영자니까요.

이 책은 역사에서 길을 찾는다는 제목처럼 위인들의 글이나 말을 모아서 그 부분에서 조언을 하는 방식으로 전개됩니다. 책에서 다루는 인물은 19명으로 손자병법으로 유명한 손무부터 조금은 생소한 여성 기업가 릴리언 버넌까지 여러 명을 다루고 있습니다.

여성이 적극적으로 사회에 진출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기에 남성 위인 일색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가능한 비율을 맞춰보려고 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처음 듣게 되는 여성기업가들이나 당대의 예언자로 이름을 날린 수녀님까지 등장하네요. 여성 위인 중에 기존에 알고 있던 인물은 엘리자베스 1세 뿐이었구요. 그래서 더 호기심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어떤 인물인데 19명 안에 들어갔고 어떤 조언을 할 지 궁금했거든요.

내용은, 예를 들어 마키아벨리에 대한 부분이라면 먼저 마키아벨리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을 합니다. 이 부분이 또 재밌더군요. 아는 사람도 알지 못하는 사람도 있어서 아는 사람의 경우에는 기억을 되살리게 도와주고, 알지 못하는 경우에는 이런 사람이었구나 하고 대략적으로 생각해볼 기회를 주어서요. 그리고 군주론의 부분 부분을 인용하고 그 밑에 저자가 덧붙이고 싶은 혹은 이 부분에 해당되는 조언에 대해서 말합니다. 또 글은 효율적 관리자되기, 중간 경영진 선택하기, 중간 경영진 다루기, 직원들 다루기, 경쟁자 다루기의 항목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해당되는 주제에 따라 임의적으로 분류하고 구성을 새로 한 것이더군요.

덕분에 조언은 이해하기 쉬워졌지만 그 점이 아쉽기도 했습니다. 손무의 경우 손자병법, 마키아벨리의 경우 군주론, 엘리자베스 1세의 경우 글과 연설문을 인용했기 때문에 그 내용 자체가 상당히 흥미로웠거든요. 조언을 하기 위해 인용한 것인데 그게 또 상당히 흥미를 끄는 글들이 이어서 읽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유명 인물들의 유명한 글이라 흥미로운 점이 많았지만 가장 이색적이었던 것은 유명 인물의 글이 아니라 해적법전 조항이었습니다. 흔히 무법자의 이미지를 생각하게 하는 해적들의 법에 교전 중 사지가 잘린 사람에게는 보상을 한다는 조항이 있더군요. 건강보험과 상해에 대한 부분이랄까요. 그리고 '정숙한 여성을 만났을 때 그녀의 동의 없이 몸을 만지려 하는 자는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라는 조항이 가장 신선했습니다. 해적에 대해서 예상 못한 면모라서요.

그 외에는 홍보로 유명했다는 여성 사업가 헬레나 루빈스타인의 홍보방식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녀는 '천국에서 보내다'라는 이름의 향수를 출시하면서 뉴욕 5번가에 수백 개의 풍선을 떨어뜨렸다고 합니다. 그 풍선에는 천국에서 당신에게 보내는 선물이라는 쪽지와 함께 향수 샘플이 매달려 있었구요. '홍보는 반드시 전력투구해야 하는 분야다' 라는 그녀의 말과 같이 적힌 이 내용 때문에 왜 그녀가 화장품 업계에서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는지 알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제를 지나치지 않은 오늘이 없듯이 과거가 없이 성장할 수 있는 경우는 없습니다. 새로운 것을 추구할 때 밑바탕이 없으면 어려움이 클 것이구요. 역사 속에서 찾은 경영전략 '경영, 역사에서 길을 찾다' 참신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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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줌의 미래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 16
호시 신이치 지음, 윤성규 옮김 / 지식여행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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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항상 오늘이 있을 뿐이지, 내일은 결코 오지 않는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사실 내일이 존재는 하지만 결코 오지 않을 날이라는 것은 맞습니다. 지금 보내는 오늘이 중요한 것도 그렇구요. 하지만 지금 다시 이 말을 되새겨보면 삭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군요.

오지 않을 내일, 닿을 수 없는 미래라고는 하지만 그 속에 담긴 꿈은 또 그만큼 달콤한 것입니다. 그런데 그 여지를 뚝 끊어버리는 말이라니 섭섭하기까지 하네요. 반면에 이 책 '한 줌의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내일에 대해서 생각하게 하는 점이 있습니다.

제목이 '한 줌의 미래'라서 그 쪽으로 사고가 고정되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봤지만 의미심장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한 여운을 주는 마무리 때문에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더군요.

이 책 역시 호시 신이치의 다른 책들처럼 쇼트-쇼트 스토리로 채워져 있습니다. 지구인 것으로 추정되지만 시공간도 모호하고 인물의 이름은 N씨로 표기 되기 때문에 그 인물에 대한 감각도 모호합니다. 그리고 그 모호함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는 짧지만 기발하기 그지 없구요. 이야기의 끝에 묘한 여운이 남습니다.

32개의 짧은 이야기, 하지만 여운만은 짧지 않아서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20센티미터 정도의 작은 크기의 사람이 어떤 사람에게 학대를 받고 그것이 또 유명해져서 사회적 파장을 불러 일어킨다는 '엄지법사'의 경우에는 전에 다른 책에서 읽은 악마가 등장한 패턴과 비슷한 느낌이 들어서 어떤 식으로 결말이 지어질 지 기대했는데요. 또 한번 예상을 뒤엎는 결말이 나와서 감탄했습니다.

그 사람을 인식할 수 있는 번호가 없으면 부랑자 보호시설로조차 보내지지 않는 사회를 보여주는 '번호를 불러주세요.'에서는 과정도 오싹했지만 그 결말에 더 섬뜩한 생각이 들었구요. 인간은 살아있는 생명체이고 자원이 아닌데 마치 물건처럼 인식표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회의 모습이 무서웠습니다. 담담하게 서술되었기에 그리고 아무도 그 상황에 의문을 제시하지 않았기에 더 소름이 끼쳤네요.

그리고 '복스러운 남자'에서는 대흑천이라는 불교의 신이 등장하는데요. 현대사회에서는 신조차 취직을 할 수 없는가하는 생각이 들어 복잡한 심경이 되었습니다. 우습기도 했지만 대흑천이 처하게 되는 곤경이 있을 법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전반적으로 책은 아주 재밌습니다. 호시 신이치의 작품이니 만큼 한 번 집어들면 다 읽을 때까지 내려놓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았구요. 하지만 어느 국가 사이에 정체불명의 무언가가 나타나고 사람들은 혼란을 겪지만 그것의 정체는 알고보니 외계인이 오락을 위해 간섭을 한 것이었다는 패턴은 다른 이야기에서 많이 등장한 패턴이라 그리 기발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더군요. 워낙 많은 이야기를 쓴 작가라서요. 그것만 빼면 아주 흡족하게 읽었습니다.

우주인이 존재하는가 라는 질문에 지구인도 우주인이라고 답한 것이 있었지만 아직 우주는 미지의 영역입니다. 지구인 말고 다른 우주인의 존재도 아직 알 수 없구요. 그런 만큼 상상력을 자극하는 부분이 크기도 하구요. 시공간을 넘나드는 상상력의 발현인 이 책 '한 줌의 미래' 아주 재밌게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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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중일기 - 최인호 선답 에세이
최인호 지음, 백종하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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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보다 성인이 된 이후의 시간이 더 빠르게 흘러간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것은 어린 아이는 주변의 모든 것이 신기해서 시간이 거의 정지 된 것 같이 느껴지고, 어른이 된 이후에는 대부분의 주변 것들이 궁금하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는 것처럼 느끼기 때문입니다. 10분이라는 시간이 어른에게는 잠깐이지만 어린 아이에게는 영원같다고 하더군요. 같은 시간인데 주변 것들에 대한 호기심을 잃었기 때문에 다르게 느낀다는 것을 알고 기분이 묘해졌습니다.

살아간다는 건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고,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거지요. 그런데 어른이 된 이후 많은 것에 대한 호기심을 잃고, 배운다는 의미를 잊고 살아가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이 책 '산중일기'는 산다는 것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입니다. 책은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생각을 담고 그저 흘러가는데요. 굳이 구분을 하자면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생각을 담은 내용과 일상을 담은 내용으로 나뉩니다.

불교와 관련된 일화나 죽음에 대한 생각까지 담아놓은 다양한 생각도 깊은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점이 좋습니다. 하지만 '부처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집안에 있다'는 말처럼 웃게도 하고 가족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하는 일상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일상에 대한 이야기다보니 아무래도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서는 부모님에 대한 기억을, 나이 들어서는 아내와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어렸을 때 어머니와 함께 목욕을 갔던 이야기를 하는 '깨깨 씻어라, 인호야'가 상당히 인상적이었구요. 대중목욕탕을 가면 다양한 나이대의 사람들을 보게 됩니다. 그런데 여탕의 경우 꼭 모자가 함께 들어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주변의 여성들은 보통 그런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요. 특히 아이가 나이가 꽤 있어 보이는데도 여탕 쪽으로 들어온 경우에는 더하구요.

그런데 저자분도 어린 시절 어머니가 여탕으로 데리고 가셨다고 합니다. 심지어 초등학교 6학년 때 작은 키와 어려보이는 얼굴을 믿고 9살이라고 속이고 말입니다. 당연히 목욕탕 주인은 의심스러운 눈으로 보았고 목욕탕 손님들 역시 불쾌한 시선으로 말을 걸었다고 합니다. 몇 살이냐면서요. 그 때 9살이라고 거짓말을 하는 게 창피했다고 서술 되어 있는데요.

여기까지는 다른 이야기와 다를 바가 없지만 어머니가 굳이 나이를 속여 여탕으로 데리고 들어온 것은 돈을 아끼려는 것이 아니라 자식을 깨끗이 씻기려고 그런 것이었다며 회상하는 부분부터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시점이 되면 아이는 더 이상 어머니의 보호하에 있지 않습니다. 혼자 힘으로 해야 하는 일이 생기구요. 그런 무조건적인 보호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다시 어머니와 함께 목욕탕에 가고 싶다고 생각하는 마음이 애틋하게 느껴졌습니다. 저자분의 어머니가 돌아가셨기 때문에 그 감정이 더 하기도 했구요.

이렇게 어린 시절과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담긴 글이 애잔했다면, 나이가 들은 이후 이제는 보호받는 아이가 아니라 보호해야 하는 아버지의 입장에서 쓰인 글의 느낌은 또 달랐습니다. '가족'이라는 글을 연재하면서 자라나는 아이나 아들의 질문에 아버지에 대해서 회상하는 것도 그랬구요. 자상한 아버지는 감정적인 아버지라 아이에게 기복이 심한 모습을 보여 온 것이 아닌가 반성하는 느낌이 나는 글도 그러했습니다.
 
그리고 글과 함께 사진이 함께 실려 있어서 상상력을 자극하는 면이 있었습니다.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하기도 하고 잠시 숨을 돌리는 기분이 들게 하기도 했거든요. 사람이 길어야 백년 남짓을 사는데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있는지를 생각해보기도 했고 상쾌한 공기를 마시는 것 같은 기분을 준 책이었습니다. 글로 보여주는 휴식 같은 책 '산중일기'. 여백의 미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라 더욱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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