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줌의 미래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 16
호시 신이치 지음, 윤성규 옮김 / 지식여행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언젠가 '항상 오늘이 있을 뿐이지, 내일은 결코 오지 않는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사실 내일이 존재는 하지만 결코 오지 않을 날이라는 것은 맞습니다. 지금 보내는 오늘이 중요한 것도 그렇구요. 하지만 지금 다시 이 말을 되새겨보면 삭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군요.

오지 않을 내일, 닿을 수 없는 미래라고는 하지만 그 속에 담긴 꿈은 또 그만큼 달콤한 것입니다. 그런데 그 여지를 뚝 끊어버리는 말이라니 섭섭하기까지 하네요. 반면에 이 책 '한 줌의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내일에 대해서 생각하게 하는 점이 있습니다.

제목이 '한 줌의 미래'라서 그 쪽으로 사고가 고정되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봤지만 의미심장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한 여운을 주는 마무리 때문에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더군요.

이 책 역시 호시 신이치의 다른 책들처럼 쇼트-쇼트 스토리로 채워져 있습니다. 지구인 것으로 추정되지만 시공간도 모호하고 인물의 이름은 N씨로 표기 되기 때문에 그 인물에 대한 감각도 모호합니다. 그리고 그 모호함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는 짧지만 기발하기 그지 없구요. 이야기의 끝에 묘한 여운이 남습니다.

32개의 짧은 이야기, 하지만 여운만은 짧지 않아서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20센티미터 정도의 작은 크기의 사람이 어떤 사람에게 학대를 받고 그것이 또 유명해져서 사회적 파장을 불러 일어킨다는 '엄지법사'의 경우에는 전에 다른 책에서 읽은 악마가 등장한 패턴과 비슷한 느낌이 들어서 어떤 식으로 결말이 지어질 지 기대했는데요. 또 한번 예상을 뒤엎는 결말이 나와서 감탄했습니다.

그 사람을 인식할 수 있는 번호가 없으면 부랑자 보호시설로조차 보내지지 않는 사회를 보여주는 '번호를 불러주세요.'에서는 과정도 오싹했지만 그 결말에 더 섬뜩한 생각이 들었구요. 인간은 살아있는 생명체이고 자원이 아닌데 마치 물건처럼 인식표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회의 모습이 무서웠습니다. 담담하게 서술되었기에 그리고 아무도 그 상황에 의문을 제시하지 않았기에 더 소름이 끼쳤네요.

그리고 '복스러운 남자'에서는 대흑천이라는 불교의 신이 등장하는데요. 현대사회에서는 신조차 취직을 할 수 없는가하는 생각이 들어 복잡한 심경이 되었습니다. 우습기도 했지만 대흑천이 처하게 되는 곤경이 있을 법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전반적으로 책은 아주 재밌습니다. 호시 신이치의 작품이니 만큼 한 번 집어들면 다 읽을 때까지 내려놓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았구요. 하지만 어느 국가 사이에 정체불명의 무언가가 나타나고 사람들은 혼란을 겪지만 그것의 정체는 알고보니 외계인이 오락을 위해 간섭을 한 것이었다는 패턴은 다른 이야기에서 많이 등장한 패턴이라 그리 기발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더군요. 워낙 많은 이야기를 쓴 작가라서요. 그것만 빼면 아주 흡족하게 읽었습니다.

우주인이 존재하는가 라는 질문에 지구인도 우주인이라고 답한 것이 있었지만 아직 우주는 미지의 영역입니다. 지구인 말고 다른 우주인의 존재도 아직 알 수 없구요. 그런 만큼 상상력을 자극하는 부분이 크기도 하구요. 시공간을 넘나드는 상상력의 발현인 이 책 '한 줌의 미래' 아주 재밌게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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