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2 - 시대를 일깨운 역사의 웅대한 산
한승원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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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극이나 역사소설을 읽다보면 정쟁에 휘말렸거나 음모의 주모자들이 간신히 목숨만을 부지한 채 어디론가 귀양을 떠나는 것이 나옵니다. 그 때는 주로 주인공의 반대 세력이어서 저렇게 살려 보내면 후에 반드시 화가 될 텐데라는 생각만을 했지 유배를 간 양반들이 어떻게 살아가는 지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유배를 보낸 경우 현대의 감옥에서 그렇듯 나라에서 밥을 주는 것이 아니더군요. 그 사실을 얼마 전에 알고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연명을 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생겼었습니다.

이 책 '다산'에서 정약용이 처한 상황이 그렇습니다. 젊었을 때 처음 유배를 갔던 때는 정조의 뜻에 끝내 따르지 않아 잠시 10일 동안의 유배를 갔던 것이고 후에 천주쟁이 논란이 있을 때에도 좌천에 그쳤던 터라 상황은 그리 심하지 않았습니다. 허나 이제 요직에는 적들이 앉아있고 천주학을 익혀 조상을 모시려 하지 않는다는 논란에 휩싸여 가게 된 유배 길에서는 그의 앞길은 막막하기만 합니다. 적어도 묵을 곳은 소개해주면 좋으련만 적들의 계략으로 마을 사람들은 그를 역신마냥 피합니다. 다행히 묵을 곳이 없어 오도 가도 못하는 상태인 때에 주모의 딸이 그에게 손을 내밉니다. 거절하고 말고 할 처지도 아니었던 터라 그 청을 받아들이고 주막에서 묶게 된 다산 정약용.

어쩌다 이렇게 되었나 허심하기도 하고 취조를 당하면서 고문에 시달렸던 터라 몸을 추스르기도 바쁜 정약용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를 감시하려고 이방이 자신의 아이를 교육시켜 달라고 청합니다. 기가 막힐 노릇이었지요. 유배 온 사람에게 묵을 집도 소개시켜 주지 않아놓고 교육을 빙자해서 아이를 이용해서 그를 감시하려 하다니요. 하지만 처지가 처지인터라 정약용은 그 청을 거절하지 못하고 받아들입니다. 이방의 속내를 알고 있으면서도요.

이제 정약용에게 또 다른 시련이 옵니다. 그가 아이에게 가르쳐 준 말이 문제가 되었고 안타까운 상황을 보고 지은 시가 꼬투리가 되어 다시 취조를 받게 된 것입니다. 시는 실제 있던 상황을 보고 지은 것이고 아이에게 가르친 것은 '맹자'에 그대로 나온 것인데도 말입니다. 억울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으나 약자가 되어버린 정약용은 자신의 무고함을 담담하게 호소하려 합니다.

승승장구하던 시절을 지나서 끊임없이 괴롭히는 적들의 눈을 피해야 하는 유배 시절을 담은 이야기라 상당히 답답한 면이 많았습니다. 허나 그 시절에 지은 책이 사백여 권이라 하니 다산 정약용이 가진 학문에 대한 열정이 놀랍더군요. 그저 보고 지나가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보고 분석하는 지혜를 가진 인물이라 어느 상황이 되어도 또 한 권의 명저가 탄생하더군요.

사실 그가 배운 천주학이 논란이 되어 귀양을 가게 되었지만 적들의 입장에서는 그를 제거하고 싶었으니까 트집을 잡은 것이지 배운 것만을 치면 그를 배신한 벗인 이기경도 익힌 적은 있는 것이었으니까요. 또한 천주학에서 조상을 숭배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몰아갔지만 그것은 마테오리치가 중국에서 선교활동을 했을 때도 문제가 되었던 사안이었습니다. 그래서 마테오리치는 조상은 신을 섬기는 것이 아니고 태어나게 한 부모님을 위하는 것일 뿐이니 그것에 한해서는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는 내용은 '동서문화교류사' 시간에 들은 적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단순히 트집을 잡기 위한 것일 뿐이라는 생각도 강했습니다.

그리고 다산 정약용이 뛰어난 학자였던 만큼 불교, 유교, 천주교를 아우르는 지식을 선보이는 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것이 지식을 충당하는 면으로는 좋았지만 한 편으로는 재미를 조금 줄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구요. 뛰어난 학자였으나 자신이 지닌 재능으로 인해 오히려 힘든 삶을 살아왔고 고난 속에서도 저술을 계속해나갔던 위대한 학자로써의 정약용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좋았습니다. 다산 정약용의 생애를 다룬 '다산'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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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1 - 시대를 일깨운 역사의 웅대한 산
한승원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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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정약용은 교과서에 항상 등장하는 인물이고 시험에도 단골로 등장하는 인물입니다. 그의 저서 목민심서를 읽어보지는 못했어도 목민심서가 정약용의 훌륭한 저서라는 것도 그가 뛰어난 학자이며 관리였다는 것은 당연한 상식인냥 알고 있습니다. 그런 정약용의 실제 인생은 그가 가진 재주에 비해서 상당히 험난한 것이었습니다. 다산 정약용 만큼 뛰어난 인재는 그렇게 흔한 편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산처럼 노론의 공격을 막아주던 군주 정조가 떠나가자 그는 기나긴 유배길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수렴청정을 하게 된 정순왕후와 노론 쪽에서 선왕인 정조의 총애를 받던 그를 눈엣가시 취급한 것입니다.

이 책 '다산'은 가진 재주가 뛰어나서 정조의 총애를 받았지만 그만큼 반대세력의 질투를 받게 된 다산 정약용의 생애를 다루고 있습니다. 재주가 뛰어나 왕의 신임을 얻었지만 그 재주로 인해서 많은 적을 만들게 되었다니 아이러니한 일이지요. 정약용의 생애를 다루고 있는 책이니만큼 그의 어린 시절을 짤막하게 보여주고 재능을 알아주는 군주를 만나 승진을 거듭하던 시절과 바람을 막아주던 큰 산이 무너진 이후 천주학 논쟁에 휘말려 유배 길에 오르게 된 이후와 해배된 이후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정약용이 산길을 오르고 있습니다. 그와 함께 있는 이는 그의 절친한 벗이며 큰형 정약현의 처남인 이벽입니다. 두 사람은 쉬지도 않고 산을 올라 미리 산에서 기다리고 있던 다른 두 사람을 만납니다. 한 명은 서양인이고 또 다른 한 명은 중국인입니다. 이벽은 먼저 그 두 사람에게 술을 한 잔씩 받아서 반씩 섞어서 마시는데요. 그 후에 이벽은 정약용에게도 똑같이 따라 할 것을 권합니다. 정약용이 똑같이 따라하자 이벽은 술을 나눠 준 두 사람을 정약용에게 소개합니다. 서양인 신부 복색을 한 사람은 '마테오리치', 중국인은 '주자'라는 겁니다. 정약용은 두 성인을 실제로 만났다는 사실에 감격하고 그 순간 그는 꿈에서 깨어납니다.

꿈에서 깨어 현실로 돌아오자 그를 부른 목소리의 주인이 눈앞에 있습니다. 정약용은 유배가 풀려 얼마 전에 집으로 돌아왔고 아내 홍씨와 결혼 60주년 회혼일이 머지않은 시점입니다. 그 기념으로 아들이 가락지 두 짝을 세공해 왔고 그것을 미리 아버지에게 보이러 그를 깨웠던 것입니다. 모든 것이 꿈이었던 셈입니다. 정약용은 허탈했지만 집안은 곧 회혼연을 할 준비에 분주해집니다.

허나 정약용은 회혼일 당일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잔치를 준비하던 그의 집에서는 장례의 준비로 분주해집니다. 정약용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한 채 자신의 생애를 머릿속으로 떠올리기 시작합니다.

사람이 죽어갈 때 자신의 생이 한 순간에 다시 보인다고 합니다. 나라의 최고 권력자인 왕의 눈에 들어서 승승장구하던 시절, 너무나 자신만만했고 학문에 욕심이 많아 다른 나라에서 들어온 새로운 학문에 손을 댔던 일, 새로운 학문이 도움이 되기도 했으나 그 안에 천주학이 있었고 그 천주학이 오히려 독이 됐던 일까지 많은 일들이 정약용 안에서 흘러갑니다.

스물여덟 살에 벼슬에 오른 후 정약용이 암행어사를 한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 때 한 탐관오리를 파직케 했는데요. 그것이 바로 노론의 서용보였다고 하더군요. 정약용이 한 일은 분명 자신의 직분을 다 한 것이었지만 서용보는 이 일로 앙심을 품었고 이후 정약용의 평생을 괴롭힙니다. 서용보는 파직 당한 후에 정순왕후 쪽에 뇌물을 썼고 정순왕후의 수렴청정이 시작되자 요직에 오르게 됩니다. 자신을 미워하는 적이 나라의 중요한 자리에 오르고 정약용에게는 천주학을 익혔었다는 약점이 있었구요.

그 이후부터 정약용은 물론이고 정약전, 정약종 삼형제의 고난이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는다고 하지만 나라는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닙니다. 허나 왕정이라는 것은 모든 권력이 왕에게 집중되는 편이구요. 왕이 그런 자신의 권력을 최대한으로 휘두르고 싶다면 모든 요직에 자신의 심복을 두고 싶을 것입니다. 정순왕후와 노론 쪽에서는 수렴청정기간 동안 자신들의 권력을 평안히 유지하기 위해서 선왕의 총애를 받던 남인들을 몰아내려고 계획한 것이었구요.

굴곡이 많은 정약용의 생애를 그가 죽음을 맞기 전 돌아보는 형식으로 보여주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1권이라 그의 인생의 한창 빛날 때가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위기에 휩싸인 인물을 구하기도 하고 고을 원님으로 선정을 베풀기도 합니다. 학자로 뛰어났으나 정쟁에서 밀려서 인생 후반이 힘들었던 정약용이라 오히려 좌천되었던 때의 이야기가 더 재밌었구요. 선정을 베푸는 청렴한 관리인데다가 명판관이라서 옛 이야기 속의 원님 같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물론 그 때는 큰 산처럼 그를 총애하는 왕이 버티고 있었으니까요. 다음 2권에서는 학자로써는 더 빛난 정약용이겠지만 유배지에서의 생활이 이어질 터라 조금은 씁쓸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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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탄생 - 현상과 실재, 인식과 진리, 인간과 자연에 던지는 첫 질문과 첫 깨달음의 현장
콘스탄틴 J. 밤바카스 지음, 이재영 옮김 / 알마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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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라 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소크라테스' 입니다. 그것도 그의 사상보다는 제자가 플라톤이고 플라톤의 제자가 아리스토텔레스라는 것, 소크라테스의 격언 '네 자신을 알라', 나태한 남편 때문에 본의 아니게 악처가 되어버린 크산티페, 고통 없이 서서히 죽음에 이르는 신경독이 든 잔을 마시고 죽음을 맞이했다는 등 잡다한 내용이 먼저 생각이 납니다. 철학 관련 강의를 들었는데도 말이지요. 그만큼 철학이 일상에서 멀리 떨어진 것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고등학교 윤리시험 때문에 탈레스부터 칸트까지 짤막하게 그들의 사상을 외우지만 그것도 그때뿐 시험이 끝나자마자 대부분을 잊은 것이지요.

그리스가 서양 사상의 중심지였을 때는 모든 지식인이 익히고 있는 지식의 총체, 생각들이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철학이었을 겁니다. 철학을 흔히 진리에 대한 탐구라 합니다. 당시 지식인이 당연히 익히고 논하는 것들, 그 광범위한 지식이 전부 철학이었으니 그때에는 철학과 일상은 가까웠던 셈입니다. 허나 지금은 과학, 수학이 그 광대한 지식에서 명확한 이름을 붙여 떨어져 나오자 철학은 심오한 그러나 어려운 생각의 덩어리처럼 느껴지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철학은 일상에서 멀어졌고 어렵고 난해한 학문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학문이 분리되기 전의 철학, 철학이라고 뚜렷하게 이름이 붙기 전의 철학은 어땠을까요. 그것도 그 유명한 소크라테스가 역사상에 등장하기 이전의 철학 말입니다. 물론 사상적으로 소크라테스 이전이라는 것이지 실제 소크라테스 이전 시대에 태어나고 등장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또한 이전이라해서 소크라테스보다 우위에 있는 것도 그보다 못한 것도 아니구요.

이 책 '철학의 탄생'은 바로 그 소크라테스 이전의 철학자들과 그들의 사상을 다루고 있습니다. 또한 제목이 '철학의 탄생'이니만큼 그 사상이 태어날 수 있었던 여건부터 먼저 분석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스의 자연환경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 싸여 있는데 이것은 외부의 영향을 쉽게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외부와의 활발한 교류, 왕정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행하고 있어 지배적 세력이 없다는 것은 지식의 활발한 교류가 가능하고 자유로운 생각이 싹틀 수 있는 상태였다는 것을 말합니다. 거기에 그리스는 말하자면 다신교였던 셈입니다. 뚜렷하게 강한 종교도 없는 상황이라 생각을 억누를 무언가가 없던 것이지요. 그래서 더 우주에 대해서, 자신에 대해서, 진리에 대해서 생각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인간이 사상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배경을 자연, 사회, 종교 등 다방면으로 살펴본 이후 본격적으로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에 대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먼저 그리스 최초의 철학자이며 현상을 관찰하고 신화적 원인이 아니라 자연적 원인으로 상황을 설명해낸 탈레스가 등장합니다. 물이 세상의 근원이라고 생각한 철학자라는 것은 고등학교 윤리시간에 배웠었지만 그가 그리스 최초의 수학자이며 이론적 기하학의 창시자라는 사실은 꽤 놀라웠습니다. 그가 모든 상황에서 올바른 결론을 찾아낸 것은 아니라도 처음을 연 학자라는 것만으로도 그의 생애부터 사상을 읽어볼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거기에 '무한자', '관계', '진화' 등의 개념을 철학에 도입한 아낙시만드로스, 아낙시만드로스의 제자이지만 스승의 학설을 그대로 따른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우주론을 구성해내고 사물의 변화를 물리적으로 해석한 최초의 인물 아낙시메네스 까지 이어지구요.

그런 다음 중학교 수학에 나오는 피타고라스의 정리만 생각하고 단순한 수학자인 줄 알았지만 피타고라스 교단의 교주였으며 철학이라는 용어를 최초로 사용한 철학자 피타고라스, 시를 통해 철학을 했으며 개혁가였던 크세노파네스, 자연철학자들과 달리 변천과 존재와 인식의 문제를 제기한 헤라클레이토스와 파르메니데스, 삶뿐만 아니라 죽음까지 전설 속에 일부가 되어 있는 엠페도클레스, 오늘날 생각하는 과학자와 철학자의 모습을 구현한 최초의 인물인 아낙사고라스, 마지막 소크라테스 이전의 철학자이며 지혜를 얻기 위해 시력을 없애버렸다는 설까지 있는 데모크리토스에서 끝이 납니다.

소크라테스 이전의 철학자들은 소크라테스에 비해서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대부분의 최초의 칭호를 얻은 사람이라서요. 생애부터 사상까지 읽어 볼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만 단숨에 읽어내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서 철학자 한 명씩 한 명씩 읽는 방식으로 읽어내려 갔습니다. 수학자 피타고라스가 아니라 희대의 사기꾼인지 위대한 인물인지 논란이 되는 피타고라스를 읽게 되었을 때의 기분은 좀 묘하더군요. 피타고라스 교단은 비밀을 지켰고 그가 발표한 것들이 교단의 다른 이가 연구한 결과물일 수도 있다는 설도 있었구요. 조금 묘한 인물이었지만 철학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으며 논란이 있는 만큼 읽는 재미도 있었고 인상적인 철학자였습니다. 처음 읽을 때 그리고 다음 번 또 다음번에 읽을 때마다 읽는 느낌과 즐거움이 더해질 것 같은 '철학의 탄생'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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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트 상식사전 프라임 Prime - 비범하고 기발하고 유쾌한 반전
롤프 브레드니히 지음, 문은실 옮김, 이관용 그림 / 보누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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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웃게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힘듭니다. 아주 재미있다고 생각하고 말해도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재미없는 것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이야기가 재미없었을 수도 있고 전하는 사람 본인이 다시 떠올리면서 웃느라 정작 웃게 되는 순간을 듣는 사람에게 주지 않아서 일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웃게 하는 코미디나 농담만큼 많은 생각이나 기발한 착상이 필요한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세상을 돌아다니는 많은 농담 안에는 정말로 기발한 착상이 숨어 있습니다.

사람이 재미있다고 느끼려면 익숙한 이야기 속에 기발한 반전이 숨어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이야기의 끝이 그대로 익숙하게 끝나면 뻔한 이야기가 되어서 지루하게 느끼고, 기발한 반전이 지나쳐서 논리적으로 맞지 않고 황당무계하다고 생각되면 재밌다가 아니라 엉뚱하지만 재미없다고 생각된다는 거지요. 그래서 많은 농담 속의 익숙함은 현실 속의 사회구조, 유명인들이 등장하는 것으로 충당되고 이것을 절묘하게 비틈으로써 기발함을 획득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에 절묘한 비틀기가 있어야만 재미있는 농담이 만들어지니 농담에는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이 숨어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 책 '위트 상식사전 PRIME'은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그것을 적절하게 비틀 줄 알기 때문에 매우 재미있습니다. 이 책은 10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여러 이야기는 노동과 비즈니스에 관한 것, 예술과 철학에 관한 것, 가정과 교육에 관한 것, 과학과 테크놀로지에 관한 것, 정치와 이데올로기에 관한 것, 스포츠에 관한 것, 민족에 관한 것, 전쟁에 관한 것, 신앙에 관한 것, 광기와 어리석음에 관한 것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또한 각 장의 앞에 짧게 그 주제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글이 붙어 있어서 그 주제의 이야기를 읽기에 앞서 그 주제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같은 주제의 농담이 모여 있으니 하나의 주제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이 차곡차곡 쌓인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잔뜩 모여 있는 책이지만 그 중에서 몇 가지만 언급하자면 이렇습니다. 2장 예술과 철학에 관하여에서 나오는 '할리우드 영화에 꼭 나오는 법칙 23'에 이런 항목이 있습니다. 할리우드 영화에 나오는 남자는 더할 나위 없이 광포한 폭행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으면서, 여자가 상처를 닦아주려고 할 때면 움찔한다는 겁니다. 주로 액션영화에 많이 나오는 장면이라 실소를 터뜨렸습니다. 다른 22가지도 '맞아 맞아'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되더군요.

또 3장 가정과 교육에 관하여에서 나오는 '있을 때 잘하지'에서는 아주 사이가 안 좋은 노부부가 있었고 남편 쪽이 자신이 먼저 죽는 다면 반드시 무덤을 파고 올라와서 부인을 죽을 때까지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겠다고 장담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런데 정말 남편이 먼저 죽었고 주변 사람들이 염려하는 데도 불구하고 아내 쪽은 태연하게 파티를 하더랍니다. 이 때 누가 묻자 아내는 자신이 쓴 방법을 말하면서 웃었다고 하는데요. 그 방법이 기발하기도 해서 이 이야기는 여러 번 읽어도 재미있더군요.

다른 것으로는 9징 신앙에 관하여에 나오는 '시몬 페레스와 교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스라엘 전 총리인 시몬 페레스가 골프 경합을 벌여서 유태교와 가톨릭 중에 어느 쪽이 뛰어난지 겨뤄보자고 제안했다고 합니다. 이에 교황은 대리인으로 잭 니클라우스를 내세웁니다. 당연히 이길 줄 알았던 잭 니클라우스는 소기의 성과를 이루었으나 2등을 했다고 보고합니다. 이에 교황은 시몬 페레스에게 져서 2등을 한 것이냐고 묻는데요. 잭 니클라우스가 진 이유는 어느 랍비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그 랍비의 정체는...

책 표지에 쓰여 있는 것처럼 워낙 비범하고 기발하고 유쾌한 반전이 이어지는 이야기들이라서 처음 이야기를 읽을 때는 수수께끼를 푸는 느낌으로 뒤에 반전을 알고 난 이후에는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지는 않아도 두 번째 정도로는 재미있는 농담을 듣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리고 개인으로는 미국의 부시 대통령에 대한 농담이 많아서 기묘했습니다. 유난히 바보로 나오는 부분이 많더군요. 하버드 출신 재원이며 미국 최고 권력자를 희화한 내용이라 슬며시 웃게 되는 면이 있었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빌 게이츠에 대한 농담이 많은 편이었구요. 윈도우즈 때문에 빌 게이츠에 대한 농담이 많구나 싶으면서도 실제 윈도우즈를 쓰는 입장에서 농담 아닌 농담을 읽는 기분이 들어서 쓰게 웃기도 했습니다.

세상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도 보여주지만 기본적으로 농담으로 이루어진 책이니 만큼 아주 즐겁게 읽었습니다. 뼈있는 농담 그러나 불쾌하지 않고 아주 재미있는 농담들이 모여 있는 '위트 상식사전 PRIME' 굉장히 즐겁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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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미로 2008-06-15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을 자세히 해주셔서 책을 다 읽은 기분이네요^^
서평 재미있게 읽었어요^^

에이안 2008-06-16 09:12   좋아요 0 | URL
글사랑님, 감사합니다.^^
 
초심 - 사장이라면 죽어도 잃지 말아야 할 첫 마음
홍의숙 지음 / 다산북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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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든 시작은 어렵습니다. 그래서 어떤 일을 시작하려 할 때의 마음가짐은 대부분 특별합니다. 학교에 들어가는 첫 날, 사회에 나가 회사에 입사하는 첫 날, 자신의 사업을 시작하는 첫 날, 연애를 시작하는 첫 날, 결혼을 하게 된 첫 날에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지만 보통 한 가지 다짐을 합니다. 처음 시작할 때의 이 마음과 열정을 잊지 않겠다고 말입니다. 물론 고등학교 입학식 날 등교길에서 '언제 졸업하나'라고 해서 저를 경악시킨 친구도 있지만 처음을 여는 사람의 마음은 불안하면서도 설레고, 성공적인 결과를 얻겠다는 결의가 싹트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많이들 초심을 잊지 말라고 말하는 것이구요.

하지만 기류를 타고 화려하게 날고 있지만 실상은 죽은 새인 경우처럼 어느새 익숙해져 버린 상황이 초심을 잊게 합니다. 서툴지만 열정이 넘쳤던 처음과 달리 적은 노력으로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낼 수 있게 된 이후 편안함에 안주하게 되는 것이지요. 처음의 열정은 마음 속에 불씨만 남은 상태가 되어버린 셈입니다. 편안함과 익숙함의 재에 덮여버려서요.

여기에도 초심을 잊고 밑바닥으로 떨어지던 남자가 한 명 있습니다. 이 책 '초심'의 주인공인 최강민 입니다. 대학교 졸업 후 열심히 해보자는 마음 하나로 신문사 광고영업 일을 시작했고 구두가 닳도록 뛰어 인정받게 되었던 사람입니다. 한 달을 신었지만 몇 년을 신은 것 마냥 낡어버린 구두, 이것이 최강민의 초심의 상징이었습니다.

이후 광고영업을 하던 중 한 중소기업 사장이 최강민에게 스카우트 제의를 합니다. 금형을 자체제작해서 가전제품 케이스를 만드는 회사인 유진테크론에서 일해 볼 생각이 없냐는 것이었지요. 단, 1년간은 영업일을 하면서 회사 사정을 익히고 1년 후에는 어울릴 만한 곳으로 발령내주겠다는 조건이었습니다. 이 이야기가 소문이 나면서 주변에서는 모두 그를 말립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강민은 광고영업 쪽에서 꽤 인정을 받아 신문사 내에서도 유망한 인재로 기대 받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1년 수습 기간 후에 발령을 낸다는 조건이라니 불확실하기 그지없었으니까요.

허나 최강민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지금의 영업일에서 더 이상의 열정을 느낄 수 없었거든요. 졸업 후 무작정 취업을 하기는 했지만 기계 관련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마음속에서 계속 꿈틀대고 있었던 겁니다. 그 와중에 들어온 스카우트 제의, 최강민은 이를 받아들입니다. 불안정한 미래가 있을 수도 있지만 열정 하나를 가지고 이에 뛰어든 거지요. 즉, 초심을 잊지 않은 것이었지요. 그 탓이었을까요. 최강민은 회사에 들어간 이후에도 계속 승승장구합니다. 그러던 중 부딪히게 된 재난이 IMF사태였고, 이것은 또 다른 전환점이 됩니다. 최강민이 사장이 되어 회사를 맡게 된 겁니다. 이후 많은 일들이 있지만 그가 초심을 잊은 순간부터 추락이 시작됩니다. 그때 만나게 된 사람이 '코치'였구요. 최강민이 잃어버린 초심을 되찾고 다시 소중한 사실을 깨닫게 만드는 동반자였습니다.

사실 제목이 '초심'이기도 하고 '~해라'투의 자기계발서일 것으로 생각했지만 이 책 '초심'은 한 사람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최강민이 성공에서 추락한 시점에서 시작해서 초심을 잊지 않았던 때와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과거와 추락한 후 다시 잃어버린 초심을 되찾기 위한 과정 속의 현재를 번갈아 보여주는 식으로 구성되어 잇습니다. 그래서 이야기 형식이지만 뚜렷한 대비효과를 낳고, 그가 잊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합니다. 이어 코칭을 받는 상세한 과정이 나오는데요. 이 '코칭'이라는 것이 한편으로는 낯선 것이라 꽤나 신선했습니다. 잃어버린 초심을 되찾으면서 벌어지는 일들도 흥미로웠구요.

타성에 젖어 잃어버리게 되는 초심이라는 이름의 불씨를 되찾기 위한 과정을 보여주고,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하게 하는 책' 초심'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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