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2 - 시대를 일깨운 역사의 웅대한 산
한승원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사극이나 역사소설을 읽다보면 정쟁에 휘말렸거나 음모의 주모자들이 간신히 목숨만을 부지한 채 어디론가 귀양을 떠나는 것이 나옵니다. 그 때는 주로 주인공의 반대 세력이어서 저렇게 살려 보내면 후에 반드시 화가 될 텐데라는 생각만을 했지 유배를 간 양반들이 어떻게 살아가는 지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유배를 보낸 경우 현대의 감옥에서 그렇듯 나라에서 밥을 주는 것이 아니더군요. 그 사실을 얼마 전에 알고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연명을 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생겼었습니다.

이 책 '다산'에서 정약용이 처한 상황이 그렇습니다. 젊었을 때 처음 유배를 갔던 때는 정조의 뜻에 끝내 따르지 않아 잠시 10일 동안의 유배를 갔던 것이고 후에 천주쟁이 논란이 있을 때에도 좌천에 그쳤던 터라 상황은 그리 심하지 않았습니다. 허나 이제 요직에는 적들이 앉아있고 천주학을 익혀 조상을 모시려 하지 않는다는 논란에 휩싸여 가게 된 유배 길에서는 그의 앞길은 막막하기만 합니다. 적어도 묵을 곳은 소개해주면 좋으련만 적들의 계략으로 마을 사람들은 그를 역신마냥 피합니다. 다행히 묵을 곳이 없어 오도 가도 못하는 상태인 때에 주모의 딸이 그에게 손을 내밉니다. 거절하고 말고 할 처지도 아니었던 터라 그 청을 받아들이고 주막에서 묶게 된 다산 정약용.

어쩌다 이렇게 되었나 허심하기도 하고 취조를 당하면서 고문에 시달렸던 터라 몸을 추스르기도 바쁜 정약용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를 감시하려고 이방이 자신의 아이를 교육시켜 달라고 청합니다. 기가 막힐 노릇이었지요. 유배 온 사람에게 묵을 집도 소개시켜 주지 않아놓고 교육을 빙자해서 아이를 이용해서 그를 감시하려 하다니요. 하지만 처지가 처지인터라 정약용은 그 청을 거절하지 못하고 받아들입니다. 이방의 속내를 알고 있으면서도요.

이제 정약용에게 또 다른 시련이 옵니다. 그가 아이에게 가르쳐 준 말이 문제가 되었고 안타까운 상황을 보고 지은 시가 꼬투리가 되어 다시 취조를 받게 된 것입니다. 시는 실제 있던 상황을 보고 지은 것이고 아이에게 가르친 것은 '맹자'에 그대로 나온 것인데도 말입니다. 억울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으나 약자가 되어버린 정약용은 자신의 무고함을 담담하게 호소하려 합니다.

승승장구하던 시절을 지나서 끊임없이 괴롭히는 적들의 눈을 피해야 하는 유배 시절을 담은 이야기라 상당히 답답한 면이 많았습니다. 허나 그 시절에 지은 책이 사백여 권이라 하니 다산 정약용이 가진 학문에 대한 열정이 놀랍더군요. 그저 보고 지나가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보고 분석하는 지혜를 가진 인물이라 어느 상황이 되어도 또 한 권의 명저가 탄생하더군요.

사실 그가 배운 천주학이 논란이 되어 귀양을 가게 되었지만 적들의 입장에서는 그를 제거하고 싶었으니까 트집을 잡은 것이지 배운 것만을 치면 그를 배신한 벗인 이기경도 익힌 적은 있는 것이었으니까요. 또한 천주학에서 조상을 숭배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몰아갔지만 그것은 마테오리치가 중국에서 선교활동을 했을 때도 문제가 되었던 사안이었습니다. 그래서 마테오리치는 조상은 신을 섬기는 것이 아니고 태어나게 한 부모님을 위하는 것일 뿐이니 그것에 한해서는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는 내용은 '동서문화교류사' 시간에 들은 적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단순히 트집을 잡기 위한 것일 뿐이라는 생각도 강했습니다.

그리고 다산 정약용이 뛰어난 학자였던 만큼 불교, 유교, 천주교를 아우르는 지식을 선보이는 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것이 지식을 충당하는 면으로는 좋았지만 한 편으로는 재미를 조금 줄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구요. 뛰어난 학자였으나 자신이 지닌 재능으로 인해 오히려 힘든 삶을 살아왔고 고난 속에서도 저술을 계속해나갔던 위대한 학자로써의 정약용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좋았습니다. 다산 정약용의 생애를 다룬 '다산'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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