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질링 살인사건 찻집 미스터리 1
로라 차일즈 지음, 위정훈 옮김 / 파피에(딱정벌레)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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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보통 추리소설을 좋아하게 되는 것은 일상에서 맛보지 못할 긴장감과 떨림을 맛보면서 퍼즐을 풀듯이 사건의 진범을 밝힐 수 있다는데에 있다. 그런 추리소설의 꽃이라 하면 역시 살인사건, 그것도 밀실 살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도 본격 추리물일 때 이야기이고 살인사건이 소재라지만 아마추어 탐정이 주인공인데다가 살인사건이 오히려 양념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 책 '다질링 살인사건'의 주인공은 찻집 여주인 시어도시아다. 물론 아마추어 탐정이라도 미스 마플 수준의 추리력을 가지고 있다면 상관없지만 이 아기자기한 추리소설의 주인공에게 뛰어난 추리력을 기대하는 것은 사실상 무리다. 광고업계에서 뛰어난 실적을 자랑하다가 그 일에 지쳐서 고향마을에 돌아와 찻집을 개업한 시어도시아는 추리소설을 좋아하지만 탐정 노릇을 할 생각도 그만한 능력도 없었다.

하지만 차에 흥미가 있기도 했고 사업적 능력도 있었기에 그녀의 사업은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그녀의 찻집에서 일하는 사람은 차 블렌더인 드레이튼과 제빵사 헤일리 두 명이 있었는데 바쁠 때만 헤일리의 친구 베서니가 아르바이트로 일하고 있었다. 그런 시어도시아의 찻집 인디고가 일상적인 영업이 아니라 '램프라이트 투어'에 참가하게 된다. 그 일은 지역 연례행사로 유서 깊은 저택을 관광객에게 소개하는 것이었는데 인디고 측에서 맡은 부분은 마지막 차를 대접하는 것이었다.

보통 때에는 비어 있는 넓은 저택에서 연 차 시음회는 성공적으로 진행 되고 있었다. 시어도시아는 바쁜 가운데 마치 자신이 모든 일을 한 것 마냥 거만을 떠는 사만사와 대화를 하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슬슬 모든 투어가 마무리 될 시간이 되자 손님들은 하나 둘 씩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가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 날만 아르바이트를 하러 온 베서니가 미처 돌아가지 않은 손님을 발견한다. 손님에게 다가가는 베서니는 왠지 모를 불길한 기운을 느낀다. 그도 그럴 것이 베서니는 얼마 전 남편이 죽어서 슬픔에 잠겼지만 간신히 직장을 구해서 마음을 추스르기 시작한 참이었다. 베서니는 어두운 정원과 분위기로 인해서 착각을 한  뿐이라고 생각하고 그 남자 손님에게 말을 건다. 허나 그는 이미 죽어 있었다. 그런 남자의 앞에는 한 잔의 차가 있었다.

마무리를 하느라 다른 쪽에 있었던 시어도시아는 베서니의 비명에 그녀에게 달려간다. 시어도시아는 놀란 베서니와 시체를 발견하고 기절한 사만사를 달래면서 침착하게 남자의 맥을 짚는데 남자는 이미 숨이 끊긴 상태였다. 이어 그녀는 경찰과 응급차를 부른다. 의례적인 절차 후 돌아갈 수 있을 줄 알았던 시어도시아였지만 그 자리에 전직 FBI수사관 버트 티드웰이 등장한다. 죽은 남자의 이름은 휴즈 배런이었고 역사가 깊은 건물이 많은 이 지역을 재개발하려고 해서 적이 많은 부동산 업자였다.

시어도시아는 호기심을 느끼지만 일상으로 돌아가려 한다. 하지만 형사 버트 티드웰이 베서니를 용의자로 삼고 그 일로 베서니가 직장에서 해고를 당하고 만다. 베서니를 측은하게 여긴 시어도시아는 어떻게든 상황을 원만하게 수습하려고 하지만 상황은 오히려 악화되어 그녀의 찻집에 단골손님이 줄어들고 만다. 차에 독이 들어 있었다는 사실이 주민들에게 알려 진 것이다. 모든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본격적으로 수사에 나서는 시어도시아, 그런 그녀에게 도착한 것은 한 장의 협박편지였다. 살인자는 그녀가 이것저것 캐고 다니는 것을 원치 않았던 것이다. 시어도시아 본인이 아닌 애견 얼 그레이에 대한 협박은 인디고 찻집 사람들 전체를 경악시킨다. 드레이튼은 시어도시아가 수사를 접길 바라지만 이 협박편지 건은 오히려 시어도시아의 분노에 불을 붙인다.

찻집 여주인이 자신이 만든 차에 독이 들어 있어서 사건 수사에 나선 것이기 때문에 좌충우돌 수사기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미스 마플 정도의 추리력을 가지고 조용히 수사를 진행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인맥을 동원해서 정보를 모으기도 하고 직접 돌아다니면서 정보를 모으기 때문에 아찔한 순간이 많았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밝혀진 용의자들이 왜 그렇게 하나 같이 수상한지, 사건이 미궁에 빠져든 기분이었다.

기본적으로 아기자기한 추리소설이라서 죽은 사람에 대한 잔혹한 묘사가 없는 것은 마음에 들었다. 다만 아직 시리즈의 첫 권이라서 인물간 관계도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은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이야기가 전환 될 때마다 나타나는 차에 대한 정보가 신선했고 잔혹하지 않아서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추리소설이라서 읽는 내내 즐거웠다. 책을 덮는 순간 다음 권이 아직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헛된 희망을 가지고 검색을 해봤을 만큼 재밌기도 했다. 남부 여성 특유의 강인함과 우아함을 가진 시어도시아가 풀어가는 '다질링 살인사건' 다음 권이 기다려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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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전쟁 화폐전쟁 1
쑹훙빙 지음, 차혜정 옮김, 박한진 감수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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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미국 드라마 시리즈 '보스턴 리갈'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아직 경험이 별로 없어서 정식 변호사로 고용되지 못한 직원이 가장 친한 변호사에게 와서 하소연을 하는 것이다. 그가 얼마 전에 집을 샀는데 모아 놓은 돈이 그리 많지 않아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다고 한다. 그때 이자는 5% 정도로 그다지 높지 않아서 월급으로 이자는 물론이고 원금도 차분하게 갚아나갔다고 한다. 그런데 반 이상을 갚은 시점에서 은행이 대출이자는 유동금리에 따른 것이라며 이자를 대폭 인상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매달 배로 인상되더니 끝내는 이자가 40%를 넘어섰다. 그는 신용이 나쁜 사람도 아니고 한 번도 이자를 밀린 적도 없었다. 착실하게 벌어서 집을 가지고 싶었던 것인데 오히려 집이 경매로 넘어갈 위기에 빠지게 된 것이다. 은행이 갑자기 이자를 대폭 올렸기 때문에 말이다. 결국 이 사건 자체는 친구인 변호사가 은행 담당자와 맞서서 이자를 내리는 것으로 일단락되지만 이런 일들이 세계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런 사실을 고발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책 '화폐전쟁'이다. 다만 옮긴이가 말하듯 지나치게 음모이론에 치중해 있고 어느 정도 추측이 섞여 있기도 해서 '팩션'으로 생각하고 읽는 편이 낫다. 하지만 반 이상이 사실이라고 하니 화폐에 관한 섬뜩한 진실이 어디까지가 진실인지는 직접 읽고 판가름하는 편이 나을 듯하다.

내용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로스차일드 가문에 대해서 설명한 부분과 금융재벌들이 어떻게 세계의 여러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지에 대한 부분 그리고 금융재벌의 음모에 밀리지 않은 나라의 사례를 보고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가를 말하는 부분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세계 최고의 부자라고 하면 빌 게이츠를 떠올린다. 하지만 이 책에 따르면 숨은 실세가 따로 있다는 것이다. 경제공황이나 전쟁을 일으키면서 이익을 얻는 막후 실력자가 말이다. 그들이 바로 정확한 재산조차 알 수 없다는 금융재벌 로스차일드 가문이라고 한다. 이백년 넘게 금융재벌로 군림하고 있는 이 은행가 가문은 왕권이 강했던 시기에 부터 존재해왔다. 처음에는 화폐수집상이었지만 독일의 권력자의 눈에 들어서 그 재산을 관리했고 워털루 전투를 기점으로 금융재벌이 되었다.

정보를 제압하는 자가 세계를 제압한다고 할 수 있었는데 각국에 첩자를 심어두었던 로스차일드 가문은 유럽의 정세가 워털루 전투에 달려 있다고 판단했다. 프랑스가 승리한다면 영국의 국채는 휴지조각이 될 것이고 영국이 승리한다면 영국 국채는 천정부지로 치솟게 될 것이었다. 그런데 로스차일드 가문은 마침내 전쟁의 성패에 대한 결과를 얻게 되었다. 영국이 승리할 것이라는 것이었는데 그렇다면 영국의 국채는 큰 상승세를 타게 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로스차일드가의 셋째인 네이선은 일부러 그 정보를 듣고도 무표정을 유지했다. 정보를 함부로 흘릴 생각도 없었고 최대한 이용할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마침내 그는 가문의 사람들에게 영국 국채를 전부 팔 것을 지시한다. 그 상태를 초조하게 지켜보던 다른 사람들은 로스차일드가가 영국이 패배한다는 정보를 들었다고 판단했다. 사람들은 공황상태에 빠졌고 휴지조각이 될 것인 국채를 미친 듯이 팔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국채의 값은 바닥을 쳤고 이때 네이선이 자신의 수하인 사람들에게 지시를 내린다. 국채를 전부 사들이라는 것이다. 네이선은 영국 국채의 원래 가격 5% 정도에 대부분을 매입했고 그로 인해서 엄청난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이후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는데 잉글랜드 은행에서 그의 수표를 받아주지 않자 그는 다음날 여러 명의 사람들과 잉글랜드 은행을 방문했다. 그것도 엄청난 양의 잉글랜드 은행이 발행한 수표를 가지고서 말이다. 그가 환금해간 양이 그 은행이 보유하고 있던 금의 반 이상이었다. 그리고 또 다음날 네이선이 더 많은 수표를 가지고 방문했다. 겁에 질린 은행 측은 결국 정중히 사과하고 앞으로 로스차일드 은행의 수표를 처리하는 것을 영광으로 여기겠다고 제의했다. 뿐만 아니라 영국 정부의 화폐발행권도 로스차일드 가문이 장악했다.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각국의 경제를 장악한 것이다. 어디든 공격대상이 있다면 돈을 마구 퍼부어서 거품상태로 만들고 순식간에 돈을 전부 빼내서 자금줄을 마르게 한다면 항복을 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식으로 각국의 목을 조였고 미국도 그 예외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거기에 연방 준비 은행이라는 이름만 정부의 소유인 것 같은 민간은행을 실질적으로 소유함으로써 모든 통화를 통제하고 예전에는 금으로 각국의 목을 조였다면 이제 관리하게 편한 화폐를 이용한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라면 어떤 짓도 서슴지 않는 그들, 전쟁이 일어나는 것도 공황이 일어나는 것도 이들의 수익을 위한 것이라는 부분에서는 꽤나 충격이었다.

이렇게 로스차일드 가문에 대해서 상세하게 서술하면서 동시에 각국의 화폐발전사를 같이 전개해나가고 있다. 이어 미국 대통령이 왜 그렇게 많이 죽어나갈 수밖에 없었는지를 금융재벌의 음모와 묶어서 설명하는 것이 꽤나 흥미진진해서 더 긴장감 있게 읽을 수 있었다. 더욱이 그들이 금본위 정책을 폐지하려는 것과 우리나라가 IMF의 관리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금모으기 운동'의 기억이 교차되면서 오싹한 느낌까지 받았다. 이렇게 여태 알 지 못했던 화폐의 진실에 대해서 말하는 '화폐전쟁'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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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중문 - 세계가 주목하는 중국 최고의 젊은 작가 한한 대표작
한한 지음, 박명애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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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여자가 바람둥이를 좋아하는 것은 자신이라면 그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른 여자들은 자신과 달리 스쳐 지나가는 바람에 지나지 않았지만 자신의 경우는 다르고 그 사람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허나 자신의 작은 습관 하나도 바꾸기 힘든데 몇 십 년을 다르게 살아온 다른 사람을 변화시키기란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거의 변하지 않는다. 어렸을 때는 5년 후나 10년 후의 자신의 모습이 아주 많이 바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현실은, 어른이 되었지만 크게 바뀐 것은 없다. 성격도 생각하는 방법도 좋아하는 것도 말이다.

얼마 전 자기계발서에서도 이런 문구를 발견했다. 사람은 5년 후의 모습도 현재와 별로 다르지 않으며, 달라지는 것이라고는 5년 동안 읽은 책의 양뿐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변하지 않는 사람이 구성한 사회 역시 크게 변하지 않는다. 부조리함에 염증을 느끼고 사회가 크게 바뀌길 바라지만 설사 혁명이 일어난다 해도 사회가 안정화되고 나면 그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의 10대가 하는 고민의 폭은 다를까 했는데 이 책 '삼중문'을 읽어보니 그것도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다. 중국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심리적으로도 계속 부딪히던 나라라서 가깝게 생각했지만 그 속사정을 알면 알수록 먼 나라다. 공산주의와 자본주의가 기묘하게 섞여 독특한 사회구조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급격한 변화를 하고 있으면서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잔뜩 있어서 그런지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중국의 모습은 혼란스러웠다. 책의 주인공이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10대라서 더 그럴 수도 있지만 말이다.

이 책 '삼중문'에서는 린위샹이라는 소년을 내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린위샹은 어렸을 때부터 책과 함께 자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소년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책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었는데 집에 책이 많기는 했지만 그것은 전부 과시용으로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과시용으로 책을 가지고 만 있을 뿐인 아버지가 무조건적으로 강요해서 하게 된 독서이니 그가 책을 좋아하기는 무리가 었었던 것이다. 하지만 책을 과시용으로 가지고 있을 만큼 허영이 강한 아버지라서 그에게 수많은 고전문학을 읽고 외우도록 시켰고 린위샹은 덕분에 천재소년으로 동네에서 약간의 명성을 얻게 된다. 하지만 그는 책에 취미가 없었고 실은 천재도 아니었다. 쓸데없는 허영을 더했을 뿐이었던 어린 시절이 지나가고 중학생이 되자 린위샹의 실제 실력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어린 시절에 외운 고전문학을 인용하거나 누군가의 글을 도용하는 식으로 글을 작성하면서도 자신에게 뛰어난 글재주가 있다고 착각하기도 하고 자신은 공부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취미가 없을 뿐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런 린위샹이 경쟁이 치열한 문학반에 들어갈 수 있을 리가 없었지만 별재주도 없으면서 자비로 책을 출간한 마더바오가 문학반 담당 선생으로 부임하면서 린위샹에게도 기회가 생긴다. 허영만 있고 재주는 없는 두 사람이 의기투합을 하게 된 것이다. 그 덕분에 린위샹은 문학반에 들어가고 문학반만 갔던 여행에서 예쁜 여학생과 마주치게 된다. 중국이름은 알 수 없고 서양이름인 '수잔'이라는 이름만 알게 된 여학생을 짝사랑하게 된 린위샹은 공부에서 점점 멀어만 진다.

그 과정에서 문학반에서 사귀게 된 친구와 수잔을 사이에 두고 경쟁을 하기도 하고, 수잔의 친구에게서 그녀의 정보를 얻으려 하기도 한다. 그 와중에 린위샹의 허영을 더 키울 일이 하나 발생하는데 그가 낸 글이 전국 일등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 대회 자체가 너무 허술하기도 하고 그의 글이 실린 문집도 허술했지만 린위샹과 부모는 크게 만족한다. 이때 조금만 겸손한 모습을 보여도 좋으련만 본인의 입으로 자랑을 하고 다니느라 바쁜 린위샹이었다. 그 후 졸업반이라는 현재의 상황 때문에 과외를 받게 된 린위샹은 공부에 집중하려 하지만 수잔에 대한 마음만 커져갈 뿐이었다.

자신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소년 린위샹의 이야기가 세밀하게 나오는데 그 소년이 실상은 오히려 그렇게 뛰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그가 취하는 태도도 허영심도 우습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그 외에는 마작을 하느라 밤새는 줄 모르는 린위샹의 어머니가 당혹스럽기도 했고 경제만 자본주의를 받아들여서 그런지 돈이면 전부 통용되는 사회분위기가 묘하기도 했다. 돈만 있다면 부정입학도 대놓고 가능한 사회의 모습이 놀라웠던 것이다.

하지만 사회의 모습이 크게 달라도 10대가 하는 고민의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아서 읽기는 어렵지 않았다. 중학교 때부터 입시에 대한 고민에 휘둘리고 자신도 짝사랑을 하면서 중학교 1학년이 연애놀음을 한다고 한심해하는 린위샹의 모습을 공감하기도 하고 우습게 여기기도 하면서 읽다보면 책의 끝에 와 있었다. 고민 많은 10대의 이야기를 수많은 고전의 문구를 통해 풀어낸 '삼중문' 중국 사회를 들여다 볼 기회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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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과학자 50
夢 프로젝트 지음, 박시진 옮김 / 삼양미디어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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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이든 처음한 사람은 오래 기억되기 마련이다. 다른 사람이 하지 못한 발상을 하고 기반이 잡혀 있지 않은데 처음을 연다는 것은 그만큼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처음이 한 시대를 변화시킬 만한 것이라면 그 사람은 더 대우받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지금이야 당연한 것들, 발명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상식으로 여겨지는 것들이 당연하지 않았던 때에 많은 과학자들은 기존의 관념과 싸워 새로운 시대를 열였다.

하지만 이제 그런 그들의 생각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시대에 살아서 그런지 과학자들과 그들의 업적에 대해 어느 정도 무관심했던 것은 사실이다. 매일 새로운 제품이 쏟아지고 새로운 기술이 나오니 처음을 연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말 그대로 이제 '상식'으로 알아야 하는 사람들이 되었다. 그런데도 과학이라고 하면 첨단기술이 가장 먼저 떠오르고 물리학이니 화학이니 하면 어렵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서 관련도서를 읽는 것을 꺼리게 되었다.

그런 면에서 이 책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과학자 50'은 탁월한 편이다. 신의 품에 모든 것을 맡기던 시대의 과학자 '데모크리토스'의 업적부터 원폭을 개발한 오펜하이머까지를 시대 순으로 보여주고 있다. 거기에 그들의 업적만을 보여준다면 딱딱한 내용이 되어 버렸을 텐데 그들의 일생이나 재밌는 일화를 먼저 보여주고 그들의 생 속에 일궈낸 업적을 보여줌으로써 재밌게 읽을 수 있는 가운데 상식을 강화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래서 편하게 읽어 내려가다가 생각했던 것과 그들의 인생이 너무 달라서 많이 놀라게 되었다. 그 중 몇몇을 꼽아보자면 먼저 코페르니쿠스를 들 수 있다. 갈릴레오가 지동설에 관해서 종교재판까지 휘말리기는 했지만 지동설을 가장 먼저 주장한 것은 코페르니쿠스라는 것은 꽤 유명한 사실이다. 그래서 코페르니쿠스를 기존 세계관을 뒤집는 용감한 혁명가, 혁신가의 이미지로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에 찬동한 사람은 화형에 처해진 반면 코페르니쿠스는 교회와 큰 불화 없이 일생을 끝냈다. 그것은 그가 꽤나 소심한 성격이었기 때문이다. 지동설에 관해 발표하는 것을 극히 꺼려서 죽기 직전에 발표했으며 주장하는 전체 논조도 아주 약한 것이었다고 한다. 그의 새로운 발상은 분명 대단한 것이었지만 기존에 가지고 있던 그에 대한 생각은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그리고 파스칼의 경우 수학자나 기압에 대해서 밝힌 과학자라는 점을 많이 떠올리는데 그의 일생 대부분은 종교에 치우쳐 있었고 수학이나 과학은 그가 한가할 때 잠깐 한 취미였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2살 때 삼각형 내각의 합이 180도 라는 것을 밝히고, 19살 때 아버지를 위해 계산기를 발명했으며 후에 기압에 대해 연구하기까지 했다. 그가 38살에 이른 죽음을 맞이하지 않았다면 얼마나 많은 과학적, 수학적 성과가 있었을지 누가 알겠는가.

또 기인 같은 태도를 보인 과학자가 몇 있었는데 뉴턴에 대한 것보다 헨리 캐번디시에 대한 것이 독특했다. 헨리 캐번디시는 엄청난 유산을 상속받고 집안에 도서관을 만들기도 하고 자기 집무실에 틀어박혀서 연구만 하고 살았다고 한다. 사람을 보는 것을 꺼려해서 고용인들과의 소통도 문틈으로 메모를 내서 하는 정도까지였다는 것이다. 그런 헨리 캐번디시는 수소를 최초로 발견하기도 하고 수많은 성과를 이뤘지만 정작 발표를 하지 않아서 그의 사후에 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 이유인즉슨 한번 헨리 캐번디시가 수소를 발견했다고 발표를 했는데 프랑스의 라부아지에가 자신이 그보다 먼저 발견했다고 주장했고 이 일로 영국과학협회와 프랑스과학협회가 다투는 등 일이 시끄러워졌다는 것이다. 이 일로 염증을 느낀 헨리 캐번디시는 이후 자신의 연구 성과 일체를 발표하지 않았다고 한다. 세상에 자신을 알리고 싶은 욕구는 전혀 없고 오직 학문을 하고 싶은 마음만 있는 학자의 모습이 떠올라 묘한 느낌이었다.

그 외에도 제본공에서 뛰어난 과학자가 된 패러데이, 다윈에게 모든 공을 돌린 월리스, 국가 대신 세금을 거둔 일을 했던 것 때문에 단두대에서 생을 마감한 라부아지에, 억지력을 기대하고 핵폭탄의 개발을 지휘했지만 핵이 실제 전쟁에 사용되었음을 알고 절망한 오펜하이머 등 많은 과학자들의 파란만장한 인생이 흥미로웠다.

워낙 유명한 과학자들이기도 하고 과거에서 현재의 순으로 과학자의 업적을 보여주기 때문에 그들이 한 성과는 전부 처음으로 세상에 나온 것투성이였다. 그들이 어떻게 기존의 관념을 뒤집고 새로운 시대를 열었는지에 감탄하고 그들의 너무도 인간적인 삶 이야기를 읽다보니 어느새 마지막장에 도달해 있었다. 수많은 처음을 열고 인간의 선량한 마음을 믿은 과학자 50명의 이야기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과학자 50' 인상적이기도 했지만 재밌게 읽을 수 있어서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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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을 바꾼 1% 가치 - 위대한 성공을 만든 27가지 이야기
윤승일 지음 / 서돌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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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는 누구나 약점이 있다. 그래서 가능하면 다른 사람에게 그 약점을 들키지 않으려고 보통 숨겨둔다. 그만큼 약점이 밝혀지고 그 것이 찔리면 그 사람에게는 여러 가지로 상처가 되기 때문이다. 약점이 이렇게 한 사람의 급소 역할을 한다면 그 반대의 역할을 하는 것도 있기 마련이다. 문제의 옆에 해답도 있기 마련이지 않은가. 어떤 사람을 자극했을 때 그 사람의 숨은 능력까지 끌어내게 하는 부분, 너무도 사소해서 아주 작은 가치이지만 그 사람의 인생을 바꾸게 하는 것.

그런 작은 가치로 인해서 인생을 바꾼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은 것이 바로 이 책 '내 인생을 바꾼 1% 가치'다. 책의 구성은 돌멩이나 햇살 한 줌 등 아주 작은 가치를 제목으로 보여주고 그 밑에 '인간은 뱃속에서 한 번, 꿈속에서 한 번 다시 태어난다'는 한 줄의 문장이 달려 있다. 돌멩이가 대체 저런 말과 무슨 상관이 있나 의문을 가지고 다음 장을 넘기면 돌멩이 하나가 인생을 바꾼 한 사람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 이야기를 읽고 나서야 한 줄의 문장이 담고 있었던 의미를 알게 되는데 그 느낌이 또 남달라서 묘한 여운을 주었다.

거기에 각 이야기에 비슷한 경우의 다른 인물의 이야기까지 추가 되어 있었던 것이 마음에 들었다. 한 주제에 두 사람 이상의 이야기가 실려 있는 만큼 너무 빠르게 읽으면 오히려 책의 재미가 반감되었고, 오히려 천천히 읽어나가는 것이 더 이 책에 맞는 속도였다. 그래서 덕분에 한 이야기, 한 이야기씩 천천히 읽고 그 말이 주는 의미를 곱씹어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천천히 읽어 내려간 27가지 이야기 중에서 어느 것 하나 인상 깊지 않은 것이 없었지만 그 중에서 3가지 이야기만 예로 들라면 알브레히트 뒤러의 기도하는 손, 어니스트 섀클턴의 비스킷 한 개, 넬슨 만델라의 희망을 들 수 있다.

그중 뒤러의 기도하는 손에 대한 내용을 짤막하게 적으면 알브레히트 뒤러는 금세공사의 아들로 태어났다고 한다. 꽤나 인정받는 금세공사였던 뒤러의 아버지는 아들이 자신의 일을 이어받기를 바랐다. 허나 뒤러는 화가의 길을 걷고 싶어 했고 이 일로 인해서 아버지의 눈 밖에 나게 된다. 무작정 화가의 길을 걸으려 집을 나갔지만 그로 인해서 가난에 시달리게 되고 너무 배가 고파서 붓을 들 힘이 없어서 그림도 그릴 수 없는 지경에 빠지고 만다. 화가가 되려면 많은 돈이 필요했는데 그에게는 아버지의 지원이 없다면 길이 없었던 것이다.

절망하던 뒤러에게 같은 처지에 있던 친구 한스는 이런 제의를 한다. 제비를 뽑아서 한 사람이 공부를 하면 다른 사람은 잠시 공부를 중단하고 그 사람의 뒷바라지를 하기로 말이다. 그리고 후에 서로의 역할을 바꾸면 둘 다 화가가 될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뒤러는 꼭 화가가 되고 싶었고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운이 좋았던 건지 친구가 배려를 해 준 것인지 그가 먼저 공부를 할 수 있게 된다. 친구 한스는 외지로 돈을 벌러 나가 한 달에 한 번을 꼭 그에게 돈을 보냈다. 뒤러는 그림에만 몰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는 점점 명성을 얻었고 끝내는 굉장히 인기 있는 화가가 되었다. 그 소식을 들었는지 한스는 이제 그에게 돈을 보내지 않았다.

뒤러는 이제 한스가 돌아올 것만을 기다렸는데 화가로 성공한 지금에는 얼마든지 한스의 뒷바라지를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한스의 상황이었다면 그저 도망쳐 버렸을 것이기에 뒤러에게 있어서 지금의 상황은 큰 부담이었다. 한스를 도와야만 그의 마음의 짐을 벗을 수 있었다. 그런데 한스는 그에게 돌아오지 않았다. 의문과 죄책감에 휩싸인 뒤러는 그를 찾아 나서는데 그가 마주하게 된 것은 가슴 아픈 현실이었다.

뒤러의 '기도하는 손'이 탄생하는 데에 있었던 이야기라 더 묘한 감흥을 주어서 오래 기억에 남았다. 물론 남극 탐험에는 실패했지만 오히려 리더십 면에서는 아문센이나 스콧보다 더 뛰어났던 섀클턴의 이야기나 오랜 시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지만 그래도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넬슨 만넬라의 이야기도 굉장히 감동적이었다. 짤막한 이야기가 27가지 모여 있는 책이어서 처음 읽을 때보다 두 번째 마음에 드는 이야기만 찾아서 읽는 것이 더 마음에 들었다. 사소한 가치가 인생을 바꾼 이야기 '내 인생을 바꾼 1% 가치', 과연 내 인생을 바꿀 1% 가치는 무엇일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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