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년 금융재벌 로스차일드 가문 (무선)
프레더릭 모턴 지음, 이은종 옮김 / 주영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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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대왕에게 햇빛이나 가리지 말라고 말할 수 있는 인생을 살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에서는 권력을 얻으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 하고 중국에서는 돈을 얻으려면 권력이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돈은 결국 어느 측면에서나 필요한 것이 되어 버렸습니다. 돈이 없는 것은 불편할 뿐이라고도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없다는 것은 너무 많은 제약을 말합니다. 풍토병의 일종인 말라리아만 해도 그렇습니다. 말라리아가 기후와 관련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말라리아의 감염 여부는 돈과 큰 관련이 있습니다. 모기장이 있다면 말라리아에 걸릴 확률도 늘어날 테고 같은 병에 걸린다고 해도 돈이 있어서 평소의 영양상태가 좋다면 살아날 확률도 올라갑니다. 치료비가 있느냐 없느냐로 사람의 생사가 바뀔 수 있으니 사람이 돈에 쩔쩔매게 되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그런데 그 돈을 250년간 휘어잡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한때 유대인으로 멸시를 받고 지정 구역에서 살아야 했던 사람들이지만 현재는 귀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가문 '로스차일드 가문' 입니다. 얼마 전 읽은 책에서는 세계의 모든 일의 뒤에는 로스차일드 가문이 있다고 단언하기도 했습니다. 그 책은 음모론이 많이 섞인 책이어서 전부는 그렇다고 할 수 없지만 250년간 세계의 돈줄을 묶어놓은 로스차일드 가문이 세계의 실세인 것만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이 책 '250년 금융재벌 로스차일드 가문'은 제목에서 보여 주듯이 로스차일드 가문을 다루고 있습니다. 일개 화폐상이었던 가난한 유대인 상인이 어떻게 250년을 버틴 금융재벌 로스차일드 가문을 만들 수 있었는가를 시작으로 지금까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새로 창업한 많은 기업이 10년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는 상황에서 250년간을 굳건히 세계 최고 금융재벌로 버티고 있는 가문이라는 것 만으로도 놀라운 터라 로스차일드 가문의 이야기는 흥미를 끄는 점이 많았습니다.

로스차일드 가문을 재벌로 만든 마이어 암셸 로스차일드는 평범한 일생을 보낼 수도 있었습니다. 온화한 학자 타입의 이 소년은 부모를 일찍 잃게 되는데 친척의 도움으로 다른 지역의 금융업자 밑에 있게 됩니다. 그가 그 곳에 머물렀다면 그는 평범한 일생을 보냈을 겁니다. 하지만 그는 그 곳을 떠나서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유대인이 사는 곳을 정해놓고 차별을 하는 지역으로 말입니다. 초반에 그는 그다지 가진 것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익보다 미래를 추구했고 그가 의미심장하게 웃는 이유를 아는 사람들은 없었습니다. 지속적으로 고위직에 있는 사람들에게 접근하고 그 사람들에게 유리한 조건을 제시해서 그는 권력에 접근하기 시작합니다.

그것은 점차 효과를 발휘해서 세계를 대상으로 대부업을 하던 군주 빌헴름 9세의 어용상인이 되게 됩니다. 이 일 자체는 군주에게는 그리 큰 의미가 없었지만 로스차일드에게는 큰 의미였습니다. 상징뿐인 지위로 인해서 여행하기가 수월해졌고 결혼도 쉽게 성사될 수 있었습니다. 조용히 차분하게 권력의 핵심에 접근한 로스차일드는 점차 빌헬름 9세의 재산을 관리하는 일을 하게 됩니다.

이와 더불어 성장한 아들들이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재산과 지위를 올리는 역할을 담당하게 됩니다. 첫째 암셸은 프랑크푸르트에 아버지와 함께 남지만 셋째 나탄은 영국에, 막내 제임스는 프랑스에, 살로몬은 오스트리아, 카를은 이탈리아로 향합니다. 흩어진 나라의 권력과 밀접한 연관을 갖으면서 이익을 추구하던 로스차일드 가문은 나폴레옹이 나타나면서 다른 국면을 맞습니다.

이어 워털루 전투로 큰 이익을 얻어서 재벌에 올라서고, 그들을 귀족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돈으로 무릎을 꿇게 만듭니다. 그 과정이 소상히 적혀 있는데 이야기 책 같기도 하면서 놀라게 하는 부분도 많아서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번영, 쇠퇴, 다시 번영을 거듭하고 있는 로스차일드 가문의 이야기 '250년 금융재벌 로스차일드 가문' 한 가문이 이런 식으로 버텨 올 수 있었다는 것이 너무나 놀라워서 읽으면 읽을수록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철저하게 남계 위주로 운영되는 가족 기업이며 가문 내의 결속을 이용하고 어버이가 다음 세대의 앞길을 여는 씨앗이 되는 형태라 감탄 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영웅도 보통 한 세대에서 끝나는 것이 보통인데 계속 이어져 올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기 때문입니다. 모르고 있던 로스차일드 가문의 역사와 그들이 번영할 수 있었던 비밀 '250년 금융재벌 로스차일드 가문'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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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 잇 - 회의적 환경주의자의 지구 온난화 충격보고
비외른 롬보르 지음, 김기응 옮김 / 살림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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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텔레비전을 보든 인터넷에서 뉴스를 보든 수많은 사건 사고 소식을 접하게 됩니다. 외국의 모습을 보여주는 외신의 경우에는 내전 관련 소식이 뜨거나 테러가 일어났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보통입니다. 거기에 국내 소식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아서 끔찍한 살인사건의 이야기가 줄을 잇고 사람이 죽지 않은 뉴스는 먹거리에 문제가 있다는 소식 정도 뿐 입니다. 하지만 창 밖으로 본 바깥의 모습은 평화 그 자체입니다. 어쩌다 소동이 일어난다고 해도 몇 달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사소한 시비 정도입니다. 그런데 대중매체로 보게 되는 세상의 모습은 폭력과 범죄로 점철된 것만 같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과연 왜 그럴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답은 간단합니다. 뉴스가 실제 상황을 과장하는 셈입니다. 뉴스가 된다는 것은 일상에서 마주하기 힘든 특이한 사건이라는 소리입니다. 그런데 대중매체에서 매번 충격적 사건 사고 소식을 접하게 되니 마치 바깥 세상이 그렇게 끔찍한 것인양 착각하게 되는 겁니다. 한 예로 할리우드 영화나 미국 드라마를 보다보면 미국은 사람 살 곳이 못 되는 것 같습니다. 매번 건물이 폭파되고 사람들은 줄줄이 살해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의 실제 모습이 그런 것은 아닙니다. 우리나라만 해도 휴전지역이라는 이미지와 예전 전쟁의 모습이 뉴스화되어서 그런지 외국인들은 한국의 치안은 매우 안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정작 실제로 우리나라에 왔을 때 안전하게 밤거리를 걸어다닐 수 있음을 놀라게 됩니다.

현실과 접하게 되는 뉴스 간에는 거리가 있는 셈입니다. 과장된 보도를 하는 언론의 탓도 있겠지만 뉴스를 머리가 아닌 감정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일 겁니다. 기후 관련 뉴스도 그렇습니다. 지구 온난화가 문제다 라는 소리를 계속 외치는 사람들로 인해서 가끔 멍하니 그 이야기를 듣다보면 향후 백년 안에 엄청난 대재앙과 마주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을 겁니다. 아마도 지금과 별로 다를 것 없는 내일을 마주하게 될 것 입니다. 이 책 '쿨 잇'이 주장하는 바가 바로 그 것입니다. 많은 매체나 유명인사가 주장하는 지구 온난화는 지나치게 과장되어 있다고 합니다. 생각을 해야할 때 공포에 사로잡혀서 전혀 효율적이지 못한 주장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지구 온난화의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앞으로 크게 늘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실은 지구의 기온이 오른다고 해도 더운 날의 온도가 오르는 것이 아니라 추운 날이 줄어들 뿐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폭염으로 죽는 사람들은 고만고만한 수준이거나 의학과 과학의 대비로 줄어들 겁니다. 도리어 추위로 인해 사망하는 사람들이 줄어들 가능성이 더 큽니다. 그런데 이런 부분은 자세히 언급하지 않고 두 경우의 죽는 사람을 합쳐서 마치 기후의 재앙으로 수많은 사망자가 나올 거라고 말한다는 겁니다. 추위로 인한 사망자는 계속 있어 왔는데도 말입니다.

또한 기후 온난화의 심각함을 말하면서 빙하가 녹아서 그 지역에서 살고 있던 북극곰이 죽고 있다고들 말합니다. 북극곰이 곧 멸종될 거라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실은 북극곰은 점차 따뜻한 지역에서 사는 무리가 늘어나고 있고 빙하가 녹아서 살 곳을 잃은 북극곰보다 사냥으로 인해서 죽는 북극곰의 수가 훨씬 많다는 겁니다.

거기에 지구가 따뜻해지다 보면 빙하가 녹고 100년 이내에 해수면이 무려 6미터가 높아져서 많은 지역이 물에 잠길 것이라고 말하는 주장도 실제로는 근거 없다고 합니다. 얼음이 물에 들어있는 높이나 그 얼음이 물에 녹은 높이나 결국 부피차이는 그게 그것이라는 겁니다. 녹을까봐 걱정하는 빙하는 이미 물에 떠있는 부분이고 그게 녹는다고 해서 해수면의 높이가 크게 올라가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여러 가지 측면을 살펴보아도 해수면은 고작해서 30센티미터가 올라간다는 겁니다. 즉, 약간의 방재시설만 갖추면 쓸 수 있는 땅을 지키는 데 문제가 없습니다.

인간은 자연을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훼손시키면서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여러 번의 재해를 겪으면서 자연을 완전히 억제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자연에 대한 무분별한 공포에 사로잡힌 겁니다. 특히 기후에 말입니다. 지구 온난화가 심각하지 않은 문제라는 것이 아니라 좀 더 효율적인 방안이 있는데 돈만 많이 드는 이산화탄소 감축에만 집착하는 현재의 상황이 문제가 있다는 것이 저자의 말입니다. 나름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눈 먼 돈의 아주 일부만 사용해도 세계의 말라리아 감염자를 절반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는 부분에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도 뉴스에서 기후 관련 기사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내용은 어디까지나 공포를 줄만한 내용이었지 실제 근거가 있는 내용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포로 가려진 실제 지구 온난화의 진실과 그것을 막으려는 방법의 어리석음을 지적한 '쿨 잇' 굉장히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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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로드
랍 기포드 지음, 신금옥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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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가까운 나라일수록 잘 알아두어야 한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심지어 몇 년 전에는 어느 외국인이 한국인은 전부 일본어와 중국어에 능통할 줄 알았다는 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 밀접하게 붙어 있는 나라인데다가 역사가 서로 얽히고설켜 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 말을 들을 당시에는 어처구니없는 소리를 하는 외국인이네 하고 생각했지만 요새 들어서는 그런 필요성을 느끼기도 한다. 동북아시아에 사는 이상 주변국으로 있는 일본과 중국의 영향에서 무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들어 부쩍 중국이나 일본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관련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째 알면 알 수록 미궁에 빠지는 기분이 든다. 하기야 몇 년 동안 알고 있던 사람도 전혀 예상치 못한 면을 발견하는 마당에 주변국이라지만 아예 다른 문화 속에서 살고 있으니 그런 느낌을 받는 것도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특히 중국은 알면 알수록 묘하다. 처음 중국에 대해서 알려고 들자 알게 된 것은 막연하게 알고 있던 중국은 이미 실제 중국과 너무 멀다는 것이다.

같은 한자문화권, 유교문화권인데다가 중국사도 어느 정도 배운 터라 그저 막연하게 가깝게 여겼었는데 말 그대로 '가깝지만 먼 나라'가 중국인 듯하다. 일단 양파의 껍질을 벗기는 것 마냥 알면 알수록 혼란스럽다. 공산주의를 주장했었지만 경제가 무너지자 자본주의를 받아들여서 그런지 사회구조가 더 독특한 느낌이다. 흔히 미국을 인종의 용광로라고 많이들 말한다. 중국도 그런 면에서 여러 소수 민족으로 구성되어 있고 다양한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중국은 여러 민족의 용광로라기보다 각각이 양파의 껍질 하나하나를 이루고 있다는 느낌이다. 신흥 부자들은 너무 부유하고 앞서 가고 있지만 농민이나 핍박받는 소수민족의 경우에는 이 이상 지치고 피곤할 수 없다는 생각도 든다. 중국에서 살고 있는 중국인들도 혼란스럽게 느끼는 중국이라서 읽는 내내 혼란은 더했다.

이 책 '차이나 로드'는 제목대로 중국을 가로 지르는 312번 도로를 따라 여행한 어느 기자의 여행기다. 상하이에서 시작되어 카자흐스탄 국경 앞의 코르가츠라는 작은 도시에서 끝나는 여행은 무려 4825킬로미터를 달려야 한다. 혼란의 중국에서 살고 있는 여러 사람들을 바라보는 영국인 기자의 시선은 서양인이라 그런지 동양인이 받아들이는 중국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 있다. 물론 에이즈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보는 시각은 비슷하지만 말이다.

중국에 대해서 애증어린 시각을 보이는 저자는 중국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여행 중에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중국에 대한 생각을 거침없이 풀어놓고 있다. 일단은 여행기지만 중국의 내밀한 속을 알고 싶어서 떠난 여행이라 그런지 일반 관광객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주변 정경을 묘사하거나 사진을 찍기보다 중국인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중국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여행을 하다가도 버스에서 만난 의사에게 분노하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의사는 가족계획을 담당하는 의사였는데 태아를 낙태한 이야기를 별 죄책감도 없이 풀어낸다. 8개월 된 아기, 태아나면 살 수 있는 아기를 엄마의 뱃속에서 죽이기도 하고 산 채로 태어나면 미리 준비한 양동이에 익사시킨다는 이야기를 아무런 거리낌 없이 저자에게 말하는 것이다. 그렇게 제어를 하지 않는 나라 쪽이 오히려 문제가 있다면서 말이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그 의사가 두 아이의 엄마이며 평범한 주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주변에서 그 이야기를 끔찍하다고 여기면서도 그 의사와 대립을 원하지는 않았다. 그런 모습에 분개를 하게 되기도 하지만 정작 중국의 아침음식에 대한 한탄을 늘어놓는 저자의 모습을 보면 웃게 될 수밖에 없었다. 중국의 가난한 농촌 마을을 지나면서도 맛있는 음식은 마음껏 접할 수 있다고 좋아하던 저자가 왜 중국의 아침이 쌀죽과 야채 짠지로만 이루어져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한탄을 하는 것이다.

허나 여행기인데도 책의 전체적 분위기는 그리 가볍지 않다. 매춘부, 에이즈 환자, 티베트 사람이지만 중국어를 가르치는 교사, 트럭 운전기사 같이 주류가 아닌 사람이 중국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의견을 듣기도 하고 그런 상황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을 풀어놓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행은 여행지를 구경하는 것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만나게 된 사람의 이야기도 큰 몫을 차지한다. 그런 면에서 저자가 만나게 된 다양한 사람의 이야기는 인상 깊은 경우가 많아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여태 알 지 못했던 중국의 속 이야기를 여행기로 풀어 놓은 '차이나 로드'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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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거나 말거나!
리플리 엔터테인먼트 지음 / 보누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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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란 것은 묘한 특성이 있어서 보편적인 면모가 있는가 하면 그 나라에 밖에 없는 독특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래서 그 문화권에 있는 사람에게는 당연한 일들이 다른 문화권 사람들에게는 한없이 기괴한 모습인 경우도 있는 것이다. 하기야 현재의 모습을 과거의 사람들이 봤다면 이거야 말로 있을리 없는 공간, 있을 수 없는 일들 투성이 일테니 지금의 삶 자체가 옛 사람들에게는 '믿거나 말거나'의 상황인 셈이다.

반 농담 식으로 하게 되는 '믿거나 말거나'의 이야기들은 그야말로 기발한 것들이 가득하다. 저자인 로버트 리플리는 원래 스포츠에 관한 카툰을 그리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끝없는 영감이 샘솟는 타입이 아니었던 터라 곧 소재가 고갈되고 말았다. 그래서 그리게 된 것이 스포츠에 관한 기묘한 이야기들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것이 또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서 점차 각지의 기묘한 정보를 카툰으로 그리고 또 그런 것들을 모으는 탐험가이자 카툰 작가로 거듭났다고 하니 저자의 인생도 묘한 면이 있는 셈이다. 더구나 그가 죽음을 맞이한 후에 그를 기념하고자 지은 건물이 나무 한 그루를 가지고 통째로 지은 교회라는 점을 보면 그의 인생도 여러 가지의 '믿거나 말거나'였던 것 같다.

사람은 자신이 믿는 대로만 세상을 보는 터라 '이런 일이 정말 있을 수 있나'하는 이런 이야기가 더 흥미로웠다. 책의 구성은 16개 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중에서 4장 동물, 7장 초능력, 10장 몸을 제외하면 전부 유쾌하게 읽을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저 3개의 장들에서는 '믿거나 말거나' 특유의 기괴한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물론 사진과 함께 말이다. 다리가 8개인 송아지, 머리에 뿔이 달려 있는 사람, 자신의 신체를 괴상하게 접거나 꺾을 수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놀랍지만 충격적이라서 빠르게 책장을 넘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을 제외하면 워낙 신기한 이야기들이라 읽고 나서 다른 사람에게 전하지 않고는 못 견디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이야기 몇 가지의 예를 들어보면 2장 우연에 등장하는 섬뜩한 인과응보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베라 체르마크라는 여자가 있었는데 그 여자의 남편이 바람을 피웠다고 한다. 그리고 그 외도 사실을 베라가 알게 된 것이다. 그녀는 격분해서 3층 창문에서 뛰어내렸는데 마침 그녀가 떨어지는 자리에 남편이 있었다. 남편 위로 떨어져 베라는 살았고 남편은 그 자리에서 죽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가 인상적이어서 몇몇 사람에게 말했는데 듣는 사람의 반응은 상이한 것이었다. 어떤 사람은 그 인과응보라는 말대로 잘 된 것이라고 했지만 어떤 사람은 오히려 남편을 죽이고 살아남은 부인이 기뻐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을 표시했다. 하지만 당사자의 심정이 어땠을지는 몇 줄의 글로 알 수 있는 일은 아니고 그 일이 우연치고는 섬뜩한 놀라움을 준다는 것은 분명했다.

다른 이야기로는 4장 동물에 등장하는 타조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타조의 다리는 매우 강력한 것이어서 한 번의 발차기로 사자도 때려잡을 수 있다고 한다. 멸종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놀라운 날지 못하는 새 타조가 여태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힘을 알았다고나 할까. 이런 이야기를 알았으니 앞으로 텔레비전에 타조농장이 나올 때마다 움찔 할 것 같다. 이런 사실도 모르고 타조 앞에서 웃고 있는 리포터가 불안해서 말이다. 거기에 하나 더, 타조의 눈은 뇌보다 더 크다고 한다. 뇌보다 눈이 더 크고 다리가 강력한 생물인 타조, 어느 생명체가 그렇지 않겠냐만은 타조는 여러 가지로 신기한 생물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 외에도 묘비에 자신은 자고 있으니 썩 사라지라는 문구를 남긴 여배우의 이야기나 식인 상어의 뱃속에서 나온 수영복 두 벌의 이야기, 샤갈은 물건을 살 때 수표로 지불했는데 그의 사인의 가치가 더 커서 사람들이 그 수표를 현금화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이 책 '믿거나 말거나'에 등장하는 이야기는 사실 몇 줄 되지 않는다. 그런데 그 몇 줄 되지 않는 이야기가 오히려 상상력을 자극하는 면이 있었다. 내용이 신기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이야기가 독수리에 물려간 두 살배기 아기의 이야기나 14살 소년이 골프수업 중에 습격을 받은 이야기처럼 습격을 받았다는 이야기만 나오고 그 뒷이야기가 실려 있지 않다. 그래서 더 그 이야기의 다양한 결말을 떠올려 보게 되는 것이다.

짧지만 기묘한 이야기들을 모아놓은 것이라 책을 읽는 내내 놀라고, 감탄하고, 결말을 상상해보는 일의 연속이었다. 그 반복이 즐거워서 책이 더 두꺼웠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사람이 상상하는 일은 대부분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더니 그 실제 증거물을 본 기분이다. 물론 제목대로 진실여부는 '믿거나 말거나'겠지만 읽는 내내 즐거웠으니 그만하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양한 이야기로 읽는 거대한 인류사 박물관 '믿거나 말거나' 정말 재밌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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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락쿠마의 생활 - 오늘도 변함없는 빈둥빈둥 생활 리락쿠마 시리즈 2
콘도우 아키 지음, 이수미 옮김 / 부광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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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백귀야행'의 주인공 리쓰는 요마소설의 작가였던 할아버지를 닮아서 영능력이 뛰어난 편입니다. 그래서 보지 않아도 좋을 것을 보게 되고, 요마에 시달리는 인생을 보내게 됩니다. 영능력이 있어서 요마에 시달리는 사람보다 영능력의 파편조차 없어서 인식도 못하는 사람이 더 강하다는 생각이 드는 백귀야행의 세계에 살고 있는 리쓰가 싫어하는 계절은 바로 여름입니다. 여름의 더위에 점차 이쪽과 저쪽의 경계과 희미해지고 그 열기 속에 뒤섞여 있을 리 없는 존재들이 날뛰기 때문입니다.

사실 요괴가 아니라 해도 여름의 더위 속에서는 정신이 몽롱해질 때가 있습니다. 이쪽과 저쪽의 경계가 녹는다기보다 자신이 녹아내리는 기분이 드는 겁니다. 그래서 가장 싫어하는 날씨는 비가 오기 직전이라 습하고 찌는 듯한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입니다. 체감기온도 불쾌지수도 높아서 이런 날이라면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 아니라 옷깃만 스쳐도 싸움이 일어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더위에 땀이 나는 건지 몸이 녹아내리고 있는 건지 알 수 없는 더위에 길을 걷고 있자니 이유 없이 다가와서 시비를 거는 사람이 있더군요. 물론 인내심이 뚝 끊긴 얼굴로 노려보자 그 사람이 도망치기는 했지만 날씨 하나로 여유가 사라진 일상을 보내고 있는 셈입니다. 시비를 거는 사람도 제 자신도 말입니다.

오늘만 해도 더위에 불쾌지수가 최고치까지 오른 기분이었습니다. 다른 날이었다면 웃으면서 넘어갈 일도 전부 짜증스럽게 느껴지는 날이었던 겁니다. 그런데 이 책 '리락쿠마의 생활'을 읽고 나니 웃으면서 제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얄팍한 책이라서 부담 없이 읽겠다 싶은 점도 있었지만 표지의 곰이 아주 귀엽더군요. 옆에 노란 병아리가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것과 대비되어 더 그렇게 느껴진 것 같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제목대로 리락쿠마입니다. 남의 집에 얹혀사는 이 곰돌이는 이름에서 보여주듯 제 하고 싶은 것만 하는 귀차니스트 곰입니다. 영어의 휴식을 말하는 Relax와 일본어의 곰을 말하는 쿠마가 합쳐져서 이루어진 이름 리락쿠마는 먹고 자고 뒹굴 거리면서 하루를 보냅니다.

사람이 실제로 이렇게 산다면 몸 어딘가에 버섯이 자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곰이 하는 짓이라 그리 밉지 않습니다. 남의 방에 얹혀살고 있으면서 집주인이 경단을 사올 것을 기대하기도 하고 핫케이크를 좋아하는지 그것을 고집해도 말입니다. 오히려 그런 행동을 보다 보면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짜증스러웠던 마음이 가라앉는 것을 느낍니다. 어딘지 모르게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사랑스럽다고 느끼게 하는 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책의 구성은 간단하게 되어 있습니다. 제목 그래도 리락쿠마의 대책 없는 생활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 칠칠맞지만 사랑스러운 곰의 하루란 태평하기 그지없는 터라 주제별로 나눌 것도 없어서 그런지 그저 흘러가는 느낌입니다. 한 쪽에는 뭔가 의미 있어 보이는 한 줄의 문장이 쓰여 있고 옆에는 그 말을 어디까지나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는 리락쿠마의 그림이 실려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집도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는 문장의 옆에는 핫케이크 가루를 끌어안고 있는 리락쿠마의 모습이 있습니다. 그 핫케이크가 제일 맛있다고 하는 리락쿠마에게 은근히 따진다고 빈정거리는 병아리가 앉아 있는 터라 문장에 납득하다가 피식 웃어버렸습니다. 사람이 살다보면 고집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떠올리고 있었는데 자신이 좋아하는 핫케이크 가루를 고집하는 '고집'이라니 우스우면서 귀엽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한 줄의 문장으로 주목을 끌고 리락쿠마의 해석에 웃게 하는 구조라서 읽다보니 '그것도 맞는 말이지'와 피식 웃는 패턴이 반복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몸에 쌓인 긴장이 풀리는 것 같아서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 읽고 생각해보면 그리 대단한 메시지가 들어 있는 것 같지는 않지만 은근히 마음을 끄는 면이 있습니다. 허나 120쪽 남짓한 얇은 책을 읽고 기분을 전환할 수 있다면 그 책을 읽어 볼 가치는 충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단순한 메시지와 리락쿠마의 빈둥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웃게 되는 책 '리락쿠마의 생활' 여유가 필요할 때 읽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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