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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로드
랍 기포드 지음, 신금옥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가까운 나라일수록 잘 알아두어야 한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심지어 몇 년 전에는 어느 외국인이 한국인은 전부 일본어와 중국어에 능통할 줄 알았다는 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 밀접하게 붙어 있는 나라인데다가 역사가 서로 얽히고설켜 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 말을 들을 당시에는 어처구니없는 소리를 하는 외국인이네 하고 생각했지만 요새 들어서는 그런 필요성을 느끼기도 한다. 동북아시아에 사는 이상 주변국으로 있는 일본과 중국의 영향에서 무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들어 부쩍 중국이나 일본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관련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째 알면 알 수록 미궁에 빠지는 기분이 든다. 하기야 몇 년 동안 알고 있던 사람도 전혀 예상치 못한 면을 발견하는 마당에 주변국이라지만 아예 다른 문화 속에서 살고 있으니 그런 느낌을 받는 것도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특히 중국은 알면 알수록 묘하다. 처음 중국에 대해서 알려고 들자 알게 된 것은 막연하게 알고 있던 중국은 이미 실제 중국과 너무 멀다는 것이다.
같은 한자문화권, 유교문화권인데다가 중국사도 어느 정도 배운 터라 그저 막연하게 가깝게 여겼었는데 말 그대로 '가깝지만 먼 나라'가 중국인 듯하다. 일단 양파의 껍질을 벗기는 것 마냥 알면 알수록 혼란스럽다. 공산주의를 주장했었지만 경제가 무너지자 자본주의를 받아들여서 그런지 사회구조가 더 독특한 느낌이다. 흔히 미국을 인종의 용광로라고 많이들 말한다. 중국도 그런 면에서 여러 소수 민족으로 구성되어 있고 다양한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중국은 여러 민족의 용광로라기보다 각각이 양파의 껍질 하나하나를 이루고 있다는 느낌이다. 신흥 부자들은 너무 부유하고 앞서 가고 있지만 농민이나 핍박받는 소수민족의 경우에는 이 이상 지치고 피곤할 수 없다는 생각도 든다. 중국에서 살고 있는 중국인들도 혼란스럽게 느끼는 중국이라서 읽는 내내 혼란은 더했다.
이 책 '차이나 로드'는 제목대로 중국을 가로 지르는 312번 도로를 따라 여행한 어느 기자의 여행기다. 상하이에서 시작되어 카자흐스탄 국경 앞의 코르가츠라는 작은 도시에서 끝나는 여행은 무려 4825킬로미터를 달려야 한다. 혼란의 중국에서 살고 있는 여러 사람들을 바라보는 영국인 기자의 시선은 서양인이라 그런지 동양인이 받아들이는 중국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 있다. 물론 에이즈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보는 시각은 비슷하지만 말이다.
중국에 대해서 애증어린 시각을 보이는 저자는 중국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여행 중에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중국에 대한 생각을 거침없이 풀어놓고 있다. 일단은 여행기지만 중국의 내밀한 속을 알고 싶어서 떠난 여행이라 그런지 일반 관광객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주변 정경을 묘사하거나 사진을 찍기보다 중국인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중국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여행을 하다가도 버스에서 만난 의사에게 분노하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의사는 가족계획을 담당하는 의사였는데 태아를 낙태한 이야기를 별 죄책감도 없이 풀어낸다. 8개월 된 아기, 태아나면 살 수 있는 아기를 엄마의 뱃속에서 죽이기도 하고 산 채로 태어나면 미리 준비한 양동이에 익사시킨다는 이야기를 아무런 거리낌 없이 저자에게 말하는 것이다. 그렇게 제어를 하지 않는 나라 쪽이 오히려 문제가 있다면서 말이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그 의사가 두 아이의 엄마이며 평범한 주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주변에서 그 이야기를 끔찍하다고 여기면서도 그 의사와 대립을 원하지는 않았다. 그런 모습에 분개를 하게 되기도 하지만 정작 중국의 아침음식에 대한 한탄을 늘어놓는 저자의 모습을 보면 웃게 될 수밖에 없었다. 중국의 가난한 농촌 마을을 지나면서도 맛있는 음식은 마음껏 접할 수 있다고 좋아하던 저자가 왜 중국의 아침이 쌀죽과 야채 짠지로만 이루어져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한탄을 하는 것이다.
허나 여행기인데도 책의 전체적 분위기는 그리 가볍지 않다. 매춘부, 에이즈 환자, 티베트 사람이지만 중국어를 가르치는 교사, 트럭 운전기사 같이 주류가 아닌 사람이 중국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의견을 듣기도 하고 그런 상황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을 풀어놓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행은 여행지를 구경하는 것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만나게 된 사람의 이야기도 큰 몫을 차지한다. 그런 면에서 저자가 만나게 된 다양한 사람의 이야기는 인상 깊은 경우가 많아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여태 알 지 못했던 중국의 속 이야기를 여행기로 풀어 놓은 '차이나 로드' 인상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