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 법의곤충학자가 들려주는 과학수사 이야기
마크 베네케 지음, 김희상 옮김 / 알마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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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사람의 욕망은 수많은 범죄를 부른다. 그리고 그런 범죄가 휩쓸고 간 자리에도 역시 수많은 흔적들이 남는다. 다만 범죄를 행한 당사자가 인식하지 못했을 뿐이다. 그 흔적은 범인을 잡을 수 있는 결정적인 것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다만 그 곳에 흔적이 남아 있을 뿐이다. 그것은 어느 가련한 희생자의 시체일 수도 있고 범인의 체액일 수도 있다.

흔히들 죽은 자는 말을 할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과학이 발달함에 따라 죽은 자 역시도 말을 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언제 어떻게 죽음을 맞이했는지 그리고 자신을 죽게 만든 자가 누구인지를 그들은 앞 다투어 말한다. 그 이해하기 어려운 말은 시체를 덮고 있는 곤충으로 이루어져 일수도 있고 시체에 남은 상흔으로 이루어져 있을 수도 있다. 법의학이라는 이름으로 그 말들은 알기 쉽게 수사관에게 전달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채취된 증거 이외에도 범행현장과 피해자를 분석하는 프로파일링을 통해서 다시 한 번 죽은 자는 살인자를 고발하기 시작했다.

범죄가 인간의 욕망과 함께 해왔듯이 그들을 잡으려는 노력도 오랜 것이기는 하다. 허나 요새의 법의학이나 프로파일링은 마술같이 느껴질 때가 많다. 많은 부분에 논리적 근거를 둔 것임에도 불구하고 마술사가 모자 속에서 손을 집어넣고 토끼를 꺼내는 기분이 드는 것이다. 그만큼 아직은 생소한 분야기 때문이다. 생소하기에 궁금한 분야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책 '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이다. 이 책에서는 범죄생물학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범인이 누구인지 왜 그런 범죄를 일으켰는지 알고 싶지 않다고 딱 잘라서 말하는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자신이 원하는 것은 오직 진실뿐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그가 보여주는 분야는 희생자에게 왜 그런 일이 생겼는지는 없다. 그가 알고 싶은 것은 오직 사실뿐이지 거기에 인간의 욕망이 작용될 여지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부담스럽기도 했다. 예를 들어 한 여성이 죽음을 맞이한 채 발견되었다. 그녀는 익사된 상태였으며 물에 오래도록 잠겨 있던 것으로 보였다. 공기와 접촉 없이 잠겨 있던 것으로 보아서 물이 담긴 통 속에 갇혀 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해보았지만 시신은 굽혀져 있지 않았다. 그렇다면 통에 갇혀 있었을 가능성은 없는 셈이었다. 그런데 시신의 곳곳에서 달팽이집이 발견되었다. 물속에서 사는 달팽이였고 이것이 힌트가 되었다. 여성이 발견된 자리는 달팽이가 번식을 하는 장소였고 물이 차올랐을 때 여성의 시신이 그 자리에 있었을 거라는 것이었다. 즉 여성은 다른 장소에서 죽어서 떠내려 온 것이 아니라 그 장소에서 계속 있었을 것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여성이 떠내려 온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의문과 시신에 있는 달팽이집에 대한 의문이 풀리자 더 이상 이 여성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그녀가 왜 그런 곳에서 죽음을 맞이했는지 그녀가 어떤 사람이었는지에 대한 것 말이다.

읽다보면 사실관계만을 중요시하는 저자의 태도가 감탄스럽기도 했지만 차갑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기야 그런 태도가 아니라면 시신을 헤집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범죄생물학을 다룬 책이라서 앞부분에는 사체에 각종 곤충들이 몰려 있는 사진이 거의 각 장마다 실려 있다. 뒷부분에는 과학수사에 대한 다른 내용들이 기술되어 있었는데 밥 먹기 전에 보기 부담스러운 사진이 없어서 뒷부분은 안심하고 읽을 수 있었다.

미라가 썩지 않은 것이 아니라 단지 바싹 마른 것일 뿐이라는 설명도 인상적이었지만 가장 인상적인 내용은 중국에서 최초로 범죄생물학을 이용해서 범인을 잡은 것이었다. 한 사람이 살해를 당했다. 마땅한 혐의자를 찾을 수도 없었지만 유가족은 울고 있었다. 유일하게 의심할 만한 사람은 죽은 사람에게 빚이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적절한 증거나 증인도 없이 심증만으로 그 채무자를 잡아들이기는 무리가 있었다. 흉기는 낫이었다. 수사관은 그 사실을 이용해서 마을에 있는 낫을 모두 모으게 했다. 그리고 파리가 꼬인 낫의 주인을 지목했는데 그 주인은 바로 죽은 이의 채무자였다. 파리가 알을 낳기 위해서 피를 선호한다는 습성을 정확하게 파악했던 것이다. 사람의 눈으로 식별되지 않은 피를 파리가 정확하게 찾아낸 셈이었다. 채무자는 결국 그 증거 앞에 자백했다고 한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기술은 차갑다. 하지만 그 차가운 기술을 통해서 죽은 자가 아직 무리 속에 섞여 있는 살인자를 지목할 수 있다면 그 기술은 유용한 것이 분명하다. 법의곤충학자가 들려주는 과학수사 이야기라서 상당부분이 범죄생물학에 국한된 면이 있지만 미처 알지 못했던 과학수사에 대해서 알 수 있었던 것이 좋았다. 읽고 난 후에도 마술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지만 말이다. 오직 단 하나의 진실을 찾는 시선 '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인상 깊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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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책
클라이브 바커 지음, 정탄 옮김 / 끌림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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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떤 이야기를 할 때 꼭 그 이야기를 중간에 끊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의 의도는 듣는 사람의 호기심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허나 이런 행동은 상대의 주의를 집중시킬 수 있기야 하겠지만 정말 궁금할 때마다 그런 식으로 대화를 하려니 짜증스러울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뒷 이야기를 최대한 빨리 끌어내려면 최대한 무심함을 가장해야 한다. 전혀 궁금해하지 않으면 말하고 싶어서 안달하다가 말해주기 마련이다. 이렇듯 작은 대화에서부터 작용하는 호기심은 사람의 인생에서 많은 영역을 차지한다. 지식을 새로 얻으려는 것도 호기심이 한 몫을 하고 있고 책을 고를 때도 그런 면이 강하다. 호기심을 끄는 제목과 소재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지 궁금해서 책을 고르고 다음 장을 넘기게 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공포소설은 호기심을 굉장히 자극한다. 일반 상식으로 잴 수 없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전개되는 내용이라면 읽는 사람이 예측을 하게 되고 놀람이 없는 책은 사람의 공포를 불러일으킬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공포소설의 대부분은 예측하지 못했던 기발한 내용으로 전개된다. 그래서 궁금한 생각에 계속 뒷장을 넘길 수밖에 없다. 아무리 잔혹한 내용이 눈앞에 펼쳐지더라도 말이다.

그렇다면 공포소설에서 가장 흥미 있는 소재는 무엇일까. 역시 사람의 죽음에 관한 내용이다. 죽음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죽음의 뒤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두려움과 호기심을 자아내는 것이다. 이 책 '피의 책'에서는 공포소설답게 다양한 형태의 죽음이 도사리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의 제목도 피의 책이지만 이 책에 수록되어 있는 단편의 제목도 피의 책이다. 그 단편에서 '모두가 피의 책이다. 어디를 펼치든 모두 붉다.'는 문장이 나온다. 단편 속의 피의 책을 묘사한 문장이기도 하지만 이 문장만큼 이 책을 잘 묘사한 말도 없다. 말 그대로 어디를 펼치든 피가 철철 흘러넘칠 것 같은 내용이어서 제목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책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 공포소설의 제왕이라고 불리는 스티븐 킹이 호러의 미래라고 극찬한 클라이브 바커의 책이니만큼 피로 물든 상상력의 최대치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읽기 시작하면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는데 흡입력이 뛰어난 탓도 있지만 잔혹한데도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해서 이 피투성이 이야기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멈추려면 전부 읽고 기억에서 몰아내는 방법밖에 없기 때문이다.

책은 9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단편 소설이어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단편 소설이어서 장편처럼 거추장한 장식 없이 바로 잔혹한 상상 속으로 독자를 밀어 넣는 면이 있다. 이 책을 읽는 와중에 스티븐 킹의 장편을 읽고 있어서 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또한 단편으로 이루어진 책을 읽으면 꽤 재밌게 읽고 난 후라도 제목만 보고서 내용의 전부가 떠오르는 경우는 많지 않았는데 이 책만은 예외였다. 어디를 펼치든 피투성이 이야기지만 끔찍한 만큼 강렬하기 때문에 목차의 제목만 슬쩍 봐도 각 단편의 전체이야기가 한 번에 떠올랐다.

각 단편을 짧게 말하자면 가짜 영매사가 수많은 원혼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이야기 '피의 책', 사람을 짐승처럼 도살하는 살인자와 한 밤의 지하철 안에서 갇혀버린 남자의 이야기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 집주인을 분노의 화신으로 바꾸려는 하급악마와 그 상황을 역이용하려는 집주인의 이야기 '야터링과 잭', 소년원에서 사라진 아이 사건의 전모와 식인 돼지에 대한 '피그 블러드 블루스', 전형적인 유령 극단 이야기지만 그 변모 과정이 묘한 느낌을 주는 '섹스, 죽음 그리고 별빛', 사람들로 구성된 거인이자 도시와 마주하게 된 두 여행자의 이야기 '언덕에, 두 도시', 자신을 붙잡고 있는 공포의 비밀을 풀기 위해 다른 사람의 공포의 최대한을 끌어내는 잔혹한 남자의 이야기 '드레드', 잊혀졌던 거인이 다시 지상으로 나오면서 벌어지는 살인극 '로헤드 렉스', 표류한 네 남녀와 세 마리의 양 그리고 어떤 존재들의 이야기 '스케이프 고트'가 있었다.

그나마 '야터링과 잭'은 동화 같은 느낌이 있었고 '섹스, 죽음 그리고 별빛'은 유쾌하게 웃는 유령 극단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서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이야기들은 지나치게 잔혹해서 거부감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런데도 중간에 내려놓을 수 없게 사람을 사로잡아서 한 번에 읽어 내려가느라 신경이 곤두서는 느낌이었다. 덕분에 잠시 내려둔 스티븐 킹의 책이 지나치게 온건한 것만 같은 느낌까지 받았다. 굳이 재미있나 없나를 구분하면 재밌는 쪽에 속했지만 사람의 잔혹한 상상력의 끝을 본 기분이라 책을 읽고 난 후의 기분은 그리 깔끔하지 않았다. 무더운 여름밤의 불쾌감을 단 번에 잊게 하는 잔혹한 공포 '피의 책' 굉장히 인상 깊게 읽었다. 다 읽은 후에는 더위가 아니라 이 책에 담긴 내용 때문에 몸서리를 쳤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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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에 입맞춤을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9
에펠리 하우오파 지음, 서남희 옮김 / 들녘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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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은 전염된다고 하지만 아픔만큼 다른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는 것도 드문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사람의 아픔은 내 아픔만큼 공감을 불러일으키지는 못 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 크게 다친 것은 '안 됐네. 힘들겠다' 정도로 끝이 나는 반면 자신의 살짝 벤 손가락은 내내 마음에 걸린다. 사람의 관심은 주로 타인이 아닌 자신에게 집중되어 있다. 그래서 매일 보는 친구의 장신구가 바뀐 것은 몰라도 자신의 아주 작은 흠은 농구공만큼 커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자신에 대한 관심이 다른 사람도 같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그런데 어디에나 그렇듯 이 관심에 대한 것도 예외가 있다. 무관심이 당연한 것만 같은 도시가 아니라 한적한 시골 마을, 딱히 다른 오락거리가 없는 곳이라면 타인에 대한 관심이 커진다. 그것도 흥미위주로 말이다. 그래서 타인의 잘못이나 숨기고 싶은 일들에 민감해진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의 주인공 오일레이 봄베키는 불행의 늪에 빠진다. 그가 살고 있는 곳은 한적한 시골마을이고 그 곳에서 그는 관심의 대상이다. 그런 그의 엉덩이 깊숙한 곳에 큰 문제가 생겼다는 것은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 거리가 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고통이 즐거운 이야기 거리가 되는 마을, 오일레이의 고통이 안 됐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그런 마을도 그리 나쁘진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 '엉덩이에 입맞춤을'은 작가의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쓰인 소설이다. 작가는 실제로 병을 앓았었고 그것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민간 치료사를 만났었다고 한다. 한 번의 치료가 있고 며칠 후에 다시 민간 치료사가 치료를 해주기로 했는데 그 사람이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게 며칠이 흐르고 민간 치료사가 와서 말하기를 자신이 해주기로 했던 치료는 원격치료였으니 정해진 시간, 정해진 장소에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기다리라는 것이었다. 그 때 저자는 민간 치료사가 이런 식으로 사기를 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런 상황이 이 책의 주인공 오일레이 봄베키에게 벌어진다. 여느 때처럼 부인의 입 냄새를 맡고 일어나서 엄청난 양의 방귀를 뀐 오일레이는 배 쪽이 아프다 싶으니 화장실로 향한다. 그런데 화장실을 다녀온 이후에도 고통이 멈추질 않는 것이었다. 그는 부인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끝내 응급실에 실려 가고 만다. 일이 심상치 않게 번지자 동네에서 가장 유명한 치료사가 그에게 온다. 하지만 고통은 계속 이어지고 오일레이의 엉덩이에서 피고름이 쏟아지는 지경에 이르고 만다.

더 난감했던 것은 오일레이는 젊을 적에는 권투 챔피언이었으며 지금은 지역 유지이고, 얼마 후면 강력한 여당 상원의원이 될 예정이었다는 것이다. 졸지에 망신살이 뻗치고 동네 웃음거리가 된 오일레이는 몸의 고통, 마음의 고통 양 쪽 측면에 시달린다. 어떻게든 몸의 고통이라도 멈춰보려고 여기 저기 민간 치료사에게 가보지만 오히려 상황만 악화되어 간다. 한 번 만났던 외과의사가 권했던 대로 바로 병원에 가서 수술을 했어야 하는 건데 그가 사는 곳의 의료시설은 지나치게 낙후되어 있었고 오일레이는 그런 병원을 신뢰하느니 민간 치료사를 신뢰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이 일은 민간 치료사에게도 재앙으로 번진다. 많은 치료사들이 명성을 얻고자 오일레이의 엉덩이에 도전하지만 명성을 얻기는커녕 기존에 쌓고 있던 경력도 산산조각을 내면서 실패하고 만다. 그에 따라 오일레이의 고통은 켜져만 가고 오일레이의 엉덩이 깊숙한 곳의 상태는 최악을 달린다.

소재 자체도 독특해서 꽤나 흥미가 있었던 소설이었다. 거기에 남태평양의 문화를 살짝 들여다 볼 수 있는데다가 장광설로 이어지는 민간 치료사들의 설명이나 답변서의 내용이 기발한 느낌이어서 읽는 즐거움이 있었다. 하나의 질병에 수많은 다른 대안, 더구나 전혀 논리적이지도 의학적이지도 않은 치료법들에 감탄하게 되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는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물론 피고름에 온갖 분비물이 난무하는 덕분에 역겹다는 느낌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결말까지 예상을 한참 뛰어넘었기 때문에 그 신선한 상상력이 만족스러웠다. 한 남자의 항문 수난기 '엉덩이에 입맞춤을' 굉장히 인상 깊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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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괴수 무벰베를 찾아라 - 와세다 대학 탐험부 특명 프로젝트
다카노 히데유키 지음, 강병혁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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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가끔 생각하게 되는 것이 하나 있다. 사람이 죽는다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것은 그 뒤에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즉, 사람이 죽는다는 것이 건전지가 방전되는 것과 같아서 죽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나는 일회용 인간이면 어떻하나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귀신 이야기나 환상적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기존의 과학적 지식과 맞지 않지만 과학적으로 밝힐 수 없는 무언가가 있길 바라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은 보통 생각 속에 그치지 실제로 호수 속의 정체불명 생명체를 찾으러 콩고에 가겠다는 생각을 못하는 법이다.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한 사람들이 있었다. 네시가 아니라 콩코에 있는 텔러호의 수수께끼 생명체 무벰베를 찾겠다는 생각을 한 사람들 말이다. 그들은 와세다 대학 탐험 동아리 학생들로 환상의 괴수를 찾겠다는 그리고 그 증거를 남기겠다는 꿈을 가지고 탐험을 계획한다. 사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누구나 웃어버린다. 허황된 이야기란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허나 그 꿈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점차 생겨난다. 리더인 다카노가 의욕적으로 일을 전개한 탓도 있겠지만 꿈을 쫓아 오지로 떠날 용기를 가진 사람들이라니, 그 꿈을 지원해주고 싶다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난 탓이었을 것이다. 이 책 '환상이 괴수 무벰베를 찾아라'의 저자이기도 한 다카노는 탐험부에 이 계획을 알리고 일을 추진해나간다. 먼저 콩고에 있는 생물학자 닥터 아냐냐에 도움을 청하기도 하고 콩고에 먼저 방문해보기도 한다.

그 후 본격적으로 탐험대를 구성해나간다. 여러 기업에 원조를 부탁해서 기자재를 모으고 무벰베를 찾고 싶은 대원들을 모은다. 그 안에는 대학교 탐험 동아리 학생들이 주를 이루지만 모험의 꿈을 가진 일반인들도 들어 있었다. 어렵사리 콩고 정부의 협조를 얻고 기자재와 식량 등 필요한 짐을 챙겨서 탐험에 나선 원정대는 꿈에 부푼다. 거기에 함께 나선 닥터가 실제 무벰베를 본 적이 있다고 해서 그 꿈은 점점 커진다.

콩고 드래곤이라고 하는 무벰베는 주로 텔레호에서 목격되었다고 하는데 근래에 들어서는 그 목격횟수가 많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닥터와 함께 텔레호 주변에 있는 마을에 방문한 원정대는 그 마을에 도움을 청한다. 물론 그에 상응하는 돈을 지불하는데 이것이 초반부터 문제가 된다. 처음 협상을 하는 것도 쉽지 않았고 짐을 옮기는 사람들이 식량을 빼돌린 것이다. 나중에 이로 인해서 식량 문제까지 겪게 된다.

더구나 외지인이 들어와서 마을에 문제가 생겼다고 가이드가 돌아가는 문제까지 생긴다. 부족해진 식량, 생각만으로는 천국 같을 줄 알았던 텔레호에서의 생활은 벌레의 습격이 줄을 잇는다. 점차 대원들은 지쳐가고 무벰베를 찾기 위한 조사는 계속되지만 기자재까지 말썽을 일으킨다. 거기에 닥터와도 슬슬 불화의 조짐이 싹튼다.

텔레호에서 40일 동안 머무르려던 것이 처음 원정대의 계획이었다. 하지만 계획대로 흘러가는 일이 거의 없듯이 원정대는 수많은 난관에 봉착한다. 대원이 고열에 시달리기도 하고 식량이 부족하다보니 점차 의욕이 떨어져간다. 자신이 대체 이런 오지에서 무엇을 하는가 하는 생각에 빠져 드는 것이다. 하지만 읽는 입장에서는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원정대의 이야기가 더 흥미로웠다. 현지인들과 부딪히기도 하고 식량이 부족해서 사냥을 통한 조달에 나서는 이야기도 재미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의아했던 것은 원정대의 탐험지가 콩고였다는 점이었다. 지금의 콩고는 내전이 있는 땅인데 원정대의 탐험기 안에서의 콩고는 나름대로 평화로운 땅이었다. 현지인과 불화가 있기는 하지만 닥터 아냐냐가 느낀 바와 달리 탐험대원 자체를 위협하지는 않아서 전반적으로 평온했던 것이다. 그 이유는 탐험대의 탐험이 있었던 연도가 1988년이었다는 것에 있었다. 그 이후 콩고는 혼란의 시기에 빠져버렸고 내전지역이 되었던 것이다. 여행자의 머릿속에나 있는 가난하지만 여유로운 아프리카가 아니라 전통이 숨쉬지만 지역마다 통용되는 논리가 다르고 인간적인 아프리카를 만날 수 있는 점이 좋았다. 식량을 빼돌렸으면서도 친근하게 다가와서 이름을 지어달라는 뻔뻔한 포터가 있는 땅,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 있는 아프리카를 재발견한 기분이었다. 탐험대의 꿈의 기록 '환상의 괴수 무벰베를 찾아라' 재밌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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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기업 - 그들은 어떻게 돈을 벌고 있는가
한스 바이스.클라우스 베르너 지음, 손주희 옮김, 이상호 감수 / 프로메테우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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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다이아몬드와 유리를 구분하는 방법이 나왔다. 밑에 선이 있을 때 다이아몬드는 보이지 않지만 유리는 보인다고 한다. 굴절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인가 본데 그 사실보다 더 놀라웠던 것은 그 프로그램에 출연한 수많은 여자 출연자들이 전부 다이아몬드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는 점이다. 많은 광고에서도 다이아몬드를 영원의 상징인 것 마냥 다루어서 비싸서 그렇지 선호하는 보석 일순위였던 셈이다.

하지만 내가 다이아몬드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것은 영원의 상징으로서가 아니다. 예전 어느 책에서는 이런 부분이 있었다. 아프리카의 아이들이 투명한 돌을 가지고 공기놀이를 하고 있기에 그 아이에게 푼돈을 쥐어주고 그 돌과 바꿨다고 한다. 그것이 다이아몬드였다면서 그 가치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보석도 쓸모없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그 가치를 모르는 사람이 어리석다고 쓰여 있었다. 허나 그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어린 아이를 속여 큰 이득을 얻고 그 순진함을 어리석다 비난한 인간의 추함이었다.

세계의 많은 제품의 원료는 아프리카나 아시아 등지에서 나온 것이다. 다이아몬드 역시 예외는 아닌데 많은 다이아몬드가 열악한 환경에서 채굴되었고 그것이 전쟁 자금으로 쓰였다. 그래서 다이아몬드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피의 다이아몬드'다. 인간이 무슨 까마귀도 아니고 단지 반짝이는 돌에 집착해서 다른 인간을 궁지에 밀어 넣는다는 것이 좋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도 다이아몬드는 영원의 상징이라고 한다. 튼튼하고 반짝이는 돌, 희소성이 있는 돌이라는 이유로 말이다.

허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선량한 편이고 그런 사람들이 모든 전모를 알면서 다이아몬드에 현혹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나쁜 기업'은 읽는 사람을 화나게 하는 책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쓰고 있던 물건이 아동 착취나 온갖 피에 얼룩져 있었다는 것을 알게 하기 때문이다. 몰랐다는 것조차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하고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피로 물든 물건들로 인해서 문득 오싹해졌다.

제목대로 이 책에서는 이익에 눈이 먼 나머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부분은 무시하는 기업들을 고발하고 있다. 그 대상은 유명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기업들에 국한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모든 비열한 기업들을 다루자면 너무 많아서 책이 언제 출간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그 기업들에 우리나라 기업인 삼성이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좋은 내용으로 다룬 것이 아니라서 우리나라 기업이 세계적 기업의 반열에 올랐음을 기뻐해야 할 지 추악함을 만천하에 떨치고 있음을 끔찍해야 할 지 혼란스럽기도 했다.

저자는 노동착취, 전쟁자금 지원, 인간 모르모트, 아동을 노동에 동원하는 등 수많은 끔찍한 상황을 태연하게 일으키고 있는 기업들을 고발하고 있다.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해도 밥을 먹고 살기 힘들 정도의 임금을 받고 일하는 노동자들로도 모자라서 속아서 노예로 팔려버린 아이들이 카카오 농장에서 일하는 것을 고발하기도 한다. 그래서 책의 표현에 따르면 '코코아를 마시는 것은 아이들의 피를 마시는 것'과 같다고 한다. 수많은 과자들이나 간식이 초콜릿이 들어 있는데 그 쓴 맛이 아이들의 피와 눈물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농장에서 사람이 일하고 있는데 그 위로 살충제를 살포해서 온갖 위험에 그대로 노출된다고 한다. 거기에 패스트푸드점에서 세트 메뉴를 사면 주는 장난감의 경우 어린 아이들이나 임신부가 만든 것이라고 한다. 최저 생계비도 안 되는 돈을 받고 약품으로 인해서 목숨을 잃기도 하면서 말이다. 그런 작업으로 인해서 아파도 치료비가 한 푼도 지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화가 나게 하는 많은 끔찍한 상황들이 이 책에 담겨 있었다. 물론 기업은 이윤을 추구한다. 경제학상의 합리적 인간이 실제로 있지 않듯이 전 세계인의 이익을 위해 사업을 하는 기업 같은 것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기업이 사람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주장하고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면서 인간에 대한 기본적 존엄성도 지키지 않는 기업들은 그야말로 '나쁜' 기업이었다. 입으로만 사회적 책임을 말하고 정작 노동환경을 개선하거나 임금을 올려서 그들이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하려고는 하지 않는 것 그것이 정말 역겨웠다.

그런데 정작 가장 화가 났던 것은 여태까지 이런 것들을 몰랐고 그런 기업들을 '좋은'기업으로 생각했다는 점이다. 그들이 자신의 추함을 덮기 위해서 착취로 벌은 엄청난 이익 중에 아주 적은 양의 돈을 들여서 한 선전에 속아서 말이다. 기업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만든 책 '나쁜 기업', 이제라도 제발 기업들이 진짜 사회적 책임을 인식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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