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환상의 괴수 무벰베를 찾아라 - 와세다 대학 탐험부 특명 프로젝트
다카노 히데유키 지음, 강병혁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가끔 생각하게 되는 것이 하나 있다. 사람이 죽는다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것은 그 뒤에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즉, 사람이 죽는다는 것이 건전지가 방전되는 것과 같아서 죽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나는 일회용 인간이면 어떻하나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귀신 이야기나 환상적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기존의 과학적 지식과 맞지 않지만 과학적으로 밝힐 수 없는 무언가가 있길 바라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은 보통 생각 속에 그치지 실제로 호수 속의 정체불명 생명체를 찾으러 콩고에 가겠다는 생각을 못하는 법이다.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한 사람들이 있었다. 네시가 아니라 콩코에 있는 텔러호의 수수께끼 생명체 무벰베를 찾겠다는 생각을 한 사람들 말이다. 그들은 와세다 대학 탐험 동아리 학생들로 환상의 괴수를 찾겠다는 그리고 그 증거를 남기겠다는 꿈을 가지고 탐험을 계획한다. 사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누구나 웃어버린다. 허황된 이야기란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허나 그 꿈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점차 생겨난다. 리더인 다카노가 의욕적으로 일을 전개한 탓도 있겠지만 꿈을 쫓아 오지로 떠날 용기를 가진 사람들이라니, 그 꿈을 지원해주고 싶다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난 탓이었을 것이다. 이 책 '환상이 괴수 무벰베를 찾아라'의 저자이기도 한 다카노는 탐험부에 이 계획을 알리고 일을 추진해나간다. 먼저 콩고에 있는 생물학자 닥터 아냐냐에 도움을 청하기도 하고 콩고에 먼저 방문해보기도 한다.
그 후 본격적으로 탐험대를 구성해나간다. 여러 기업에 원조를 부탁해서 기자재를 모으고 무벰베를 찾고 싶은 대원들을 모은다. 그 안에는 대학교 탐험 동아리 학생들이 주를 이루지만 모험의 꿈을 가진 일반인들도 들어 있었다. 어렵사리 콩고 정부의 협조를 얻고 기자재와 식량 등 필요한 짐을 챙겨서 탐험에 나선 원정대는 꿈에 부푼다. 거기에 함께 나선 닥터가 실제 무벰베를 본 적이 있다고 해서 그 꿈은 점점 커진다.
콩고 드래곤이라고 하는 무벰베는 주로 텔레호에서 목격되었다고 하는데 근래에 들어서는 그 목격횟수가 많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닥터와 함께 텔레호 주변에 있는 마을에 방문한 원정대는 그 마을에 도움을 청한다. 물론 그에 상응하는 돈을 지불하는데 이것이 초반부터 문제가 된다. 처음 협상을 하는 것도 쉽지 않았고 짐을 옮기는 사람들이 식량을 빼돌린 것이다. 나중에 이로 인해서 식량 문제까지 겪게 된다.
더구나 외지인이 들어와서 마을에 문제가 생겼다고 가이드가 돌아가는 문제까지 생긴다. 부족해진 식량, 생각만으로는 천국 같을 줄 알았던 텔레호에서의 생활은 벌레의 습격이 줄을 잇는다. 점차 대원들은 지쳐가고 무벰베를 찾기 위한 조사는 계속되지만 기자재까지 말썽을 일으킨다. 거기에 닥터와도 슬슬 불화의 조짐이 싹튼다.
텔레호에서 40일 동안 머무르려던 것이 처음 원정대의 계획이었다. 하지만 계획대로 흘러가는 일이 거의 없듯이 원정대는 수많은 난관에 봉착한다. 대원이 고열에 시달리기도 하고 식량이 부족하다보니 점차 의욕이 떨어져간다. 자신이 대체 이런 오지에서 무엇을 하는가 하는 생각에 빠져 드는 것이다. 하지만 읽는 입장에서는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원정대의 이야기가 더 흥미로웠다. 현지인들과 부딪히기도 하고 식량이 부족해서 사냥을 통한 조달에 나서는 이야기도 재미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의아했던 것은 원정대의 탐험지가 콩고였다는 점이었다. 지금의 콩고는 내전이 있는 땅인데 원정대의 탐험기 안에서의 콩고는 나름대로 평화로운 땅이었다. 현지인과 불화가 있기는 하지만 닥터 아냐냐가 느낀 바와 달리 탐험대원 자체를 위협하지는 않아서 전반적으로 평온했던 것이다. 그 이유는 탐험대의 탐험이 있었던 연도가 1988년이었다는 것에 있었다. 그 이후 콩고는 혼란의 시기에 빠져버렸고 내전지역이 되었던 것이다. 여행자의 머릿속에나 있는 가난하지만 여유로운 아프리카가 아니라 전통이 숨쉬지만 지역마다 통용되는 논리가 다르고 인간적인 아프리카를 만날 수 있는 점이 좋았다. 식량을 빼돌렸으면서도 친근하게 다가와서 이름을 지어달라는 뻔뻔한 포터가 있는 땅,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 있는 아프리카를 재발견한 기분이었다. 탐험대의 꿈의 기록 '환상의 괴수 무벰베를 찾아라' 재밌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