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물쇠가 잠긴 방
기시 유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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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엘러리 퀸 식의 공정한 미스터리. 아무래도 밀실 살인을 다루다 보니 자물쇠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데 그것마저 흥미롭게 느낄 정도는 아니다. 게다가 피해자에 대해 이입하느냐에 따라 단편에 대한 호감도 갈린다. 편하게 읽기는 괜찮은 편이지만 `기시 유스케`가 쓴 소설이 아니라면 읽었을지는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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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1세 편식 걱정 없는 매일 아이밥상 - 성장기 두뇌발달에 좋은 레시피 134
김윤정 지음 / 지식채널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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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단편 소설에서 남편이 오랜 출장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올 때마다 맑은 국을 내놓는 아내가 등장했다. 여자는 요리를 매우 잘했고 채소만이 들어 있는 맑은 국은 정갈하면서도 시원한 감칠맛이 났다. 그런데 남편은 바람을 피게 된다. 자신을 기다리면서 맑은 국을 끓여 놓은 아내도 소박하지만 그의 입에 맞는 밥상도 전부 잊었다. 아내에게 돌아가 사실을 고백하고 이혼을 요구한 남자는 아내가 군소리 없이 이혼해주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순종적인 아내가 그때만큼 만족스러울 때가 없었다. 아내에게 넉넉한 위자료를 주어 죄책감을 털어내고 새로운 여자와의 인생은 순조로웠다. 단 한 가지 불만은 맑은 국이었다.

 

이전의 아내가 끓여주었던 몇 가지 채소가 들어가지 않던 맑은 국은 어떻게 해도 되찾을 수가 없었다. 같은 재료로 끓여도 그 투명한 국물과 비슷한 것도 만들기가 힘들었다. 맛은 말할 것도 없었다. 남자는 고민하다 전처를 찾아간다. 맑은 국을 만드는 법을 알아내기 위해서였다. 남자가 머뭇거리다 요리법을 묻자 여자는 답했다. 남자가 속이 편안하다고 아무렇지 않게 마시던 그 맑은 국은 그가 2~3일 출장을 갔을 때 내내 각종 재료로 육수를 만들어야만 만들 수 있는 음식이었노라고 말이다. 국물을 내는 데에만 통상 이틀, 꼬박 불 옆에 붙어서 끓여야만 하는 국이었다. 남자가 새로 만난 여자가 해줄 리 없는 음식이었다. 남자는 간단해 보이던 한 그릇에 담겨 있던 여자의 애정을 통감하지만 이미 늦어 있었다.

 

대부분의 요리는 간단한 것이 없다. 나물만 해도 일일이 손질을 해야 하는데다가 요리의 밑준비부터 정성이 없으면 제대로 되질 않는다. 애정이 없다면 모든 음식은 중노동이 된다. 이 책 <매일 아이밥상>은 그 말을 통감하게 만든다. 아이 기저귀를 가는 것만으로도 식겁했던 사람이라 부모가 아이를 키우면서 얼마나 공을 들여야 하는지 상상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이 책은 그런 부모의 노고에 한 가지를 추가한다. 자신의 아이에게 애정 어린 한 그릇을 먹이고 싶은 마음이다.

 

책은 다섯 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등 푸른 생선의 유해물질을 예방하려면 녹황색 채소와 함께 조리하라는 기본을 깔아주는 1장부터, 외식하자고 조르는 아이의 입에 몸에 좋은 음식을 쏙 넣어주는 2장, 기본 반찬과 밥, 국, 수프를 가르쳐 주는 3, 4장, 아이에게 먹이고 죄책감을 품지 않아도 될 만한 간식 요리법이 들어 있는 5장이다. 요새 요리책에 몸에 좋은 요리법을 소개해주는 건 많이 나온 편이지만 이 책은 기본적으로 '아이를 위한' 요리를 그것도 '편식 걱정 없이' 먹일 수 있는 요리를 가르쳐 주는 게 요점이라서 완자가 많이 등장하는 편이다.

 

싫어하는 음식을 애들이 곧이곧대로 먹을 리가 없고 그럼 즉각 밥상에서 내빼는 아이가 생길 확률이 크다. 싫어하는 시금치를 나물로 무쳐서 밥 위에 얹어두고 엄마가 '먹어, 먹어'하는 얼굴로 강요하면 먹고 싶은 아이가 과연 있기나 할까. 그럴 때는 다져서 섞으라는 게 요점이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들과 섞어서 먹이고 적은 양에서 점차 분량을 늘여서 맛을 들이라고 한다. 어려서 싫어한 음식은 커서도 안 먹는다고 하고 먹여놔서 입맛을 길들여 놓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덕분이 많이 등장하는 것이 완자다. 게다가 아이와 완자를 대량으로 만들어 얼려 놓으면 매번 만들지 않아도 되고 자신이 만든 것이라고 더 잘 먹게 된다고 한다.

 

'새우 연근 완자'의 경우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새우와 딱딱한 연근으로 아이들의 눈과 혀를 현혹하지만 시금치, 부추, 양배추, 청경채처럼 아이가 안 먹는 채소는 어떤 것이든 다져서 첨가하라고 적혀 있다. 나물로만 주면 안 먹지만 다른 음식에 섞여 들어가면 뚝딱 먹기 때문이다. 또한 '브로콜리 참마 그라탱'에 들어가는 마같이 몸에 좋지만 끈적끈적하다고 아이가 싫어하면 영양소가 다소 파괴되는 것을 감수하고 굽거나 익혀서라도 먹이라 한다. 아예 안 먹는 것보다는 다소의 타협을 하더라도 일단 맛을 보이는 게 낫다는 것이다. 플레인 요거트를 안 먹으려고 하면 직접 만든 귤 잼을 넣으라거나 아이의 입맛에 맞춰서 먹일 수 있는 요리법과 조언이 적혀 있어서 신선했다.

 

단지 '파양파 수프'처럼 이름만 들으면 단순해 보이는 요리라도 아이가 싫어하는 '파, 양파'를 숨기기 위한 복잡한 조리법은 놀라울 정도였다. 이 책 <매일 아이밥상>에는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초보자에게 단순한 요리는 들어있지 않다. 한 가지를 먹여도 더 좋은 것을 먹이고 싶은 엄마의 마음인지 단순한 반찬의 요리법조차도 몇 단계를 더 첨가해서 아이가 안 좋아할 만한 채소를 숨기는 신기를 선보인다. 더욱이 치킨스톡을 이용해도 된다고 적혀 있기도 하나 1장에서 만드는 법이 제시되어 있는 엄마표 닭육수, 엄마표 토마토소스처럼 작은 부분까지 세세한 공이 들어가야 하는 부분이 많아서 입이 떡 벌어질 때가 많았다.

 

그래도 '사과 물김치', '당근 깍두기'처럼 신선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요리가 많고 아이의 편식에 골머리를 썩어온 엄마라면 귀가 솔깃한 요리법이 가득차 있다. 안 먹는 재료들은 갈고, 섞고 숨겨서 먹이느라 공은 갑절로 들겠지만 편식하던 음식들을 어느 순간 아이가 맛있다고 먹고 있으면 뿌듯한 마음을 품게 될 테니까. <3~11세 편식 걱정 없는 매일 아이밥상> 아이의 편식을 고치고 싶거나, 편식의 걱정에서 벗어나고 싶은 아이 엄마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요리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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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천만 두뇌요리 - 머리가 좋아지는 똑똑 밥상
이혜영 지음 / 경향미디어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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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리미트리스'라는 영화가 개봉했었다. 다른 것보다 눈길을 끌었던 건 인간의 두뇌를 100퍼센트 사용가능하게 해주는 약이 있다는 설정이었다. 사람은 평생 자신의 두뇌의 일부만을 사용하고 천재와 일반인의 차이도 고작 몇 퍼센트에 불과하다고 한다. 두뇌를 100퍼센트 사용하게 된 영화 속 주인공은 하루 만에 뚝딱 책 한 권을 쓰고 일주일도 안 되는 시간 동안 피아노를 익히고, 외국어는 듣기만 하면 술술 할 수 있게 되는 등 실로 탐이 나는 능력을 손에 넣는다. 영화상에서야 모든 일의 시초가 되는 약이 위험한 일에 휘말리게 되는 발단도 되지만 만약 그런 약을 손에 넣는다면 무엇을 해볼까 상상의 나래에 잠깐 빠져봤었다.

 

보는 대로 기억해내는 영상 기억능력이 허구라는 말도 있지만 그렇게 머리가 좋다면 삶이 좀 더 편할 것은 분명하다. 세계 최고의 아이큐를 가진 사람이 세계 최고로 행복한 사람이라는 건 아니라고 해도 시험이나 어떻게든 자신의 두뇌를 이용해야 하는 일이 다가오면 그때만큼은 천재이고 싶어진다. 무언가를 먹어서 머리가 좋아질 수 있다면 그걸 탐내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런 면에서 이 책 <5천만 두뇌요리>는 귀가 솔깃해지는 책이다. 사실 총명탕의 존재에도 콧방귀를 뀌었던 터라 과연 먹어서 머리가 좋아지는 요리가 있을까 싶었다.

 

반신반의하면서 책을 펼치자니 목차에서부터 눈이 휘둥그레졌다. 목차에 요리의 이름과 사진이 주르륵 나열되어 있는데 머리는 몰라도 순간 집중력과 시력은 올릴 만한 음식 사진들이 등장한다. 주제가 두뇌요리이다 보니 머리에 좋은 식품과, 머리가 좋아지는 습관도 짧게 서술된다. 본격적인 요리법 소개에 들어가면 한 가지라도 더 알려주고 싶었는지 꽉 차게 구성을 해놔서 일단 마음에 들었다. 다른 요리책에서 요리 사진에 페이지 하나, 설명에 페이지 하나를 할애하는 것과 달리 4분의 1페이지에 요리 사진, 나머지 4분의 1에 요리에 대한 설명과 재료 설명, 나머지 반 페이지에 요리 과정을 알기 쉬운 말과 사진으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요리법에 대한 서술이 꽤 알기 쉬워서 알차다는 느낌이 더 강했다.

 

구성을 들여다보면 1부에서는 밥, 죽 위주로, 2부에서는 간식 겸 식사대용으로 낼 수 있는 '치즈롤가스'같은 요리를, 3부에서는 샐러드나 스프처럼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음식 위주, 4부에서는 달달한 음료와 간식, 5부, 6부에서는 반찬 위주였다. 어디까지나 주로 그렇다는 거지 3부에서도 '대추 라떼'나 '단호박 주스'가 등장하는 등 각 부에서 다양한 음식이 섞여 있다. 주제가 '두뇌요리'이다 보니 그 주제에 맞게 배열한 듯 했다.

 

이색적이었던 건 '토르티야 버섯피자', '고구마 피자', '웰빙 피자', '밥 피자'처럼 피자가 여러 번 등장하는데 흔한 피자 도우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밥 피자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식용유에 구운 밥을 도우로 쓰고 나머지 피자는 밀가루를 반죽한 후 숙성시켜 얇게 부쳐낸 토르티야 위에 치즈를 얹고 또 그 위에 토르티야를 얹을 걸 도우로 쓴다. 가운데 치즈가 녹아 있을 테니 흔한 도우보다 훨씬 고소하고 담백할 것 같았다.

 

피자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작은 부분을 독특하게 개량해놓은 조리법이 많아서 '연근전'에 다진 새우 살이 들어간다거나 '오징어 링 치즈구이'처럼 링 안에 으깬 감자와 각종 다진 야채, 치즈가 얹어지는 등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을 쓴 점이 마음에 들었다. 블루베리가 눈에만 좋은 줄 알았더니 치매에도 좋다는 설명을 읽으면서 '블루베리 스무디'를 만들어볼까 생각해보기도 하고, 모양은 비슷하지만 내용물은 다른 '초코 스노볼'과 '고구마 초코볼'을 비교하면서 읽다보니 책장이 술술 넘어갔다. '단감무석박지'에 연시가 들어가는 것도 '쇠고기 메추리알 장조림'에 쓸 메추리알을 삶을 때 소금과 식초를 넣으면 껍질을 벗기기 쉽다는 것도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이 책 <5천만 두뇌요리>를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맛있는 책이다. 단순해서 만들어봄직한 '고구마 밤밥'을 시작으로 해서 생소한 '대추죽', '김 장아찌'라든지 '두부 치즈롤'같이 만들어 보고 싶어지는 음식들이 그야말로 즐비하다. 많은 요리를 다루려고 한 탓에 약간은 음식의 순서가 산만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버섯마요 샌드위치'처럼 오븐으로 굽는 걸로 마무리되는 요리의 비중이 다소 많기는 하지만 머리를 좋게 하는 요리라는 주제로 다양한 요리를 다룬 점이 우선 마음에 들었다. 더욱이 탄성을 자아내는 요리가 그야말로 한가득이라 눈을 돌릴 틈도 없이 읽어 나갔다. 영화 속의 알약처럼 이 책에 나오는 두뇌요리를 매일 만들어 먹는다고 두뇌를 100퍼센트 쓸 수야 없겠지만 두뇌에 좋다고 알려진 재료들을 이용한 맛있는 요리를 먹다보면 일단 기분만큼은 확실히 좋아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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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평단 활동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책과 그 이유
유모아 극장
책을 받았을 때 표지와 날개를 펼쳐보는 것으로 책의 내용을 미리 가늠해보고는 해요. 그런데 이 책은 제 예상과 많이 달랐어요. 엔도 슈사쿠를 잘 몰랐던 터라 기대도 않고 머릿속에서 그저 그런 책이라고 미리 예단을 했구요.그런데 정작 읽다보니 상당히 재미있더군요. 발랄한 상상력도 그렇고 호시 신이치의 쇼트쇼트가 떠오른다는 생각도 많이 했구요. 기대와 결과가 가장 달랐던 책이라 기억에 가장 남네요. 어디까지나 좋은 쪽으로요.

2. 서평단 도서 중 내맘대로 좋은 책 베스트 5

1. 마망 너무 사양해
프랑스 가족의 생활기라 이색적인 것보다 어린 아이들의 엉뚱한 행동과 대답이 묘하게 철학적이라 더 유쾌하게 읽었어요.

 

 

 

2. 사소한 발견
일상 속에 있는 모든 사소한 것들을 다시 돌아보게 만들더군요.

 

 

 

3. 유모아 극장
기대와 결과가 달라서 볼 때마다 피식 웃게 되는 책이에요.

 

 

 

4. 창비세계문학세트 영국편
아는 작가의 것도 있고 모르는 작가의 것도 있었지만 어느 것 할 것없이 매혹적이더군요.

 

 

 

5. 세일럼의 마녀와 사라진 책
즐기는 분야가 아닌데도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을 때 기억하게 되더군요. <비밀의 요리책>에 이어 팩션의 새로운 즐거우믈 선사해 준 책이에요.

 

 

 

3. 서평단 도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책 속에서 한 구절
"너 천국보다 더 좋은 게 뭔 줄 아니? 바로 살아 있는 거야. 살아 있는 거!"
천국은 좋은 곳이라서 죽는 게 두렵지 않다는 친구의 말에 6살 꼬마의 응수 ('마망 너무 사양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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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뛰노는 땅에 엎드려 입맞추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아이들이 뛰노는 땅에 엎드려 입 맞추다
김용택 지음, 김세현 그림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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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엄마의 일상을 다룬 웹툰을 보다가 어린 아이가 엄마 뱃속에서 있었던 일을 기억한다는 부분이 나와서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길게는 일곱 살까지 아이는 엄마 뱃속의 모습은 물론이고 들었던 것들까지 기억한다고 한다.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가르쳐 준 적 없는 태명을 기억하는 아이의 모습은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어린 아이랑 있다 보면 아이가 가진 체력에도 놀라지만 아이의 행동에, 말에 놀라게 된다.

사람들은 살면서 어린 시절의 많은 것들을 잊어 간다. 어린 시절에 시간이 더디 갔던 것은 모든 것이 궁금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나도 지루한 것이 없어 이것도 저것도 궁금해하다보면 시간은 길기만 하다. 반면 어른이 된 이후에는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을 잃고 많은 것들을 덤덤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그런 마당이니 여름인가 싶으면 겨울인 것이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이 책 <아이들이 뛰노는 땅에 엎드려 입 맞추다>는 그런 보통의 어른들과 달리 아이의 마음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시인의 마음을 담고 있다. 그런 그조차 어른이기에 아이들 틈에 있어도 닳고 있는 것을 막을 수 없지만 그 지나간 시간을 아쉬워하지 않는 것을 보면 넉넉한 그릇의 어른이 아이의 꿈을 꾸고 있는 셈이었다. 오랜 시간 초등학교 교사로 시인으로 살아온 저자의 에세이이자 시이며, 제자들의 시도 두루 담겨있는 글모음이라고 할 수 있다.

어머니의 마음이 넉넉함을 자랑스러워하고 다람쥐처럼 알밤을 주워 모으는 아이들을 귀엽게 생각하며 엄마 없는 아이를 애틋하게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은 사람에 대한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보여준다. 그가 보는 시선을 따라 중간고사를 망칠 것이 뻔하다며 난감해하는 아이의 시도 선생님을 보고 헤벌쭉 웃으면서 안기는 아이의 모습도 너나할 것 없이 사랑스럽다.

거기에 가시만 남은 생선처럼 앙상한 마음, 생각을 가지게 될 때가 있다는 문구는 생각거리를 남긴다. 생각거리에 잠기게 할 때가 있는가 하면 빡빡 밀어본 머리에 아이들이 너나할 것 없이 달려들어 만져보면서 즐거워하더라는 이야기에는 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어린 아이가 껌을 주지 않고 낼름 다 삼키는 모습을 보고 약이 올라 아이를 골리는 장면도 그러했다.

살면서 많은 순간 내가 어린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잊어간다. 그 덕분에 어린 아이들의 행동을 보고 더욱 감탄하게 되기도 하지만 많은 것을 궁금해 하는 힘을 잃었다는 것은 아쉬울 때가 많다. 책 속의 이야기처럼 이제 지금의 어린 아이들이 예전의 어린 아이들과 달리 등굣길에 달린 온갖 먹을거리들을 탐하지도 않고 선생님의 말에도 무서워하지 않고 멀뚱멀뚱 쳐다보는 얄미운 행동을 할 때도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넉넉한 시인의 눈으로 본 세상살이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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