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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천만 두뇌요리 - 머리가 좋아지는 똑똑 밥상
이혜영 지음 / 경향미디어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얼마 전 '리미트리스'라는 영화가 개봉했었다. 다른 것보다 눈길을 끌었던 건 인간의 두뇌를 100퍼센트 사용가능하게 해주는 약이 있다는 설정이었다. 사람은 평생 자신의 두뇌의 일부만을 사용하고 천재와 일반인의 차이도 고작 몇 퍼센트에 불과하다고 한다. 두뇌를 100퍼센트 사용하게 된 영화 속 주인공은 하루 만에 뚝딱 책 한 권을 쓰고 일주일도 안 되는 시간 동안 피아노를 익히고, 외국어는 듣기만 하면 술술 할 수 있게 되는 등 실로 탐이 나는 능력을 손에 넣는다. 영화상에서야 모든 일의 시초가 되는 약이 위험한 일에 휘말리게 되는 발단도 되지만 만약 그런 약을 손에 넣는다면 무엇을 해볼까 상상의 나래에 잠깐 빠져봤었다.
보는 대로 기억해내는 영상 기억능력이 허구라는 말도 있지만 그렇게 머리가 좋다면 삶이 좀 더 편할 것은 분명하다. 세계 최고의 아이큐를 가진 사람이 세계 최고로 행복한 사람이라는 건 아니라고 해도 시험이나 어떻게든 자신의 두뇌를 이용해야 하는 일이 다가오면 그때만큼은 천재이고 싶어진다. 무언가를 먹어서 머리가 좋아질 수 있다면 그걸 탐내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런 면에서 이 책 <5천만 두뇌요리>는 귀가 솔깃해지는 책이다. 사실 총명탕의 존재에도 콧방귀를 뀌었던 터라 과연 먹어서 머리가 좋아지는 요리가 있을까 싶었다.
반신반의하면서 책을 펼치자니 목차에서부터 눈이 휘둥그레졌다. 목차에 요리의 이름과 사진이 주르륵 나열되어 있는데 머리는 몰라도 순간 집중력과 시력은 올릴 만한 음식 사진들이 등장한다. 주제가 두뇌요리이다 보니 머리에 좋은 식품과, 머리가 좋아지는 습관도 짧게 서술된다. 본격적인 요리법 소개에 들어가면 한 가지라도 더 알려주고 싶었는지 꽉 차게 구성을 해놔서 일단 마음에 들었다. 다른 요리책에서 요리 사진에 페이지 하나, 설명에 페이지 하나를 할애하는 것과 달리 4분의 1페이지에 요리 사진, 나머지 4분의 1에 요리에 대한 설명과 재료 설명, 나머지 반 페이지에 요리 과정을 알기 쉬운 말과 사진으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요리법에 대한 서술이 꽤 알기 쉬워서 알차다는 느낌이 더 강했다.
구성을 들여다보면 1부에서는 밥, 죽 위주로, 2부에서는 간식 겸 식사대용으로 낼 수 있는 '치즈롤가스'같은 요리를, 3부에서는 샐러드나 스프처럼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음식 위주, 4부에서는 달달한 음료와 간식, 5부, 6부에서는 반찬 위주였다. 어디까지나 주로 그렇다는 거지 3부에서도 '대추 라떼'나 '단호박 주스'가 등장하는 등 각 부에서 다양한 음식이 섞여 있다. 주제가 '두뇌요리'이다 보니 그 주제에 맞게 배열한 듯 했다.
이색적이었던 건 '토르티야 버섯피자', '고구마 피자', '웰빙 피자', '밥 피자'처럼 피자가 여러 번 등장하는데 흔한 피자 도우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밥 피자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식용유에 구운 밥을 도우로 쓰고 나머지 피자는 밀가루를 반죽한 후 숙성시켜 얇게 부쳐낸 토르티야 위에 치즈를 얹고 또 그 위에 토르티야를 얹을 걸 도우로 쓴다. 가운데 치즈가 녹아 있을 테니 흔한 도우보다 훨씬 고소하고 담백할 것 같았다.
피자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작은 부분을 독특하게 개량해놓은 조리법이 많아서 '연근전'에 다진 새우 살이 들어간다거나 '오징어 링 치즈구이'처럼 링 안에 으깬 감자와 각종 다진 야채, 치즈가 얹어지는 등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을 쓴 점이 마음에 들었다. 블루베리가 눈에만 좋은 줄 알았더니 치매에도 좋다는 설명을 읽으면서 '블루베리 스무디'를 만들어볼까 생각해보기도 하고, 모양은 비슷하지만 내용물은 다른 '초코 스노볼'과 '고구마 초코볼'을 비교하면서 읽다보니 책장이 술술 넘어갔다. '단감무석박지'에 연시가 들어가는 것도 '쇠고기 메추리알 장조림'에 쓸 메추리알을 삶을 때 소금과 식초를 넣으면 껍질을 벗기기 쉽다는 것도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이 책 <5천만 두뇌요리>를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맛있는 책이다. 단순해서 만들어봄직한 '고구마 밤밥'을 시작으로 해서 생소한 '대추죽', '김 장아찌'라든지 '두부 치즈롤'같이 만들어 보고 싶어지는 음식들이 그야말로 즐비하다. 많은 요리를 다루려고 한 탓에 약간은 음식의 순서가 산만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버섯마요 샌드위치'처럼 오븐으로 굽는 걸로 마무리되는 요리의 비중이 다소 많기는 하지만 머리를 좋게 하는 요리라는 주제로 다양한 요리를 다룬 점이 우선 마음에 들었다. 더욱이 탄성을 자아내는 요리가 그야말로 한가득이라 눈을 돌릴 틈도 없이 읽어 나갔다. 영화 속의 알약처럼 이 책에 나오는 두뇌요리를 매일 만들어 먹는다고 두뇌를 100퍼센트 쓸 수야 없겠지만 두뇌에 좋다고 알려진 재료들을 이용한 맛있는 요리를 먹다보면 일단 기분만큼은 확실히 좋아질 것 같다.